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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러니’란 말이 딱 맞다. ‘이율배반’이란 말도 딱 맞다. 청와대의 세종시 국민투표 검토 방침이 그렇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가 그랬단다. “중대결단을 할 수 있다”고. 청와대 고위 관계자가 그랬단다. “대의민주주의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을 경우 국민투표(를) 선택할 수 있다”고. 추리자면 이런 말이 된다. 대의민주주의가 제대로 작동하지 못해 세종시 수정안이 국회에서 처리되지 못하면 중대결단, 즉 국민투표를 감행할 수도 있다는 말.

‘아이러니’라고 평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제 입으로 제 꼬리를 물기에 그렇다. 제 손으로 제 뺨을 때리기에 그렇다.

밀어붙일 때마다 읊조렸다. 감세법안, 미디어법, 4대강사업 등 국민 다수가 반대하는 사안을 밀어붙일 때마다 그들은 대의민주주의 원리를 들먹였다. 국회는 국민 대의기관이라고, 그 대의기관에서 다수결의 원리에 의해 결정하는 사안에 대해서는 무조건 승복해야 한다고 주장하곤 했다. 그들은 그렇게 주장하면서 직접민주주의의 아우성을 묵살했다.

그 때 그들의 논리에 의지하면 세종시 수정안 표류 또한 대의민주주의의 반영이자 다수결 원리의 투영이다. 그 때 그들의 논리에 따르면 대의기관의 다수가 미디어법을 찬성한 것이 정당하듯, 대의기관의 다수가 세종시 수정안에 반대하는 것 또한 정당하다.

헌데 청와대는 인정하지 않는다. 자신들이 전가의 보도처럼 애용하던 원리를 이제와선 썩은 칼자루 대하듯 한다. 그들이 신봉하는 ‘수의 논리’가 아무 이상 없이 작동하고 있는데도 “대의민주주의가 제대로 작동하지 못(한다)”고 개탄한다.

견강부회다. 청와대가 개탄하는 ‘작동불능상태’는 대의기관인 국회에서 빚어지는 일이 아니다. 오히려 야당은 빨리 내라고 한다. 정부가 마련한 세종시 수정 관련 법률안들을 국회에 빨리 제출해 빨리 결론짓자고 한다. 그런데도 청와대는 대의민주주의에 회부하지 않는다. 세종시 수정 법률안을 제출하지 않은 채 한나라당의 집안싸움에 목매달고 있다. 이렇게 대의민주주의를 피해가기 위해 암중모색하면서 입으론 대의민주주의 작동불능상태를 개탄한다.

독선이다. 청와대가 국민투표를 운운하는 데에는 선험적인 전제가 깔려있다. 세종시 원안은 글렀고 수정안은 옳다는 전제다. 청와대가 이중태도를 보이는 데에도 선험적인 전제가 깔려있다. 세종시 원안은 글렀고 감세법안과 미디어법은 옳다는 전제다. 바로 이런 전제 때문에 오락가락하는 것이다. 어떤 때는 대의기관의 권능과 다수결의 원리를 옹호하고 다른 때에는 대의민주주의의 작동불능상태를 개탄하는 것이다.

어쩔 수가 없다. 청와대의 이율배반 행태에도 불구하고 그들의 일관성을 뽑아내려면 한 가지 방법에 의지하는 수밖에 없다. 단어의 뜻을 재해석하는 것이다. 그들이 언급하는 ‘대의’를 ‘민심 대변’으로 해석하는 게 아니라 ‘청와대 대리’로 해석하는 것이다. 이래야 풀린다. 대의민주주의와 직접민주주의 사이에서 오락가락, 이율배반 행태를 거듭하며 아이러니한 모습을 보이는 청와대의 진면모를 확인할 수 있다. '아집' 말이다.

 ▲사진=이명박 대통령이 2월 25일 청와대에서 한나라당 당직자들과 가진 오찬에서 참석자들과 환담하고 있다. ⓒ청와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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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토씨'


설마 아닐 것이다. 세종시 수정안에 대한 찬성 여론이 60% 이상 나오면 “그대로 추진할 수 있을 것”이라는 주호영 특임장관의 발언이 여론조사 실시를 직접 뜻하는 것은 아닐 것이다. 이러면 정당이 있을 필요가 없고 국회가 있을 필요가 없다.

