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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각에선 쇼였다고 한다. 손학규의 대표직 사퇴 카드가 경선 패배에 대한 비주류의 책임 공세를 차단하고 재신임을 얻어낸 것에 주목해 이렇게 분석한다. 고도로 계산된 사퇴 쇼였다는 것이다.

결과론이다. 이 같은 분석은 결과를 갖고 동기를 살핀 결과론이다. 그것도 일면만을 본 결과론이다.

쇼였다고 인정한다 해도 손학규 대표가 얻은 건 잃은 것보다 적다. 손학규가 비주류의 공세를 차단하고 당의 재신임을 얻음으로써 손에 쥐게 되는 정치적 소득은 대표직의 안정적 유지다. 수명이 고작 2개월여 밖에 남지 않은 대표직을 연명하게 된 게 최대의 정치적 소득이다.

반면에 그는 리더십을 잃었고 이미지를 망쳤다. 일희일비하는 갈대 행보를 보임으로써 그의 리더십에 대한 회의를 증폭시켰고 왔다갔다 하는 그네 행보를 보임으로써 그의 이미지에 큰 얼룩을 남겨버렸다. 어디 그뿐인가. 분당 재보선을 기점으로 세탁한 것으로 여겨졌던 ‘한나라당 출신’이라는 꼬리표를 부활시켜버렸다. 뜨내기 행보를 보임으로써 이런 부정적 이미지를 되살려내버렸다.

손학규 대표는 대표직에 방석을 깔았을지는 몰라도 대선 가도엔 자갈을 깔아버렸다. 그래서 얻은 것보다 잃은 게 더 크다고 얘기하는 것이다.

혹여 모른다. 대표직 연명에서 한 발 더 나아가 당 장악력을 배가하면 손학규 대표가 얻는 게 더 많아질지 모른다. 손학규 대표 본인도 비슷한 말을 했다고 한다. 측근들에게 자신의 대표직 사퇴가 민주당을 흔들기 위한 일종의 충격요법이었다고 말했단다.

하지만 이는 아전인수식 자기 합리화일 뿐이다. 민주당의 분위기만 봐도 그렇다. 어제 의원총회에 참석한 65명의 의원들이 만장일치로 손학규 대표의 사퇴를 반대했다고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소나기 피하기식 응급대응이었다. 의원총회를 전후해 개별 의원들의 입에서 튀어나온 불평과 불만을 종합하면 알 수 있다. 대표직을 내던지려는 손학규 대표의 처사가 어이없고 기가 차지만 그냥 내버려두면 당이 공동화 현상을 빚을까 우려해 참고 참은 것이다. ‘너 아니면 못 살아’라는 연심 때문이 아니라 ‘너마저 없으면’이란 현실감각 때문에 감정을 꾹 누른 것이다.

손학규 대표의 논리도 그렇다. 앞뒤가 안 맞는다. 손학규 대표는 ‘충격요법’을 운운했지만 무엇을 위한 충격요법이었는지가 애매하다 못해 모순된다. 손학규 대표는 사퇴 철회 입장을 밝히는 기자간담회에서 “서울시장 선거를 승리로 이끌고, 남은 임기 동안 야권통합, 당 혁신에 매진하라는 명령으로 알고 따르겠다”고 했는데 그의 사퇴 카드는 이런 ‘명령’과 배치된다. 서울시장 선거를 승리로 이끌기 위해서는 당 대표의 권한으로 당 조직을 선거지원 체제로 돌렸어야 하고, 야권통합을 위해서는 경선 패배에 책임을 진다는 식의 말을 읊조리지 말았어야 한다. 당 혁신이라는 것도 그렇다. 최고위원들이 대표의 권위를 인정하기는커녕 틈만 나면 치받는 행태를 모르는 바 아니지만 이런 ‘콩가루 행태’의 혁신 방법이 대표직 사퇴는 아니다. 그들이 ‘콩가루 행태’를 보이는 가장 큰 이유는 통합과 연대의 물결에서 살아남기 위해, 기득권을 지키기 위해 방어막을 치고 영역을 구획하려는 것이다. 이런 그들에게 대표직 사퇴를 통해 각성을 촉구하려 했다고? 그건 순진하다 못해 어벙한 해법이다. 콩을 프라이팬에 올려놓고 가열하는 처사와 같다. 콩을 더 튀게 만드는 자충수다. 

