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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책특권'에 해당되는 글 3건

  1. 2011/07/14 한선교, 제 발 저리나 (1)
  2. 2010/11/03 화내는 청와대, 이해는 하지만… (5)
  3. 2009/04/07 '유력언론사' 실명공개와 자가당착 (28)


권재진보다 홍준표가 먼저
남경필 한나라당 최고위원이 대놓고 말했습니다. 이명박 대통령과 한나라당 새 지도부와의 오찬간담회 자리에서 “법무장관으로 현 민정수석은 적절치 않다는 게 여당 의원 절대다수의 생각”이라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청와대의 생각은 다릅니다. 청와대 핵심 참모들은 “청와대는 남경필 최고위원의 의견을 일부 소장파 의견 정도로만 본다”고 일축했다고 합니다.

어찌된 일일까요? 현상은 하나인데 진단은 왜 ‘절대다수’와 ‘일부’로 갈리는 걸까요? 어쩌면 이런 물음이 잘못된 것인지도 모릅니다. 남경필 최고위원은 현상을 진단한 반면 청와대는 현상 타개를 전망한 것인지도 모릅니다.

청와대 오찬간담회 뉴스 말미에 이런 내용이 끼어있습니다. 홍준표 대표가 오찬간담회가 끝난 뒤 이명박 대통령과 40분간 독대했다는 내용입니다. 법무장관과 검찰총장 인선에 대해 깊은 얘기를 나눴다는 내용입니다.

홍준표 대표는 애당초 권재진 민정수석의 법무장관 기용에 찬성했습니다. “정치적 중립성이 요구되는 자리는 검찰수사를 지휘하는 검찰총장이지 법무행정을 총괄하는 법무장관은 문제 될 것이 없다”는 입장을 보였습니다.

이런 홍준표 대표가 이명박 대통령과 40분간 독대하며 ‘깊은 얘기’를 나눴다면 이제 행동으로 들어가지 않겠어요? 어떨까요? 홍준표 대표가 ‘권재진 법무’ 카드에 반발하는 의원들을 진압하고 설득할 수 있을까요? 사무총장 인선 때처럼 밀어붙일 수 있을까요?

권재진 민정수석이 청문대에 서기 전에 홍준표 대표가 시험대에 먼저 올라갈 것 같습니다.


‘트위스트’ 추는 민주당
민주당이 트위스트를 추고 있습니다. 몸을 이리 비틀고 저리 비틀며 갈짓자 행보를 긋고 있습니다. ‘한국일보’ 보도를 보면 그렇습니다.

민주당이 반값등록금 정책을 바꿨답니다. 국·공립대의 경우 내년부터 등록금을 절반 인하하되 사립대의 경우 내년부터 2014년까지 단계적으로 절반 인하하기로 했답니다. 지난달 7일 반값등록금 전면시행을 주장한 지 한 달여만에 정책을 바꾼 겁니다.

이번이 처음이 아닙니다. 민주당의 대학등록금 정책은 그동안 끊임없이 오락가락했습니다. 올해 1월 소득수준 하위 50% 계층에 한해 등록금을 차등지원하기로 했던 방침을 지난달 7일 반값등록금 전면시행으로 바꿨고, 지난 9일 ‘국·공립대 전면시행-사립대 단계적 시행’으로 선회했다가 사흘 뒤인 12일 다시 ‘모든 대학 동시시행’으로 원위치했다가 또 다시 ‘국·공립대 전면시행-사립대 단계적 시행’으로 바꿨습니다.

민주당의 죽 끓는 듯한 행보는 필연일지도 모릅니다. 중심 없이 시류에 영합하는 가벼운 체질의 발로일지도 모릅니다.

돌아보면 기점은 반값등록금 촛불시위였습니다. 손학규 대표가 이 촛불시위에 참석한 후 소득하위 50% 계층 지원 정책을 버리고 반값등록금 전면시행을 들고 나온 게 기점이었습니다. 준비된 것 하나 없이 촛불시위 현장의 분위기에 압도돼 덜컥 정책을 내놓은 게 두고두고 발목을 잡고 있는 것입니다. 이리 재면 재정이 걸리고, 저리 재면 대학 구조조정이 걸리는 걸 금세 알 수 있는데도 무턱대고 선심 한 번 쓰려다가 덫에 빠져버린 것입니다. 사립대 단계적 시행을 최종 당론으로 정하면 ‘배신’이라고 욕먹고, 모든 대학 전면시행을 최종 당론으로 정하면 ‘무대포’라고 욕먹는 진퇴양난의 덫에 빠져버린 것입니다.


