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수 조용필 씨가 읊었다. '묻지 마라'고, '왜냐고 왜 그렇게 높은 곳까지 오르려 애쓰는지 묻지를 마라'고. 마찬가지다. 묻지 마라. 왜냐고, 왜 그렇게 회의장 문을 잠그려(열려고) 애쓰는지 묻지를 마라. 절박한 친이(친박)의 단호한 외침을 듣는 이 없으면 또 어떠리. 

그건 관심사가 아니다. 국가 중대사에 대한 거대 여당의 주장을 가감 없이 들어야 할 권리가 국민에게 있다는 원칙론에도 불구하고 관심사가 아니다. 이미 다 아니까, 귀에 딱지가 앉을 정도로 듣고 또 들은 주장이니까 의원총회장 문이 닫히든 열리든 대수는 아니다.

관심사는 따로 있다. 표범인지 하이에나인지 모르겠지만 아무튼 ‘먹이를 찾아 산기슭을 어슬렁거리는’ 행태다. 상대의 약점을 찾아 한나라당 안팎을 어슬렁거리는 친이-친박의 행태다.


친박계인 홍사덕 의원을 비롯한 몇몇 의원이 주장했다. 청와대가 친박 의원들 뒷조사를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친이계인 정몽준 대표가 주장했다. 박근혜 전 대표가 이명박 대통령의 회동 제안을 거절했다고 주장했다. 양쪽 모두 의원총회가 열리기 직전 또는 의원총회 모두에 이렇게 입을 열었다.

타격전이다. 세종시에 대한 입장을 펴는 게 아니라 상대 진영의 약점을 파고든다는 점에서 정치적 타격전이다. 논리의 허점을 파고드는 게 아니라 약점의 틈새를 벌리려 한다는 점에서 정치적 선전전이다.

태세가 이렇다. '바람처럼 왔다가 이슬처럼 갈 순 없다'는 각오다. '산 흔적일랑 남겨둬야' 하기에 '빛나는 불꽃처럼 타올라야' 한다는 의지다. 친이-친박 모두 이렇게 사생결단의 태세로 나온다. 공존의 토대 위에서 공론을 펴는 게 아니라 퇴치를 목표로 공격을 가한다. 토론이 아니라 토벌을 꾀한다.

그래서 관건이 아니다. 의원총회의 결과는 관건이 될 수 없다.

홍사덕 의원을 비롯한 몇몇 친박 의원들이 ‘뒷조사’ 주장을 내놓는 순간 저지선이 형성됐다. 행여 당론이 변경되는 일이 발생한다 해도 그건 공작의 결과이기에 승복할 수 없다고 주장할 디딤돌이 만들어졌다.

정몽준 대표가 ‘박근혜의 회동 제안 거부’ 사실을 전하는 순간 과녁이 설정됐다. 끝까지 친박이 당론 변경을 거부하면 그걸 ‘박근혜의 독선과 아집’의 소산으로 몰아붙일 빌미가 갖춰졌다.

타격전은 계속 전개될 수밖에 없다. 의원총회장 안팎의 격돌은 몸풀기에 불과하니까, 본게임은 국회 상임위 회의실과 본회의장에서 펼쳐지니까 적어도 두 달 이상은 끝없는 타격전이 전개될 수밖에 없다.

그런 점에서 친이-친박의 격돌은 기술전이 아니라 체력전이다. 현란한 논리가 승부를 가르는 게 아니라 튼실한 맷집이 성패를 가른다. 상대의 진을 빼 논리를 펼칠 여력을 빼앗는 쪽이 고지에 오르는 지구전이다.

'산정 높이 올라가 굶어서 얼어 죽는 눈 덮인 킬리만자로의 표범'이 되는 한이 있더라도, '산에서 만나는 고독과 악수하며 그대로 산이 된'다 해도 '오늘도 배낭을 매고' 오르지 않을 수 없는 소모전이다. 

 ▲사진=어제 열린 한나라당 의원총회 모습 ⓒ프레시안

'이슈분석' 카테고리의 다른 글

방귀 뀐 사람이 성 내는 '교육개혁'  (5) 2010/02/24
한나라당의 표범  (3) 2010/02/23
'돼지 꿈' 꾸는 김무성  (19) 2010/02/19
‘747’을 ‘2020’으로 바꾼다 한들…  (4) 2010/02/18
Posted by '토씨'

정말 기대된다. 6월 국회에서 어떤 모습이 펼쳐질지, 쇄신을 목 놓아 외치는 한나라당 의원들이 어떤 태도를 보일지 벌써부터 흥미롭다.

