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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릎을 탁 쳤다. 정부의 천안함 유언비어 단속이 무한질주할까봐 경계하다가 가뭄 끝 빗소리 같은 한 마디를 듣고는 솔깃했다.

경찰청 관계자가 말했다. “정부 발표 중 미흡하거나 의혹이 풀리지 않는 부분에 대해 개인의 의견이나 논리를 개진하는 정도는 수사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동아일보 보도)”고 했다.

합리적인 방침이라고 생각했다. “악의적으로 허위사실을 유포한” 경우가 아니라면 얼마든지 의견 개진을 할 수 있다는 얘기니까 당연한 방침이라고 생각했다. 헌데 아니다. 자세히 들여다보니 그렇지가 않다. 일부 예외적인 경우를 제외한 후 정부가 고소하고 보수언론이 비판하는 내용을 들여다보니 그렇지가 않다.

정부가 두 사람을 고소했다. 신상철 민군 합동조사단 민간위원에 대해서는 해군이, 박선원 전 청와대 비서관에 대해서는 김태영 국방장관과 이상의 함참의장이 고소했다. 신상철 위원은 좌초설을 주장하고 박선원 전 비서관은 “한국 정부가 공개하지 않은 자료를 미국이 갖고 있다”고 주장해 명예를 훼손했다며 이같이 조치했다.


헌데 문제가 있다. 신상철 위원이 제기한 좌초설은 하나의 견해다. 민군 합동조사단이 최종 조사결과를 발표하기 전부터 꾸준히 피력한 자신의 견해다. 경찰청 관계자의 말을 약간 틀어 말하면 “정부 조사내용 중 미흡하거나 의혹이 풀리지 않는 부분에 대해 개인의 의견”을 개진한 것이다.

박선원 전 비서관의 경우도 그렇다. 그가 말한 정보는 천안함 침몰원인에 대한 직접 정보가 아니라 천안함의 항적ㆍ교신기록과 같은 통상적인 정보다. 한국과 미국의 군사동맹 체제에 입각해 볼 때 그런 정보들을 주한미군이 갖고 있을 것이라는 점을 정황적으로 언급했을 뿐이다. 더구나 그는 북한에 의한 피격 가능성을 완전 배제하지도 않았다.

발언 성격과 맥락이 이런데도 정부는 두 사람을 고소했다. 경찰은 “개인의 의견이나 논리 개진”은 허용한다고 하는데 군은 그것마저도 용인하지 않았다.

이 뿐만이 아니다. 보수언론이 ‘괴담’으로 분류하는 것 가운데 상당수도 “정부 발표 중 미흡하거나 의혹이 풀리지 않는 부분에 대한 개인의 의견이나 논리”다. 북한에선 ‘번’이라는 표현을 안 쓴다는 주장이나 연어급 잠수함은 중어뢰를 쏘지 못한다는 주장이 그렇다. 이런 주장은 민군 합동조사단의 조사결과 직후부터 ‘인터넷 괴담’이 아니라 ‘언론 보도’를 시발로 시중에 유통됐던 “의견”이자 “논리”였다.

지금에 와서 신빙성이 흔들리는 주장이 일부 있다손 치더라도 당시 시점에서 ‘합리적 의심’ 제기와 ‘개인의 견해’ 표명 차원으로 받아들이는 게 맞다. 또한 이런 문제제기가 사실에서 벗어났다 하더라도 검증과 공론 과정에서 바로 잡는 게 타당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꼭 단속해야 한다면 먼저 군부터 징벌해야 한다. 사고 직후 물기둥이 솟지 않았다거나 잠수함 침투 가능성은 없다고 밝혔다가 최종 조사결과 단계에서 말을 뒤집은 게 바로 군이니까, 이로 인해 숱한 논란과 억측을 유발한 게 바로 군이니까 응당 그렇게 해야 한다.

말 하면서도 힘이 빠진다. 무엇이 ‘악의적인 허위사실 유포’이고 무엇이 ‘합리적인 의견 개진’인지 재는 일 자체가 부질없다.

