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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찬에 가깝다. ‘동아일보’는 ‘쇄신킥’이라고 했고, ‘조선일보’는 ‘쇄신 드라이브’라고 했다.

이들이 극찬한 건 한나라당 비대위의 ‘디도스 대책’이다. 최구식 의원에게 자진탈당을 요구하고, ‘검찰수사 국민검증위’를 설치하고, 당 소속 의원의 불체포 특권을 포기한다는 내용이다. 

어떨까? 한나라당 비대위는 정말 ‘쇄신킥’을 날린 걸까? 아니다. 지켜보는 국민 입장에선 뜨악하다. 당장 이런 의문이 싹튼다. 왜 최구식 의원에게 출당이나 제명 같은 더 강한 조치를 내리지 않고 자진탈당만 권유했을까하는 의문이다. 그래도 출당이나 제명 조치 정도는 내려야 ‘불신 뚫고 하이킥’ 수준이 되는 것 아니겠는가.

하지만 이는 불가능하다. 비대위의 첫회의 내용을 브리핑하던 황영철 대변인이 밝혔다. “논의 결과 검찰 수사에서 무죄가 입증되면 그때 다시 입당하면 된다고 의견을 모았다”고 전했다.

비대위는 확신하지 못한다. 최구식 의원이 디도스 공격에 연루됐다는 확증을 갖고 있지 못하다. 오히려 거꾸로다. 기울어 있다. 최구식 의원이 연루되지 않았을 것이라는 일말의 기대를 떨치지 못하고 있다.

물론 이런 말이 함께 나오긴 했단다. ‘국민이 믿지 않는다’는 말이란다. 하지만 이게 근거가 될 수는 없다. 오히려 이는 자기 발에 족쇄 채우는 조치다. 한나라당 스스로 주창하지 않았던가. 인기영합주의, 즉 포퓰리즘은 안 된다고 선창하지 않았는가. 포퓰리즘이 꼭 복지정책에서만 나타나는 건 아니다.

이렇게 갈음하고 나서 다시 살피면 본질이 드러난다. 비대위의 최구식 의원 자진탈당 권유의 정당성이다. 없다. 그렇게 요구할 어떤 근거도 비대위는 갖고 있지 않다.

달리 해석할 방법이 없다. 비대위가 근거도 없으면서 자진탈당을 요구했다면 이는 ‘쇼’다. 더불어 ‘방벽 치기’다. 따가운 눈총 보내는 국민에게 ‘쇼’를 펼치는 것이다. 이를 통해 검찰 수사 이후에 불어닥칠지도 모를 화를 차단하려는 것이다. ‘나’ 살자고 ‘너’를 버리는 것이다.

‘검찰수사 국민검증위’라는 것도 그렇다. 이는 옥상옥이요, 무허가 건물이다. 이미 여야가 사실상 합의했다. 디도스 사건에 대한 검찰 수사가 미진할 경우 특검을 도입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넘기면 될 일이다. 수사권도 없는 ‘국민검증위’가 나댈 게 아니라 수사권을 갖고 있는 특검에 전권을 몰아주면 될 일이다. 누가 봐도 신뢰할 만한 인물을 특검으로 위촉하고, 한 점 의혹을 남기지 않고 수사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주면 될 일이다.

그래서 ‘국민검증위’ 역시 ‘쇼’다. 더불어 ‘새치기’다. 국민이 검찰 수사 이후에도 의혹의 시선을 거두지 않는 상황을 염두에 두고 ‘쇼’를 펼치려는 것이다. 이를 통해 수비 위치에서 벗어나 공격 위치로 은근슬쩍 끼어들려는 것이다. 백댄서가 메인 보컬 제치고 앞에 나서려는 것이다.

입은 삐뚤어져도 말은 바로 해야 한다. 비대위는 ‘쇄신킥’을 날린 게 아니라 ‘눈가림쇼’를 벌인 것이다.

