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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28재보선은 한쪽만 겨냥하지 않는다. MB만 심판하는 게 아니라 야권도 심판대 위에 올린다. 경우에 따라서는 MB보다 더 심한 내상을 야권에 입힐 수도 있다.

경남 양산 송인배 전 청와대 사회조정비서관이 출마하기로 했다. 노무현의 이름으로 출마하기로 했다. 안희정 민주당 최고위원이 그렇게 규정했다. “(송인배 전 비서관은) 노무현 전 대통령을 대신해서 나가는 것”이라고 했다. 친노 세력도, 민주당도 합심해서 지원하기로 했다. 송인배 전 비서관이 민주당 입당 원서를 제출한 어제 이해찬 한명숙 문재인 김두관 등 친노 세력의 ‘머리급’ 들이 총출동했다.

송인배 전 비서관이 양산에서 승리하면 날개를 달 것이다. 특히 박희태 전 한나라당 대표를 누르고 당선하면 거침없이 질주할 것이다. 송인배의 승리는 곧 노무현의 승리가 될 테니까 친노 세력의 정치세력화는 날개를 달 것이고 영남 공략은 더욱 예각화 될 것이다.

정반대다. 송인배 전 비서관이 양산에서 패배하면, 박희태 전 대표에게 속절없이 무너지면 동력이 사그러든다. 노무현의 가치를 내세워 영남을 공략하고, 영남을 기반으로 정치세력화를 모색하려던 움직임은 위축된다. 더불어 민주당과의 통합 줄다리기에서 주도권을 배앗기고 가치를 전제로 한 통합 주장 역시 힘을 잃을 것이다.

경기 안산상록을에서 이른바 ‘진보 후보’가 나왔다. 민노당이 지지하고 진보신당이 지지하는 후보다. 근데 그 사람이 다름 아닌 전 열린우리당 의원 임종인이다. 진보진영에서 잔뼈가 굵은 독자 후보를 내세운 게 아니라 민주당의 (부분) 전신인 열린우리당에서 후보를 임차한 셈이다(임종인 전 의원이 17대 국회 말미에 진보적 색채를 강화하면서 열린우리당을 탈당했다고는 하나 그는 민노당과 진보신당 어느 당도 선택하지 않았다).

입증한다. 이 같은 현상은 반MB민주연대 갖고는 안 된다는 진보진영의 주장, 거기에 알파가 플러스 돼야 한다는 진보진영의 주장의 실행력을 입증한다. 별로 없다는 것을, 주장은 거창하나 실행력은 미약하다는 사실을 입증한다.

이래도 꼬이고 저래도 꼬인다. ‘진보 후보’ 임종인이 ‘민주 후보’를 자처할 민주당 후보와 단일화를 성사시키지 않으면, 그래서 결과적으로 한나라당에 어부지리를 선사하는 결과를 빚으면 진보진영의 ‘알파’에 대한 효용 논쟁을 부른다. 거꾸로 ‘진보 후보’ 임종인이 ‘민주 후보’에 자리를 내주면 진보 진영의 역부족 현실을 다시 한번 입증한다.

경기 수원장안에서 손학규 전 민주당 대표가 출사표를 던질 가능성이 제기된다. 본인은 아무 말을 안 하지만 민주당이 먼저 바람을 잡는다. 그를 후보로 내세우면 승산이 있다고 자신한다. 경기지사를 지낸 경력 때문에 지역 인지도가 높으니 충분히 해볼 만하다고 주장한다.

화근이 될 수 있다. 경기지사까지 지낸 손학규 전 대표가 낙선을 하는 불상사가 발생하면 민주당은 치명타를 입는다. 경쟁력을 갖춘 거물 후보를 내세우고, 수도권의 반MB정서까지 타고 선거를 치렀는데도 패배하면 민주당의 위상은 곤두박질친다. 민주당의 위신과 위상이 곤두박질 칠 뿐만 아니라 민주당 중심의 통합 논의 또한 곤두박질친다. ‘허세’ 민주당에게 자신의 가치까지 내주며 통합 또는 연대를 꾀하는, 어리석은 정치세력은 별로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다친다. 격전지 세 곳 모두에서 한나라당에 패배를 안기지 않는 한 야권의 어느 한 쪽은 다친다. 아울러 역학구도가 바뀐다. 통합과 연대를 둘러싼 줄다리기의 형세가 바뀌고 주체와 객체가 확실히 갈린다.