아무리 살펴도 손학규 대표의 사퇴 소동이 쇼라고 볼 근거는 없다. 이것 하나만 빼놓고는…. ‘자해쇼’ 말이다.

▲사진=손학규 민주당 대표 ⓒ프레시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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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마디의 말부터 감상하자. 서울시장 보선 야권 통합후보 선출을 위한 현장투표가 열린 장충체육관에서 쏟아진 말들 가운데 추린 두 마디다.

민주당 조직 분야에서 오랫동안 일했다는 한 인사가 말했다. “오전에는 우리가 (사람들을) 동원했다. 민주당 사람들이 많았다. 그런데 오후에 젊은 사람들이 밀려들어 왔고, 졌다는 분위기가 감지됐다”고 말했다. 민주당원이 말했다. “정당 정치가 업그레이드되길 바라는 심정에서 자식을 채찍질하는 마음으로 박원순 후보를 찍었다”고 말했다.

이 두 마디 말에 녹아있다. 제1야당 민주당이 패한 이유가 고스란히 녹아있다.

이번엔 평을 감상하자. 비록 박원순 변호사에게 패했지만 예상을 깨고 선전한 박영선 민주당 의원에 대한 평이다.

민주당의 한 핵심 당직자가 말했다. “민주당 후보로서 경선 내내 잘 싸웠고, 이번 경선 최대의 흥행 메이커로 활약했다. 충분한 성장 가능성을 보여줬다”고 했다. 민주당의 한 의원이 말했다. “패배는 뼈아플 정도로 아쉽지만 박원순 변호사와의 격차를 크게 줄인 것은 박영선 의원이기 때문에 가능했던 일이다”라고 했다.

이 두 마디 말에 담겨있다. 제1야당 민주당이 나아가야 할 방향이 제대로 담겨있다.

민주당은 왜소하다. 신규고객을 유치하기는커녕 단골마저 빼앗길 정도로 고사상태에 내몰리고 있다. 자초한 일이다. 이명박 정권 들어 보여온 갈짓자 행보의 결과다. 핏대 올리며 싸울 듯 하다가도 결국엔 무릎을 꿇고, 배수진을 친 듯 하다가도 낮은 포복으로 임한 결과다. 이른바 ‘선명야당’과 ‘대안야당’ 사이에서 갈피를 잡지 못하고 끊임없이 좌충우돌한 결과다. 그 결과가 신뢰의 위기를 부른 것이다.

민주당은 늙었다. 정당 가운데 의원 평균연령이 가장 많은 연로정당이다. 비록 원한 건 아니었지만, 유권자가 그렇게 만든 결과이지만 아무튼 노쇠한 정당이다. 민주당의 색깔은 회색이다. 나이 든 의원이 많은 만큼 개혁성과는 거리가 먼 의원도 많다. 지역 기득권에 안주하고 관료 경험에 매몰된 의원이 수두룩하다. 이런 의원들이 신뢰의 위기를 더욱 부채질한다. 

그런데도 꽃을 피웠다. 마른 고목이 꽃을 피우듯 대중에게 먹혀들 인물을 내놓았다. 박영선 의원의 선전이 이런 경우다.

박영선 의원은 코드가 맞았다. 시대정신과 일맥상통하는 의정활동을 보여왔다. 그가 의정활동 내내 부르짖었던 재벌개혁과 검찰개혁이 지금 시대를 관통하는 근본문제와 맥이 닿아있었다. 그래서 호평 받을 수 있었다. 신뢰의 위기에 빠진 민주당 소속이면서도 무시 못 할 기세를 보일 수 있었다. 민주당 소속이 아니었으면 더 큰 선전을 했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올 정도로 큰 가능성을 보여줬다.

민주당이 살 길은 달리 없다. 박영선 개인의 선전을 당의 선전으로 전환하는 길 밖에 없다. 박영선의 가능성을 당의 가능성으로 전환하는 길 밖에 없다. 그러려면 바꿔야 한다. 체질 개선을 통해 신뢰지수를 높여야 한다.

