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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문표절'에 해당되는 글 2건

  1. 2008/02/27 1급 특종상 줬던 <국민일보> 인데… (14)
  2. 2007/12/31 해를 보내며 묻는 질문 "아직도 신분사회인가?" (38)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다. 앞뒤가 맞지 않고 사리에도 맞지 않는다.

<국민일보>로선 '대어'를 낚은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낙양지가를 올릴 수 있는 천재일우의 기회를 잡은 것이나 진배없었다.

2006년 김병준 교육부총리 논문표절에 이어 2007년에 이필상 고려대 총장의 논문표절을 특종보도한 <국민일보>다. 여기에 박미석 청와대 사회정책수석의 논문 표절까지 단독 보도했으니 학술보도에 관한 한 독보적인 위치를 굳힐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잡은 셈이었다.

차별화와 특색화만이 살 길이라며 킬러 컨텐츠 찾기에 혈안이 된 언론계의 현실을 감안하면 가뭄 끝에 단비 같은 특종이었다. 쌍수를 들어 환영해도 모자랄 개가였다.

근데 어찌된 일인지 <국민일보> 사장이 나서서 후속기사를 쓰지 말라고 지시했다. 사장이 킬러 컨텐츠의 킬러를 자임하고 나선 것이다.

웬만한 상식으로는 그 이유를 헤아릴 수가 없는 조치다. 그래서 외압 의혹이 나온다. <국민일보> 노조는 이명박 대통령 측의 기사 삭제 요구가 있었다는 의혹을 강하게 제기하고 있다.

전후맥락을 살펴볼 때 너무 자연스러운 문제제기다. 하지만 사장은 부인한다. 그건 아니라고 한다.

이틀 말미를 주면 기사 삭제 지시를 내린 이유와 경위를 밝히겠다고 했으니 기다려볼 일이지만 이 점 한 가지는 사전에 반드시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다.

2006년에 김병준 교육부총리의 논문표절을 특종보도했을 때다. <국민일보>는 해당 기자에게 1급 특종상을 안겨준 데 이어 그해 말에 한 해를 결산하는 시상식에서도 '국민대상'을 수여했다. 2007년 이필상 총장의 논문 표절을 특종보도했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그래서다. 이런 결론을 내릴 수밖에 없다. 최소한 내부 요인은 아니다. 특종보도를 사장시킨 이유가 내부에 있었다고는 볼 수 없다. 만 2년도 지나지 않아 특종의 개념과 특종상의 시상기준을 달리했을 리는 만무하기 때문이다.

이리 보고 저리 재도 요인은 역시 외부에서 찾을 수밖에 없다. 남은 문제는 딱 하나, 그 '외부'가 누구냐 하는 점이다.

Posted by '토씨'

뉴스로 밥벌이를 하다보니 피해갈 수 없네요. 올해의 주요뉴스를 정리해달라는 요청을 받고 추려봤습니다. 엄청 많더군요. 학력위조 사건, 아프가니스탄 납치사태, 동원호와 마부노호 납치사건, 김승연 회장 보복폭행사건, 이랜드 사태, 삼성비자금 의혹, 태안 기름유출사고, 한미FTA 협상 타결, 대통령 선거, 남북정상회담….

뉴스를 왜 '10개'로 추려야 하나 하는 생각이 절로 들 정도였습니다. 무수히 많은 사건에 숨이 가쁠 지경이었습니다.

그러다 문득 떠오르는 게 있었습니다. 낱개로 존재하는 이 무수한 사건을 관통하는 그 무엇이 있지 않을까? 다시 살폈습니다. 어슴푸레 줄기가 보였습니다.