▲사진=한나라당 비상대책위가 어제 첫회의를 열었다. ⓒ프레시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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졸작은 아닌 것 같다. 한나라당 비상대책위원장을 맡은 박근혜 의원이 위촉한 비상대책위원을 보면 눈길이 꽂히는 인물이 적잖다. 경제민주화 조항이라고 불리는 헌법 119조 2항을 입안했던 김종인 전 청와대 경제수석이 들어가 있고, 이명박 정권과 각을 세웠던 이상돈 중앙대 교수도 들어가 있다. 두 사람 모두 보수와 진보를 넘나들며 제 할 말을 다 했던 사람들이다. 기존의 한나라당 색깔과는 다른 인사들이다.

의지는 확실한 것 같다. 박근혜 위원장이 한나라당의 낡은 보수 이미지를 깨겠다는 의지만은 확고한 것 같다. 그렇지 않고서야 이런 인사들을 비상대책위원으로 위촉할 생각을 했겠는가. 한나라당을 합리적 중도 보수로 좌클릭시키려는 의지가 두터운 것 같다.

하지만 거기까지다. 의지가 꼭 그만큼의 성과를 낳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의지 따로 결과 따로인 경우도 흔하다. 의지는 환경의 제약을 받는다. 사실상 전권을 위임받은 박근혜 위원장이라고 해서 예외가 아니다. 그 또한 여러 제약요인들을 헤쳐가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박근혜 위원장을 옥죄는 제약요인은 크게 두 가지다. 당내에 여전히 깔려있는 보수본색까지 포함하면 세 가지이지만 이는 고려치 말자. 바람보다 먼저 눕는 갈대의 속성을 갖고 있는 한나라당이니 당내의 보수본색은 박근혜 위원장이 어느 정도 제압할 수 있을 것이라고 보고 제쳐두자.

박근혜 위원장이 당장 맞닥뜨려야 하는 제약요인은 이명박 정부다. 힘이 빠졌다고는 하나 그래도 1년 넘게 정책 결정권을 갖고 있는 이명박 정부의 색깔이 박근혜 비대위에 스며들지 않을 수 없다. 당장 나오지 않았는가. 박근혜 위원장이 도입을 추진하던 ‘취업활동 수당’에 대해 이명박 정부가 손사래쳤다고 하지 않는가.

이명박 정부의 어깃장은 두고두고 골칫거리가 될 것이다. 박근혜 비대위가 대선 공약을 가다듬는 브레인 집단이라면 아무 문제없겠지만 총선 전까지 한나라당을 환골탈태시켜야 하고, 그러려면 어쩔 수 없이 이명박 정부와 정책 협의를 하지 않을 수 없기에 박근혜 비대위의 걸림돌이 되지 않을 수 없다. 2004년에 천막당사를 칠 때와는 판이 완전히 디른 것이다.

그래도 이건 괜찮다. 여차하면 이명박 정부와 각을 세우면 되니까, 이를 통해 자연스레 정책 차별화를 꾀하고 거리두기를 모색하면 되니까 최소한 본전치기는 한다. 제약요인이긴 하지만 못 넘을 벽은 아니다. 더 큰 제약은 따로 있다. 뼛속까지 보수인 유권자층이다.

박근혜 비대위가 한나라당을 좌로 반클릭 이동시키면 이들이 반발한다. 보수의 정체성을 버리고 좌파의 포퓰리즘을 흉내 낸다고 비난한다. 가상상황이 아니다. 실제 있었던 상황이다.

2007년을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한나라당 대선 후보 경선이 한창일 때 당심과 민심이 갈렸다. 당심은 박근혜 후보에게 기울었지만 민심은 이명박 후보를 선호했다. 그럴 만한 이유가 있었다. 당시 민심은 보수색이 짙은 박근혜 후보보다는 중도 이미지의(더 정확히 표현하면 그렇게 보였던) 이명박 후보를 미더워했다. 이념의 굴레에서 벗어나 경제를 살리는 데 이명박 후보가 더 낫다고 평가했다. 민심의 이런 평가는 경선 결과에 그대로 투영됐다.

하지만 모두가 이명박 후보의 중도 이미지를 선호했던 것은 아니다. 뼛속까지 보수인 유권자층은 이명박 후보를 탐탁치않게 여겼다. 그래서 무소속으로 나온 이회창 후보를 선택했다. 무려 355만 명에 달하는 보수 유권자가 이명박 후보를 등졌다(이들 중에서 박근혜 지지자들을 뺀다 해도 그 숫자는 적잖았다).