일각에서는 시대정신에 맞는 정책을 개발하고 대중적 구호를 발굴하면 될 것이라고 말하지만 꼭 그렇지만은 않다. 그것이 필요조건임은 분명하지만 충분조건이지는 않다. 민주당이 처한 위기의 본질이 신뢰 문제라면 진정성을 높이고 상징성을 키워야 한다. 입이 아니라 인물로, 정책이 아니라 역정으로 호소해야만 정책과 구호는 대중을 움직일 수 있다.

계기는 내년 총선이다. 이 선거의 특성상 이번 서울시장 경선과 같은 모델을 전면 도입하기는 어려운 일, 따라서 민주당으로서는 여지가 있다. 공천을 통해 당의 체질을 바꾸고, 총선 승리를 통해 체질 개선 효과를 착근시킬 여지가 있다. 어쩌면 이게 거스를 수 없는 대세인 야권연대에 임하는 민주당의 최선책일지도 모른다.

▲사진=서울시장 보선 야권 통합후보에 나섰던 세 후보 ⓒ프레시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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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울 이유가 없다. 김해을 후보 단일화 협상 무산을 놓고 서로 삿대질할 이유도 없고, 특정인을 들먹일 필요도 없다. 그냥 내버려두면 된다. 물 흘러가듯 그냥 내버려두고 그냥 받아들이면 된다.

안다. 이렇게 말하면 야권 연대의 대의를 저버리고, 반한나라당 전선의 필요성을 무시하는 발언이라는 비난을 살 거라는 사실을 잘 안다. 그래도 말한다. 김해을에서만은 그냥 이대로 치르는 게 낫다. 차라리 제 정당이 제 후보를 내서 선거를 치르는 게 낫다. 감동을 주지 못하는 뒷북 단일화를 하느니 그냥 이대로 두는 게 낫다. 그럼 당장의 당락을 떠나 무형의 소득 하나는 얻는다. 유시민 대표와 국민참여당의 존재 이유 및 향후 진로에 대한 가늠자만은 얻는다.

국민참여당은 노무현 정신을 이어 받겠다며 탄생한 정당이다. 민주당의 한계를 지적하며 출범한 정당이다. 더불어 노무현 전 대통령의 반대를 무릅쓰고 탄생한 정당이다. 민주당의 지역주의를 거부하며 만들어진 정당이다. 이런 정당이 노무현 전 대통령의 본향에서 선거를 치르려고 한다.

그 뿐인가. 선거를 진두지휘하는 유시민 대표는 야권을 통틀어 지지율이 가장 높은 정치인이다. 아울러 노무현 적자로 간주되는 인물이다. 이런 유시민 대표가 국민참여당의 발원지 선거에 ‘올인’하고 있다. 

사정이 이렇다면 제대로 평가 받게 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노무현 계승과 부정, 민주당 극복과 연대의 교차점에 서 있는 국민참여당과 유시민 대표로 하여금 노무현의 본향에서 홀로 평가를 받게 하는 게 온당한 방법이다. 민주당의 지역주의가 상대적으로 약한 김해을에서 오로지 혼자만의 힘으로 그들을 극복할 수 있는지 지켜보는 게 적절한 방법이다. 유시민 대표와 국민참여당의 존재에 대해 가장 정통한 평가를 내릴 수 있는 곳, 유시민 대표와 국민참여당의 향로에 대해 가장 객관적인 평가를 내릴 수 있는 곳이 김해을이니 그곳 유권자의 판단에 맡기는 게 온전한 방법이다.

사실 야권 후보 단일화를 꾀하는 건 이율배반이다. 민주당의 한계를 지적하면서 탄생한 국민참여당이 민주당의 양보를 요구하는 게 어불성설이다. 다른 곳이라면 몰라도 김해을에서만은 그렇다. 자신들이 본거지나 다름없는 곳에서, 자신들이 극복하고자 하는 상대의 지원을 받고자 하는 건 제 스스로 뿌리 없는 정당임을 고백하는 것과 같다.

반한나라당 전선의 필요성, 야권연대의 절박성은 들이댈 필요가 없다. 그것이 소이를 버리고 대동을 꾀한다는 주장을 도출할지 모르지만 한편으론 국민참여당의 독자적인 길을 부정하는 논리를 끌어내기도 한다. 그것을 강조하면 할수록 ‘나홀로’ 길을 걷는 국민참여당의 행로와 야권연대 협상에 임하는 유시민 대표의 행적이 도마에 오를 뿐이다.

