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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간단한 질문부터 던지자.

이명박 대통령은 왜 잘 나갈까? 갖가지 악재가 끊이지 않는데도 왜 지지율이 상승 추세를 보이는 걸까?

청와대가 여론조사기관 두 곳에 의뢰해 실시한 조사에서 지지율이 모두 40%를 돌파했다고 한다. 한 곳의 조사에선 45.5% 나왔고, 다른 곳의 조사에서도 46.7%가 나왔다고 한다.

눈 여겨 볼 대목이 있다. 시점이다. 취임 직후 50%대의 지지율을 기록한 이후 처음으로 지지율 최고점을 기록한 시점이 22일과 23일이다. 고 김대중 전 대통령 영결식이 거행되기 전날과 당일이다. 이것만이 아니다. 30%대 초반에 머물던 이명박 대통령의 지지율이 상승 추세를 보이기 시작한 시점이 7월말이다. 한나라당이 대리투표와 재투표 논란을 불사하며 미디어법을 강행처리한 시점, 민주당이 민주주의의 종언을 선언하며 장외투쟁에 나선 시점이다.

민주주의의 상징이 서거했는데도, 민주주의의 종언을 고하는 사태가 벌어졌는데도 이명박 대통령은 여론 참화를 입기는커녕 오히려 잘 나갔다. 그 이유가 뭘까?

잘못된 여론조사일까? 청와대가 발주한 조사여서 결과가 그렇게 나온 걸까? 그럴지도 모른다. 다른 조사에선 이명박 대통령의 지지율이 40%대를 돌파하지 않았다. 그래서 개연성을 배제할 수 없다. 하지만 이런 해석은 안일하다. 침소봉대의 다른 버전일 뿐이다. 다른 조사에서도 추세는 같았다. 수치만 다를 뿐 이명박 대통령의 지지율이 상승 추세를 보이긴 마찬가지였다.

그래서 거듭 묻는다. 도대체 이명박 대통령이 잘 나가는 이유는 뭔가?

해석은 한결같다. 이명박 대통령의 지지율이 상승 추세를 보인 가장 큰 이유로 친서민 행보와 국민 통합 메시지를 꼽는다. 위장된 것이라는 반박이 끊이지 않는데도 이명박 대통령의 이런 행보가 한나라당 고정 지지층은 물론 중도층까지 움직인 것으로 것으로 분석한다.

딱히 부정할 수가 없다. 이명박 대통령의 지지율이 한나라당의 고정 지지층 35% 안팎보다 10%포인트 정도 높다. 중도층 견인 이외에 달리 해석할 방법이 없다.

소용없다. 이 현실을 극복하지 않는 한 민주당이 고 김대중 전 대통령의 유지를 받들어 민주대연합을 추진해도, 다른 야당과 단합하고 시민단체와 연합해도 소용없다.

싸우지 않은 게 아니고, 연합하지 않은 게 아니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을 서거를 기점으로 민주당이 강경투쟁에 나선 게 엄연한 사실이고, 거리에서 다른 야당과 어깨동무한 게 엄연한 사실이고, 재보선에서 다른 야당과 암묵적으로 연합한 것이 엄연한 사실이다. 그런데도 이명박 대통령의 질주를 막아내지 못했다면 해법을 오로지 연합에서 찾는 건 엉성하다. 오히려 자생적 연합의 빈구멍을 찾는 게 시급하다.

연합은 필요조건이지 충분조건은 아니다. 하드웨어를 멋지게 만들어도 소프트웨어가 갖춰지지 않으면 고철 덩어리에 지나지 않는다. 아무리 연대망을 구축해도 콘텐츠를 채워 넣지 않으면 덩치 키우기에 불과하다.

핵심적인 문제는 연합 이전에 깃발이다. 어떤 깃발을 들 것인지, 그리고 누가 들 것인지에 따라 연합의 성패가 달라진다. 민주주의 후퇴라는 수세적인 대응을 민주주의 회복이라는 공세적인 싸움으로 전환시킬 수 있는 고리를 걸 수 있느냐에 따라, 친서민 행보가 위장된 것이라는 지적에서 한 발 나아가 서민경제 회복을 이끌 수 있는 청사진을 제시할 수 있느냐에 따라 성패가 달라진다.

느긋하게 처리할 숙제가 아니다. 상황이 그렇게 여유롭지가 않다. 기선을 이명박 대통령이 잡고 있다. 광복절 경축사를 통해 국민 통합을 명분으로 정치 개혁을 하반기 화두로 올리는 데 성공했고, 이른바 국민통합형 개각도 예고하고 있다. 정치 개혁 방안에서 꼼수가 드러나지 않는 한, 개각에서 제2의 천성관 사태가 발생하지 않는 한 기선을 내놓지 않을 것이다. 오히려 이런 분위기를 내년 지방선거 때까지 이어가려 할 것이다.

그래서 하는 말이다. 민주당을 비롯한 야당이 살려면 뜨겁게 속도전을 벌여야 한다. 

고 김대중 전 대통령의 유지, 나아가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유지는 총론이지 각론이 아니다. 서거한 두 전직 대통령이 민주주의가 후퇴하고 서민경제가 위축되고 남북관계가 흔들리는 현실에 안타까워하고 분노했다고 해서 그것을 똑같이 읊조리는 건 합당한 태도가 아니다. 그런 총론에 각론을 채우고, 그런 문제의식에 대안을 접목시키는 것, 이게 바로 고인들의 유지를 받드는 것이고, 연합을 성공으로 이끄는 길이다.