어떨까? 이런 결과가 대연합 추진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까? 아니면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까?

판정은 유보하자. 어차피 재보선 결과가 나와야 경우의 수를 조합할 수 있다. 10.28재보선이 야권에 숨통을 틔워주는 호재가 아닐 수도 있다는 사실, 10.28재보선에 역설적 현상을 부를 계기가 내포돼 있다는 점만 추리면서 쉼표를 찍자.

  ▲사진=정세균 민주당 대표가 10일 친노 인사들과 만나고 있다. ⓒ민주당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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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구동성이다. 대구의 이한구 의원도, 부산·경남의 김무성·안홍준·권경석 의원도 4대강 사업을 비판한다. 국민 피부에 직접 와 닿는 사업이 아니라고 지적하고, 그것 때문에 지방 사회간접자본 건설 예산과 사회복지 예산이 깎이는 걸 우려한다.

이들만이 아니다. 박희태 대표도 나섰다. “좌우간 4대강 사업이 다른 예산을 다 쓸어가서 지방 사회간접자본 건설 예산이 다 깎였다고 민심들이 흉흉하다”며 “내년 선거도 있으니 이런 이야기들이 더 심한 것 같다”고 했다.

더 말 할 필요가 없다. 4대강 사업 예산의 절반이 투입되는 낙동강 수계 출신 의원들이 비판하고, 여당 대표가 우려하고 있으니 더 이상의 사례는 사족에 불과하다. 

그런데 희한하다. 김성조 정책위의장 딱 한 사람만 아니라고 한다. 4대강 사업이 정권재창출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자신한다. 그러니까 4대강 사업에 대한 공개 비판을 삼가고 정부 정책을 지원하자고 한다.

근거가 있는 주장일까? 한나라당 대표와 의원들조차 헤아리지 못하는 고차원의 선거방정식을 간파한 걸까?

없다. 아무리 봐도 그렇게 해석할 여지가 없다. ‘내일신문’이 7월 10-11일 국민여론조사를 실시한 결과 응답자의 74.1%가 ‘4대강 사업 예산의 50%를 중소기업 비정규직의 정규직화에 쓰자’는 해법에 찬성하는 것으로 나왔다.

민심이 이렇다. 국민의 절대 다수가 4대강 사업의 필요성과 긴급성에 대해 동의하지 않고 있다. 4대강 사업의 최대 수혜지라는 영남지역조차 찬반 의견이 팽팽한 것으로 나오고 있다. 전국은 물론 영남지역에서도 4대강 사업 때문에 한나라당을 더 곱게 봐줄 것이라고 볼 근거는 어디서도 찾을 수 없다.

민심은 4대강 사업이 사회복지 예산을 갉아먹는 걸 비판하는 야당 주장에 동조하면서 정부가 헛돈 쓴다고 꼬나보고 있다. 게다가 충청권과 강원권은 행정중심복합도시와 첨단의료산업복합단지로 부글부글 끓고 있는 반면에 4대강 사업에서 제외 또는 소외돼 있다.

그런데도 김성조 정책위의장은 ‘소신’을 굽히지 않는다. 왜일까?

이런 걸까? 지방선거에는 어려워도 대선에는 도움이 될 것이라고 판단하는 걸까? 지금은 4대강 사업이 본격화하지 않아 피부에 와 닿지 않는 것일 뿐, 포크레인이 오가고, 보상비가 풀리고, 4대강에 유람선이 떠다니면 민심이 달라질 것이라고 믿는 걸까? 청계천과 경부고속도로 공사 때처럼 처음에는 반대하지만 결국은 박수를 칠 것이라고 확신하는 걸까? 그래서 무슨 수를 써서라도 이명박 대통령 집권기간 내에 사업을 끝내려는 걸까? 청계천으로 2007년 대선 길을 열었듯이 4대강으로 2012년 대선 길을 열려고 작정한 걸까?

그럴지도 모른다. 오늘 다르고 내일 다른 게 민심이다. 대선 때가 되면 비판은 어제가 되고 유람은 오늘이 된다. 문제의식은 가물가물해지고 흥겨움은 커진다.

하지만 단서가 있다. 백번 양보해서 4대강 사업이 성공할 것이라고 믿는다 해도, 4대강 사업이 ‘청계천 효과’를 가져올 것이라는 전망을 내세우려면 숙제 하나를 반드시 풀어야 한다. 청계천과는 전혀 다른 주변 여건이다.