엎어진 김에 쉬어 가라고 했다. 야권연대가 감동이 아니라 짜증을 유발하는 상태라면 각을 새로 잡는 것도 한 방법이다. 국회의석 하나에 연연할 게 아니라 야권의 질서에 영향을 미칠 다른 요소에 눈을 돌리는 것이 생산적 방법이다.

▲사진=4.27 재보선 김해을 선거에서 이봉수 국민참여당 후보를 지원하고 있는 유시민 대표 ⓒ프레시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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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말 틀린 것 하나도 없다. 세상도 인생도 돌고 돈다. 어릴 때 사고치고 속 썩이던 자식이 커서 효자 노릇 하는 건 그리 드문 광경이 아니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그런 경우가 될지 모른다. 지금 당장은 민주당에 몽니 부리지만 나중에 상을 차려줄지 모른다. 흐름이 그렇다.

민주당은 암초를 만났다. 무상급식에 이어 무상보육과 무상의료, 여기에 반값 등록금까지 기세 좋게 내놨다가 한나라당의 세금 역공에 말려 멈칫대고 있다. 자칫하다간 2006년의 악몽이 재현될지 모른다. ‘세금폭탄’ 프레임에 갇혀 5.31 지방선거에서 속절없이 참패했던 그 때의 참화를 되맞을지 모른다. 서울 강남은 물론 종부세와는 큰 상관이 없던 강북지역 민심까지 등을 돌렸던 그 때의 참화를 되맞을지 모른다.

전철을 밟지 않으려면 구축해야 한다. 이른바 ‘주체세력’을 조직해야 한다. 민주당의 보편적 복지에 머리로 찬성하는 수준을 넘어 행동으로 지지할 수 있는 세력을 구축해야 한다. 그렇게 적극 지지층을 조직해 ‘불감청고소원’ 세력을 견인해야 한다.

그 매개가 주민투표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회심의 승부수로 띄운 무상급식 주민투표가 민주당에게도 더할 나위 없는 돌파 카드가 된다.


오세훈 시장이 주민투표 청구에 실패하면, 또는 주민투표에서 패배하면 그렇게 된다. 그것이 무상급식 추인으로 간주되는 순간 오세훈 시장은 물론 한나라당의 ‘복지 포퓰리즘’ 구호는 탄핵사태를 맞는다. 단순히 무상급식에 대한 탄핵을 넘어 ‘반 무상’ 전반에 대한 탄핵으로 이어진다. 여론지형이 그렇게 바뀐다.

‘주체세력’이 구축된다. 주민투표 과정에서 무상급식에 찬성하는 시민들이 뭉치면 이들은 무상급식을 넘어 ‘무상 시리즈’ 전반에 강력한 지지를 보내는 ‘주체세력’이 된다. 민주당의 ‘구호’를 ‘운동’으로 확산시킬 실천그룹이 구축된다.

둑은 한 번에 무너지지 않는다. 조그만 구멍이 둑을 허무는 법이다. 비전은 인식이 아니라 확신이다. 실현될 수 있다는 확신이 비전에 생명력을 불어넣는 법이다. 이 점에 입각해 보면 무상급식 주민투표는 다른 ‘무상 시리즈’를 실현시키는 교두보다. 오세훈 시장과 한나라당의 ‘복지 포퓰리즘’ 구호에 균열을 가하는 구멍이자, ‘무상 시리즈’에 확신을 심어주는 매개다(민주당이 현실적인 재원대책을 내놔야 한다는 단서는 굳이 거론치 않겠다. 당연한 얘기니까).

물론 위험부담은 있다. 오세훈 시장이 주민투표 청구에 성공하면, 나아가 주민투표에서 무상급식을 부결시키면 상황은 반전된다. 민주당은 코너에 몰리고 보편적 복지는 벼랑 끝에 내몰린다.

하지만 피할 일은 아니다. ‘무상 시리즈’ 가운데 그나마 시민 곁에 가까이 다가 서 있는 게 무상급식이다. 이런 호재조차 실현시키지 못하는 민주당이라면 ‘무상 시리즈’ 전반을  관철시킬 가능성은 제로다. ‘무상 시리즈’가 파탄 날 뿐만 아니라 2012년 선거판도 파탄 난다.