한선교 제 발 저리나
역시 예상한대로입니다. 면책특권을 들고 나왔네요. KBS 도청의혹 사건과 관련해 경찰 출두 요구를 받고 있는 한선교 한나라당 의원이 어제 “설령 도청이라고 하더라도 국회의원의 면책특권 때문에 난 (조사대상에) 해당이 안 된다”며 “경찰에 나갈 이유가 없다”고 했습니다.

법리가 궁금합니다. 국회의원의 면책특권은 국회에서 직무상 행한 발언과 표결로 한정돼 있는데요. 발언의 전 단계, 즉 불법도청물인 걸 알면서도 취득한 행위까지 면책특권 범위에 들어가는지 궁금하지만 논외로 하겠습니다. 여기서는 법리가 아닌 정치적 논리만 따지겠습니다.

한선교 의원의 주장엔 야릇한 대목이 하나 숨어있습니다. ‘제 발 저려 하는’ 대목입니다. 한선교 의원이 취득한 녹취록이 불법도청물이 아니라면, 아니 그렇게 확신한다면 면책특권을 주장할 이유도, 경찰에 못 나갈 이유도 없습니다. 오히려 경찰에 나가 가서 떳떳이 밝히고 불필요한 논란을 조기에 끝낼 수 있도록 하는 게 낫습니다. 행여 ‘정보원 보호’ 때문이라면 얼마든지 방법을 강구할 수 있습니다. 경찰의 수사에 협조하되 ‘정보원 보호’를 조건으로 달면 될 일입니다. 녹취록이 정말 불법도청물이 아니라면 ‘정보원’을 밝힌다고 해서 그가 처벌받지는 않을 테니까요. 그런데도 왜 한선교 의원은 한사코 경찰에 못 나간다고 버티는 걸까요?

한선교 의원은 지난달 25일 KBS ‘심야토론’에 나와 말했습니다. “누가 도청을 했다면, 만약 제가 도청을 했다면 처벌받아야 된다”고 말했습니다. 당연한 말입니다. 국회의원은 법을 만드는 사람입니다. 그런 국회의원이 만든 법 가운데 하나가 통신비밀보호법입니다. 따라서 누군가가 통신비밀보호법을 어기고 도청을 한 사실을 알고 있다면 ‘처벌’ 이전에 정치적으로 책임을 묻고 짊어지는 태도를 견지해야 합니다.

Posted by '토씨'


이해한다. ‘팔은 안으로 굽는다’는 속담을 떠올리지 않아도 충분히 이해한다. 강기정 민주당 의원이 대통령 부인과 관련한 의혹을 제기하면서 구체적 근거를 제시하지 않았으니 이명박 대통령이 화를 내는 건 충분히 이해한다. “아니면 말고 식 무책임한 발언이 더 이상 용납돼선 안 된다”는 이명박 대통령의 말이나, “대가를 치르게 하겠다” “의원이 아니었으면 구속감”이라는 청와대 참모의 말 또한 거칠지만 이해한다.

이해하기에 덧붙인다. 그럴수록 돌아볼 필요가 있다. 제 눈의 들보 말이다.

똑같다. 강기정 의원이 대통령 부인의 남상태 연임로비 의혹을 제기한 거나 조현오 경찰청장이 노무현 전 대통령의 차명계좌 의혹을 제기한 거나 성질이 똑같다. 전자는 대통령 부인을 상대로, 후자는 전직 대통령을 상대로 했다는 점에서 ‘급’이 같다. 전자와 후자 모두 ‘검은돈’을 언급했다는 점에서 내용물이 같고, 주장만 있고 근거는 없다는 점에서 신뢰지수 또한 같다. 두 사안은 복사판이다.

하지만 다르다. 똑같은 사안에 대한 청와대의 대응은 판이하게 다르다. 강기정 의원에 대해서는 “대가를 치르게 하겠다”고 벼르면서도 조현오 청장에게는 임명장을 수여했다. 면책특권을 갖고 있는 국회의원의 발언에 대해서는 법적 보호망의 존폐까지 거론하며 불편한 심기를 감추지 않으면서도 면책특권하고는 상관없는 경찰청장에 대해서는 사법적 판단이 내려지기도 전에 정치적 면죄부를 부여했다.