청계천 모델이 힘을 발휘할 수 있었던 것은 검증 여지가 없었기 때문이다. 이명박 대통령은 야당 소속 서울시장으로서 노무현 정부의 국정 공과에 얽힐 일이 없었고, 다른 국정과 설킬 일도 없었다. 그래서 청계천을 100% 자기 브랜드로 만들 수 있었다. 이명박 대통령의 ‘불도저 추진력’을 입증하는 홍보수단으로, 경제살리기 추진력을 입증하는 선전수단으로 청계천을 활용할 수 있었다.

통하지 않는다. 2012년이 되면 이런 브랜드 선전 전략은 통하지 않는다. 한나라당 후보가 누가 되든 이명박 정부의 공과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4대강 사업이 성공해 뱃놀이를 유발해도 그건 이명박 정부의 공과 가운데 하나, 즉 ‘원 오브 뎀’에 지나지 않게 된다.

관건은 4대강 사업이 아니다. 관건은 4대강 사업이 놓일 좌표이고, 4대강 사업을 에워쌀 다른 국정과제들의 추진결과다. 4대강 사업이 ‘이명박 표’ 딱지를 뗄 수 없는 한 4대강 사업이 청계천과 같은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전망은 내세울 수 없다.

차라리 돌아보는 게 낫다. 4대강 사업을 에워쌀 다른 국정과제들이 4대강 사업 때문에 흔들리는 현상을 살피는 게 낫다. 그게 4대강에 오물을 투기하는 결과를 빚을 공산이 크기 때문이다. 야당 뿐 아니라 여당 내에서도 그렇게 우려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것이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는 방법이기도 하다. 국민 절대 다수가 반대하는데도 밀어붙이는 '불도저 추진력'에 질린 민심이 대선에서 다른 브랜드를 희구하는 상황 말이다. 

▲한나라당의 ‘아름다운 국토가꾸기 특위’ 소속 의원들이 6월 30일 4대강 사업 영산강지구 사업 현장을 방문했다. ⓒ한나라당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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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어이가 없습니다. 부자 감세를 밀어붙인 정부가 이제는 서민 증세를 하려고 합니다.

기획재정부가 검토하고 있답니다. 감세정책으로 부족해진 세수를 메우기 위해 비과세·감면제도를 손질하려고 한답니다. 이를 위해 농어민에게 지급되는 면세유와 수송용 차량에 지급되는 유가보조금을 폐지하거나 축소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답니다. 부가가치세를 면제해주는 농업용 기자재 영세율도 검토대상에 올려놨다고 합니다.

뻔합니다. 정부가 실행에 들어가면 서민의 지출이 늘어납니다. 소비재 지출이 늘어나는 게 아니라 생산재 지출이 늘어납니다. 먹고 살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지출해야 하는 경비가 늘어나고 그만큼 수익이 줄어듭니다. 서민 등골이 더 휘어집니다.

2.
백 번 아니라 만 번을 이해하려 해도 이해할 수가 없습니다.

면세유와 유가보조금을 포함해 비과세·감면제도 대상 76개를 모두 합해도 한 해 감면 규모가 지난해 기준으로 3조 3백여억원에 불과합니다. 반면에 정부의 세법 개정으로 발생하는 감세규모는 향후 5년간 96조원에 이릅니다. 국회 예산정책처 분석에 따르면 그렇습니다.

정부는 예산정책처의 계산방식이 잘못됐다며 감세 규모가 35조원이라고 주장했지만 이 주장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여도 사정은 매한가지입니다. 한해 감세 규모가 서민 증세의 두 배에 달합니다.

그래서 이해할 수 없습니다. 정부는 독에 커다란 구멍을 내놓고는 바가지로 물을 퍼담으려고 합니다.

3.
기획재정부 관계자가 말했습니다. 왜 부자는 감세해주면서 서민만 증세하느냐는 비판을 예상했는지 이렇게 말했습니다. “감세냐 증세냐 논쟁과 관계없이 제도 도입의 목적이 달성됐는지가 중요한 판단기준”이라고 했습니다.

말은 틀리지 않습니다. 비과세·감면제도는 영구불변한 제도가 아닙니다. 일몰기한을 정해놓고 예정된 기한이 되면 자동으로 없어지도록 한 제도입니다. 그 기간 동안 지원 효과가 충분히 나타나 제도 도입의 목적이 달성되면 없어지도록 한 제도입니다. 그러니까 기획재정부 관계자의 말은 형식상으로 틀리지 않습니다.