대선 때만이 아니다. 이명박 정부가 출범한 후 이들은 강경보수 노선을 주문했고, 어정쩡한 중도 이미지를 걷어낼 것을 다그쳤다. 그래서 나온 결과가 공안몰이요 대북봉쇄다.

이들이 태클을 걸면 박근혜 비대위는 흔들린다. 왼쪽에서 진보가 버티고 있는 상황에서 이들이 오른쪽 측면을 치면 박근혜 비대위는 좌우 연타를 맞는다.

박근혜 위원장이 이에 ‘맞짱’ 뜨는 상황을 가정해볼 수 있지만 이는 헛된 그림이다. 이명박 정부와 각을 세우는 건 최소한 본전치기이기에 부담이 덜 하지만 이들과 ‘맞짱’을 뜨는 건 최소한 중상이다. 어차피 박빙의 승부를 펼쳐야 하는 대선을 고려한다면 한 표 한 표가 천금 같다.

어떻게 될까? 박근혜 위원장이 이런 점을 고려해 머뭇거리면, 의지와는 다르게 보수 본색이 다시 발동하면 어떻게 될까? 비대위가 잘 굴러갈 수 있을까?

▲사진=박근혜 한나라당 비상대책위원장 프레시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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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미디 두 편을 소개한다. ‘개그콘서트’에서는 절대 볼 수 없는 리얼 코미디다. 박근혜 의원과 한나라당 쇄신파 의원 7명이 함께 연출해낸 정치 코미디다.

#1
박근혜 의원이 말했다. “당이 잘못했다고 부수고 새로 만드는 것은 국민이 눈속임이라고 생각한다”며 “재창당을 하기에는 시간이 부족하다”고 했다. 쇄신파의 재창당 요구를 사실상 거부한 것이다. 그러면서 덧붙였다. “당을 뼛속까지 바꾸자. 재창당을 뛰어넘는 쇄신과 개혁을 이뤄내겠다”고 했다.

희한하다. 재창당을 거부하면서도 재창당을 뛰어넘겠다고 했다. 재창당을 하기에는 시간이 부족하다며 재창당을 뛰어넘는 쇄신과 개혁을 이뤄내겠다고 했다.

#2
쇄신파 의원들이 화답했다. “(박근혜 의원의 생각이) 우리 의견과 다르지 않다는 점을 확인했다”며 “박근혜 의원의 쇄신 의지를 확인한 만큼 재창당은 명시할 필요가 없다”고 했다. 어제 아침까지만 해도 “재창당을 반드시 명시해야 한다”던 남경필 의원마저 같은 말을 했다. “허심탄회하게 공감한 의미있는 자리였다”고 했다.

적나라하다. 당의 환골탈태를 요구하던 쇄신파 의원들이 단 90분 회동 만에 안면몰수했다. 박근혜 의원은 당을 뼛속까지 바꾸자고 하지만 쇄신파 의원들의 뼛속엔 안주DNA가 차있다.

너무 희화화한 것일까? 진심과 맥락을 읽지 못하고 말꼬투리만 잡은 걸까?

그럴지도 모른다. 박근혜 의원의 “민생과 일자리를 챙기는 게 국민의 신뢰를 확보하는 것이고 이렇게 한 뒤 당명 바꾸는 것도 논의를 하겠다”고 했으니 ‘선 내용 후 형식’을 강조한 것으로 읽을 여지가 있다.

하지만 아니다. 박근혜 의원이 언급한 ‘시간 부족’을 상기하면 ‘선 내용 후 형식’은 공수표다. 결제대금 회수를 기약할 수 없는 문방구 어음이다.

세 살배기 아이도 안다. 이명박 정부 4년 동안 심화돼온 민생과 일자리 문제를 단 몇 개월 만에 가시적인 수준으로 개선하겠다는 건 장밋빛 그림에 지나지 않다는 걸 알만 한 사람은 다 안다.