청와대가 이처럼 이중태도를 보이면 설득력을 확보하지 못한다. 지켜보는 사람에게 이해는 구할지언정 동의는 얻지 못한다.


이명박 대통령 말대로 “아니면 말고 식 무책임한 발언이 더 이상 용납돼선 안(되는)” 풍토를 만들려면 지금이라도 잘못 꿴 첫단추를 다시 풀어야 한다. “의원이 아니었으면 구속감”이라고 말하는 그 배포로 조현오 청장을 상대로 한 명예훼손 고소사건을 뒤로 미루는 검찰 태도에 한 마디 해야 한다. 노무현 전 대통령 유족에게 사과하겠다고 약속해 놓고 두 달이 넘도록 말 한 마디 안 하고 있는 조현오 청장에게도 “대가를 치르게 하겠다”고 압박해야 한다. 나아가 지금이라도 조현오 청장의 진퇴를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반작용을 부른다. 청와대가 팔을 안으로 굽히면 굽힐수록 맞은편 사람들도 팔을 안으로 굽힌다. 청와대가 강기정을 치면 민주당은 조현오를 때리고, 청와대가 징계를 요구하면 민주당은 해임을 촉구한다. 평행선에서 무한대치하는 양상을 자초하는 것이다.

면책특권제도 개선은 다음 일이다. 아니, 면책특권제도 개선은 먼 일이이다. 그건 헌법을 개정해야 가능한 일이니까, 다시 말해 현재로선 가능하지 않은 일이니까 그렇다. 청와대가 지금 당장, 그리고 최대한으로 취할 수 있는 조치는 호흡을 고르는 것이다. 응징과 불공정의 기색을 지우고 중립적 위치에서 정치발전을 위한 진정성을 보이는 것이다. 그래야 면책특권 부작용에 대한 국민의 주의를 환기시키고, 국회의원의 진중한 발언태도를 유도할 수 있다. 

청와대가 호흡을 고르지 않고 거꾸로 열을 더 내면 정략적 측면이 부각된다. 강기정 의원 발언 파문으로 '대포폰 파문'에 물타기를 하고, 나아가 의정 주도권을 쥐어 예산국회를 돌파하려는 의도가 깔린 정치적 공세로 해석된다. 

▲사진=강기정 민주당 의원 ⓒ프레시안

Posted by '토씨'

구구절절 옳은 말이다. 이종걸 의원이 ‘장자연 리스트’에 오른 유력언론사와 대표의 실명을 사실상 공개한 데 대해 해당언론사가 내놓은 ‘보도참고자료’는 저널리즘의 정수를 보여준다. 한 문장 한 문장 밑줄 그어가며 정독할 필요가 있다.

▲면책특권을 가진 국회의원이라 하더라도 대정부 질문에서 전혀 근거없는 내용을 '아니면 말고'식으로 물어, 특정인의 명예에 심각한 타격을 입히는 것은 면책특권의 남용에 해당됩니다. 면책특권을 악용해 타인의 명예를 훼손하는 행위는 즉각 중단돼야 합니다.

→이론의 여지가 없다. 오죽했으면 헌법을 고쳐서라도 국회의원의 면책특권을 제한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겠는가. 국회의원의 ‘아니면 말고’식 폭로는 수를 셀 수 없을 정도로 많다.

▲본건과 관련해, 근거 없는 허위 사실을 보도하거나 실명을 적시, 혹은 특정할 수 있는 내용을 보도하는 것은 중대한 명예훼손죄에 해당되므로, 관련 법규에 따라 보도에 신중을 기해 주실 것을 당부드립니다.

→어디 ‘본건’ 뿐이겠는가. 면책특권에 기댄 국회의원의 ‘아니면 말고’식 폭로를 그대로 받아 적은 언론사가 한둘이 아니고, 신중을 기하지 않은 보도가 한두 건이 아니다.

▲본사는 근거없는 허위사실들이 유포됨으로써 무고한 사람들이 큰 고통을 받고 있는 현 사태에 대해 유감을 표하며, 관계 당국은 철저한 수사를 통해 이번 사건의 진상을 하루 속히 밝혀줄 것을 요청합니다.