하지만 아닙니다. 논리는 그럴지 몰라도 실상은 그렇지 않습니다. 목적 달성은 아직도 요원합니다.

4.
지난 겨울에 한 농민을 취재한 적이 있습니다. 전라남도에서 방울토마토 비닐하우스를 운영하는 농민이었습니다. 이 농민이 전한 실상은 참으로 암담했습니다.

면세유 얻기가 너무 힘들다고 했습니다. 보유한 농기계의 종류에 따라 면세유의 양이 책정되는데 그 양이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고 했습니다. 면세유 대금을 제 때 내지 않으면 면세유 지급이 칼 같이 중단된다고도 했습니다. 물정 모르는 서울 사람들은 면세유가 엉뚱한 데로 새나가는 현상을 비판하지만 그건 농기계를 많이 보유한 일부 ‘대농’의 짓이라고 했습니다. 그런데도 피해는 애먼 소농이 입는다고 했습니다.

농기계에 대한 불만도 컸습니다. 면세에 보조금까지 준다며 농기계를 사라고 권장만 할 뿐 그 다음엔 나몰라라 한다고 했습니다. 농기계를 생산하는 업체가 대부분 영세해 어느 순간 없어지는 게 다반사여서 부품을 구하기가 너무 어렵다고 했습니다. 가뜩이나 일손이 없는데 농기계 부품을 구하려고 군청과 인근 농가를 돌면서 시간을 허비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영세율로 부가가치세 10%가 면제되지만 A/S에 들어가는 유무형의 비용은 그 것을 능가한다고 했습니다(영세율은 농어업용 기계 뿐 아니라 비료 농약 등에도 적용됩니다).

이 농민의 말을 좇다보면 어렵지 않게 도달할 수 있습니다. 비과세·감면제도 손질의 끝이 어디인지 쉽게 예상할 수 있습니다.

농어업용 기자재 영세율을 폐지하면 가격이 올라갑니다. 가격이 올라가면 농어업용 기자재를 살 수 없습니다. 농어업용 기자재를 사지 못하면 면세유 지급이 그만큼 줄어듭니다. 행여 면세유가 축소 또는 폐지되면 더더욱 어려워집니다. 농어업용 기자재를 세금 물고 사고 싶어도 살 수가 없습니다. 기름값이 무섭기 때문입니다.

5.
모르겠습니다. 다른 건 몰라도 정부가 기름값만이라도 확실하게 잡아주면, 그래서 면세유와 유가보조금 축소 또는 폐지를 상쇄할 만큼의 가격 인하를 유도하면 또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현실은 전혀 딴판입니다.

산업연구원이 분석한 결과가 나왔습니다. 국내 석유제품에 거품이 끼어있다는 내용이었습니다. 국제유가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던 지난해 7월의 국내 휘발유 가격은 수입제품보다 365원이 비쌌고, 경유 가격은 457원 비쌌다고 합니다(수입 석유제품은 현물가격으로 국내에 수입한 뒤 국내 제품과 동일한 세금을 물리고 유통마진도 똑같이 붙이는 경우를 상정한 것입니다). 올해도 마찬가지입니다. 올 3월 기준으로 휘발유는 42원, 경유는 59원 더 비쌌습니다.

더 심해질지 모릅니다. 석유제품에 낀 거품이 더 딱딱하게 굳어질지 모릅니다.

국제유가가 가파르게 오르고 있습니다. 세계금융위기로 하락했던 국제유가가 최근 들어 다시 오르고 있습니다. 배럴당 70달러를 돌파했다는 소식이 들려오고 있습니다. 거품을 가리는 논리, 즉 “국제유가 때문에”라는 논리의 입지가 넓어지고 있습니다.

6.
답답합니다. 실상을 살피지 않는 정부가 답답하고 발밑을 보지 않는 여당이 답답합니다.

이명박 대통령이 지난 15일 라디오 연설에서 말했습니다. “서민을 보호하고 중산층을 키우는 것이야말로 진정으로 국민통합을 이루는 길”이라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면서 들었습니다. 정부의 ‘공적’을 일일이 열거했습니다. 일자리 나누기와 희망근로사업으로 25만여명의 일자리를 마련했고, 보증확대와 대출만기 연장으로 중소기업의 자금난을 크게 해소시켰고, 영세업자와 무점포 소상공인에 대한 지원을 크게 늘리고 있다고 했습니다.