남은 자들이 짊어져야 하는 몫은 따라하기가 아니라 창조하기다.

▲사진=이명박 대통령이 지난 15일 광복절 기념식을 마친 후 버스를 타고 청와대로 돌아가고 있다. ⓒ청와대 홈페이지

Posted by '토씨'


입을 떼기가 버겁다. 고인의 인생이 대서사인데 어찌 세 치 혀에 쉬 올리겠는가. 고인의 인생이 너무 크고 고인의 그림자가 너무 짙다.

죄스럽다는 말 외에는 꺼낼 게 없다. 편히 보내드리지 못한 게 죄스럽다. 남은 자로서 민주주의가 후퇴하고 남북관계가 퇴행하는 모습을 보인 게 죄스럽다.

감히 입에 올린다. 차라리 2007년에 떠났으면 하는 헛된 상상을 해본다. 민주정부 하에서 6.15남북공동선언의 맥이 10.4선언으로 이어지는 모습을 보면서 천수를 마감했다면 이처럼 죄스럽지는 않았을 것이라는 망상을 품어본다.

그랬다면 노구를 휠체어에 의지한 채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빈소에서 울분을 토해내는 일은 없었을텐데…. 갖은 욕설을 얻으면서까지 행동하는 양심을 일깨우는 연설을 하지는 않았을텐데…. 그런 노심초사하는 마음을 조금이라도 덜었다면 이렇게 아프게, 이렇게 힘없이 가지는 않았을텐데….

티끌만한 위안이라도 될 수 있었을까?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이 풀어놓은 방북 보따리가 길 떠나는 고인의 마른 심장에 입김이라도 불어넣을 수 있었을까?

남은 자의 마음이 너무 무겁고, 보내는 자의 심정이 너무 아프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빌면서….

Posted by '토씨'

슬퍼하지 말자. 울지도 말자. 절망감에 몸을 던지지도 말자. 미디어법 날치기는 끝이 아니다. 끝이 될 수도 없고, 되어서도 안 된다.

지구상의 모든 존재는 자기의 흔적을 남긴다. 태어날 때든 스러질 때는 어떤 식으로든 자기의 흔적을 남긴다. 미디어법도 마찬가지다.

미디어법은 폭력의 엄호를 받으며 태어났다. 야당 의원들이 골절상을 입고, 목이 졸리고, 머리를 얻어맞고, 구둣발에 짓밟히고, 멱살이 잡히는 와중에 태어났다. 미디어법은 희극판을 벌이면서 태어났다. 1차투표를 마감한 결과 의결정족수에 미달되자 재투표를 벌인 끝에 태어났다. 

그렇게 태어나면서 밀어내버렸다. 미련을, 여지를 남김없이 쓸어버렸다. ‘민주주의 위기’라는 표현 속에 담겨있던 재생에 대한 미련을, ‘민주주의 후퇴’라는 평가 속에 남겨놨던 개선의 여지를 송두리째 없애버렸다. 민주주의는 더 이상 ‘위기’가 아니라고, 민주주의는 끝끝내 ‘좌초’하고 말았다고 선언해버렸다.

그렇게 태어나면서 가둬버렸다. 소수 정당·약체 정당의 한계 속에서도 발버둥치던 야당의 존재 이유를 앗아가 버렸다. 그들로 하여금 18대 국회는 더 이상 존재 의미가 없어져버렸다고, 금배지를 내놓겠다고 자조하게 만들어버렸다.


미디어법은 이런 것이다. 미네르바가 구속되면서, 서울광장이 봉쇄되면서 이미 예고됐던 표현의 자유와 알권리 침해가 결절점에 이르렀음을 알리는 매개일 뿐이다. 민주주의가 좌초해버렸음을 알리는 신호탄일 뿐이다.

시작과 끝은 일부에 의해 가려지지 않는다. 한나라당 소속 국회 부의장이 의사봉을 세 번 내려친다고 해서 끝이 선포되는 것이 아니다. 백 수십 명의 한나라당 의원들이 표결에 참여했다고 해서 대의민주주의의 원리가 살아있는 것도 아니다.

국민이 결정하는 것이다. 미디어법의 폭력적 탄생과 더불어 좌초해버린 민주주의에 심폐소생술을 취할지, 아니면 존엄사를 시행할지를 결정하는 건 오로지 국민의 몫이다. 표현의 자유를 위해 더 크게 소리칠 것인지, 아니면 일상에 침몰돼 묵언의 나날을 보낼지를 결정하는 것 또한 국민의 자유다.

늦지 않다. 미디어법 날치기가 끝인지, 아니면 더 큰 환생을 알리는 서막인지를 가르는 작업은 국민의 결정 뒤로 미뤄도 늦지 않다. 국민이 ‘묵언의 일상’을 선택한다면 미디어법 날치기를 슬퍼할 가치가 없고, 국민이 더 크게 소리친다면 미디어법 날치기를 끝이라고 체념할 이유가 없다.

시급한 일은 치환이다. ‘국민’을 ‘자신’으로 치환하는 일이다. 전 국민의 결정이 내려질 때까지 관전하는 것이 아니라, 나의 태도부터 결정하는 일이다.

▲사진=국회 본회의장 의장석을 에워싼 한나라당 의원들 ⓒ프레시안


Posted by '토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