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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세가 대단하다. 이명박 대통령이 교육개혁 방안을 직접 챙기고 관련 부처가 교육비리 척결에 총출동하는 폼새가 당장이라도 교육 선진화를 이룰 것처럼 대단하다.

하지만 심드렁하다.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마땅히 박수 치고 격려해야 하는데도 내키지가 않는다.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 본말이 뒤집혀 있기 때문이다.

표본 사례 하나만 올려놓자. 요즘 문제가 되고 있는 자율형 사립고의 경우다.

드러나는 실태는 참담하다. 사회배려대상자 전형에서 미달이 발생하자 자율형 사립고가 요건에 미치지 못하는 학생에게까지 지원을 권한 사실이 하나 둘 밝혀지고 있다. 이 탓에 중학교에서는 은행 간부 자녀에게 추천서를 써줬고, 심지어 경제 곤란자가 아닌데도 부모가 병원에 입원했다는 이유만으로 추천서를 발행해주기도 했다.

물론 단속해야 한다. 이유가 어디에 있든 이런 부정행위는 이명박 대통령의 주문처럼 마땅히 엄단해야 하고, 검찰의 다짐처럼 척결해야 한다. 근데 문제가 있다. 그런다고 발본색원될 것 같지 않다는 점이다.

이미 나왔다. 사회배려대상자 전형에서 부정이 발생한 근본 원인은 부실한 제도라는 진단이 이미 내려졌다. 경제 곤란자나 한부모 가정 자녀 등에게만 지원자격을 부여하면서도 소득이나 가족관계 증명 등을 따로 하지 않아도 되도록 한 교과부의 부실한 정책이 부정 사태를 야기했다는 지적이 일찌감치 나왔다. 정부가 사실상 교육비리의 원인을 제공했다는 얘기다.

이뿐만이 아니다. 권영길 민노당 의원이 조사한 결과도 있다.

지난해 7월 자율고(사립ㆍ공립고)로 지정된 지역 10곳(서울 제외)의 지정 전후 개인과외 증가율을 조사한 결과 자율고 지정 후 개인과외 증가율이 가파르게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전국 평균 증가율이 16.6%였던 반면에 해운대여고가 자율형 사립고로 지정된 부산 해운대구는 52.0%, 세마고가 자율형 공립고로 지정된 경기 화성ㆍ오산지역은 57.8%의 증가율을 기록한 것으로 나왔다. 정부의 자율고 도입이 사교육 증가를 유발했다는 얘기다.

이유가 바로 이것이다. 교육개혁의 대명제에 적극 동의하면서도 정부의 행보를 마뜩지 않게 바라보는 이유가 바로 이것이다. 방귀 뀐 사람이 성 내고 있기 때문이다. 평가 받아야 하는 대상이 평가의 주체가 돼 의제를 선점하고 생색을 내고 있기 때문이다.


이쯤 해두자. 정부를 탓할 일만도 아니다. 그런 정부를 제어하지 못하는 야당의 무기력증 또한 큰 문제다.  

야당은 강 건너 불구경으로도 모자라 팔짱 끼고 돌아앉았다. 6.2지방선거 때 동시 실시되는 교육감 선거를 통해 진보 대 보수의 대결구도를 창출하고 진보대연합을 구축하겠다는 야당의 전략에 따르면 마땅히 먼저 치고 나왔어야 하는 사안인데도 흘려보낸다.

서울시 교육청의 수뢰 의혹 사건이 그렇다. 야당이 줄곧 각을 세웠던 공정택 전 교육감 체제와 무관치 않다는 의혹이 잇따라 제기되는데도 야당은 수수방관하고 있다. 비록 정당 추천과는 상관없지만 야당의 가치를 구현할 수 있는 진보개혁 교육감의 존재 이유를 적극 설파할 수 있는 매개인데도 맥없이 지켜보고만 있다. 염불 외는 건 고사하고 잿밥 챙기는 것조차 제대로 하지 못한다. 공격수가 돼 파상공세를 펼쳐도 부족한 판에 관중석에 앉아 오징어 땅콩만 씹고 있다.

필연이다. 공정거래위의 감시가 없으면 기업이 초과이윤을 챙기듯이 야당의 견제가 거세되면 여권은 독점이윤을 향유한다. 

▲사진=이명박 대통령이 23일 국무회의를 주재하면서 다시 한번 ‘교육개혁’을 주문했다. ⓒ청와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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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토씨'


정부와 여당이 작정한 걸까? 말도 많고 탈도 많은 외국어고를 폐지하기로 작심한 걸까?