또 다시 옛말 틀린 것 하나 없다는 사실을 확인한다. 피할 수 없다면 즐기라고 했다. 오세훈 시장이 기어코 주민투표를 성사시킬 요량이라면 타고 가야 한다. 그게 민주당의 전략이다. 

▲사진=오세훈 서울시장 ⓒ프레시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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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준표 최고위원은 ‘정권의 몰락’을 언급했지만 그건 그의 생각일 뿐이다. 청와대는 예산안 후폭풍에 굴하지 않는다. 의지가 그렇고 상황이 그렇다.

청와대가 한나라당만큼 예산안 후폭풍에 전전긍긍하고 있다면 뻣대지 못할 것이다. 청와대의 심기에 자유롭지 못한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이 안상수 한나라당 대표 앞에서 “당도 재정원칙을 지켜주기 바란다”고 목소리를 높이진 못할 것이다. 장관만이 아니라 힘없는 기획재정부 실무자까지 나서 양육수당과 영유아 예방접종비 등이 삭감된 데 대해 불만을 쏟아내는 한나라당을 향해 ‘정부 원칙’을 읊조리지는 못할 것이다. 

청와대는 돌파하려 한다. 템플스테이 예산과 같은 한두 가지 항목을 조정하고, 고흥길 한나라당 정책위의장과 같은 한두 명의 당사자를 사퇴시키는 선에서 후폭풍을 가라앉히려 한다. 청와대의 의지는 아직 강고하다.

그럴 수밖에 없다. 여기서 의지를 꺾고 기세를 뺏기면 다음 상황이 막막해진다. 무슨 일이 있어도 처리해야 하는 한미FTA 비준안이 위태로워진다. 야당에 기세를 뺏기는 건 둘째 치고 한나라당의 불만을 통제하지 못하면 단속력이 약화되고 또 한 번의 강행처리 동력이 줄어든다. 눌러야 한다.

백 번 양보하더라도 내년 상반기까지 ‘정권의 몰락’은 있어서도 안 되고 있을 수도 없다. 청와대에겐 그렇다.

청와대의 의지와 상황이 이렇다면 야당의 대응전략은 아주 단순해진다. 그냥 춤추면 된다. 청와대가 깔아준 멍석 위에서 한판 흐드러지게 춤을 추면 된다. 민생과 직결되는 양육수당이나 영유아 예방접종비, 결식아동 급식비 등을 내칠수록 더 강하게 두드리면 된다. 거기서 ‘민생’을 뽑아내 한미FTA와 연결하면 된다. ‘민생예산 투쟁’을 ‘민생파탄 저지투쟁’으로 이어가면 된다.

민주당이 이른바 ‘5적’ 사퇴를 촉구하고 긴급 추경 편성을 요구하는 것은 이 일환일 것이다. 집권여당의 약한 고리를 침으로써 그들의 균열을 유도하고 의정의 주도권을 쥐려는 차원일 것이다.

헌데 문제가 있다. 객관적 요인에 맞춰 전선을 치는 것은 그렇다 치지만 결정적인 한 가지를 소홀히 하고 있다. 체력이다.

세상에 펀치 날리는 법 몰라 다운 당하는 권투 선수 없고, 스윙법 몰라 삼진 당하는 야구 타자 없다. 경기력을 가르는 건 교본이 아니라 근력이다. 민주당은 이걸 키우려 하지 않는다.

곳곳에서 예산안 강행처리 비난 여론이 들끓으면 한 데 모아야 하는데 민주당은 오히려 분산하려 한다. 거점을 세워 응집해야 하는데 산개하려 하고, 틀을 만들어 망라해야 하는데 독주하려 한다. 그들이 마다않는 험구를 보면 소속 의원과 당원에 총동원령을 내려도 모자랄 판에 대표 한 사람의 ‘선도투쟁’에 골몰한다.

민주당의 태도가 이렇다면 달리 해석할 수 없다. 둘 중 하나다. 소심하거나 욕심부리거나.

▲사진=민주당 의원 등의 서울광장 농성 장면 ⓒ민주당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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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권 연대는 이제 유행어가 됐다. 6․2지방선거에서 위력을 발휘한 후 유행어가 됐고, 민주당 전당대회 주자들이 이구동성하면서 유행어가 됐고, 유시민 국민참여당 정책연구원장이 후보 단일화를 언급한 후 다시 유행어가 됐다.