학력위조 사건엔 공통점이 있습니다. 학력이 능력을 짓누르는 풍토를 말하고자 하는 게 아닙니다. 특정하고 싶은 건 학력위조 사건의 진행경과입니다. 신정아 씨에서 비롯된 학력위조 사건은 시간이 지나면서 '만만한' 연예인의 학력위조 사건으로 좁혀졌습니다. 톱스타 반열에 있는 아무개 아무개가 학력을 위조한 사실이 언론에 대서특필됐죠. 하지만 사회적으로 높은 지위를 차지하고 있는 대학교수나 정관계 인사들의 이름은 쏙 들어갔습니다. 학위공장이라는 미국의 퍼시픽 웨스턴 대학에서 '나이롱 학위'를 딴 교수와 정관계 인사가 수두룩하다는 사실이 밝혀졌는데도 언론에 의해 실명이 공개된 적은 없었습니다.

뭘 상징하는 걸까요? '차별'입니다. 여론재판이 그렇게 했습니다. 사회적 권력의 유무에 따라 학력위조에 대한 기소와 불기소를 나눴습니다.

여론의 '차별' 만이 아닙니다. 사법부는 보복폭행 사건의 장본인인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과 분식회계 사건의 정몽구 현대차 회장을 집행유예로 풀어줬습니다. 좀도둑과 만취행패범이 줄줄이 구치소와 교도소로 향할 때 재벌 총수들은 휠체어 타고 법정 갔다가 두 발로 법정을 나섰습니다.

행정의 '차별'도 있었습니다. 아프가니스탄 납치사태가 발생했을 때 정부는 청와대 외교안보수석과 국정원장을 현지로 보내 발 벗고 뛰도록 했습니다. 반면에 소말리아에서 해적에 납치된 선원들을 데려오기 위해 장관급이 뛰었다는 보도는 어디에도 없습니다. 장관급은 고사하고 외교부 본부 국장급이나 과장급이 현지에 급파됐다는 소식도 접하지 못했습니다.

교육의 '차별'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서울 소재 유명 대학이 편입학 사정을 하면서 기부금을 냈거나 자기 학교 교수직을 맡고 있는 사람의 자녀들을 특혜 입학시켰다는 사실이 교육부 특감에 의해 밝혀졌습니다. 제자의 논문을 표절하고, 제자의 작품을 도용한 대학 교수들이 옷을 벗었다는 얘기를 듣지 못했지만, 김포외고 시험문제를 받아든 학생들이 교문 밖으로 내동댕이쳐지는 모습은 똑똑히 목격했습니다. '표절'과 '컨닝'의 죄과는 하늘과 땅 만큼 차이가 컸습니다.

열거하자면 끝이 없습니다. 이랜드 노조원은 '차별'의 직접적인 피해자입니다. 한미FTA로 유탄을 맞을 농민들은 '차별' 후보 0순위에 오른 사람들입니다.

그런데도 이들은 말하지 못합니다. 말을 해도 확산되지 못합니다.

하지만 다른 한켠에서 목소리를 높이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왜 종부세로 역차별을 가하느냐고 목소리를 높입니다. 반기업 정서 때문에 사업하기 어렵다는 푸념도 확성기를 탑니다. 농촌 할머니가 등장하는 FTA 반대 광고가 검열에 걸리는 동안 정부의 FTA 홍보광고는 어마어마한 물량공세를 퍼부었습니다.

개별 주장의 옳고 그름을 따질 계제는 아닌 것 같습니다. 중요한 사실은, 차별 호소를 전달하는 확성기의 용량마저 차별화 돼 있는 현상입니다. 비유하자면 양반의 상소문과 평민의 신문고 차이라고나 할까요. 조선시대에 있었을 법한 '호소의 차별'이 지금 이 시대에도 버젓이 남아있다는 게 문제입니다. 우리 사회는 아직도 신분사회인가 라고 묻지 않을 수 없습니다.

한 해가 저물어갑니다. 몇 시간 뒤에 새해가 밝아오겠죠. 따지고 보면 묵은 해와 새 해의 차이는 1분 1초에 불과합니다. 그 1분 1초 사이에 경천동지할 변화가 있으리라고 기대하는 게 허망한 일일 겝니다.

꼭 그만큼이었으면 좋겠습니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1분 1초 만큼이라도 차별이 줄어들고, '호소의 차별'이 완화되었으면 합니다.

Posted by '토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