그렇다. 어제 하루 동안 쏟아진 말을 조합하면 분명 그렇다.

이명박 대통령이 정운찬 총리에게 말했다. “사교육비 부담이 서민 가계에 가장 큰 부담을 주는 요인인 만큼 총리실이 중심이 돼서 좀 더 근원적 대책을 마련해 달라”고 했다. “총리실 중심”이란 어구를 두 번이나 쓰면서 이렇게 말했다. 정운찬 총리에게 전권을 부여해 교육개혁을 밀어붙이겠다는 뜻을 분명히 한 것이다.

정운찬 총리도 화답했다. “1차적으로는 약간의 무리가 있더라도 강력한 (불법 사교육) 단속을 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하지만 이건 말 그대로 ‘1차적’ 조치일 뿐 “근원적 대책”은 따로 강구하는 것 같다. 정운찬 총리가 추가한 말이 있다. “교육 패러다임의 전환에 주력하겠다”고 했다. 총리에 취임하면서 했던 말, 즉 “모방에서 창조로 교육의 패러다임 전환”을 추진하겠다는 말을 되읊은 것이다.

때마침 한나라당도 나섰다. 이명박 대통령과 정운찬 총리가 “근원적 대책”을 논의하던 그 때, 국회 교육과학기술위 소속 한나라당 의원들은 입을 모아 ‘외국어고 폐지’를 부르짖었다. 정두언 이철우 김선동 황우여 권영진 의원 등이 나서 외국어고를 사교육비 주범으로 규정하면서 외국어고를 자율형 사립고로 전환하라고 요구했다.

정부와 여당은 이렇게 일사불란한 모습을 보였다. 대통령은 가치를 세우고, 총리는 총론을 제시하고, 여당은 각론을 추진하는, 선진형 분업모델을 선보였다. 


근데 왜일까? 청와대와 총리실과 한나라당이 외국어고 폐지를 위해 어깨동무 하는 모습을 연출한 것처럼 보이는데도 선뜻 수긍하기가 어렵다. 아귀가 맞아떨어지는 모습이 아니라 오히려 어깃장이 나는 모습을 발견한다.

또 다른 말 때문이다. ‘어제’의 말을 업어치는 ‘더 먼 과거’의 말 때문이다. 정운찬 총리가 임명장을 받기 전에 했던 전혀 다른 말 때문이다.

정운찬 총리가 말했다. 2003년에 “사교육 문제와 강남 집값 폭등 현상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고교 입시를 부활해야 한다”고 했다. 그가 또 말했다. 2006년에 “나는 계층간 이동을 위해 평준화를 반대한다”며 “고교 입시가 있다면 좀 어려운 가정에서도 전면적 지원을 통해 소위 명문대 진학률이 높은 고교에 입학할 수 있다”고 했다. 어려운 가정에서 어떻게 전면적 지원을 할 수 있는지, 고교 입시가 어떻게 계층간 이동을 촉진할 수 있는지 의아하지만 아무튼 그렇게 말했다.

이것만이 아니다. 정운찬 총리가 국회 인사청문 특위에 제출한 서면 답변서를 통해 이렇게 말했다. “고교 교육의 하향평준화 우려를 개선하기 위해선 자율형 사립고, 특목고 등 다양한 학교를 제공하고 학교간 경쟁을 촉진해 학생의 학교 선택권이 확대돼야 할 것”이라고 했다. 그의 오랜 ‘소신’인 3불정책 폐지에 대해 다소 완화된 입장을 보이면서도 고교 다양화에 대해서만은 물러서지 않는 입장을 보였다.

정운찬 총리의 지론에 따르면 외국어고 폐지는 ‘불가’ 사항이다. 외국어고 폐지는 사교육 근절을 위해 꼭 필요한 고교 입시를 없애는 것이기에 그렇다. 외국어고 폐지는 하향평준화 개선을 위해 꼭 필요한 학교간 경쟁 요소를 줄이는 것이기에 그렇다.

지켜보는 게 맞다. 지금은 예단할 계제가 아니니까 관전 포인트만 잡고 향후 추이를 예의주시하는 게 낫다. 당정 협의과정에서 총리실의 ‘말발’이 주효할지, 한나라당의 ‘말발’이 관철될지 지켜보면서 가르면 된다. 친서민 행보에 가속도를 붙이려고 추진하는 교육개혁이 벌집을 쑤실지, 벌집을 딸지를….