다르게 해석하지 말자. 주호영 장관의 발언은 ‘여론 설득 후 박근혜 압박’이란 청와대와 정부의 전략을 재확인한 것일 뿐이라고 받아들이자. 본인도 그렇게 해명했다. 60% 운운한 것은 일반론이었다고, 여론조사로 결정한다는 의미는 아니라고 했다.

자, 이러면 모든 게 해결된 걸까? 주호영 장관의 발언은 뻔한 일반론으로 머리속에서 지워도 되는 걸까? 그렇지가 않다. 주호영 장관의 발언엔 놓쳐서는 안 될 대원칙이 깔려있다.

주호영 장관은 소통과 순응의 미덕을 강조했다. “(세종시) 수정안이 제시된 이후에도 정치권의 논란이 계속 된다면 각계각층의 국민대표들이 참가하는 만민공동회 방식의 끝장토론도 검토해볼 수 있을 것”이라는 말에서, 그리고 “수정안에 대한 찬성이 많게 되면 정치권도 무작정 반대할 수 없는 상황이 될 것”이라는 말에서 확인할 수 있다. 주호영 장관은 공론의 중요성을, 다수결의 원리를 강조했다. 결정 이전엔 개방적인 소통을 꾀하고 결정단계에선 순응의 미덕을 보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주 좋은 말이다. 버릴 것 하나 없는 금과옥조와도 같은 말이다. 그래서 궁금하다. 주호영 장관의 원리와 원칙이 정반대의 경우에도 적용되는 것일텐데 왜 청와대와 정부는 헌신짝 보듯 하는지, 왜 트위스트 행보를 보이는지 의아하다.

세종시와 쌍벽을 이루는 논쟁사안인 4대강 사업에 대해서, 그리고 아직 여진이 가시지 않은 미디어법에 대해서 청와대와 정부는 개방적 소통을 다 하지 않는다. ‘만민공동회 방식의 끝장토론’을 강구하지 않고, 국민 여론에 겸허히 순응하는 자세를 보이지 않는다. 반대 여론이 60%를 상회하는데도 ‘국민이 뭘 몰라서’ 또는 ‘오해’라면서 밀어붙인다. 무소의 뿔을 뾰족이 세운 뒤 반대 여론을 치받고 앞으로만 내달린다.

의아함을 풀 수 있는 길은 하나 밖에 없다. 차이를 살피는 것이다. 여론지형의 차이가 아니라 정치지형의 차이다. 4대강 사업과 미디어법은 박근혜 전 대표가 결사반대하지 않는 사안이라는 점, 그래서 국민 여론이 어떻든 국회 내에서의 밀어붙이기가 가능한 반면 세종시 수정은 그렇지 않다는 차이다. 이런 정치지형의 차이가 국민여론에 대한 강조의 강도를 규정했다.

이렇게 보면 확인할 수 있다. 청와대와 정부가 한 입으로 두 말 하면서도 변치 않는 게 하나 있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한번 작정한 일은 어떤 일이 있어도 밀어붙여야 직성이 풀리는 본성은 때와 상황과 사안을 막론하고 고정불변이라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사진=세종시 터파기 공사현장 ⓒ행복도시건설청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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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토씨'


이제는 되물을 때가 됐다. 너무나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여졌던 것이기에 그 누구도 쉬 묻지 않던 걸 꺼낼 때가 됐다. 이것이다.

절차적 민주주의는 정말 완성됐는가?

불행하게도 부정의 증좌를 여기저기서 발견한다. 이명박 정부 들어 쉼없이 터져 나오는 사례들에서 절차적 민주주의가 조롱당하고 있음을 확인한다.

눈이 충혈 되고 귀에 딱지가 앉을 정도로 보고 들었던 표현의 자유 문제는 거론치 않겠다. 이것 말고도 사례는 수두룩하다.