경찰청이 잡았다. 수사대상이 되는 허위사실과 유언비어 항목에 ‘6.2지방선거 이용’을 포함시켰다(동아일보 보도). 민군 합동조사단의 조사결과 발표가 선거에 미칠 영향, 그리고 여당의 선거전략에 대한 검증 논의조차 허위사실 또는 유언비어 유포에 해당한다고 보고 있으니 더 이상 무슨 말을 하겠는가.

남은 건 줄줄이 불려가는 일이다. 예를 들어 ‘북풍의 선거 이용’ 의혹을 제기한 숱한 야당 인사들, 그리고 '북풍 선거 이용 금지'와 '미국 정부의 정보 공개'를 요구한 4대 종단 관계자 등이 검찰 또는 경찰에 잇따라 소환되는 일이다. 경찰청이 잡은 단속 기준에 따르면 이들도 허위사실 또는 유언비어를 유포하고 있으니까 예외가 될 수 없는 것 아니겠는가.

▲사진=민군 합동조사단의 천안함 조사결과 발표 장면 ⓒ프레시안

Posted by '토씨'


‘북풍’은 신경 쓰지 않는다. 그것이 선거판에 미치는 영향은 이미 검토됐다. 신경 쓰고 우려하는 건 따로 있다. ‘냉풍’이다.

조짐이 그렇다. 민군 합동조사단의 조사결과를 ‘진실’로 전제한 다음에 어떤 이견도 허용하지 않으려는 움직임이 곳곳에서 나오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이 그랬고 정몽준 한나라당 대표가 그랬다. “국민적인 단합”을 주문하고 촉구했다. 여기까지는 이해할 수 있다. 원론적인 발언쯤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

헌데 그게 아니다. 대통령과 여당 대표의 말에 이어 행정안전부가 조치를 들고 나왔다. “조사 결과와 관련한 근거 없는 비방이나 어떠한 불법 행위도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며 “국법 질서나 사회 통합을 저해하는 허위사실이나 유언비어에 대해서는 철저히 단속해 나갈 것”이라고 했다. 사이버 공간에서 비난ㆍ비방이나 불법행위가 만연하지 않도록 세밀하게 점검한다는 계획도 세웠다.


정부와 여당은 이렇게 방침을 세웠다. 국민 단합을 유도하는 게 아니라 강제하려고 한다. 합조단의 조사결과 발표에도 불구하고 제기되는 의문에 대해 설명하고 설득하려 하기보다는 ‘괴담’으로 치부해 단속하려고 한다. "근거없는 비방"으로 보는 근거가 제시하지 않기에 이렇게 보지 않을 수 없다.

강화될 것이다. 정부와 여당의 이런 방침은 보수 언론의 지원사격 덕에 더욱 강화될 것이다. ‘중앙일보’가 “진상이 분명해진 이제 더 이상 무책임한 괴담으로 사태를 호도하지 말아야 한다”며 “더 이상의 논란은 이적행위”라고 못 박은 걸 보면 그렇다. '중앙일보'가 "이적행위'라고 했으니 정부가 그냥 놔두면 체제사범을 방치하는 게 되지 않는가.

더욱 강화될 것이다. '혹세무민하는 괴담'으로 켜진 촛불 때문에 크게 데였으니까, 얼마 전 '촛불'을 향해 "반성하라"고 일갈하며 각오를 다졌으니까 정부는 "근거없는 비방이나 어떠한 불법행위도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는 경고를 행동으로 옮길 것이다.

더 있다. 애국주의 캠페인을 강화할 이유와 계기는 이것 말고도 더 있다. ‘6.25’다. 올해로 60주년을 맞는 ‘6.25’에 천안함을 오버랩시키면 애국주의 캠페인에 날개를 단다. ‘중앙일보’의 주장처럼 “한반도에서 전쟁은 끝나지 않았”으니까, 그런데도 “화해정책의 분위기에 취해 세계에서 가장 위험한 호전집단과 대치하고 있다는 사실을 망각해 왔”으니까 ‘천안함 교훈’은 백 번, 아니 천 번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다고 생각해 밀어붙일 것이다.

자명하다. 대상은 ‘야’와 ‘좌’다. 정부와 여당이 안보 문제에 여야가 없고 좌우가 없다는 전제를 강조하면 할수록 ‘야’와 ‘좌’의 움직임이 더욱 부각된다. 천안함 조사 결과에 의문을 제기하는 쪽이 ‘야’니까, 의문점이 제기되고 유통되는 사이버 공간이 ‘좌’의 놀이터가 됐다고 보니까.