다른 사람은 몰라도 쇄신파는 안다. 그래서 그들은 ‘선 내용 후 형식’이 아니라 ‘선 형식 후 내용’을 주장한 것이다. 내용을 바꿔 국민에게 진정성을 내보이기에는 시간이 턱없이 부족하다는 사실, 총선이 코앞이라는 사실 때문에 형식 파괴, 즉 재창당을 요구한 것이다. MB와의 단절, MB노믹스의 폐기, 한나라당의 파탄을 먼저 선언하고 실천에 나서자고 한 것이다.

그런데도 박근혜 의원은 시간 부족을 이유로 형식 파괴를 거부하면서 시간이 몇곱절은 더 들 내용 보강을 주장했고, 쇄신파는 그런 박근혜 의원의 손을 덥석 잡았다.

이러니 어찌 코미디라 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사진= 한나라당 박근혜 의원이 어제 국회에서 쇄신파 의원들과 만나고 있다. ⓒ프레시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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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듭 말한다. 한나라당의 위기는 박근혜의 위기다. 정태근·김성식 의원의 한나라당 탈당 선언이 또 한 번 증명했다.

두 의원의 탈당 선언이 재창당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은 데 대한 반발이라고 하지만 이는 현상에 지나지 않는다. 본질은 반발이 아니라 절망이다. 재창당 요구의 뒤끝이 아니라 재창당 요구의 절박성이다. 

이런 진단은 아주 단순한 가정에 근거한 것이다. ‘박근혜 의원이 당의 간판으로 나서 이탈된 민심을 되돌릴 수 있다면?’ 이란 가정이다. 별 문제 없을 것이다. 한나라당 의원들이, 더 좁혀서 쇄신파 의원들이 박근혜 의원의 정치적 파괴력에 흔들림 없는 믿음을 갖고 있었다면 재창당 요구는 나오지 않았을 것이다. 굳이 십여 년 동안 쌓아올린 한나라당의 질서를 일거에 무너뜨리면서까지 재창당을 요구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거꾸로 보면 된다. 쇄신파가 집요할 정도로 재창당을 요구한 것은 이런 가정을 믿지 않았기 때문이다. 박근혜 의원의 존재만으로는 성난 민심을 되돌릴 수 없다고 봤기 때문이다. 이명박 대통령의 존재를 지우지 않은 채, 외부 인사를 대거 끌어와 그 자리를 메우지 않은 채 박근혜 의원만으로 등 돌린 민심을 되돌릴 수 없다고 봤기 때문이다. 영남지역은 몰라도 반MB·반한나라당 정서가 심한 수도권에서는 이런 가정이 현실화될 여지가 크지 않다고 봤기 때문이다. 그래서 수도권에 정치적 둥지를 튼 쇄신파가 재창당을 요구한 것이다.

쇄신파는 박근혜 의원을 비싸지만 철 지난 옷으로 본 것이다. 비싸서 버릴 수는 없지만, 철 지나 때깔은 약간 빠진 옷이라 여겼기에 그 옷 위에 액세서리를 붙여 커버하려고 한 것이다. 정태근·김성식 의원은 그렇게 판단한 것이다. 박근혜 의원에게 기댄다고 해서 ‘금배지’가 보장된다고 여기지 않은 것이다.

아무튼 묘하게 됐다. 박근혜 의원에 대한 전략적 믿음의 부족이 탈당 선언을 불렀다면, 탈당 선언이 다시 박근혜 의원의 리더십에 대한 불신을 키웠다. 쇄신파의 재창당 요구과정에서 당내 의견을 귓등으로도 듣지 않는 박근혜 의원의 면모가, 자신을 중심으로 당내 질서를 재편하려는 박근혜 의원의 의도가 그대로 노출돼 버렸다. 이 뿐만이 아니다. 박근혜 의원은 전략적 제휴세력인 쇄신파를 잃었다. 함께 친이계에 맞설 우군을 잃어버린 것이다.

박근혜 의원은 이중고를 안게 됐다. 리더로서의 면모에 생채기가 났을 뿐 아니라 리더십의 기반마저 일부 잃고 말았다. 박근혜의 위기를 가중시킬 요인을 겹으로 떠안은 것이다.