국정쇄신은 유행어가 됐다. 한나라당 안에서 쇄신 논의가 물꼬를 트면서 국정쇄신이란 단어는 감초가 돼 버렸다.

국정쇄신이란 체언에 붙이는 용언은 찬란하다. 어제 열린 의원 연찬회에서 쏟아진 말들만 봐도 그렇다. “가진 자, 부자만을 위한 정책처럼 비춰진 측면은 분명 바로 잡아야 한다”는 주장, “기업을 위해 20조원이 넘는 감세를 하고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완화 등을 추진하면서 어떻게 부자정권이 아니라고 하겠느냐”라는 주장, “무엇보다 서민들을 위한 정책을 펴야한다”는 주장이 속출했다.

이 뿐만이 아니다. “청와대의 일방통행식 모습이 이반된 민심의 핵심”이라는 주장, “국민의 관심사는 이명박 대통령이 독선적인 국정운영에 대한 잘못을 인정하라는 것”이라는 주장도 도열했다.

그래서 하는 말이다. 쇄신을 주장하는 한나라당 의원들의 결기가 이 정도인데 어떻게 ‘악법’ 논란을 빚는 MB입법에 거수기로 동원될 수 있겠는가. 어떻게 일방통행식 의정의 방임자로 짓눌릴 수 있겠는가. 있어서도 안 되고 있을 수도 없는 일이다.

멍석은 이미 깔렸다. 한나라당 쇄신특위가 ‘강제적 당론’을 원칙적으로 금지하는 쇄신안을 마련한 바 있다. 이 쇄신안을 따르면 된다. ‘강제적 당론’이 이명박 대통령의 독선적 국정운영의 받침대였음을 통찰하고 ‘강제적 당론 금지’ 멍석 위에서 쇄신의 몸짓을 맘껏 펼치면 된다.

멀지 않았다. 한나라당 의원들의 쇄신 의지가 소신 투표로 이어져 이명박 대통령의 독선적 국정운영에 제동을 걸 날이 멀지 않았다. 6월 국회가 열리는 날이 바로 그 날이다.

한나라당 원내지도부가 필(必) 처리법안을 선정했다. 민심과의 소통에 지대한 영향을 미칠 미디어법, ‘가진 자, 부자만을 위한 정책’의 바로미터가 될 금산분리완화법, ‘서민들을 위한 정책’의 시금석이 될 비정규직법 등을 필 처리법안에 포함시켰다. 필 처리법안이란 이름으로 ‘강제적 당론’을 관철시킬 태세를 갖췄다.

반대할 것이다. 국정쇄신을 외치는 기개로 반대할 것이 분명하다. 미디어법은 국민과의 소통을 가로막아 독선적 국정운영을 더욱 심화시킨다고 반대할 것이 분명하고, 금산분리법은 ‘가진 자, 부자만을 위한 정책’에서 한 발 더 나아가 ‘극소수 재벌만을 위한 정책’이라고 반대할 것이 분명하며, 비정규직법은 ‘서민들을 더욱 못 살게 구는 정책’이라고 반대할 것이 분명하다.

행여 원내지도부가 법안 처리에 협조를 당부하면 그건 ‘강제적 당론’이라고 손사래 치고 걸어다니는 헌법기관의 자율성을 짓밟는 독선적 의정운영이라고 도리질 할 것이 분명하다.

역시 보기 나름이다. 만발한 기대감으로 바라보니 새롭게 보인다. 국정쇄신을 요구하는 한나라당 의원들의 기개를 보다보니 국정쇄신의 지름길이 포착된다. 굳이 요구할 필요가 없다. 어차피 국정은 의정이 담보돼야 이뤄지는 일, 국정을 쇄신하고 싶으면 의정을 쇄신하면 된다. 이명박 대통령의 국정운영이 독선적이라면 의정운영을 민주적으로 하면 된다. 의정에서부터 소통을 구현하면서 민심과 교류하는 모습을 보이면 된다.

정말 기대된다. 백문이불여일견이라고 하지 않았던가. 6월 국회가 개봉되면 알게 된다. 한나라당 쇄신 주장의 작품성이 어느 정도 되는지.