▲사진=정운찬 총리가 어제 주례보고에 앞서 이명박 대통령과 악수하고 있다. ⓒ청와대

Posted by '토씨'

이명박 대통령이 말했다. "무분별한 대학 진학으로 야기되는 사교육비 고통과 청년 실업 문제는 정부가 해야 할 중산층 및 서민대책의 핵심 과제"라고 했다. 오늘 마이스터고에 찾아가 이렇게 말했다.

곽승준 미래기획위원장이 말했다. “사교육비만 잡아도 중산층이 강화된다”고 했다. 지난 4월 ‘조선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맞다. 두 말이 필요없다. 사교육만 잡으면 정권은 대박을 치고 민생은 허리를 편다.

하지만 어느 정권도 성공하지 못했다. 대박사업이란 걸 뻔히 알지만, 그래서 모든 정부가 달려들었지만 독박만 썼다. 왜일까?

이명박 대통령이 답을 내린 적이 있다. 6월 23일 국무회의에서 교육과학기술부를 질타하며 말했다. “내 딸도 정부의 교육정책을 안 믿는데 국민이 어떻게 믿겠느냐”고 했다. 이게 정답이다.


사교육의 ‘숙주’는 불신과 불안이다. 정부정책에 대한 불신이 진학계획을 불가측 상태로 몰아넣는다. 정착되는가 싶으면 휘젓는 입시정책이 학생과 학부모의 진학전략을 흐트러놓고 학습전략을 교란시킨다. 그래서 사교육에 기댄다. 국·영·수에 올인 하고 사설학원의 진학정보에 귀를 기울인다. 가이드가 못 미더워 스스로 지도를 펴는 것이다.

다를 바가 없다. 이명박 대통령이 내린 정답에 기초하면 이명박 정권도 불신과 불안을 조장한다는 점에서 여느 정부와 다를 바가 없다.

멀리 볼 필요가 없다. 이명박 대통령의 언행만 살펴도 갈짓자 행보를 단번에 읽을 수 있다.

이명박 대통령이 그랬다. 6월 23일 열린 국무회의에서 “사교육 관련 집단이 세다는데 그래서 (사교육비 경감대책이) 잘 안 되는 것 아니냐”고 했다. 그러면서 안병만 교과부 장관을 몰아붙였다. “장관도 (사교육 관련 집단세력이 세서) 그러느냐”고 했다.

모두가 같은 풀이를 내놨다. 대통령의 ‘안병만 질타’는 결국 곽승준·정두언의 승리를 의미하는 것이라고 풀이했다. 학원심야교습 금지 입법화·내신 절대평가제 도입·고1 내신 대입시 반영 배제·특목고 입시 수정 등을 뼈대로 하는 곽승준·정두언 ‘플랜’이 사실상 추인된 것이라고 풀이했다. 이같은 풀이는 한나라당 부설 여의도연구소가 미래기획위원회와 거의 동일한 대책을 내놓으면서 기정사실이 되는 듯 했다.

더불어 전망했다. 학원심야교습 금지는 시도 조례에 의하면 된다는 교과부의 입장, 내신 절대평가제 도입과 고1 내신 대입시 반영 배제에 반대하는 교과부의 입장은 사실상 거부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나아가 개각에서 안병만 교과부 장관이 경질될 것이라고 전망하기도 했다.

헌데 아니다. 불과 며칠 사이에 흐름이 180도 역전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안병만 장관이 어제 ‘동아일보’와 인터뷰를 하면서 “교육정책을 관장하고 최종 결정을 하는 사람은 교과부 장관”이라고 못 박더니, 오늘은 같은 신문에 안병만 장관의 입지가 더욱 튼튼해졌다는 기사가 실렸다. 이명박 대통령이 “앞으로는 교과부가 중심이 돼 사교육 대책을 추진하도록 하라”고 말했으며, 학원심야교습 금지 입법화에 대해서도 “위헌 소지가 있으니 맞지 않는 것 같다”고 말했다는 것이다.

열흘 전, 이명박 대통령의 등등했던 기세를 떠올리면 어리둥절할 정도로 돌변한 태도이기에 믿기 어렵지만, 그래서 혹여 '동아일보'가 오보를 낸 것은 아닌지 의심스러울 정도지만 아무래도 상관없다. '동아일보'가 '소설'을 쓴 것이 아닌 한, 청와대 관계자가 이렇게 전한 건 엄연한 사실인 한, 여권 깊숙한 곳에서 혼란과 혼선이 어지럽게 전개되고 있다는 점만은 분명하다. 이명박 대통령 또는 여권 핵심부에서 이 말 다르고 저 말 다른 행태, 어제 다르고 오늘 다른 행태를 보인다는 점만은 확실하다. 그래서 이명박 대통령 또는 여권 핵심부가 불신과 불안을 조장하며 사교육의 ‘숙주’를 키우고 있는 점만은 분명하다. 

