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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가 대단한 걸 발견했나 보다. 1면에 올렸다. ‘계획된 죽창’이란 제목의 기사다.

“지난 16일 대전 도심에서 벌어진 불법폭력 시위 현장에서 압수한 ‘죽봉’ 가운데 일부는 사전에 끝을 뾰족하게 깎은 ‘죽창’으로 확인됐다”고 했다. “대전지방경찰청은 19일 시위 현장에서 압수한 죽봉 620여개 가운데 20여개는 애초부터 대나무 끝을 낫 등으로 날카롭게 깎은 ‘죽창’이었다는 사실을 확인, ‘죽창’을 만들고 배포한 사람에 대해 수사 중이라고 밝혔다”고 했다.

하긴 대단한 발견이긴 하다.

이 보도가 있기 전까지만 해도 경찰과 민주노총의 ‘죽봉-죽창’ 논란은 맴맴 돌았다. 대전경찰청은 “대나무를 바닥에 내리쳐 죽창으로 만들었다”고 했고, 민주노총은 죽봉이 경찰 방패에 부딪혀 끝이 갈라졌을 뿐이라고 맞섰다. 논란은 뜨거웠지만 논란의 양 당사자 모두 ‘우발성’ 범위 안에서 제한전을 펴고 있었다. 이러던 차에 ‘조선일보’가 ‘계획된 죽창’을 확인 보도했으니 판을 정리할 결정적 계기를 제공한 셈이다.


헌데 왜일까? 우습다. 실소를 거둘 수가 없다.

당장 이런 의문이 싹튼다. 민주노총은 왜 ‘계획’을 620분의 20, 즉 3%로 제한했을까? 죽창 들고 폭력시위 벌일 요량이었다면 왜 감질나게 죽창 비율을 3%로 제한했을까? 치고 빠지려고 그랬을까? 600여개의 죽봉 사이에 드문드문 죽창을 끼워넣어 ‘흉기’의 존재를 감추려 했던 걸까?

자답하지는 말자. 이렇게 자문하는 것 자체가 우스울뿐더러 이보다 더 큰 의문이 있기 때문이다.

농촌에서 살아본 사람은 안다. 단 한 번이라도 대나무를 베어본 사람이라면 안다. 대나무는 직각으로 잘리지 않는다. 낫이나 칼로 대나무를 직각으로 자르려고 하면 갈라진다. 결을 따라 대나무가 ‘쩍’ 갈라진다. 그래서 사선으로 내리친다. 낫이나 칼로 단번에 비스듬히 내리쳐 자른다. 대나무를 자르는 연장이 낫이나 칼일 경우 대나무는 잘리는 순간 어쩔 수 없이 ‘창’이 되는 것이다.

다른 방법이 있긴 하다. 쇠톱으로 자르면 된다. 날이 가는 쇠톱으로 자르면 끝이 평평해지고, 그것으로 대나무 마디 부분을 자르면 대나무 통이 된다. 식당에서 흔히 보는 대나무 밥통이 대표적인 예다.

하지만 많이 쓰진 않는다. 특별 용도가 아닌 한 또는 특별 주문이 없는 한 농부들은 대나무를 이렇게 자르지 않는다. 비싼 쌀밥 먹고 쇠톱질에 헛심 쓰느니 낫으로 단 한 번에 베어버린다.

자, 이렇게 사실을 확인했으니 물어보자. 대전에 모인 노동자들은 죽창을 어떻게 구했을까? 그곳에 모인 노동자 전원이 집 뒷산에서 대나무를 베어왔을까?

우습다. 이런 일은 가능하지도 않고 벌어지지도 않았다. 화물연대의 박상현 법규부장이 밝힌 바 있다. 대나무를 ‘구입’했다고 했다. “만장으로 사용한 일부 대나무는 구입 당시부터 창 모양으로 되어 있었다”고 했다.

섞여 들어간 것으로 보는 게 맞다. 죽봉 600여개가 납품되는 과정에서 죽창 20여개가 공교롭게도 섞여 들어간 것으로 보는 게 현실적이다. 박상현 부장의 주장에 기대서 하는 말만이 아니다. 그렇게 보지 않고서는 달리 해석할 길이 없기 때문이다. 민주노총이 600여개의 죽봉을 ‘특별’ 주문하면서 20여개의 죽창을 ‘별도’ 주문했다는 게 상거래 통례에 비춰볼 때 납득이 가지 않기 때문이다.