이것으로 끝나면 그나마 다행일지 모른다. 정태근·김성식 의원의 탈당으로 상황을 종료시킬 수만 있다면 털고 일어설 여지가 있을지 모른다. 한데 그래 보이지 않는다. 2명이 추가로 탈당을 모색하고 있다는 소식 때문만이 아니다.

큰 줄기는 따로 있다. 친이계다. 이들 또한 재창당을 요구했다. 재창당을 요구하는 의원모임까지 만든 바 있다. 이들은 아직 움직이지 않고 있다. 쇄신파가 탈당 선언을 하는 와중에도 꿈쩍않고 있다. 박근혜 의원에 대한 전략적 믿음은 고사하고 정서적인 믿음조차 갖고 있지 않은 이들인데도 아직까지 별 소리가 없다. 암중모색하고 있는 것이다. 이들이 움직인다면 어떻게 될까?

박근혜 의원의 처지는 한마디로 첩첩산중이다.

▲사진=탈당 선언을 한 한나라당의 정태근 의원(왼쪽)과 김성식 의원(오른쪽). ⓒ프레시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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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걸 부조화라고 하나?

물갈이가 시작됐단다. 이상득·홍정욱 의원의 총선 불출마 선언으로 한나라당의 대대적인 물갈이가 사실상 시작됐단다. 이명박 정권의 ‘상왕’이자 영남권의 최다선 의원인 이상득 의원의 불출마 선언으로 친박계를 포함한 영남권 중진의 물갈이 길이 터졌다고 한다. 홍정욱 의원의 불출마 선언으로 수도권 소장파의 불출마 도미노가 벌어질지 모른다고 한다.

한데 묘하다. 한쪽에서 다른 기류가 형성되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 특보들이 줄줄이 사퇴했다. 김덕룡 국민통합·박형준 사회·이동관 언론·유인촌 문화 특보 등이 줄줄이 그만뒀다. 그 뿐인가. 임태희 대통령실장도 자리에서 물러났다. 이들이 이명박 대통령 곁을 떠나는 이유의 대부분은 출마다. 내년 총선에 출마하기 위해 현직을 내놨다는 것이다.

이들은 ‘성골’이다. 이명박 대통령을 지근거리에서 보좌했던 성골 중의 성골들이다. 이런 성골들이 한나라당에 들어가 ‘공천권 줍쇼’ 할 판이다. MB색을 빼기 위해 탈색제를 바가지로 퍼 넣어도 모자랄 판에 MB의 분신들이 떼로 들어갈 판이다. 물갈이 하겠다는 한나라당에 '구정물'이 흘러들 판이다.

이러면 말짱 공염불이 된다. 한나라당을 박근혜당으로 만들어봤자, 물갈이 한다고 나서봤자 말짱 공염불이 된다. 한나라당 위기의 근원이 이명박 대통령이라는 사실을 천하가 다 아는데 이명박 대통령의 분신들을 받아들이면 어떻게 되겠는가. 물어볼 필요도 없다. 한나라당은 도루묵이 된다.

칼같이 잘라야 한다. 이들의 공천 신청을 인정사정 보지 않고 내쳐야 한다. 그래야 쥐꼬리만한 물갈이 효과라도 볼 수 있다. 하지만 그렇게 간단치가 않다.

어떤 식이든 계파 배제로 비치게 돼 있다. MB의 성골들을 쳐내는 순간 친이계 배척으로 묘사되게 돼 있다. 더구나 이런 작업을 주도하는 사람이 박근혜 의원이라면 보복으로 비치게 돼 있다.

그래도 괜찮다. MB의 성골들과 친이계가 대세에 순응하기만 한다면 별 문제가 발생하지 않을 것이다. 친이계 핵심 이재오 의원이 자주 썼던 말처럼 백의종군을 넘어 토의종군할 각오로 순순히 칼을 맞는다면 큰 탈 나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언감생심이다. 멀리 내다 볼 필요조차 없다. 돌아가는 사정을 뻔히 아는 특보들이, 그리고 대통령실장이 출마 준비를 한다는 사실 자체가 모든 걸 말해주고 있다. 이들은 물러날 용의가 없다. 토의종군할 생각도 없다.

