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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9/09/08 대전충남 민심에 연타 때리는 여권, 왜? (6)
  2. 2009/08/31 심대평 탈당 이후…누가 웃을까? (13)


누울 자리를 보고 다리를 뻗으라고 했다. 상황 파악을 잘 하고 처신하라는 속담이다. 헌데 무시한다. 차명진 의원을 비롯한 한나라당 의원 44명은 이 속담을 비웃는다.

‘수도권의 계획과 관리에 관한 법안’을 오늘 발의하기로 했다. 수도권 과밀 억제를 위해 제정된 ‘수도권 정비계획법’을 폐지하고, 수도권 개발계획의 권한을 중앙정부에서 수도권 광역단체장에게 대폭 이양하는 내용의 법안이다.

불난 집에 휘발유 끼얹는 격이다. 행정중심복합도시 문제로 들끓는 대전충남지역 민심에 이중가격을 가하는 꼴이다. 내년 지방선거의 최대 격전지가 될 대전충남지역에서 자폭을 감행하는 셈이다. 그래서 이해할 수 없다.

혹시 이런 걸까? 대전충남지역 만큼이나 격전이 벌어질 곳이 수도권이니까, 대전충남지역보다 표밭이 넓은 곳이 수도권이니까 우선 이 곳부터 챙기자는 셈법일까? 법안 발의에 참여한 수도권 의원들의 정치적 이해가 최우선적으로 반영된 걸까?

익히 보아온 모습이기에 능히 도출할 분석이지만 이번엔 다르다. 상황이 그렇게 녹록하지가 않다.


심대평 총리 카드 무산 이후, 그리고 정운찬 총리 내정자의 ‘원점 복귀 불능, 원안 추진 불가’ 입장 표명 이후 행복도시 문제가 정기국회 최대 뇌관으로 부상하고 있다. 민주당과 자유선진당이 공조해 정기국회의 최우선 쟁점으로 삼겠다고 벼르고 있다. 그 여파를 내년 지방선거까지 이어갈 것을 꾀하고 있다. 굳이 이런 상황에서 불을 지를 이유가 없다.

또 하나 있다. 수도권 의원들의 ‘궐기’가 감행될 만큼 여권이 느슨하지가 않다. 오히려 청와대의 국정장악력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청와대에 정치적 부담을 주는 시도를 일부 의원들이 독자적으로 감행한다는 건 상상하기 어렵다.

다르게 봐야 한다. 최소한 청와대의 용인 또는 방조 하에 수도권 의원들이 길 닦기에 나선 것으로 봐야 한다. 이렇게 보는 정황이 몇 가지 있다.

▲심대평 총리 카드가 무산된 후 청와대와 자유선진당이 진실게임을 벌일 때다. 복수의 청와대 관계자가 ‘중앙일보’ 기자에게 말했다. 행복도시 문제에 대해 “정부 입장이 아직 결정된 바 없다”고 했다.

이 말을 뒤집어 읽을 수 있다. 노무현 정부에서 이미 정부기관 이전 고시까지 마친 문제인데도 정부 입장이 정해지지 않았다고 말하는 것은 재검토하고 있다는 얘기다. 원안을 축소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는 얘기다.

▲청와대의 총리직 제안을 받은 정운찬 내정자가 조언을 구한 김종인 전 의원이 '프레시안‘과의 인터뷰에서 말했다. “대통령이 (행복도시 축소에) 집착하는데 그걸 하지 못하겠다면 같이 할 수 없는 것이라고 조언했다”고 했다.

‘프레시안’은 김종인 전 의원의 이 말을 이렇게 해석했다. “(행복도시 문제 등에 대해) 정운찬 내정자의 입장에 대한 청와대의 사전 단속이 있었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라고 풀이했다.