'구입' 단계에서 '일부' 죽창이 섞여 들어간 걸 걸러내지 못한 '과실'을 부각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 그 전에 '주문' 단계에서 죽창이 아니라 죽봉을 원했던 발주자의 진심을 헤아릴 필요가 있다. 

마지막으로 이런 가능성도 살펴야 할지 모른다. 박상현 부장의 말과는 달리 구입 단계에서 죽창이 섞여 들어간 게 아니라 어떤 노동자(들)가 시위 현장에서 일부러 죽봉을 죽창으로 만들었을 가능성이다.

하지만 이 가능성을 현실영역으로 끌어내려면 입증해야 한다. ‘조선일보’가 죽창 사진 뿐 아니라 죽봉을 죽창으로 만든 연장, 즉 낫이나 칼을 함께 제시해야 한다.

덧없다. 논리상으로는 필요한 절차이지만 실제론 별로 필요가 없다. 이 가능성을 상정하는 순간 다른 추정이 성립된다. 애초에 현장에는 죽봉 밖에 없었다는 추정, 애초에 주최측은 죽창을 동원할 생각이 전혀 없었다는 추정이 성립된다.

폭력의 정당성은 별개로 하고 폭력의 의도성에 대해 묻고 또 묻는 이유가 있다. 죽창이 아니어도 사정은 매한가지였을 것이기 때문이다. 

나무 막대기를 쓰면 각목을 든 게 된다. 게다가 우연히도 몇 개의 나무 막대기에 뽑다가 만 못이 박혀있으면 흉기가 되고…. 파이프도 그렇다. 재질에 금속물질이 조금이라도 섞여있으면 쇠파이프가 된다. 그냥 플라스틱 파이프라 해도 부서지는 순간 끝이 뾰족한 플라스틱 창이 되고….

죽창이 아니더라도 폭력의 의도성을 부각시킬 거리는 널려있다.

▲캡쳐=‘조선일보’의 20일자 ‘죽창’ 관련 기사

Posted by '토씨'


전교조 서울지부에게 방을 빼라고 했다. 서울시교육청이 전교조 서울지부가 사무실로 쓰는 종로구 사직동 어린이도서관 내 자조관 건물을 비워달라고 했다.

국세청은 조사에 나섰다. 고소득 자영업자의 탈세를 조사한다면서 그 대상에 민주노총 법률원과 구 금속노조 법률원인 ‘노동법률원 법률사무소 새날’을 끼워넣었다.

의도는 분명해 보인다. 반대세력 옥죄기다. 이명박 정부에 대립각을 세워온 민주노총과 전교조의 발목을 잡으려는 것으로 해석할 소지가 다분하다.

논란은 피할 수 없다. 정부 정책에 반대한다고 해서 얼굴을 부라리는 게 과연 정부가 내보일 태도인지 물어야 하고, 반대세력 옥죄기 후에 하고자 하는 게 뭔지 따져봐야 한다.

하지만 제쳐놓자. 그보다 먼저 짚을 게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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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식이 낯간지럽다. ‘좁쌀 행정’이란 표현이 어울릴 만한 수단을 동원하고 있다. 두 단체의 정책노선을 정면 공격하는 게 아니라 그들의 ‘주변’을 치고 ‘발밑’을 판다.

백번 양보해서 이해할 수도 있다. 비록 ‘좁쌀’이라 해도 그것이 절차가 정당하고 내용이 합리적이라면 뭐라 할 수가 없다. 헌데 그렇지가 않다.

전교조 서울지부가 자조관에 입주한 건 단체협약에 따른 일이다. 서울시교육청과 단체협약을 맺고 정상적으로 입주한 것이다. 절차상 하자가 전혀 없다. 그래서일까? 이번엔 서울시교육청이 전교조와의 단체협약 해지를 검토하고 있다고 밝히고 나섰다. 자조관을 어린이용으로 써야 한다며 일찌감치 대체 공간을 요구한 전교조 서울지부의 요청에 묵묵부답으로 일관하고 있다. 절차가 너무 일방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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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 법률원에 대한 특별세무조사는 합리적이지 않다. 국세청은 “신고 내용의 탈루·오류 혐의” 또는 “동종업체 중 신고 성실도 하위”를 특별 세무조사의 이유라고 밝히고 있지만 설득력이 없다. 수익보다는 지원을 우선시하는 게 노동 법률원이다. 그래서 형사 사건 수임료가 로펌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게다가 소속 변호사들은 월급을 받고 있다. 당연히 소득세는 원천징수 된다.