좋다. 2012년 총선과 대선을 반한나라당 구도로 치러야 승리가 가능하다는 전망도 좋고, 그러니까 야권이 뭉치자는 주장도 좋다. 그것이 민주정당과 진보정당을 아우르는 대통합 단일정당을 지향하는 것이든, 민주연합당과 진보연합당 두 갈래로 통합한 뒤 후보 단일화를 모색하는 것이든 좋다. 어떻게든 뭉치기만 한다면 ‘이보다 더 좋을 수는 없다’.

문제는 현실이다. ‘이보다 더 좋을 수는 없는’ 방안이 실현될 토대가 문제다.

본 적이 없다. 야권 연대가 순풍순풍 옥동자를 낳는 걸 본 적이 없다. 지난 6․2지방선거 때에도 그랬다. 일찌감치 5+4협의체를 꾸려 연대책을 모색했지만 입씨름만 거듭하다가 협상 결렬을 선언했고, 선거 막판에 가서야 벼락치기로 후보별 단일화 협상을 벌였다.

그럴 수밖에 없다. 연대 대의보다 앞서는 게 이익과 지형이다. 선거판세가 짜여야, 그 판세에 따라 후보별 유․불리가 드러나고, 그래야 양보와 거래가 이뤄진다. 이게 정치 생리다.

헌데 공교롭다. 그 때가 되면 연대의 키를 쥐고 있는 민주당에 문제가 생긴다. 대권-당권 분리원칙에 따라 손학규 체제가 2011년 12월에 물러남에 따라 총선을 관장하는 지도부는 관리형으로 짜일 수밖에 없다. 당내 역학구도에 상당한 변화를 가져올 수 있는 정치적 거래를 성사시키기엔 턱없이 역부족인 지도부가 들어서는 것이다.


여기서 도출된다. 야권 연대의 데드라인은 내년 12월 전까지여야 하고, 방법은 통합이어야 한다. 민주당 주주가 평당원이 아니라 최고위원 신분일 때 거래 품목(지분) 갹출을 압박해야 그나마 가능성을 조금이라도 올릴 수 있기에 그렇다. 총선 판세가 짜이기 전인 이때에 후보 단일화를 모색할 수 없기에 그렇다.

데드라인과 방법을 못 박는 이유가 하나 더 있다. 한나라당이다. 재현할지 모른다. 한나라당이 2008년 총선과 같은 공천 전쟁을 재현할지 모른다. 공천 결과가 곧 대선후보 당내 경선 판세를 좌우하기에 친이와 친박이 한 치 양보 없는 공천 전쟁을 벌이고 그 결과 여권 분열상이 총선판으로 이어질지 모른다.

이 개연성이 현실화 되면 야권 연대는 더욱 힘들어진다. 제일 덩치가 크고, 가장 많이 양보해야 할 민주당이 시치미 뚝 떼는 모습을 연출할 수 있다. 여권의 분열상은 민주당의 승리 가능성을 높여준다고 판단해 안면몰수 할 수 있다.

거듭 확인한다. 지금 백가쟁명 양상으로 전개되는 야권 연대 논의 시한은 내년 12월 전까지다.

헌데 이 또한 공교롭다. 너무 멀다. 대선과 총선이 너무 멀리 있다. 그래서 민주당 주주들이 꿈을 접지 않는다. 대의에 사익을 종속시키기는커녕 오히려 사익을 팽창시키는데 골몰하기 십상이다. 야권 통합이 아니라 민주당 내 세력 흡수에 올인하기 십상이다.

다른 야당도 마찬가지다. 내년 12월 전까지 대통합 단일정당이든, 양 갈래 민주․진보 연합당이든 통합을 이루게 되면 현실적으로 6․2지방선거 결과가 거래의 기준이 된다. 그래서 어렵다. 지방선거 결과의 편차가 너무 큰 만큼 거래의 유․불리도 확연하게 갈려 통합 의지의 부조화 현상이 발생한다.

실상이 이렇다. 유행가 가사처럼 읊조려지는 야권 연대는 ‘고요 속의 외침’이다. 아무도 귀 담아 듣지 않는 상태서 운위되는 당위명제일 뿐이다. 적어도 지금까지는 그렇다.