사법부의 최고 직위에 있는 신영철 대법관이 재판에 개입했다. 서울중앙지법원장 재직 시절 촛불시위 참가자에 대한 재판 결과에 지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데도 임의로 사건을 배정했고 판사들을 압박했다.

사법부의 한 축인 헌법재판소는 본론 따로 결론 따로 식의 해괴한 결정을 내렸다. 대리투표가 자행되고 일사부재의 원칙을 위배하면서 탄생한 법률의 효력을 인정하는 망측한 판단을 내렸다.

입법부의 최대 정당인 한나라당은 대리투표를 저질렀고 일사부재의 원칙을 희롱했다. 야당 의원들의 심의 표결권한을 침해하면서 날치기 장면을 연출했다.

행정부에 속한 검찰은 널뛰기 수사를 벌였다. ‘노무현 수사’ 때는 이 잡듯 뒤지더니 이명박 대통령 사돈 기업 수사 때는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려 했다.

국가를 이루는 입법-사법-행정부의 실태가 이렇다. 그들 모두 헌법적 가치를 부정한다. 일사부재의 원칙을 조롱하고, 재판관의 독립된 양심을 침해하고, 공정한 법집행을 방기한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절망적인 건 교정과 자정의 여지를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재판 개입 사실이 확인됐는데도 대법관이란 사람은 물러나지 않는다. 대리투표와 일사부재의 위배 사실이 공인됐는데도 원내1당은 야당 탓을 한다. 부실 수사의 증거가 속속 제시되는데도 검찰총장은 수사를 할 만큼 했다고 강변한다.

절차적 민주주의는 완성되지 않았다. 불가역적인 상태로 굳어지지 않았다. 절차적 민주주의는 원칙의 땅에 뿌리를 내리지 못한 채 여전히 힘의 바람에 휘둘리고 있다.

그래도 국민은 믿는다. 절차적 민주주의는 완성됐다고, 침해된 민생과 민권을 국가 제도를 통해 회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확신한다. 왜 다수 국민의 여론을 따르지 않느냐고 답답해하면서도 제도권을 박차고 나가 힘으로 순종을 강제하려고 하지 않는다. 국가시스템에 따라, 절차에 따라 민주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려고 노력한다.

아이러니다. 국가의 민주화는 땅을 기는데 국민의 민주의식은 하늘을 난다. 국가는 절차적 민주주의의 혜택을 누리는데 국민은 절차적 민주주의에 갇혀있다. 

그리고 흩날린다. 아이러니 현상에 답답해하는 국민이 길게 토해낸 한숨이 하늘과 땅 사이를 맴돈다. 

▲사진=헌법재판소의 결정에 앞서 1만배를 하고 있는 최상재 언론노조 위원장 ⓒ프레시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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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토씨'


김형오 국회의장이 어제 말했다. 민주당 의원 4명이 제출한 의원직 사퇴서가 처리되지 않고 있는 것과 관련해 “어떤 분명한 정리가 있으면 좋겠다”며 “미국과 같이 중앙선관위에서 처리하는 방향으로 바뀌는 게 좋을 것 같다”고 했다.

‘동아일보’도 오늘 말했다. 본회의 의결이나 국회의장 결재 없이도 선관위에 서면 신고하는 것으로 사퇴절차가 끝나도록 하는 국회법 개정안이 발의된 사실을 환기시키면서 “이제 우리 국회도 법 개정안을 통과시켜 ‘국회의원 못해먹겠다’는 의원들의 자기결정권을 존중해줘야 한다”고 했다. “명색이 제1야당 대표(정세균), 법무장관을 지낸 4선 의원(천정배), 방송사 사장 출신 의원(최문순), 386 간판급 정치인(이광재)이 소신을 지키지 못하게 돼 정치 쇼를 했다는 비난을 듣게 해서야 될 일인가”라고 반문하며 이렇게 말했다.

어떻게 받아들일까? 압박 대상 또는 조롱 대상이 된 4명의 민주당 의원들은 이런 말을 어떻게 받아들일까? 미루어 짐작컨대 냉가슴 앓고 있을 것이다. 아무 말 못하고 가슴만 끓이고 있을 것이다.