고소득 자영업자의 축에도 끼지 못하는 이런 노동 법률원을 상대로 ‘동종업체 중 신고 성실도 하위’를 운운하는 건 난센스다. ‘신고 성실도’가 하위인 게 아니라 ‘신고액’이 하위일 수밖에 없다.

국세청은 ‘털어서 먼지 안 나는 곳 없다’는 신념으로 임하는지 몰라도, 혹여 털어보니 먼지가 나오는 일이 있을지 몰라도 비합리적이긴 매 한가지다. 기회비용이란 게 있다. 털어서 먼지를 얻기 위해 인력과 시간을 쏟아붓느니 뒤져서 대박 칠 곳을 둘러보는 게 훨씬 생산적이다.

새삼 궁금해진다. 국세청이 돈냄새를 못 맡을 리 없다. 서울시교육청이 단협 일방 파기에 따른 부담을 모를 리 없다. 그런데도 왜 이들은 '좁쌀 행정‘을 마다하지 않는 걸까?

‘모로 가도 서울만 가면 된다’고 했던가? ‘좁쌀 행정’의 연유를 이 속담에서 찾을 수 있다. 방식이 '좁쌀' 같더라도 효능만 크면 마다할 일이 아니다.

항산(恒産)이 있어야 항심(恒心)이 있다는 건 만고의 진리다. 물적 기반이 갖춰져야 지속적인 활동이 가능하다. 전교조 서울지부에 대체 공간은 제공하지 않은 채 퇴거를 요구하는 건 활동의 물적 기반을 허물기 위한 기초공사다.

이미지가 실체를 규정하는 건 불합리하지만 부정할 수 없는 사회현상이다. 노동 법률원을 뒤져 탈세 꼬투리라도 발견할 수 있다면 민주노총이나 금속노조의 이미지는 얼룩진다. 부도덕성을 부각함으로써 이른바 ‘귀족 노조’의 이미지를 더욱 고착화시킬 수 있다.

정책노선을 놓고 맞장 뜨는 장면을 연출하면 득 될 게 없다. 민주노총과 전교조에 대한 거부심리를 일부 자극하는 효과를 건질 수 있을지 몰라도 정반대로 두 단체에 ‘노이즈 마케팅’ 효과를 선사할 수 있다. 결과적으로 두 단체의 존재감만 키워줄 수 있다.

게릴라식 고사작전은 이런 리스크를 최소화하면서 수익은 극대화하는 최고의 전술이다. 굉음을 최소화하면서 파괴력은 극대화하는 '실용적' 폭탄 투하법이다.

▲사진=전교조 서울지부(위)와 민주노총 법률원(아래) 홈페이지

Posted by '토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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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움직임이 예사롭지 않다. 촛불정국을 반전시키려는 시도가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어제 하루 동안 나타난 현상이 그렇다.

▲농림수산식품부가 광우병의 위험성을 제기한 MBC ‘PD수첩’을 제소하겠다고 밝혔다. 올해 초 사망한 미국의 아레사 빈슨 씨의 사인이 인간광우병이 아니라는 미국 국립프리온질병병리학감시센터의 발표에 힘입은 조치다.

▲5개 부처 장관은 합동 담화문을 발표해 화물연대와 민주노총의 파업을 ‘불법적인 정치파업’으로 규정하면서 엄정대처를 다짐했다. 때마침 현대자동차 노조의 파업 가결 요건에 대한 논란이 불붙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은 인터넷을 ‘독’에 비유하면서 그 부작용을 정면에서 비판했다. 더불어 방송통신위원회가 인터넷 실명제 확대방안을 강구하고 있다는 소식도 전해졌다.

상승작용을 기대하는 것 같다. ‘PD수첩’을 치면 광우병 우려에 물타기를 할 수 있다. 인터넷을 압박하면 국민 대토론을 제어할 수 있다. 노동계를 자극하면 촛불집회를 교란할 수 있다.

좀 더 구체적으로 살피면 이렇다.

‘6·10 100만 촛불대행진’을 정점으로 촛불집회 참가 인원이 줄고 있다. ‘광우병 국민대책회의’가 촛불의 성격을 쇠고기에서 5대 정책으로 확장하기로 한 데 대해, 또 ‘정권 퇴진운동 불사’ 발언을 한 데 대해 ‘변질’ 논란이 일고 있다. 김종훈 통상교섭본부장이 미국으로 건너간 후 쇠고기 논란은 ‘재협상’에서 ‘추가협상’으로 좁혀지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정부로서는 소나기가 가랑비로 약화됐다고 판단할만한 양상이다.