▲사진=6․2지방선거에서 김진표 민주당 후보와 유시민 국민참여당 후보가 경기지사 후보 단일화 합의 발표를 하며 악수하고 있다. ⓒ프레시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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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86, 그들은…

이슈분석 2010/09/15 11:04


486은 애당초 단일집단이 아니었다. 연령대가 비슷한 점을 빼고 그들은 각양각색이었다. 계파에 따라 찢기고 상황에 따라 모이는 부평초와 같은 존재였다.

그래서 믿기 힘들었다. 그들이 ‘하청정치’를 끝내겠다며 모였을 때도 전적으로 신뢰할 수 없었다. 그런 행태 또한 이전에 보였던 환경적응력의 소산으로 보지 않을 수 없었다. 동년배의 정치인들이 자치단체장에 당선되면서 나온 40대 기수론에 무임승차 하려는 것으로 여기지 않을 수 없었다.

그리고 다시 확인했다. 486 단일화가 사실상 무산되는 과정을 보면서 그들의 실체를 다시금 확인했다. 그들은 여전히 부평초다. 뿌리를 땅에 내리지 못하고 떠다니는 존재다.

돌아보면 그렇다. 486을 대표하는 정치인들은 대부분 학생운동판에서 정치판으로 급행열차를 탄 사람들이다. 잠깐 사회 경험을 한 사람도 있지만 그들 역시 생활현장에 뿌리를 내린 게 아니라 단지 정거장으로 삼았을 뿐이다. 이게 원인이다. 486의 정치행태를 규정하는 주요인이다.

486은 ‘하청정치’를 끝내겠다고 했지만 끝낼 수 없었다. 그들은 독자적인 원천기술도, 독자적인 판로도 갖고 있지 않았다. 생활현장에서 경험을 충분히 숙성시키지 못함으로써 책속의 이론을 내면화할 바탕을 갖추지 못했고, 경험을 정치 컨텐츠로 전환할 능력을 키우지 못했고, 같은 판에서 같은 경험을 공유한 대중들을 확고한 지지기반으로 만들 여지를 확보하지 못했다.

그래서 정치공학적 행태로 일관한 것이다. 자기 철학을 갖고 일관된 태도를 견지해야 할 때 순간의 임기응변력을 발휘한 것이다. 원칙을 갖고 현장을 관찰해야 할 때 감으로 ‘짱’을 본 것이다. 가치가 없으니 이해관계에 집착한 것이다.

아이러니하지만 엄연한 사실이다. 486은 자신들의 성과물에 옥죄이는 아주 묘한 처지에 빠져버렸다. 6월항쟁의 주역으로서 민주 대 반민주 대결구도 종식에 결정적 역할을 한 그들이 자신들의 성과를 탐닉하는 데 급급해함으로써 이후를 대비하지 못했다. 성과에 탐닉하면서 이후를 대비하지 못함으로써 민주 대 반민주 대결구도 이후 부상하는 ‘생활진보’에 대한 적응력을 키우지 못했다.

그 귀결이 바로 ‘오늘’이다. 40대 기수론을 주장하면서도 어떤 깃발을 들지 정하지 못하는 오늘의 행태, 하청정치 종식을 다짐하면서도 원천기술을 내놓지 못하는 오늘의 처지, 원천기술이 없다보니 동업의 여지를 확보하지 못하는 오늘의 현실은 강제된 게 아니라 자초한 것이다. 2008년 총선 때 대거 낙선하면서 ‘하방’을 강제 당했는데도 여의도 정가를 어슬렁거린 어제의 행적이 오늘의 꼴불견을 낳은 것이다.

덕분에 자명해진 건 있다. 486이 연출한 궁색한 풍경 때문에 민주당이 누구를 향해야 하는지, 누구에게 문호를 열어야 하는지 분명해졌다. 생활현장에서 진보의 가치를 구현하기 위해 일로매진해온 사람들을 영입해야 하고, 그들의 경험과 철학을 생활진보정치 컨텐츠로 만들어야 한다는 점이 확실해졌다.

하지만 요원하다. 그런 사람들은 부동자세를 풀고 있지 않다. 민주당과 진보정당의 경계지점에서 부동자세를 풀고 있지 않다.

▲사진=민주당 전당대회에 나섰던 486 세후보. 왼쪽부터 백원우, 최재성, 이인영 후보 ⓒ프레시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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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토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