어쩌면 예견된 귀결인지 모른다. 과정을 보면 그렇다.

사교육 대책 논란은 2단계로 진행됐다. 곽승준 미래기획위원장의 발언을 시작한 논란은 4월을 거쳐 5월 18일 당정회의에서 학원심야교습 금지 입법화를 추진하지 않기로 결정되면서 1단계가 일단락 됐다. 그랬다가 6월 23일 이명박 대통령이 국무회의에서 안병만 장관을 질타하면서 2단계가 시작됐다.

이 과정에서 분기점이 되는 회의가 열렸다. 1단계와 2단계의 경계지점에서 바로 청와대 수석비서관 회의가 열렸다. 6월 22일 열린 수석비서관 회의에서 이명박 대통령이 이른바 ‘친서민 행보’를 선포했다. ‘친서민’을 표방하면서 그 일환으로 사교육 근절을 들고 나왔다.

이렇게 보면 이명박 대통령 또는 여권 핵심부가 갈짓자 행보를 보이는 연유를 얼추 짐작할 수 있다.

‘친서민’이란 과녁을 먼저 겨눈 다음에 총알을 끌어모으다보니 실탄인지 공포탄인지 제대로 살피지 않았다고 볼 수 있다. 선명하고 상징적인 대책이 가져올 즉시효과에 현혹돼 냉큼 집어들었다가 교과부가 내세운 현실성 논리에 가로막혀 '트위스트'를 추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준비가 전혀 안 돼 있었다는 얘기다.

▲사진=마이스터고로 지정된 원주정보공업고교를 찾은 이명박 대통령 ⓒ청와대

Posted by '토씨'

곽승준 미래기획위원장의 의지가 대단합니다. 결기에 찬 말을 거침없이 토해냅니다. “정권차원에서 처절하게 붙을 것”이라고 했고, “사교육 개혁을 하다 장렬히 전사해도 좋다”고 했습니다.

사교육을 억제하고 공교육을 활성화하겠답니다. 이르면 올 여름방학부터 학원의 심야교습을 밤 10시까지로 제한하고, 방과후학교를 통해 학원비의 5분의 1 가격에 질 높은 교육을 제공하겠다고 했습니다. ‘서울대 가는 KTX’로 변질된 외국어고의 입시 등도 뜯어고치겠다고 했습니다.

실행력에 대해서는 고개 갸웃거릴 필요가 없어 보입니다. 곽승준 위원장이 한 마디 더 했습니다. “사교육 규제는 전두환 정부도 밀어붙였는데 왜 우리가 못하나”라고 반문했습니다. 그렇습니다. 밀어붙이기 분야에 관한 한 이명박 정부는 둘째가라면 서뤄워할 정부입니다. 불도저 행정의 전형을 보여주는 정부입니다.

남는 문제는 실효성이고 성과입니다. 결기에 찬 어조만큼 결실을 맺을 것 같지가 않습니다.

사교육 유발 요인을 풀어버린 게 바로 이명박 정부입니다. 이젠 이름조차 하나하나 추리기 힘들 정도로 수많은 자율학교를 세우려는 이명박 정부입니다. 기존의 자립형 사립고에 자율형 사립고와 기숙형 공립고를 추가하고, 국제중학교와 국제고등학교를 신설하는 게 이명박 정부입니다. 고려대가 수시전형에서 고교등급제를 적용했다는 의혹이 강하게 제기됐는데도 손을 대지 않은 이명박 정부입니다.

냉소를 지울 수 없는 이유가 이것입니다. 병 준 사람이 약 처방하는 것 같아 마음이 불편합니다.

그래도 괜찮습니다. 이명박 정부가 사교육을 틀어막을 수만 있다면 과거 불문하고 이유 막론하고 지지를 보낼 용의가 있습니다. 하지만 요원합니다.