▲사진=국정쇄신 주장이 빗발친 한나라당 의원 연찬회 ⓒ한나라당

Posted by '토씨'

참 많은 걸 생각하게 하는 표결입니다.

당연히 통과될지 알았습니다. 초대형 금융위기가 닥친 상황이니까 일단 물불 안 가리고 7000억 달러 구제금융을 쏟아붓는 데 동의할 줄 알았습니다. 하지만 아니었습니다. 미국 하원은 구제금융법안을 부결시켰습니다.

미 하원의 부결사태가 세계금융에, 그리고 한국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거론하지 않겠습니다. 무딘 필력과 짧은 생각으로 논할 내용이 아닌 것 같습니다.

정치적 측면만 보려고 합니다. 미국의 대통령과 양당의 대선후보가 입을 모아 통과시켜달라고 요청했던 구제금융법안을 부결시킨 하원 의원들의 사고를 곁눈질으로나마 살펴보려고 합니다.

일각에서는 하원 의원들이 선거를 의식해 반대표를 던졌다고 분석합니다. 대선, 그리고 의회선거를 앞둔 상태에서 미국민 다수가 반대하는 구제금융법안에 선뜻 찬성표를 던질 수 없었다는 해석입니다. 부결표가 야당인 민주당(95표)보다 여당인 공화당(133표)에서 훨씬 많이 나온 이유를 이렇게 설명합니다.

잘 모르겠습니다. 이런 해석법에 따르면 205표에 이르는 찬성표를 설명할 길이 없습니다. 그들이라고 선거나 국민여론과 담 쌓고 살 리는 없을 테니까요.


개인적으론 다른 해석에 눈길이 갑니다. 공화당에서 부결표가 엄청 많이 나온 이유를 소신에서 찾는 해석입니다. 평소 정부의 시장개입에 부정적이던 공화당 의원들이 마구잡이 구제금융에 반기를 들었다는 분석입니다.

잘 살필 필요가 있습니다. 공화당 의원들의 소신은 우리가 흔히 얘기하는 신자유주의의 그림자일지도 모릅니다. 그래서 그들의 소신이 과연 옳은 것인지 정밀하게 따져볼 필요가 있습니다. 하지만 이 역시 논외로 하겠습니다. 이 자리에선 정치적 측면만 거론하기로 했으니까요. 그냥 그들의 소신을 소신 그 자체로 받아들이겠습니다.

어떻게 봐야 할까요? 공화당 의원들의 소신 투표를 정치적 측면에서 바라보면 어떤 평가가 나올까요?

거듭 말하지만 공화당은 여당입니다. 부시 행정부의 공과를 공유하는 정당입니다. 그런 정당에 소속된 의원들이 부시 행정부에 치명타를 안길 한 표를 행사했습니다. 부시 대통령의 거듭된 호소와 요청에도 불구하고 소신을 꺾지 않았습니다. 흔히 말하는 ‘1인 헌법기관’ ‘걸어다니는 헌법기관’의 면모를 유감없이 보여준 것입니다.

시야를 약간 넓히면 이런 평가는 더욱 강화됩니다. 부시 대통령은 물론 양당 대선후보와 지도부의 호소에 아랑곳하지 않고 ‘소신 투표’를 한 의원들이 공화당 133명, 민주당 95명입니다. 애당초 ‘당론 투표’는 성립되지 않았습니다. ‘일사불란’은 명함도 꺼내지 못할 정도로 상당히 많은 의원들이 ‘자유 투표’를 했습니다.

한국이었다면 어땠을까요?

주장을 하느니 하나의 사례를 제시하는 게 더 효율적일 것 같습니다. 이미경 의원의 사례입니다.

이미경 의원은 지금 민주당 소속이지만 애초에는 한나라당 소속이었습니다. 이 의원이 당적을 옮기게 된 결정적 계기는 ‘소신 투표’ 였습니다.

1999년 국회에 ‘동티모르 파병동의안’이 제출됩니다. 한나라당은 김대중 대통령이 노벨평화상 수상을 의식해 파병하려 한다며 반대했고 표결이 예정됐던 본회의장에서 모든 의원을 철수시킵니다. 하지만 이미경 의원은 홀로 남아 파병 동의안에 찬성표를 던집니다. 한나라당의 입장에 반기를 든 것이죠. 우리 국군이 동티모르에서의 민간인 살상을 막고 민주적 선거를 돕는 데 반대할 이유가 없다는 게 당시 이미경 의원의 소신이었습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이미경 의원은 한나라당을 떠납니다.