사정이 그렇다. 이럴 수도 없고, 저럴 수도 없다. ‘물려줘’ 하면 자신들의 행적이 정치 쇼가 되고, ‘처리해’ 하면 자신들의 신세가 끈 떨어진 연이 된다.

궁지에서 벗어나는 방법은 하나 밖에 없다. 대신 말하게 하는 것이다. 다른 누군가가 ‘원인이 소멸됐으니까 의원직 사퇴서를 반려해’라고 말하도록 하는 것이다. 이광재 의원은 몰라도 정세균ㆍ천정배ㆍ최문순 의원의 경우엔 이렇게 하면 된다.

헌법재판소가 미디어법 권한쟁의 심판을 받아들이는 방법이다. 한나라당의 미디어법 강행처리를 원천무효로 선언하는 방법이다. 그렇게 해서 세 의원들의 의원직 사퇴 원인을 소멸시키는 방법이다. 그러면 개선장군이 된다. 자신들의 비분강개와 결기가 결국 승리를 일궈냈다고 자평하면서 개선할 수 있게 된다.

문제는 정반대 경우다. 헌재가 민주당이 아니라 한나라당의 손을 들어주는 경우다. 이러면 ‘빼도 박도’ 못한다. 자신들이 썼던 의원직 사퇴서는 ‘정치적 유서’가 된다. 정세균 대표는 책임을 통감하는 차원에서, 다른 두 의원은 초심을 견지하는 차원에서 ‘고’를 선택할 수밖에 없다. 자신들의 의원직 사퇴서 강행처리를 요구하거나 탈당을 강행(비례대표인 최문순 의원의 경우)할 수밖에 없다.

그래야 ‘피박’이라도 면한다. ‘따블’로 돈을 토해내는 참사를 면한다. 안 그러면 ‘독박’을 쓴다. 황량한 상황에서 최고의 결기를 보이려던 의도가 역시 황량한 상황에서 최고의 기회주의로 낙인찍히게 된다.

이렇게 보니 분명하다. 헌법재판소가 국회의 입법권만 쥐라펴락 하는 게 아니라 국회의원의 생명까지 좌우한다. 자주적이지 못하지만 어쩔 수 없는 현실이다.

그들도 안다. 자신들의 운명을 헌법재판소가 쥐고 있음을, 그 운명의 시간이 10월 29일로 잡혀 있음을 안다. 민주당 관계자가 말했다. 의원직 사퇴서 처리 문제에 대해 “헌법재판소 결정이 날 때까지는 당의 입장 정리를 유보하겠다”고 했다.

어떻게 될 것인가? 이들은 운명은….


▲사진=정세균 민주당 대표가 지난 10일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미디어법 권한쟁의 심판 사건 공개변론에 참석하기에 앞서 천정배 의원과 악수하고 있다. ⓒ민주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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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토씨'


민주당이 등원을 결정했다. 아무 조건을 달지 않는, 무조건 등원이다.

놀랍지 않다. 이미 예상했던 일이기에 토를 달 생각은 없다.

의원직 총사퇴를 떠벌리면서도 사퇴서를 국회의장한테 내지 않는 기묘한 모습에서 이미 알아봤다. 미디어법 강행 처리로 민주주의 조종이 울렸다고 규탄하면서도 지방을 돌며 제한적인 홍보전만 펴는 어정쩡한 모습에서 이미 알아봤다. 민주당은 성의 표시만 하려 했을 뿐, 사생결단할 생각은 애당초 없었다. 등원은 시간 문제였다.

그래도 이것 하나는 짚고 넘어가야겠다. 왜 지금이어야 하는지, 이런 시점 선택이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는 반드시 짚어야겠다.

헌재 심리는 언급하지 않겠다. 민주당이 자진해서 제기한 방송법 효력정지 가처분신청과 권한쟁의심판 청구에 대한 헌재의 심리과정은 말하지 않겠다. 민주당이 헌재 결정에 거는 기대가 클수록 여론전에 더욱 박차를 가해야 하는 게 경험칙임에도 불구하고 거론하지 않겠다. 당위명제, 즉 ‘어떤 세력, 어떤 상황에도 흔들리지 않는 독립된 판단’을 능멸하는 주장이 될 수 있기 때문에 절제하겠다. 