박희태 한나라당 대표가 16일 말했습니다. “사람들이 한나라당을 `부자당'이라고 한다고 하는데 정확히 풀네임을 말하면 `부자를 만드는 당”이라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면서 밝혔습니다. “서민의 눈물이 그치는 날이 바로 우리 경제가 살아나는 날이고, 대한민국이 도약하는 날이 될 것”이라며 “농기계 도입 초기 너도 나도 빚을 내 농기계를 사다보니 농촌사회가 피폐해졌으나 이제는 내 농기계가 아닌 농기계를 임대해 사용하는 시대”라고 말했습니다.

Posted by '토씨'

원희룡 의원은 비장했다. 한나라당이 4.29재보선에서 참패한 후 꾸린 쇄신특위 위원장을 맡은 후 그는 비장한 어조로 말했다. ‘조선일보’와의 인터뷰에서 “그동안 책임있는 대안 제시와 언행일치, 자기희생에서 부족한 게 많았던 점을 인정한다”며 “이번엔 모든 것을 걸고 책임지는 모습을 보일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진단했다. “주류측이 자기 쇄신을 제대로 하지 않은 상태에서 (조기 전당대회에)박근혜 전 대표의 참여 등 협력을 요구하는 것을 음모로 보는 친박 진영의 시각에도 일리가 있다”며 “진정한 국정 쇄신이 먼저 돼야 하고 전당대회는 그 뒤 생각할 수 있는 선택의 문제”라고 했다.

오래 가나 싶었다. 언행일치, 자기희생의 각오가 이번에는 견지되나 싶었다. 하지만 아니었다. 한 달 뒤인 6월 5일 원희룡 의원은 말을 바꾸었다. “쇄신특위의 첫 번째 목표는 청와대의 변화이고, 당도 스스로 의지를 보이는 차원에서 책임을 져야 한다”고 의례적으로 한 마디 걸친 다음에 이렇게 말했다. “당 지도부가 먼저 용단을 내리고 책임을 짐으로써 쇄신의 앞길을 열어줄 수 있는 밑거름이 돼야 한다”고 했다. 한 달 사이에 선과 후를 180도 뒤집은 것이다.

그리곤 물러섰다. 모든 것을 걸겠다더니 박희태 대표의 ‘대화합’ 한 마디를 꺼내자마자 원위치 했다. 당의 대화합을 위해 박근혜(계)를 당 대표로 추대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는 박희태 대표의 말을 환영하면서 기다리겠다고 했다. 한 달 전 자신이 스스로 ‘음모’ 소지가 있다고 했던 방안을 자발적으로 추인한 것이다.

쇄신파의 리더라는 사람이 보인 행적이 이렇다. 언행을 일치시키겠다고 다짐한 사람이 보인 족적이 이렇다. ‘과거는 묻지 마세요’ 식의 자세로 일관한다.


어쩌면 이상하게 볼 일이 아닌지 모른다. 지금은 국회의장이 된 김형오 의원의 4년 전 ‘자기비판’에 따르면 원희룡 의원의 행적은 ‘정상’인지 모른다. 원희룡 의원 본인이 가장 ‘한나라당스러운’ 인물인지 모른다.

한나라당이 야당이던 2005년, 김형오 당시 의원이 분석했다. 한나라당 의원들의 ‘출신성분’을 토대로 당의 체질을 규정했다. 뼈대가 이랬다. 한나라당 의원 상당수는 고연령층에 서울대와 법조계· 학계· 관계 출신으로 ‘책상형’ 의원이 중심세력을 형성하고 있으며, 이런 한나라당을 두고 일각에서는 ‘야성의 상실, 헝그리 정신 부족, 성장엔진 부재, 웰빙정당이라고 비판한다“고 했다.

크게 다를 것 같지 않다. 김형오 의원이 진단 대상으로 삼은 ‘한나라당’을 ‘원희룡 의원’으로 대체해도 결론이 크게 달라질 것 같지 않다. 지금까지 보인 모습, 그리고 ‘쇄신’을 입에 올린 최근 한 달여의 모습을 보면 그렇다.

▲사진=원희룡 의원이 지난 2일 쇄신특위 6차회의 결과를 브리핑한 후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원희룡 의원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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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소 명징해졌다. 한나라당의 ‘쇄신’ 성격이 뭔지가 분명해졌다. 신파극이다. 처음부터 끝까지 치정으로 얽힌 3류 신파극이다. 구애를 펴는 남자와 눈길을 주지 않는 여자가 벌이는 지루하고도 짜증나는 신파극이다.