자칫하면 계파 분란이 심화된다. 공천을 둘러싸고 친이와 친박 또는 친박과 반박 간에 혈투가 벌어진다. 더불어 강화된다. 친이 또는 반박의 위기감이 고조되면서 그들의 결속력이 강화된다. 공동운명체로 묶인 그들의 단결력이 배가된다. 계파 구도가 재정립 된다.

돌고 돌아 원점으로 회귀하는 것이다. 그게 아니면 싸우다 싸우다 딴살림 차리든지….

▲사진=이동관 전 언론특보(왼쪽)와 박형준 전 사회특보. ⓒ프레시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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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타닉 호의 승객들이 이랬을까? 한나라당 의원들이 우왕좌왕, 갈팔질팡 한다. 곳곳에서 아우성을 쳐댄다.

유승민·원희룡·남경필 최고위원이 동반사퇴를 검토하고 있단다. 사퇴 요구에도 ‘배째라’로 버티는 홍준표 대표를 끌어내리기 위해 현 지도부의 자동 붕괴를 모색하고 있단다.

차명진·전여옥 의원 등 김문수 지사·정몽준 의원 등과 가까운 10명 안팎의 의원들은 따로 모여 당 해산 및 재창당을 주장하는 성명을 발표했단다.

정두언 의원을 비롯한 수도권의 몇몇 의원들은 탈당을 모색하고 있단다. 한나라당이 수명을 다 한 것 같다며 탈당해 일단 무소속으로 있다가 이후를 모색할 요량이란다.

한나라당 의원들이 중구난방의 모습을 보이는 이유는 굳이 짚을 필요가 없다. 지난해 지방선거에 이어 올해 서울시장 보선에서 거듭 확인됐다. 반이명박·반한나라당 민심이 얼마나 깊고 거센지 명징하게 드러났다. 이런 판에 최구식 의원 비서의 선관위 디도스 공격 사실까지 밝혀졌으니 내년 총선이 깜깜하다. 그들은 살려고 발버둥치는 것이다. 그래서 '쪽배'에라도 올라타려고 아우성을 치는 것이다.

짚을 건 따로 있다. 우왕좌왕, 갈팡질팡, 중구난방의 외양 속에 감춰진 두 줄기 흐름이다.

유승민·원희룡·남경필 등이 모색하는 건 박근혜 체제다. 자신들의 최고위원직 사퇴로 현 지도부를 자동붕괴시킨 뒤 박근혜 의원을 당 간판으로 앉히려고 한다.

차명진·전여옥 등의 재창당파는 일종의 연합군이다. 이들이 박근혜 의원과 각을 세워온 김문수 지사·정몽준 의원과 가깝다는 점에서 반박근혜 연합군이고, 이들 모임에서 “최후의 선택으로 탈당 문제까지 검토해야 한다”는 말까지 나왔다는 점에서도 역시 반박근혜 연합군이다.

정두언 의원을 비롯한 탈당 모색파도 박근혜 의원과는 거리가 있다. 일각의 전언에 따르면 이들이 탈당 후 새 당을 만들어 안철수 원장과 연대하는 방안까지 모색한다고 하니 박근혜 의원의 ‘구원’을 고대하는 건 아니라는 점만은 확실하다.

이렇게 일별하니 확연해진다. 한나라당의 지금 모습은 중구난방이지만 흐름은 일관되다. 친박 대 반박이 흐름의 두 갈래다. 주체 또한 큰 틀에선 같다. 원조 친박에 일부 중도소장파가 합세한 신친박세력, 그리고 과거 친이를 중핵으로 한 신반박세력이 갈등의 두 주체다.

한나라당의 중구난방이 악성이라고 보는 근거가 바로 이것이다. 그들은 입으로는 쇄신을 외치지만 실제론 구태를 보이고 있다. 과거의 계파 구도에서 한 치도 벗어나지 않은 채 그들만의 싸움을 벌이고 있다. 달라진 점이 있다면 오직 하나, 과거의 계파 구도가 이명박 대통령을 기준으로 해서 나뉘었다면 지금은 박근혜 의원을 기준으로 해서 나뉘고 있다는 점만 다를 뿐이다.