하지만 이건 다르다. 지극히 현실적인 문제이자 정치적인 문제다.

MBC에 전운이 감돌고 있다. MBC의 최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가 엄기영 사장 경질 가능성을 공공연히 밝히면서 노조의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YTN은 이미 전투가 벌어지고 있다. 배석규 대표이사가 보도국장을 일방적으로 경질하고 ‘돌발영상’ PD를 대기발령 조치한 데 대해 노조와 기자협회가 극심하게 반발하고 있다.

이런 시점, 이런 상황에서 민주당이 투쟁을 거둬들이면 어떻게 될까? 자명하다. 고립된다. MBC와 YTN 사원들이 회사 담장 안에 갇힌다. 민주당 스스로 병참선을 끊어버림으로써 민주당 스스로 규정한 ‘반민주세력’이 ‘민주언론’을 옥죄는 길을 넓혀주는 것이다.

민주당은 아니라고 한다. 국회에 등원한다고 해서 미디어법 원천무효 투쟁을 멈추는 건 아니라고 한다. 국회에 등원해도 원내외 병행투쟁을 벌일 것이라고 한다.

말은 좋지만 영양가는 없다. 민주당의 무조건 등원 결정 자체가 미디어법 원천무효 투쟁의 김을 뺀다. 미디어법 원천무효 장외투쟁이 역부족이라고 판단해 무조건 등원 결정을 내린 판에 힘을 다른 의안에 분산하면서 능동적이고 효율적인 원내외 병행투쟁을 끌어내겠다는 건 몽상 아니면 변명이다.

민주당을 이해할 수 있는 방법은 하나 밖에 없다. 미디어법 원천무효 투쟁을 물려야 할 만큼 긴박하고도 절박한 문제가 따로 있음을 찾는 것이다. 민주당이 회군할 수밖에 없는 이유, 국민이 동의하지 않을 수 없는 이유를 찾는 것이다.

있을까? 그런 게 있을까? 물론 있다. 정세균 대표가 그러지 않았는가. 3대 위기, 즉 민주주의 서민경제 남북평화 위기 극복을 위해 원내외 병행투쟁을 벌이겠다고 하지 않았는가.

대표적인 게 내년 예산안이다. 정부와 한나라당은 4대강 사업비 때문에 복지예산 등이 깎이는 건 ‘오해’라며 밀어붙일 태세를 가다듬고 있고, 야당과 시민사회단체는 절대 안 된다고 맞서고 있다.

민주당으로선 외면할 수 없다. 민생과 직결되는 문제니까, 삶의 환경과 직결되는 문제니까 소홀히 다룰 수 없다. 미디어법이 매우 중요하지만 이 사안 또한 엄청 중요하다.

이렇게 보니 이해할 여지가 생긴다. 이것도 챙겨야 하고 저것도 챙겨야 하는 민주당의 분주함과 번다함이 안쓰럽게 느껴질 정도다.

근데 막힌다. 민주당의 처지는 이해하겠는데 민주당의 해법은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애당초 그러지 않았는가. 소수 야당의 궁색한 처지 때문에 미디어법을 막지 못했다고, 그래서 국민의 힘을 얻기 위해 장외로 나간다고 하지 않았는가.

이 궁색한 처지가 갑자기 달라지기라도 하는 건가? 내년 예산안을 둘러싼 공방에선 민주당의 궁색한 처지가 탄탄한 입지로 둔갑하기라도 하는 건가? 미디어법과는 달리 주도권을 쥐고 정부여당의 일방독주를 제어할 수 있는 건가? 장외투쟁을 스스로 접음으로써 의정주도권을 한나라당에 헌납하고서도 그걸 단번에 되찾을 수 있는 신묘한 비책이라도 숨겨둔 건가? 민주주의 위기 극복을 위한 싸움을 접은 마당에 서민경제 위기 극복을 위한 싸움만은 가열차게 전개할 수 있는 건가?