이른바 쇄신파가 활동을 중단했다. “대화합을 위해 직을 걸겠다. 그렇게 긴 세월이 필요하지 않을 것”이라는 박희태 대표의 말 한마디에 좋다고 했다. 박근혜 전 대표 또는 박근혜계 인물을 새 대표로 올리는 데 진력을 다 하겠다는 박희태 대표의 말 한마디에 6월말까지 기다리겠다고 했다.

이 짧은 장면에 모든 게 담겼다. 쇄신파가 왜 당 지도부 개편에 올인 했는지, 왜 이명박계 수도권 의원들이 쇄신에 목을 맸는지 그 이유가 고스란히 담겨있다.

살기 위해서다. 출렁이는 수도권 표심에 휩쓸리면 익사할지 모르기 때문이다. 어떻게든 구명보트에 올라타야 하기 때문이다. ‘선거의 여인’으로 통하는 박근혜 전 대표에게 기대야 하기 때문이다.

청와대와 내각의 인적 쇄신을 한다고 해서 국정쇄신에 모터가 달린다고 자신할 수 없기 때문이다. 국정쇄신을 한다고 해서 티가 난다고, 등 돌린 민심이 돌아앉는다는 보장이 없기 때문이다.

이게 쇄신을 시작한 이유이고, 이게 쇄신을 통해 얻으려는 결과다. 장사가 안 돼 쇄신을 시작했고 그래서 찾은 방법이 간판 바꿔달기다.

헌데 어쩌랴. 상대방인 박근혜 전 대표는 생각이 없다. 밉다곱다 아예 말 한마디 없다. 흐르는 건 냉기이고 거두는 건 눈길이다. 아예 관심이 없다.

그럴 만도 하다. 이명박계는 당권을 선물로 주겠다고 하지만 거기에 진정성이 담겨있다고 믿을 수가 없다. 김무성 원내대표 카드를 내친 다음에 마음이 켕겨 최경환 정책위의장 카드를 내밀었다가 보기 좋게 퇴짜 맞은 적이 있지 않은가. 이명박계가 당 지분을 다수 점하고 있는 상태에서 당권을 쥐어봤자 그건 의결권 없는 주식에 불과하고 자신은 ‘바지사장’에 머물지 모르는 일이다.


대화합을 향한 대전환은 기대할 일이 못 된다. 6월말은 변곡점일 뿐이다. 애정이 미움이 되고 사랑이 전쟁이 되는 전환점일 뿐이다.

사정이 그렇다. 6월말이 됐는데도 박희태 대표가 박근혜(계) 추대에 실패하면 물러나야 한다. 아니 쇄신파가 강제로 끌어내려야 한다. 어제 맺은 묵계에 따르면 그렇다(물론 시간이 흐르고 관심이 식고 지금 국면이 전환되면 없던 일이 될 공산도 배제할 수 없지만).

어떻게 되겠는가. 박희태 대표가 물러나면, 그래서 어쩔 수 없이 전당대회를 다시 치러야 되면, 그런데도 박근혜 전 대표는 요지부동이면 어떻게 되겠는가.

달리 기댈 데가 없다. 이명박계의 동요를 진정시키고 전열을 정비하기 위해 구심을 세워야 한다. 이미 2선 후퇴를 선언한 이상득 의원을 대신할 사람을 올려야 한다. 그게 누구겠는가. 아무리 둘러봐도 이재오 전 의원 외에는 없다. 박근혜계가 눈에 쌍심지를 켜고 경계하는 이재오 전 의원 말이다.

쇄신 모드가 전쟁 모드로 전환될지 모른다. 가뜩이나 사이가 안 좋은 두 계파인데 여기에 구애를 거절당한 앙금까지 쌓일 터이니 사생결단식 멱살잡이는 피할 수 없을지 모른다. 철 지난 어떤 노래 가사처럼 3류 치정 신파극의 전형을 선보일지 모른다.

ps. 여기서 언급한 ‘어떤 노래’는 문주란 씨가 부른 ‘동숙의 노래’다. 가사가 이렇게 돼 있다.