그래도 낫다. 악성이라 해도 그것이 초기단계면 어떻게든 손을 써볼 수 있다. 하지만 아니다. 한나라당에 퍼진 악성 종양은 말기 상태를 보이고 있다.

친박 대 반박의 대립구도가 형성된 직접적인 이유는 공천일 것이다. 박근혜 의원이 당권을 거머쥐었을 때 미칠 화가 두려워 과거 박근혜 의원에게 각을 세웠던 친이세력이 반박의 깃발 아래 뭉치고 있는 것일 게다. 하지만 이게 전부는 아니다. 반박세력이 박근혜 의원 체제를 대안이라고 보지 않는 데에는 더 큰 이유가 있다.

정치의 생리를 보면 안다. 손바닥 뒤집는 묘기가 가장 빈번하게 이뤄지는 곳이 정치판이다. 과거의 적이었다 해도 이해관계가 맞으면 언제라도 동지가 될 수 있는 게 정치판이다. 반박세력이라고 중뿔날 게 없다. 그들의 지상과제인 ‘금배지 사수’에 도움이 되기만 한다면 아무렇지 않게 '월박'할 수 있는 게 그들이다. 그런데도 그들은 그렇게 하지 않는다.

박근혜 대세론에 금이 갔다고 보기 때문이다. 안철수 원장 등장 이후 하향곡선을 그리는 박근혜 의원의 지지율, 서울시장 보선에서 나경원 후보를 지원하고도 참패를 한 박근혜 의원의 미약한 파워를 직접 목도했기 때문이다. 오늘도 나왔다. 박근혜 의원의 지지율이 하향곡선을 그리고 있다고, 11월 둘째 주 조사에서 26.6%였던 박근혜 의원의 지지율이 11월 셋째 주와 넷째 주엔 26.0%였고, 12월 첫째 주엔 23.9%였다고 ‘리얼미터’가 발표했다.

반박세력은 믿지 않는다. 박근혜 의원이 ‘백마 탄 공주님’일 거라고 확신하지 않는다. 박근혜 의원을 단단한 동아줄로 여기지 않고 썩은 새끼줄로 여긴다. 추종은 고사하고 굴종의 여지조차 없다고 여긴다. 박근혜 의원을 ‘쪽배’로도 여기지 않는다.

반박세력의 이런 판단이 현실적인 것이라면 친박세력이 구조함으로 여기는 박근혜 의원은 ‘쪽배’다. 거대한 타이타닉 호에 몸을 의탁했던 모든 승객을 구하는 건 엄두조차 내지 못할 ‘쪽배’에 불과하다. 거센 파도에 이리저리 흔들릴 그저 조그만 ‘쪽배’일 뿐이다.

간단히 정리할 수 있다. 한나라당의 중구난방은 통합과 단결의 구심이 미약한 데서 비롯된 현상이다. 박근혜의 위기가 한나라당의 위기를 부른 것이다.

역시 간단히 정리할 수 있다. 한나라당이 중구난방 현상을 걷어낼 수 있는 묘책은 박근혜의 위기를 해소하는 것이다. 박근혜 대세론을 다시 지피고, 나아가 거기에 콘크리트를 치는 것이다.

한데 쉬워 보이지 않는다. 박근혜의 위기를 부르는 두 요인, 즉 이명박 대통령의 실정과 안철수 원장의 약진이 여전히 살아 꿈틀대기 때문이다. 박근혜 의원 혼자 힘으로 돌파하기엔 너무 벅찬 두 개의 상수가 거센 파도를 일으키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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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박계 의원들이 그랬단다. 안철수 원장을 ‘천사’라고도 했고, ‘유령’이라고도 했단다. 유기준 의원은 “천사에 대한 여론조사 결과를 사람에 대한 여론조사와 대비하는 것은 큰 의미가 없다”고 했고, 현기환 의원은 “정치판에 나온다고 얘기한 적도 없는 유령과 같은 사람과 여론조사를 한 결과를 얘기하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라고 했단다.