곽승준 위원장이 그랬습니다. “이번의 위기 국면을 이겨내려면 중산층을 키워야 한다. 중산층의 수입을 늘려주거나 지출을 줄여줘야 하는데 경제 위기 상황에서 수입 늘리기는 쉽지 않다. 하지만 학원비 지출을 줄이는 것은 소득 증대효과도 유발할 수 있다”고 했습니다. 학원비 지출을 줄여주면 그만큼 소득이 증대하는 셈이니 중산층을 키울 수 있다는 주장입니다.

얼마나 좋겠습니다. 곽승준 위원장 말대로 된다면 얼마나 좋겠습니까. 하지만 정말 그렇게 될까요? 그렇지가 않습니다. 정반대입니다. 중산층으로 남기 위해 기를 쓰고 학원비 지출을 늘리는 게 우리네 현실입니다.

1997년 IMF 외환위기가 닥친 후 중산층이 붕괴됐습니다. 가장은 직장에서 쫓겨났고 가게문을 닫았습니다. 그렇게 양극화가 시작됐고 10년 세월 동안 간극은 벌어질대로 벌어졌습니다.

추락한 가장이 회생하는 방법으로 부여잡은 게 교육입니다. 아슬아슬하게 버티는 가장이 추락을 면하기 위해 선택한 게 교육입니다. 자식만이라도 몰락의 참화를 피하게 하려고 ‘빽’을 얹어주고 싶었고 그래서 학원을 찾습니다. 대단한 ‘빽’이 아닙니다. 최상류층으로의 수직상승을 보장하는 그런 ‘빽’이 아닙니다. 그냥 대기업에 취직해 빚 안 지고 살 정도, 다시 말해 중산층으로 사는 것을 보증하는 ‘빽’일 뿐입니다. 이런 ‘빽’을 따내기 위해 ‘올인’합니다. 자식을 학원에 보내기 위해 맞벌이를 하고, 맞벌이 때문에 아이가 방치되는 걸 우려해 학원을 찾습니다. 이게 우울한 우리 현실입니다.

방과후학교를 활성화하면 아이가 방치되는 건 막을지 모릅니다. 하지만 거기까지입니다. 어차피 ‘빽’의 공유면적은 극도로 좁아져 있습니다. 양극화가 해소되지 않는 한 ‘빽’ 추구 현상은 사라지지 않습니다. ‘빽으로 가는 KTX’를 타려는 욕망을 잠재울 수 없습니다.

지천에 널려 있습니다. ‘빽으로 가는 KTX’는 외국어고만이 아닙니다. 이명박 정부 들어 신설되는 수많은 자율학교도 ‘빽으로 가는 KTX’입니다. KTX가 지천에 널렸는데 어떤 손님이 무궁화호를 타려고 하겠습니까.

“이번의 위기국면”이 문제인 게 아니라 “이번의 위기국면”에서 보여주는 이명박 정부의 정책이 더 문제입니다. 부자감세를 늘리고 복지부문을 축소하는 정책이 더 문제입니다. 이렇게 양극화 현상을 심화시키는 정책이 고수되는 한 중산층의 학원비 지출은 사라지지 않습니다. 다만 학원비 지출의 양태, 즉 양성과 음성을 가를 뿐입니다.

Posted by '토씨'

아침 일찍 후배에게 전화를 걸었습니다. 서울 강남권의 꽤 큰 학원에서 부원장을 지낸 후배입니다.

“소식 들었냐?”
“뭐?”
“이명박 대통령이 학원비 실태를 조사하고 대책을 마련하라고 지시했다던데.”

이 후배는 대뜸 ‘피식’ 웃었습니다. 그리곤 묻지도 않았는데 알아서 말하더군요.

“결론부터 말하면 학원에 별로 영향이 없을 거야”

수요가 몰리는데 가격이 어떻게 내려가겠느냐는 게 이 후배의 반문이었습니다. 그러면서 실태의 일단을 알려주더군요. 아주 상식적이면서도 리얼한 얘기였습니다.

학원이 학원비를 높게 책정하는 과목은 주로 인기 강사가 포진한 과목입니다. 수요가 몰리는 과목에 수강료 외에 교재비나 케어비(첨삭 지도나 복습 지도) 명목으로 돈을 더 받고 있습니다. 그럴 수밖에 없습니다. 인기 강사를 모셔오고 붙잡기 위해선 인기에 걸맞는 보수를 지급해야 하고 그러려면 학생과 학부모로부터 더 많은 돈을 거둬야 합니다.