묻지 말자. 정세균 대표의 기자회견문을 두 번 세 번 정독해도 답이 나오지 않는다. 이리 보고 저리 봐도 민주당의 무조건 등원은 ‘묻지마 등원’이다. 묻지 말라는데 꼬치고치 캐묻는 건 결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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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토씨'


아주 간단한 질문부터 던지자.

이명박 대통령은 왜 잘 나갈까? 갖가지 악재가 끊이지 않는데도 왜 지지율이 상승 추세를 보이는 걸까?

청와대가 여론조사기관 두 곳에 의뢰해 실시한 조사에서 지지율이 모두 40%를 돌파했다고 한다. 한 곳의 조사에선 45.5% 나왔고, 다른 곳의 조사에서도 46.7%가 나왔다고 한다.

눈 여겨 볼 대목이 있다. 시점이다. 취임 직후 50%대의 지지율을 기록한 이후 처음으로 지지율 최고점을 기록한 시점이 22일과 23일이다. 고 김대중 전 대통령 영결식이 거행되기 전날과 당일이다. 이것만이 아니다. 30%대 초반에 머물던 이명박 대통령의 지지율이 상승 추세를 보이기 시작한 시점이 7월말이다. 한나라당이 대리투표와 재투표 논란을 불사하며 미디어법을 강행처리한 시점, 민주당이 민주주의의 종언을 선언하며 장외투쟁에 나선 시점이다.

민주주의의 상징이 서거했는데도, 민주주의의 종언을 고하는 사태가 벌어졌는데도 이명박 대통령은 여론 참화를 입기는커녕 오히려 잘 나갔다. 그 이유가 뭘까?

잘못된 여론조사일까? 청와대가 발주한 조사여서 결과가 그렇게 나온 걸까? 그럴지도 모른다. 다른 조사에선 이명박 대통령의 지지율이 40%대를 돌파하지 않았다. 그래서 개연성을 배제할 수 없다. 하지만 이런 해석은 안일하다. 침소봉대의 다른 버전일 뿐이다. 다른 조사에서도 추세는 같았다. 수치만 다를 뿐 이명박 대통령의 지지율이 상승 추세를 보이긴 마찬가지였다.

그래서 거듭 묻는다. 도대체 이명박 대통령이 잘 나가는 이유는 뭔가?

해석은 한결같다. 이명박 대통령의 지지율이 상승 추세를 보인 가장 큰 이유로 친서민 행보와 국민 통합 메시지를 꼽는다. 위장된 것이라는 반박이 끊이지 않는데도 이명박 대통령의 이런 행보가 한나라당 고정 지지층은 물론 중도층까지 움직인 것으로 것으로 분석한다.

딱히 부정할 수가 없다. 이명박 대통령의 지지율이 한나라당의 고정 지지층 35% 안팎보다 10%포인트 정도 높다. 중도층 견인 이외에 달리 해석할 방법이 없다.

소용없다. 이 현실을 극복하지 않는 한 민주당이 고 김대중 전 대통령의 유지를 받들어 민주대연합을 추진해도, 다른 야당과 단합하고 시민단체와 연합해도 소용없다.

싸우지 않은 게 아니고, 연합하지 않은 게 아니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을 서거를 기점으로 민주당이 강경투쟁에 나선 게 엄연한 사실이고, 거리에서 다른 야당과 어깨동무한 게 엄연한 사실이고, 재보선에서 다른 야당과 암묵적으로 연합한 것이 엄연한 사실이다. 그런데도 이명박 대통령의 질주를 막아내지 못했다면 해법을 오로지 연합에서 찾는 건 엉성하다. 오히려 자생적 연합의 빈구멍을 찾는 게 시급하다.

연합은 필요조건이지 충분조건은 아니다. 하드웨어를 멋지게 만들어도 소프트웨어가 갖춰지지 않으면 고철 덩어리에 지나지 않는다. 아무리 연대망을 구축해도 콘텐츠를 채워 넣지 않으면 덩치 키우기에 불과하다.