너무나도 그 님을 사랑했기에
그리움이 변해서 사무친 미움
원한 맺힌 마음에 잘못 생각에
돌이킬 수 없는 죄 저질러 놓고
뉘우치면서 울어도 때는 늦으리 음∼

▲사진=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 ⓒ프레시안

Posted by '토씨'

정치는 생물이라더니 말 그대로다. 여권이 희한하게 돌아간다. 음지와 양지가 뒤바뀌고 칼자루와 칼날이 스와핑을 한다.

4.29재보선 직후만 해도 이명박계가 궁지에 몰리는 줄 알았다. 4.29재보선에 나타난 민심이 MB국정에 경고를 보내고 여권 분열에 책임을 물은 것으로 해석되면서 당연히 여권 주류인 이명박계가 칼날 위에 설 것으로 예상했다.

헌데 아니다. 이명박계가 칼자루를 쥐고 흔든다. ‘김무성 원내대표’ 카드 하나로 원샷원킬의 결정력을 발휘한다. 중립 성향 의원들의 지지를 등에 업고, 보수 언론의 선창을 장단 삼아 ‘탕평’을 읊조린다.

박근혜계는 졸지에 궁지에 몰려버렸다. ‘김무성 원내대표’ 카드를 받을 수도 없고, 안 받을 수 없는 난감한 처지에 빠져버렸다. 받으면 이명박 대통령과 공동운명체로 묶여야 하고, 안 받으면 계파의 이익을 위해 사보타지를 불사하는 기회주의 집단으로 내몰려야 한다.

판세가 역전된 건 여권 내 계파 갈등만이 아니다.


‘김무성 원내대표’ 카드가 부상함과 동시에 국정기조 변화 요구는 부차적인 문제로 격하되고 있다.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의 선택에 따라 여권의 운명이 판가름 나는 것 같은 가상상황이 관중을 끌어모으면서 국민 실생활에 영향을 미치는 국정기조는 관심 밖 사안으로 밀려나고 있다.

이보다 더 좋을 순 없다. 이명박 대통령과 그 계파 입장에서 보면 전화위복의 계기를 단단히 잡은 셈이다.

박근혜계가 ‘김무성 원내대표’ 카드를 거부하면 공세를 펼 수 있다. 이명박 대통령의 ‘포용력 부족’ 비판을 잠재우면서 박근혜계의 일탈행동을 제어할 힘과 명분을 얻는다. 박근혜계가 ‘김무성 원내대표’ 카드를 접수해도 공세를 펼 수 있다. 여권 내 분란요인을 제거하면서 국정과 의정 추진력을 배가할 수 있다.

비용은 크게 걱정할 필요가 없다. 박근혜계가 ‘김무성 원내대표’ 카드를 수용하고, 이에 따라 권력을 분점해야 하는 상황, 다시 말해 권력 누수가 나타날지 모르는 상황은 크게 염려 안 해도 된다.

쇄신특위가 결과물을 내놓으려면 시간이 걸린다. 한 달이 될 수도 있고 몇 달이 될 수도 있다. 이 기간 동안 무슨 일이 전개될지, 어떤 판이 열릴지는 아무도 모른다. 정치는 생물 아닌가. 지금의 '쇄신' 목소리 볼륨이 한 달이 지나고 두 달이 지나도록 계속 유지된다고 볼 근거는 없다. 

행여 이런 상황이 연출되지 않아도 상관없다. 최종 추인하는 주체는 최고위원회다. 이명박계가 다수를 점하고 있는 최고위원회가 쇄신안을 첨삭할 수 있다. 이 최고위원회가 건재하다. 박희태 대표 체제를 존속시키기로 한 만큼 최고위원회를 정점으로 한 당내 지분구도는 바뀌지 않는다.

본질이 이렇다. 국민은 국정쇄신을 요구했지만 이명박계는 정치게임을 벌이고 있다. 손해는 안 보고 생색만 내는 게임 말이다.

▲사진 = 이명박 대통령과 박희태 한나라당 대표가 6일 조찬회동에 앞서 악수하고 있다. ⓒ청와대 홈페이지

Posted by '토씨'

박근혜는 더 이상 '여당 속의 야당 당수'가 아니다. 그는 여야를 넘나드는 '중재자'이고 여야를 초월하는 '실력자'다.

언론이 그렇게 말한다. 어제 오전 한나라당 농성장에 나타나 한나라당이 많이 양보했으니 미디어법 처리 시기는 야당이 양보해야 한다고 한 마디 한 뒤에 여야 합의가 도출됐다며 그렇게 평한다. 말 한 마디로 꼬인 협상을 푸는 위력을 발휘했다고 상찬한다.