→맞다. 면책특권에 기댄 국회의원의 폭로 내용이 정말 ‘근거없는 허위사실’이라면 그 고통이 얼마나 크겠는가. 유감 표명이 아니라 분기탱천을 해도 시원치 않을 것이다.

이로써 원리는 충분히 학습했다. 면책특권을 남용한 국회의원의 ‘아니면 말고’식 폭로는 지탄받아 마땅하며, 그런 폭로를 신중을 기하지 않고 보도하는 언론도 비판받아 마땅하다는 원리를 다시금 확인했다.

이제 응용하자. 이 원리를 다른 사례에 적용시켜보자.

2008년 10월 20일 주성영 한나라당 의원이 대검찰청 국정감사 도중 ‘DJ비자금’을 폭로했다. 2006년 2월 중소기업은행이 발행한 100억원 양도성예금증서(CD) 사본과 은행의 ‘발행사실 확인서’라는 문건을 제시하면서 수사를 촉구했다. 하지만 이 폭로는 허위로 판명났다. 넉 달 뒤인 올해 2월 대검 중수부는 100억짜리 CD와 DJ는 전혀 관련이 없다고 발표했다. 추적 결과 그 CD는 모 업체가 2006년 2월 8일 명동 사채업자의 돈을 빌려 발행한 것으로 보험회사가 두 단계를 거쳐 현금화해 회사 운영자금으로 모두 썼다고 밝혔다.

어땠을까? 국회의원의 면책특권 남용을 준엄하게 꾸짖은 그 언론사는 이 건을 어떻게 보도했을까?

상세히 전했다. DJ측이 즉각 사실이 아니라고 펄쩍 뛰는데도 주성영 의원의 폭로내용을 상세히 전하면서 DJ측의 반박은 기사 말미에 곁들였을 뿐이다. 이것만이 아니다. 며칠 후 ‘비자금 사건 뒤엔 왜 늘 CD가’ 등장하는지를 자세히 풀어주는 기사를 싣기도 했다.

실상이 이렇다. 원리따로 응용따로다. 화장실 들어갈 때와 나올 때가 다르다. 자신은 ‘바담풍’ 하면서도 남에겐 ‘바람풍’을 읊조리라고 훈계한다.

여기까지만 하자. ‘너도 했으니 나도 할 수 있는 것 아니냐’는 말은 차마 못하겠다. 그러면 그 언론사 말마따나 ‘무고한 사람들이 큰 고통’을 받는다. 그러면 언론플레이로 존재감을 부각시키려는 국회의원들의 ‘한건주의’를 더욱 부추긴다.

이종걸 의원의 경우만 예외로 놓을 수는 없다. 그가 주워들은 얘기만 갖고 폭로한 게 아니라고 해서, ‘장자연 문건’에 적시된 내용을 언급했다고 해서 모든 게 정당화될 수는 없다. 경찰이 수사를 벌이고 있다. 그 수사가 꼬리 자르기식, 면죄부 주기식으로 흐르고 있다는 비판이 무성하지만 형식적으로만 놓고 보면 수사는 여전히 진행형이고 그 누구의 어떤 혐의도 확정되지 않았다. 형식논리에 불과한 걸 알지만, 그래서 무력하다는 걸 알지만 그래도 이렇게 밖에 말할 수 없다.

할 거라면 늦췄어야 한다. 수사가 종료된 후에, 수사가 종료됐지만 진실논란이 여전할 경우에 질의했어야 한다. 더 이상 사법기관의 정상적인 수사절차에 기대할 수 없으니까, 국회의원이 나서 진실 규명의 불씨를 어떻게라도 살려보려는 충정을 내보이면서 제기했어야 한다. ‘장자연 문건에 아무개가 나오는데 보고받은 바 있나’라고 물을 게 아니라 ‘장자연 문건에 버젓이 적시돼 있는데도 왜 무혐의 처리가 됐나’라고 물었어야 한다.

이게 이유다. ‘그 언론사’의 표리부동과 자가당착을 비판하면서도 이종걸 의원의 공개내용을 받아 적지 않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욕 하면서 닮아가는 우를 범하고 싶지는 않다.

▲사진 = ‘장자연 리스트’에 오른 ‘유력언론사’ 이름과 대표 성씨를 공개한 이종걸 민주당 의원 ⓒ이종걸 의원 홈페이지

Posted by '토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