이 사례가 웅변합니다. 우리 국회의사당에서 이뤄지는 표결의 상당부분은 ‘당론 투표’입니다. 중대 사안의 경우에는 더 말할 필요도 없습니다. 표결에 앞서 당론을 정하는 과정에서 논란이 있었다 해도 본회의장에 들어가면 거의 대부분의 의원이 당론에 충실히 따릅니다.

물론 자신의 소신을 내세워 당론을 거부한 사례가, 그런 의원들이 없는 건 아닙니다. 하지만 이런 경우보다 마이크 앞에서는 소신을 부르짖다가 본회의장에 가선 ‘무기명 투표’에 기대 당론을 좇은 사례, 그런 의원들이 더 많습니다.

이게 한국 정치의 현실입니다. 소신에 따른 반대표를 ‘반란표’로 규정하는 게 한국 정치의 실상입니다.

반박이 나올 수 있습니다. 당론 투표를 죄악시해서는 안 된다는 점, 당내 의견수렴을 충분히 거쳐 결정된 당론이라면 따르는 게 당인의 도리라는 점이 반박 논리가 될 것입니다.

어느 정도는 인정할 수 있습니다. 그럼 ‘1인 헌법기관’이란 위상은 뭐냐는 반문이 튀어나오지만 꾹 참고 어느 정도 수긍할 수 있습니다.

그럼 이 경우는 어떨까요? 한나라당의 경우입니다.

논란이 적지 않았습니다. 정부의 종합부동산세 완화안을 놓고 당내에서 갑론을박이 벌어졌고 두 차례에 걸쳐 의원총회를 열고서도 당론을 정하지 못해 최고위원회의로 결정권을 넘겼습니다. 그리고 어제, 한나라당 최고위원회의는 정부원안을 그대로 수용하는 당론을 정했습니다. 그러면서 국회 법률 심의과정에서 개별의원들의 수정의견을 함께 심의하기로 했습니다.

아주 희한한 풍경입니다. 더 정확히 말하면 뒤집힌 모습입니다.

당론을 정해놓고 수정 여지를 남기는 행태를 이해할 길이 없습니다. 차후 수정 여지를 남길만큼 당내 의견 수렴이 쉽지 않다면 서둘러 당론을 정할 일이 아닙니다. 당론을 쉬 정할 수 없다면 의원들의 자유투표에 맡기는 게 순리입니다. 그런데도 한나라당은 그렇게 하지 않았습니다.

그 이유가 뭔지는 세상이 다 압니다. 이명박 대통령의 의지 또는 위세에 눌렸기 때문입니다. 그 위세에 눌려 일단 따르는 모습을 연출하다가 행여 헌법재판소가 종부세에 대한 위헌 결정을 내려주기라도 한다면 그에 기대 소신을 조금이라도 투영시킬 요량입니다.

이제 갈무리용 질문을 던질 때가 됐습니다. 어떻게 봐야 할까요? 미국의 여당 의원들과 한국의 여당 의원들의 행태를 어떻게 비교 평가해야 할까요? 180도 다르다고 말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상이하게 나타나는 행태를 단지 시기와 상황 요인으로 설명해야 할까요? 미국의 여당 의원들과 공존하는 대통령은 집권 말기의 레임덕에 빠졌고 한국의 여당 의원들이 따르는 대통령은 집권 초기의 위풍당당함을 과시하기 때문일까요?

단지 이런 시기·상황 요인 때문에 상이한 모습을 연출하는 걸까요?

▲사진=국회 본회의 장면

Posted by '토씨'

사용자 삽입 이미지
손학규 민주당 대표가 그랬다. 두 번에 걸쳐 "무섭다"고 했다.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총선 결과를 보고)민심이 무섭다는 것을 다시 느꼈다"고 했고, "FTA를 무서워할 이유가 없다"고 했다.

그래서 하는 말이다. 손학규 대표가 정말로 민심이 무서운 줄 안다면 정숙해야 하고 자중해야 한다. "FTA를 무서워할 이유가 없다"고 밖에 나가 떠들 일이 아니다.