정말 그럴까?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의 천금 같은 한 마디가 야당마저 움직인 걸까?

그렇게 보려면 입증해야 한다. 박근혜의 한 마디가 야당의 양보를 끌어낸 정황을 제시해야 한다. 하지만 없다. 선후관계는 성립될지언정 인과관계는 확정되지 않는다.

과정을 살피면 알 수 있다. 민주당의 양보를 끌어낸 건 박근혜의 입이 아니라 김형오 의장의 최후통첩이었다. 오후 1시 40분, 그러니까 박근혜 전 대표가 한 마디 한 지 2시간 30분이 지나 허용범 국회 대변인이 “김형오 의장이 방송법 등 15개 쟁점범안의 심사기간을 오후 3시로 지정했다”며 직권상정 입장을 밝힌 게 결정적 계기였다. 직권상정을 기정사실화함으로써, 그리고 민주당 당직자와 보좌진 200여명의 국회 본청 진입을 막음으로써 민주당에게 직권상정 저지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인정케 했고, 이것이 결국 민주당의 양보를 끌어냈다. 민주당에게 ‘단계 처리’라는 반쪽짜리 전리품이라도 챙길지, 아니면 ‘도루묵’을 시식할지를 선택하도록 압박한 것이다.

박근혜 전 대표가 한 일은 없다. 김형오 의장의 중재로 잡힌 가닥에 박희태 한나라당 대표가 찍고자 했던 마침표, 즉 처리시한 명기를 되읊었을 뿐이다. 차려진 밥상에 숟가락 하나를 얹은 것뿐이다.


물론 배제할 수는 없다. 박근혜 전 대표가 이런 입장을 표명하지 않았다면, 그래서 민주당이 직권상정을 하더라도 박근혜계의 표결 불참 또는 반대표 행사를 기대하게 했다면 민주당이 양보하는 일은 없었을지 모른다는 가정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다. 이렇게 보면 박근혜 전 대표의 한 마디는 민주당에 쐐기를 박는 따끔한 한 마디로 평가할 수 있다.

하지만 아니다. 이럴 가능성은 애당초 없었다. 박근혜계의 최경환 수석정조위원장이 중재를 시도한 김형오 의장의 탄핵을 거론하는 등 한나라당이 모처럼 일치단결하는 모습을 보였다는 ‘조선일보’의 보도가 알려준다. 박근혜 전 대표는, 그리고 박근혜계는 쟁점 법안 자체에 대해 ‘반란’을 꾀할 의사가 없었다.

박근혜 전 대표가 지적했던 건 법안 그 자체가 아니라 절차와 과정이었다. 국민적 공감대 위에서 처리되지 못하는 입법이 국민에게 고통과 실망을 안겨준다고 말했을 뿐이다.

이런 박근혜 전 대표에게 직권상정은 가혹한 시련이었을 것이다. 절차와 과정을 중시한 자신이 절차와 과정의 파탄을 의미하는 직권상정에 순순히 몸을 맡길 수는 없는 노릇, 그렇다고 표결에 불참하면 이명박계와의 전면전을 각오해야 하는 상황이니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었을 것이다.

이 차원에서 이해해야 한다. 박근혜의 한 마디를 ‘면피용’으로 이해해야 한다. 직권상정과 같은 최악의 상황에 대비해 표결 참여의 명분을 획득하기 위한 ‘보험들기’로 이해해야 한다. 자신의 마지막 호소마저 야당이 거부하는 바람에 직권상정을 불렀으니 이제 나도 어쩔 도리가 없다고 웅변하기 위한 ‘퍼포먼스’로 이해해야 한다.

현명한 중재가 아니라 절박한 부탁이었다고 보는 게 맞다. 박근혜의 한 마디는 여야 합의를 이끌어낸 위력적인 말이 아니라 정치적 곤경을 피하기 위한 다급한 간청이었다고 보는 게 맞다.

그냥 맞아떨어졌을 뿐이다. 박근혜의 절박하고 다급한 외침이 김형오의 직권상정 압박 기류 덕에 용케 메아리를 불러왔을 뿐이다.

그래서 거둬야 한다. 박근혜에 대한 상찬을 거둬야 한다. 뒷걸음질 치다가 쥐를 잡았다고 소에게 사냥꾼이란 찬사를 보내는 사람은 없다.

▲사진=한나라당 의원들 농성에 합류한 박근혜 전 대표. ⓒ오마이뉴스

Posted by '토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