이런 양상에 노동계의 ‘불법적인 정치파업’을 접목시키면 어떻게 될까? 촛불집회장에 붉은 머리띠를 두른 노동자가 조직적으로 참가하고 시위 양상이 과격해지면 어떻게 될까? 정부는 불감청이언정 고소원의 상황으로 판단하는 듯 하다.

강수는 아닐까? 아무리 그래도 정부가 궁지에 몰려있는 게 엄연한 사실인데, 노동계의 파업에 대해서도 ‘생계형’이란 이유로 국민 다수가 지지를 보내고 있는데 잘 통할 수 있을까?

걱정할 것 없다. 세 가지 요건이 구비돼 있다.

하나는 상징. 파업 찬반투표 가결 여부를 놓고 논란이 벌어지고 있는데도 현대자동차 노조와 민주노총은 파업 강행을 선언했다. 이처럼 좋은 여론전 소재는 없다. 민주노총의 ‘불법성’과 ‘정치성’을 상징하는 요소이고, 민주노총이 서울광장에 집결하는 순간 촛불집회의 순수성을 공격할 수 있는 거리이다.

다른 하나는 완충제. 마냥 강수로 나가는 건 아니다. 화물연대의 핵심적 요구인 표준요율제 즉각 시행, 유가보조금 지급기준 완화, 노동자 지위 인정에 대해서는 야멸차게 거부했지만 다른 한편으로 지원책도 내놨다. 고속도로 통행료 할인대상을 확대해주기로 했고 경유 화물차를 LNG 화물차로 바꾸는 데 들어가는 돈을 지원해주기로 했다.

그 뿐인가. 추가협상에서 30개월 이상 쇠고기 수입금지 조치에 합의를 볼 수 있다. 더불어 이명박 대통령의 인사 쇄신책도 준비하고 있다.

마냥 강수로 나가는 게 아니다. 강온 양면책을 씀으로써 ‘역공’에 대한 반발을 극소화시킬 수 있는 완충장치를 마련해 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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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하나는 우군. 보수언론은 이미 행동에 나섰다. 어제를 기점으로 보수언론이 ‘반격’의 선봉에 서고 있다. 현대자동차 노조 파업의 적격성을 집요하게 제기하고 있고, 촛불집회의 ‘변질’된 면모를 부각하고 있다.

보수인사도 나서고 있다. 소설가 이문열 씨는 촛불집회를 ‘불장난’ ‘난동’으로 규정하면서 ‘의병’의 궐기를 촉구하고 나섰고, 보수단체들은 맞불집회를 열고 있다.

이대로 가면 된다. 이렇게 대처하다 보면 갈린다. 촛불민심이 강과 온으로 갈리고, 노동계 파업에 대한 국민 여론이 찬과 반으로 갈린다. 이렇게 분열이 심화되면 대오는 흩어지고 힘은 약화된다.

이건 유형의 성과다. 더불어 무형의 보너스도 챙길 수 있다. 화물연대 파업으로, 건설기계노조 파업으로 시시각각 물류 마비, 공사 중단 소식이 전해지고 있다. 이와 함께 경제손실액이 추산되고 있고 궁극적으로 경제위기감이 유포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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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쁘지 않다. 덤터기를 써온 정부다. 경제를 살리겠다고 큰소리치더니 한 게 뭐냐는 국민 질책에 시달려온 정부다. 이런 상황에서 경제 위기감이 증폭되면, 그 원인 가운데 하나로 노동계의 ‘불법적인 정치파업’이 지목되면 정부는 최소한 ‘독박’을 피할 수 있다. 경제 실정 비판에 ‘동반 책임론’을 들이댈 수 있다. 만에 하나 파업이 전면화 되고 장기화 된다면 이런 실정 상쇄효과는 배가될 것이다.

새삼 떠오른다. 이명박 대통령이 불교계 대표들과 만나 그랬다. “소나기는 피해야 한다”고 했다. 한 불교계 대표가 맞받아쳤다. “소나기가 아니라 장맛비일 수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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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관건이다. 정부의 바람, 또는 의도는 그냥 그 자체일 뿐이다. 정부의 바람 또는 의도가 먹혀들지 여부를 재려면 마저 하나를 살펴야 한다. 상대요인이다.