학원은 울며 겨자먹기로 보수를 지급하는 게 아니라 기쁜 마음으로 지급합니다. 인기 강사가 포진해 있으면 그 지역 학교의 전교 1등이 찾아오고, 전교 1등을 따라 10등, 20등권 안에 있는 학생들이 찾아옵니다. 그 뿐만이 아닙니다. 학원의 인지도가 덩달아 올라가고 인기 강사가 강의를 맡는 특정 과목뿐만 아니라 다른 과목에도 학생들이 몰립니다. 손 안 대고 영업을 하는 것이죠.

후배는 이게 학원의 영업 방식이라고 했습니다. 학원의 구조라고도 했습니다. 간단히 말해 이런 구조와 영업방식을 깨지 않는 한(하지만 이건 불가능합니다) 학원비 단속은 근본적인 한계를 가질 수밖에 없다고 했습니다.

다시 물었습니다.

“교육청이 벌점을 매기고 국세청이 세금을 추징하면 좀 얼어붙지 않겠냐?”

후배는 또 한 번 ‘피식’ 웃더군요. 교육청 벌점 때문에 문 닫은 학원을 별로 본 적이 없다고 했습니다(수강료 과다 책정한 사실이 적발된 학원에 교육청이 벌점을 부과합니다). 설령 벌점이 누적돼 영업 정지를 당한다 해도 아무 상관이 없다고 했습니다. 학원 명의만 바꾸면 아무 문제없이 영업할 수 있다고 했습니다. 단지 “잠깐 힘들고 귀찮을 뿐”이라고 했습니다.

이 말을 듣는 순간 떠오르더군요. 김포외고 시험문제 유출사건이 있었죠? 이 때 세간을 떠들썩하게 했던 서울 목동의 학원이 있었습니다. 이 학원이 교육청으로부터 영업 정지 조치를 당했습니다. 하지만 며칠 뒤 다시 뉴스가 나왔습니다. 이 학원이 간판을 바꿔달고 버젓이 영업을 계속하고 있다는 내용이었습니다. 후배의 말이 결코 ‘뻥’이 아님을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모든 기업이 무서워 벌벌 떤다는 국세청 세무조사는 어떨까요? 후배는 이 역시 효과가 크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국세청이 세무조사를 벌일 수 있는 대상이 물리적으로 제한돼 있는 점 외에 다른 요인이 있다고 하더군요.

국세청이 세무조사 대상으로 삼을만한 곳은 규모가 큰 학원, 인기 강사가 몰린 학원, 매출이 큰 학원이 될 텐데 이런 학원들은 최근 몇 년 사이에 체인화 되고 법인화됐다고 했습니다. 더불어 회계 처리가 과거에 비해 상대적으로 깨끗해졌다고 했습니다. 동네의 조그만 학원은 몰라도 이런 학원은 수강료의 90% 정도를 카드로 받고 있다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한 가지 사실을 확인하더군요. 외국 자본이 한국의 사교육 시장에 투자하는 현실을 알고 있냐고, 외국 자본을 유치하기 위한 선결과제가 법인화와 회계투명화란 사실을 알고 있냐고 묻더군요.

법인화는 몰라도 회계 투명화가 정말 높은 수준으로 이뤄졌는지는 여전히 의문으로 남았지만 그래도 내칠 수가 없더군요. 국세청 세무조사가 미칠 영향이 제한적일 것이라는 진단을 쉬 부정할 수는 없겠더군요.

후배가 말을 이어갔습니다. 정부가 사교육을 유발하는 정책을 쏟아놓고 왜 학원비 타령을 하는지 모르겠다고 비판했습니다. 그건 “방어용”이라고, 정부의 사교육 남발 정책에 대한 비난 화살을 돌리기 위해 학원을 끌어들이는 것에 불과하다고 지적했습니다.

말이 나온 김에 물었습니다.

“뉴스를 보면 요즘 국제중 때문에 사교육 시장이 난리라던데 실제로 그렇냐?”

대답은 “물론!”이었습니다. “앞으로 5년 동안은 황금기일 것”이라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상식을 뒤엎는 사실을 알려주더군요. 중·고등학생보다 초등학생 사교육 시장이 훨씬 크다고, 중·고등 시장은 최근들어 온라인(e러닝) 시장으로 많이 옮겨가면서 초등학생 시장이 더 커지고 있다고, 그래서 대형·유명학원들이 초등부에 대한 투자를 대폭 늘리고 있다고 전해주더군요. 국제중 설립이 이 추세에 불을 붙인 사실과 함께….

▲사진 = 서울 대치동 학원가 모습 ⓒ오마이뉴스

Posted by '토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