▲이렇게 에둘러 갈 필요가 없다. 아주 직접적인 말이 있다. 여권 핵심 관계자가 ‘조선일보’ 기자에게 한 말이다. 그가 그랬다. “솔직히 세종시(행복도시)를 계획대로 건설하는 것이 국가적으로는 비효율이라는 생각을 갖고 있다”고 했다. 하지만 “내년 선거나 국정 지지도 등을 생각하면 수정안을 낼 수가 없다”고 했다.

정황들이 말한다. 청와대는 이미 입장을 세웠다. 행복도시를 축소하기로 방침을 정했다. 다만, 정치적 여파를 고려해 결행 시기를 고민해왔을 뿐이다. 가급적 지방선거를 피해가는 방법을 강구해왔을 뿐이다.

이렇게 보면 결코 ‘돌출’이 아니다. 한나라당 의원들의 수도권 규제완화법 발의를 돌출행동으로 볼 수 없다. 오히려 청와대의 입장에 부응하고, 청와대의 방침에 복무하는 시도로 읽어야 한다.

감행 시기도 달리 읽을 필요가 없다. 청와대 입장에서 가장 좋은 시기는 지방선거 이후겠지만 택일은 이미 물 건너갔다. 행복도시 문제는 이미 정기국회의 최대쟁점이 돼 버렸다. 그래서 이런 말이 나온다. 여권 주류 일각에서 “이왕 불거진 이상 정면으로 돌파하자”는 얘기가 나온다(‘조선일보’ 보도).

한나라당 의원들의 수도권 규제완화법 발의는 강대강 전술의 일환으로 읽어야 한다. 정운찬 총리 내정자 인사청문회에서, 나아가 정기국회 내내 쟁점이 될 행복도시 문제에 밀리지 않기 위해 선수를 치고 맞불을 놓은 것으로 읽어야 한다. 돌파를 위한 포석 또는 타협을 위한 포석으로 읽어야 한다.

▲사진=행복도시에 들어설 예정인 중앙청사 조감도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 홈페이지

Posted by '토씨'


지적이 똑같다. 보수언론과 진보언론 모두 청와대를 비판한다. 심대평 총리 카드가 무산된 데에는 청와대의 책임이 적잖다고 입을 모은다.

서툴렀다고 한다. 심대평 자유선진당 대표를 총리로 기용하려면 사전작업에 공을 들였어야 한다고 한다. 명색이 정당 대표인 사람을 기용하려면 정책연합과 같은 청사진을 내놓고 정상적인 통로를 통해 협상을 벌였어야 한다고 한다.

일탈했다고 한다. 심대평 총리 카드는 지역주의 연합에 다름 아니라고 한다. 통합형 개각 효과를 극대화하고, 충청 진출 교두보를 마련하기 위해 지역주의 세력과 무분별하게 연합하려고 했던 것이라고 한다.

덤터기를 썼다고 한다. 심대평 대표의 탈당으로 선진창조모임의 원내교섭단체 지위가 상실되는 바람에 한나라당은 완충장치를 잃은 채 민주당과 가파른 대립을 벌이게 됐다고 한다.

이런 비판을 종합하면 결론은 쉽게 나온다. 청와대는 손해를 봤다. 혹을 떼려다가 혹을 붙이게 됐다. 통합형 개각은 김이 샜고, 정치적 노림수는 자충수가 됐다.

근데 왜일까? 켕긴다. 너무 단선적이라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마저 살피지 않은 이면이 있는 것 같다. 이런 것이다.


누구도 부인하지 못한다. 심대평 대표의 탈당으로 가장 큰 타격을 입은 사람은 이회창 자유선진당 총재다. 대전충남지역 일부 기초단체장들이 심대평 대표와 행동을 같이 하려는 움직임도 있다고 하니까 이미지만 상처를 입은 게 아니라 조직이 약화되는 결과도 안게 됐다. 이 뿐만이 아니다. 심대평 대표가 탈당 선언을 하면서 이회창 총재에게 각을 분명히 세웠기 때문에 ‘배후 기습’에도 대비해야 한다. 세력은 약해졌는데 전선은 이중으로 쳐야 하는 상황에 내몰리게 된 것이다.