핵심적인 문제는 연합 이전에 깃발이다. 어떤 깃발을 들 것인지, 그리고 누가 들 것인지에 따라 연합의 성패가 달라진다. 민주주의 후퇴라는 수세적인 대응을 민주주의 회복이라는 공세적인 싸움으로 전환시킬 수 있는 고리를 걸 수 있느냐에 따라, 친서민 행보가 위장된 것이라는 지적에서 한 발 나아가 서민경제 회복을 이끌 수 있는 청사진을 제시할 수 있느냐에 따라 성패가 달라진다.

느긋하게 처리할 숙제가 아니다. 상황이 그렇게 여유롭지가 않다. 기선을 이명박 대통령이 잡고 있다. 광복절 경축사를 통해 국민 통합을 명분으로 정치 개혁을 하반기 화두로 올리는 데 성공했고, 이른바 국민통합형 개각도 예고하고 있다. 정치 개혁 방안에서 꼼수가 드러나지 않는 한, 개각에서 제2의 천성관 사태가 발생하지 않는 한 기선을 내놓지 않을 것이다. 오히려 이런 분위기를 내년 지방선거 때까지 이어가려 할 것이다.

그래서 하는 말이다. 민주당을 비롯한 야당이 살려면 뜨겁게 속도전을 벌여야 한다. 

고 김대중 전 대통령의 유지, 나아가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유지는 총론이지 각론이 아니다. 서거한 두 전직 대통령이 민주주의가 후퇴하고 서민경제가 위축되고 남북관계가 흔들리는 현실에 안타까워하고 분노했다고 해서 그것을 똑같이 읊조리는 건 합당한 태도가 아니다. 그런 총론에 각론을 채우고, 그런 문제의식에 대안을 접목시키는 것, 이게 바로 고인들의 유지를 받드는 것이고, 연합을 성공으로 이끄는 길이다.

남은 자들이 짊어져야 하는 몫은 따라하기가 아니라 창조하기다.

▲사진=이명박 대통령이 지난 15일 광복절 기념식을 마친 후 버스를 타고 청와대로 돌아가고 있다. ⓒ청와대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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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토씨'

흐름이 뚜렷하다. 서민이 부상한다. 미디어법이 강행처리 되고, 쌍용자동차 문제가 일단락 되자마자 서민이 화두로 부상한다.

생산지는 한두 군데가 아니다. 여기저기서, 너나 할 것 없이 모두 서민을 입에 올린다.

한나라당 일각은 재정건전성을 우려하고, 윤진식 청와대 경제수석은 ‘동아일보’ 기고를 통해 재정건전성 문제는 걱정할 정도가 아니라고 주장한다. 여권의 이런 갑론을박과는 별개로 민주당은 기존 전세가액의 5% 이상을 올리지 못하도록 하는 민생대책을 국회에 제출하겠다고 한다.

정치권만이 아니다. 언론 또한 서민 논쟁에 뛰어든다. ‘조선일보’는 소득별 범칙금 차등부과 구상과 취업 후 학자금 상환제도가 포퓰리즘 아니냐고 문제제기를 하고, ‘한겨레’는 보건복지가족부가 내년 예산안을 신청하면서 기초생활급여 대상자를 올해보다 7천명 줄이기로 한 점을 들어 친서민 정책이 말잔치에 불과하다고 비판한다.

주목하자. 각각이 잡고 있는 포인트는 다르지만 맥락은 같다. 이명박 대통령이 주도하는 이른바 친서민 정책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고 나름대로 정책 대안을 내놓는 점에선 같다. 그 누구도 ‘친서민’의 당위성을 송두리째 부정하지는 않는다. 각론만 달리할 뿐 총론엔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다. 이명박 대통령이 짠 ‘친서민 프레임’에 갇혀 제한전을 펴는 것이다.

그래서 하는 말이다. 여야 가리지 않고, 보수진보 나뉘지 않고 이른바 친서민 정책의 문제점을 지적하니까 이명박 대통령이 곤경에 빠질 것이라고 내다보는 건 단견이다. 오히려 이명박 대통령이 덕을 본다. 서민 화두가 흥할수록 그의 정국 장악력은 배가된다.