안철수 원장이 박근혜 의원과의 양자 구도와 다자 구도 모두에서 이기는 것으로 나오자 이렇게 주장했단다. 안철수 원장의 지지율 고공행진은 그가 척박하고 지저분한 정치권에 발을 디디지 않은 채 좋은 이미지만 부각시켰기 때문이라며 이렇게 강변했단다.

친박계의 주장에 일말의 진실이 없는 건 아니다. 안철수 원장은 대선 출마 선언은 고사하고 정치 입문 선언도 안 한 사람, 따라서 제대로 된 검증 한 번 받아본 적이 없는 사람이다. ‘털어서 먼지 안 나는 사람 없다’는 옛말을 고려하면 안철수 원장이 검증대에 서는 순간 지지율이 어느 정도 빠질 수 있다는 가정을 마냥 배척할 수는 없다.

하지만 그건 두고 볼 일이다. 안철수 원장이 실제로 출마 선언을 하는지, 검증 결과 뭐가 나오는지를 보고 평해도 늦지 않은 일이다. 두고 볼 시간은 차고 넘친다.

지금 당장 해야 할 일은 따로 있다. 미래를 내다보는 게 아니라 과거를 둘러보는 일이다. 안철수 원장이 아니라 박근혜 의원의 행적을 되짚는 일이다.

별로 다르지가 않다. 친박계가 주장한 안철수 원장의 행적과 박근혜 의원의 그것이 별반 다르지가 않다.

세상이 다 안다. 박근혜 의원의 행적은 ‘묵언’이었다. 국가대사를 앞에 놓고 ‘묵언’으로 일관하기 일쑤였다. 한 마디씩 걸치지 않은 것은 아니나 그 내용이 영 신통치 않았다. 2008년 미국산 쇠고기 수입 파동이 벌어졌을 때는 ‘양다리’ 화법을 썼고, 동남권 신공항 백지화 문제가 터졌을 때는 ‘뒷북치기’ 화법을 내밀었다. 그나마 똑부러지게 얘기한 건 세종시 수정안 문제와 한미FTA 비준안 문제에서였는데 이것은 정치적 계산과 직결돼 있었다. 세종시 수정안은 지지세 전국화의 전초기지라 할 수 있는 충청 민심을 의식한 것이었고, 한미FTA는 찬성 여론이 높은 고정 지지층을 고려한 것이었다.

멀리 살필 필요도 없다. 바로 어제 열렸던 한나라당의 쇄신 연찬회만 봐도 분명히 알 수 있다. 이 자리에서 여러 의원이 박근혜 의원의 ‘조기등판’을 요구했으나 친박계 의원들이 나서 “시기상조”라고 선을 그었다. 박근혜 체제로 당을 정비한 뒤 총선을 치렀는데도 패배하면 박근혜 의원이 입는 정치적 타격이 너무 크다고 판단한 결과로 풀이할 수밖에 없는 입장이다. 

실상이 이렇다. 안철수 원장이 조기 출마를 안 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박근혜 의원도 조기 등판을 하지 않는다. 안철수 원장이 정치적 계산을 하는 것이라면 박근혜 의원도 정치적 계산을 한다. 안철수 원장이 제 하고 싶은 말만 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박근혜 의원도 필요한 말만 골라서 한다.

다르지가 않다. 박근혜 의원도 떠돈다. 진창에 발을 담그지 않고 고공에서 유유자적 날아다닌다. 다른 점이 있다면 ‘유령행적’의 원조가 박근혜 의원이고 안철수 원장은 그걸 ‘벤치마킹’하고 있다는 차이 밖에 없다.

실상이 이런데도 ‘유령 대 사람’ 싸움 운운하는 건 낯간지럽다. 적반하장에 가까운 주장이다. 그래서 이런 말이 대뜸 튀어나온다. 친절한 금자 씨가 한 말이다.

“너나 잘 하세요.”

▲사진=박근혜 의원과 안철수 원장 ⓒ프레시안

Posted by '토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