오는 21일 또 한 번의 촛불집회가 예정돼 있다. ‘광우병 국민대책회의’가 재협상 시한으로 설정한 20일 이후 처음 열리는 촛불집회다. 이 집회에 얼마나 많은 시민이 운집하는지, 이 집회에서 정부에 대한 대응책을 어떻게 모아내느냐에 따라 상황은 달라진다.

아직 교호작용은 끝나지 않았고, 상황은 굳어지지 않았다는 얘기다.

▲사진 맨 위=이명박 대통령이 어제 OECD장관회의에 참석해 인터넷을 ‘독’에 비유했다 ⓒ청와대
▲사진 위에서 두 번째=촛불집회의 ‘정치성’을 부각한 <동아일보> 기사
▲사진 위에서 세 번째=노동계 파업이 민생에 악영향을 끼치는 점을 부각한 <조선일보> 기사
▲사진 맨 아래=현대자동차 노조의 파업을 비판한 <중앙일보> 기사

Posted by '토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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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심상정 의원은 탈당을 선언하지 않는다. 그렇다고 배제하는 것도 아니다. 도대체 뭘 고민하는 걸까?

면구스러운 걸까? 혁신안이 당 대회에 상정되기도 전에 탈당해 ‘새로운 진보정당운동’을 만든 사람들과 즉각 결합하는 게 면구스러운 걸까? 자신이 비대위 대표로 있을 때 비판했던 이들의 행태에 곧장 동조하는 게 낯간지러운 걸까?

아니면 민노당에 미련이 남은 걸까? 비록 혁신안이 부결됐지만 그래도 혁신의 여지는 남아있다고 믿는 걸까?

이도 저도 아니면 제3의 길을 고민하는 걸까? ‘새로운 진보정당운동’도 민노당도 아닌 제3의 진보정당을 꿈꾸는 걸까? ‘새로운 진보정당운동’의 ‘과속 행태’를 비판하면서 제3의 진보정당 창당을 주장하는 일부 평등파 인사들과 뜻을 같이 하려는 걸까?

설 연휴 동안 숙고한 다음에 입장을 밝힌다고 하니 기다려 볼 일이지만 속내를 얼핏이나마 엿볼 수 있는 단서는 있다. 태도와 현상이다.

‘일심회’ 제명을 추진하면서도 ‘종북주의’ 비판을 과도하다고 견제했던 그다. 이런 태도를 두고 일각에서는 절충적이었다고 비판하지만 다르게 볼 수도 있다. 양 극단을 제거함으로써 ‘대동’의 기틀을 마련하려고 했다고 볼 수도 있다. 물론 이런 태도가 추구하는 궁극적인 목적은 분열 방지다.

하지만 현상은 분열로 치닫고 있다. 민노당을 두고 하는 말이 아니다. 민주노총과 전농, 전빈련 등이 입장을 달리 하고 있다. 대중조직별로 입장을 달리하는 것만이 아니다. 조직 내에서 민노당 분열상을 재연할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이러면 갈기갈기 찢긴다. 조직이 갈리고, 힘은 분산되고, 정국 대응력은 약화된다.

고민하지 않을 수 없다. 분열을 막고자 했던 자신의 노력이 무산됐다고 해서 특정 분열세력에 몸을 의탁하는 건 어색하다. 몸을 함부로 움직이면 대중조직의 분열상을 더욱 심화시킬 수 있다.

때도 좋지 않다. 이명박 당선자는 민주노총과 각을 세우고 있다. 한미FTA 비준안을 조속히 처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총력 대응’을 해도 모자랄 판에 조직이 찢기고 대중운동이 갈리면 만신창이가 될 수 있다.

어떤 이들은 길게 보고 새로운 진보세력을 건설해야 한다고 훈수를 둔다. 맞는 얘기지만 한편으론 한가한 소리다. 깨지고 터지면 패배주의가 유포된다. 이보 전진을 위해 일보 후퇴하는 건 비전과 전략을 가졌을 때의 얘기다.

‘숙고’는 자연현상에 가깝다. 상층부 몇몇만의 조직 결성으로 진보세력의 대안이 건설되는 게 아니라는 사실을 인정한다면, 대중운동을 조직화하는 건 고사하고 기존 대중조직마저 분열된다면 어떤 진보정당을 만들더라도 힘을 받기 어렵다는 사실을 중시한다면 섣불리 길을 잡을 수 없다.

심상정 의원의 어깨 너머로 얼핏 살핀 게 틀리지 않다면 ‘조속한 결론’을 기대하는 건 과욕이다. 그는 그 어떤 카드도 쉽게 선택할 수 없다.