FTA를 지지해온 그의 일관된 소신이 탐탁지 않아서가 아니다. 그가 향유해야 할 표현의 자유를 제한하려고 해서도 아니다. 다만 그의 위치와 임무를 망각하지 말라고 강조하는 것이다.

민주당의 노선투쟁은 피할 수 없다. 당 정체성과 노선을 놓고 '중도실용'이니 '중도진보'니 하는 말들이 엇갈리는 게 민주당의 요즘 사정이니 한 번은 정리하고 넘어가야 한다. 이왕 정리해야 하는 것이라면 아주 격렬하고 뜨겁게 할 필요가 있다. 그래야 뜨뜻미지근한 당의 이미지와 엉거주춤한 당의 입장을 바로잡을 수 있다.

한미FTA가 이 노선투쟁의 주요 매개라는 사실은 누구도 부인하지 않는다. '중도실용'이니 '중도진보'니 하는 논란에 불을 지르는 휘발유이자, 당 노선 정립의 저울추라는 데 이의를 제기하는 사람은 없다.

손학규 대표가 그랬다. 어제 열린 총선 평가 토론회에서 "지난 총선에서 국민들이 우리를 신뢰할 만한 콘텐츠를 제공하지 못했다"고 반성했다. 이 말에 "민심이 무섭다는 걸 다시 느꼈다"는 말을 조합하면 이런 얘기가 성립된다.

앞으로 하기에 달렸다. 어떤 콘텐츠를 어떻게 만드느냐에 따라 민심이 웃을 수도 있고 찡그릴 수도 있다. 결정적인 매개는 한미FTA다. 한미FTA 당론을 모으는 과정, 그리고 결과로서의 당론이 민주당에 대한 민심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게 돼 있다.

문제는 방식과 틀이다. 생산적 논의와 소모적 갈등을 가르는 기준은 논의 방식과 틀이다. '여기서 삐죽 저기서 삐죽' 하며 두더지 게임하듯 전개해서는 안 된다. '이 사람이 찔끔 저 사람이 찔끔' 의견 표명을 하는 중구난방식 논의도 안 된다. 전면적이어야 하고 질서가 있어야 한다.

방식과 틀은 이미 마련돼 있다. 다음 주에 국회의원 당선자 워크숍이, 6월에는 전당대회가 예정돼 있다. 당선자 워크숍에서 논의하고 거기서 결론을 내지 못하면 전당대회에서 당원 전체의 의견을 물어야 한다.

손학규 대표에게 정숙과 자중을 요구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는 이미 당 대표 경선 불출마를 선언했다. 게다가 국회의원 당선자도 아니다. 이 처지가 그의 행동반경을 제한한다. 그는 중립적 위치에서 전당대회를 관리해야 하고 당선자 워크숍을 개최해야 한다. 이런 그가 '대표' 자격으로 '밖'에 '삐죽' 얼굴을 내밀어 '찔끔' 얘기하는 건 부적절하다.

그는 책임지지 않는다. 차기 당 지도부의 일원이 될 사람도 아니고 일상적인 당론 결정기구인 의원총회 구성원도 아니다. 당론이 몰고올 후과에 대해 책임지지 않을 사람이 당론을 앞장서 끌고가려는 건 사실상 월권에 해당한다. 다른 사안도 아니고 한국경제의 근간을 뒤흔들 수 있는 한미FTA에 대해 '선도자'임을 자처하는 태도를 '소신의 발로' 정도로 이해하는 건 아량이 아니라 방기다. '오버'엔 '태클'이 필요하다.

일방적인 얘기로 비칠까봐 한 가지 비교사례를 제시한다. 이명박 대통령이 지난 13일 기자회견을 통해 5월 임시국회 소집을 요구했을 때, 이 국회에서 한미FTA 비준안과 출자총액제한제 폐지, 금산분리 완화 등을 처리해야 한다고 주장했을 때 손학규 대표가 그랬다. "사전협의도 없이 총선에서 과반을 얻었다고 일방적으로 압박해서는 곤란하다"며 이명박 대통령의 '자세'를 꼬집었다.

똑같이 말할 수 있다. 사전협의도 되지 않은 사안을, 더구나 충분한 토론기회가 열려있는 사안을 단지 대표라는 이유로, 소신이라는 이유로 맘대로 이야기하는 건 곤란하다. 이 역시 '자세'의 문제다.

Posted by '토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