예측이 아니다. 이건 실제상황이다. 정몽준 한나라당 대표가 오늘 MBC라디오 ‘손석희의 시선집중’에 나와 말했다. 구멍 뚫린 안보태세에 대해 내각이 책임져야 한다는 정세균 민주당 대표의 주장에 대해 “민주당과 좌파세력은 그런 말을 할 자격이 없다”고 했다. “북한을 두둔하고 비호하고 변호하는 듯한 발언을 많이” 한 전력이 있으니까 그렇다고 했다.

신냉전이 시작되고 있는 것이다. 서해 NLL에서 뿐만이 아니라 우리 사회 내부에서도 다시 냉전이 시작되고 있는 것이다. 국민 단합 명목아래 특정 세력을 내치는 냉전시대의 행태가 재연되고 있는 것이다.

▲사진=민군 합동조사단의 천안함 침몰사고 조사결과 발표 장면 ⓒ프레시안

Posted by '토씨'


언론은 잰다. ‘북풍’과 ‘노풍’ 가운데 어느 게 더 셀지 열심히 저울질 한다.

하지만 의미 없다. 언론의 이런 저울질은 ‘허풍’이다.

차이가 크다. ‘노풍’은 짧고 ‘북풍’은 길다. ‘노풍’은 23일에 끝나지만 ‘북풍’은 20일에 시작된다. ‘노풍’은 적고 ‘북풍’은 많다. ‘노풍’을 전파할 매체는 미약하나 ‘북풍’을 지필 매체는 창대하다.  

하나 더 있다. 무엇보다 크고 중요한 차이다. 점성이다. 바람과 선거를 이어주는 점성 차이가 크다. ‘노풍’이 ‘문방구용 풀’이라면 ‘북풍’은 ‘공업용 본드’일 정도로 차이가 크다.

‘노풍’을 선거에 접목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죽음을 정치적으로 이용한다’는 비판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에 이벤트는 간접적이다. ‘추모’ 이벤트를 통해 ‘심판’ 의지가 발양되기를 멀리서 기대할 뿐이다. 그래서 민주당과 국민참여당은 직접 나서지 않는다. 노무현재단이 나서서 치르는 서거 1주기 행사에 참여하는 방식으로 우회한다..

‘북풍’을 선거에 접목할 계기는 다양하다. 전 정부의 ‘햇볕정책’ 탓을 할 수도 있고, ‘주적 개념’ 삭제를 꼬투리 잡을 수도 있으며, 천안함 침몰 이후의 야권 태도를 문제 삼을 수도 있다. 그래서 직접 나선다. 정몽준 한나라당 대표가 직접 나서 유시민 경기지사 후보의 ‘천안함 소설’ 발언을 ‘친북’으로 규정하며 후보 사퇴를 요구한다. 

하지만 모른다. 오히려 ‘복’이 ‘화’를 부를지도 모른다.


정부여당이 천안함으로 다른 선거쟁점을 덮는 데서 한 발 더 나아가 천안함을 선거쟁점으로 만들면 반발을 부를 수 있다. 정부가 제시하는 침몰 원인 증거에 누가 봐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을 정도의 과학성과 객관성을 담아내지 못하면 그렇다. 전 정부의 햇볕정책만 공격하면서 현 정부의 안보 구멍을 반성하지 않으면 그렇다. 그렇게 침몰 원인에 대한 논란이 일면 정부여당은 ‘몰아가기’ 비판에 직면하게 되고, 그렇게 ‘네 탓’ 공방을 벌이면 정부여당은 ‘선거 악용’ 비판에 봉착하게 된다. 역풍이 부는 것이다.

이런 연유로 수정해야 한다. ‘북풍’과 ‘노풍’을 저울질 할 게 아니라 ‘북풍’이 어디까지 내달릴지를 저울질해야 한다. 정부여당이 경제속도를 준수하면서 안전운행을 할지 아니면 과속하다가 딱지를 떼일지를 살펴야 한다. 이 점이 지방선거의 관전 포인트이자 최대 변수다.

▲사진=인양되는 천안함 ⓒ프레시안

Posted by '토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