숙고 다음의 일성을 기다릴 밖에 다른 도리가 없다. 모든 이들이 무릎을 딱 칠 묘안을 제시할 깜냥이 되지 않는 한….

Posted by '토씨'

이명박 당선자가 민주노총과의 간담회를 파기했다. 법을 지키지 않는 상대와는 대화할 수 없다는 게 이유다. 그렇다고 치자. 법을 얘기하는 데 무슨 중뿔나는 논리가 있다고 반박하겠는가.

그럼 이런 현상은 어떨까? 이명박 당선자가 당선 이후 41일 동안 소화한 일정은 60회, 이중 26회가 재계나 사회 각계 지도층 또는 고려대와 소망교회, 뉴라이트전국연합 등과의 만남이었다. 반면에 농어민단체 대표, 한국노총, 사회복지시설 선덕원 등 소외층을 대변하는 단체와의 만남은 3회에 그쳤다. <경향신문>이 추린 집계다.

이것만이 아니다. 인수위가 어제 개최한 ‘영어 공교육 공청회’에 전교조나 참교육학부모회와 같이 이명박 당선자의 교육정책에 반대하는 단체는 아예 초청을 하지 않았다.

하나 더 있다. <세계일보>가 보도한 내용이다. 국가정보원이 이명박 당선자의 핵심 측근과 인수위에 각종 현안 보고서를 제출하고 있는데 그 내용이 새 정부의 입맛에 맞는 것만 추려 가공한 것이라고 한다. 그래서 국정원 보고서를 두고 ‘명랑보고서’라고 부른다고 한다.

뭘 뜻하는가? ‘편향’과 ‘편식’이다. ‘방문’과 ‘경청’ 대상이 한쪽으로 심하게 쏠려있다는 얘기다. 다원화된 사회구조에서 쏟아져 나오는 다양한 목소리를 가려서 듣는다는 얘기다. 다른 말로 바꾸면 한나라당이 노무현 대통령 집권 5년 동안 줄기차게 비판한 ‘코드’ 행보라고 할 수 있다.

예사롭지가 않다. 하나의 수식어가 남아있다. 이명박 당선자를 일컬어 ‘불도저’라고 한다. 한 번 작심하면 기어코 밀어붙인다고 해서 붙은 별명이다.

가정하자. ‘불도저’가 ‘코드’에 따라 ‘편향’된 정책을 펴면 어떻게 될까? ‘반코드’ 진영은 불도저의 힘에 쓰러지거나 뭉개지고, ‘반대’와 ‘이견’의 목소리는 잦아들게 된다. 나라가 한쪽으로 쏠리게 되는 것이다.

보통 심각한 문제가 아니다. 이미 지방정부를 장악한 상태다. 여기에 중앙정부마저 획득했고, 마지막으로 남은 의회권력마저 한나라당으로 기울어지고 있다.

크고 작은 권력을 모두 틀어쥔 상태에서 들판의 목소리를 경청하지 않고 수렴하지 않으면 민주주의는 무너진다. 민주주의의 핵심적 가치인 견제와 타협의 원리가 무력화된다. ‘어렵더라도 함께 가자’는 구호가 ‘나를 따르라’로 대체된다. ‘나를 따르라’는 구호에도 불구하고 도열하지 않으면 ‘법질서 확립’ 차원에서 징치된다.

가정이 현실이 될지 모른다. 민주노총이, 그리고 전교조가 첫 번째 징치대상이 될지 모른다. 흐름이 그렇다.

‘경제’ 두 글자로 대권을 틀어쥔 이명박 당선자다. 하지만 상황이 여의치가 않다. 미국이 신음하고 중국이 미끄러지고 있다. 여기에 노동운동 세력까지 나서서 딴죽을 걸면 엎어진다.

‘영어’에 몰입하는 상황이다. 갈수록 거세지는 반발여론에도 불구하고 ‘영어 공교육 강화’를 밀어붙일 태세다. 여기에 전교조가 태클을 걸면 이명박 정부 첫 작품에 얼룩이 생긴다.

여건이 그리 나쁜 건 아니다. 민주노총은 대기업 노동자 이기주의라는 이유로, 전교조는 조직 이기주의라는 이유로 주류 여론의 십자포화를 받아왔다. 생채기가 적잖이 나 있는 상태다.

이들은 낡은 단체다. 이기주의의 지붕이 이념의 기둥 위에 아슬아슬하게 얹혀있는 판잣집 같은 존재다. 철거해야 한다. 그러려면 불도저가 나서야 한다.

Posted by '토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