전혀 어려운 문제가 아니다. 휘 둘러보면 금방 잡히는 전망이다.

서민 화두가 흥하면 다른 화두가 쇠한다. 서민 화두가 팽창할수록 한때 하반기 정국의 뇌관으로 평가되던 미디어법 화두를 세인의 관심 밖으로 밀어내면서 전선의 성격을 민주에서 민생으로, 전투의 양상을 대치에서 경쟁으로 바꿔버린다.

이명박 대통령 입장에서 보면 나쁠 게 전혀 없다. 정치투쟁을 정책경쟁(또는 논란)으로 변환시키면 정권이 입는 타격은 줄어들고, 정권의 친서민 이미지는 강화된다.

이어가면 된다. 서민 화두를 가을 정기국회까지 이어가면 확대재생산할 수 있다. 어차피 가을 정기국회의 최대 과제는 예산안 처리니까 서민 화두의 생명력을 연장하면 친서민 이미지를 확대재생산할 수 있다.

어부지리도 챙긴다. 민주당의 장외투쟁 동력을 떨어뜨려 빈손 회군을 유도해 정치 안정을 모색할 수 있다. 여지는 충분하다. 의원직 총사퇴 가능성을 선언하고 장외투쟁에 나선 민주당이 민생대책을 발의하겠다고 나서는 형국 아닌가. 법안을 발의하는 순간 의원직 총사퇴 불사 선언은 퇴색하고, 법안 처리에 매달리는 순간 장외투쟁은 동력을 잃는다.

걸림돌은 별로 없다. 클린턴의 방북과 북한의 억류 여기자 석방으로 조성된 대북정책 논란이 8.15경축사와 개각을 정국의 터닝 포인트로 삼으려던 이명박 대통령의 구상을 흐트러놓을 것이라는 전망은 빗나가고 있다.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이 방북해 개성공단에 억류된 유모 씨 문제를 풀 것이라는 전망이 대두되고 있다.

10월 재보선이 여권에 또 한 번의 정치적 타격을 줄 수 있다는 전망도 힘을 잃어가고 있다. 민심의 바로미터로 여겨지는 수도권 지역구가 경기 안산 상록을 한 군데로 좁혀지고 있다. 그리고 경남 양산에서 박희태 한나라당 대표가 출마가 점쳐지고 있다. 안산 상록을에서 야당 후보가 당선되더라도 경남 양산에서 박희태 대표가 당선되면 10월 재보선의 정치적 파괴력은 반감된다.

변수가 전혀 없는 건 아니다.

4대강 사업이 있다. 서민 화두가 재원 문제에 집중되면, 그리고 서민 화두가 내년 예산안 문제와 연계되면 필연적으로 부상한다. 천문학적인 4대강 사업비의 타당성이 다시 도마 위에 오른다.

하지만 제한적이다. 그건 해묵은 논쟁이다. 게다가 그동안 수없이 문제제기를 했지만 정책범주에서 정치범주로 넘어가지 못했다. 그래서 폭발력이 약하다.

개각이 있다. 행여 ‘제2의 천성관’ 사태가 불거지면 공염불이 된다. 천성관 검찰총장 후보자의 ‘호화생활’이 친서민 행보와 이명박 대통령의 재산 기부에 먹칠을 한 것과 같은 사태가 재연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이건 알 수 없다. ‘천성관’에 데인 청와대가 검증에 검증을 거쳐 김준규 검찰총장 후보자를 낙점했지만 위장전입과 탈세의혹, 부적절 처신이 연일 밝혀지는 현실을 감안하면 ‘제2의 천성관’이 친서민 정책을 또 한 번 뒤흔드는 상황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

하지만 분명하다. 인사 파동이 다시 불거진다 해도 정국의 흐름을 완전히 되돌릴 수는 없다. 야당이 정국을 주도할 수 있는 고리를 확보하지 못하는 한, 부여된 고리조차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는 한 그건 일시적인, 흘려보내는 매개에 불과할 테니까.

▲사진=생활공감정책 점검회의를 주재하는 이명박 대통령 ⓒ청와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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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토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