이런 상황이 청와대, 나아가 한나라당에게 두 가지 기회를 만들어준다. 맹주가 사라진 틈을 비집고 진군로를 열 기회를 열어주고, 이게 아니더라도 거중 조정의 기회를 만들어준다. 

자유선진당 단독 구도가 되든, ‘심대평당’과의 경쟁 구도가 되든 한 가지 사실은 분명하다. 어느 당이든 대전충남 지역에서 지배주주의 지위를 잃고 소액주주가 되기 때문에 중앙정치 무대에서의 정치적 영향력은 반감된다. 이런 처지를 극복하고 다시 지역 맹주로 부상하기 위해서는 지역 민심에 ‘전리품’을 내놔야 한다. 행정중심복합도시 지원이나 산업경제적 지원과 같은 정책을 끌어내야 한다. 이게 골칫거리가 된다. 대전충남지역에 대한 지원 권한을 갖고 있는 곳은 청와대와 한나라당, 따라서 이들의 행보에 보조를 맞춰야 전리품을 챙길 수 있다. 자유선진당이나 ‘심대평당’은 이전보다 더 확실히 한나라당에 협조해야 하고, 한나라당은 자유선진당(과 ‘심대평당’)을 쥐락펴략 할 여지가 그만큼 많아진다. 

실상이 이렇다. 당장은 손해 같지만 길게는 이익이 될 수도 있는 게 심대평 총리 카드 무산이다. 대전충남지역의 이익과 직결되는 정책을 잘 조율하면 의외의 큰 소득을 얻을 수도 있다. 물론 행정중심복합도시에 야박하고, 수도권 규제 완화에 박차를 가하는 정책을 펴면 민주당의 입지를 넓혀주는 결과를 빚겠지만 이런 극단적 상황을 배제하면 조율 기술에 따라 충청 지역을 관리할 수 있다.

근데 문제가 있다. 이런 분석과 전망 또한 단선적이다. ‘전칭’의 오류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문제를 안고 있다.

들여다보면 안다. 대전충남지역에서 반MB 정서가 유포되는 동안에도 박근혜 전 대표에 대한 호감은 사그러들지 않았다. 그래서 분석했다. 일각에서 ‘심대평 총리’ 카드에 친박근혜 정서를 희석시키기 위한 포석이 깔려있는 것으로 봤다. 이명박 대통령이 ‘충청 총리’를 기용하고 충청 지원책을 잇따라 내놓음으로써 반MB 정서와 함께 친박근혜 정서를 줄이려 한 것으로 봤다. 대전충남지역에서 박근혜 전 대표와 어깨를 겨룰 MB직계 인사를 키우려 한 것으로 봤다.

이게 무산됐다. 대전충남지역 민심을 MB에게로 향하게 할 매개를 잃어버렸다. 설령 청와대가 충청지원책을 내놔도 그 효과를 정치적으로 쓸어 담을 채집통을 잃어버렸다. 대전충남지역에서 MB에 대한 인식의 전환을 이끌 결정적 계기를 잃어버렸다.

기묘한 현상을 빚을지 모른다. 이런 사정이 박근혜 전 대표에게 어부지리를 챙겨줄지 모른다. 청와대가 정책면에서 충청 지지를 이끌어내더라도 그보다 더 큰 정치적 지지를 박근혜 전 대표가 챙기는 결과를 빚을지 모른다. 재주는 곰이 부리고 돈은 왕서방이 버는 상황이 연출될지 모른다. 이회창이라는 걸림돌이 왜소해진 상태에서 정부의 충청 지원책을 뒷바람 삼으면 지지율을 끌어올릴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높아지기 때문이다.  

▲사진=탈당 선언한 심대평 자유선진당 대표 ⓒ프레시안

Posted by '토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