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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현오 경찰청장이 대놓고 말했다. “짜증난다”고 했다. “일방적인 소설을 쓰는데 사실에 근거해서 써야지 언론사 기자라는 사람들이 이래서 되겠냐”고 했다. 시사주간지 ‘한겨레21’이 선관위 디도스 공격 사건과 관련해 조현오 청장이 김효재 청와대 정무수석과 두 차례 전화통화를 했다고 보도한 후 ‘한겨레’ 기자가 인터뷰를 요청하자 이같이 쏘아붙였다.

어이가 없다. 사돈 남 말 하는 것 같아 듣기 민망할 정도다. 모두가 기억하고 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차명계좌가 발견돼 부엉이바위에서 뛰어내렸다고 말 한 사람이 조현오 청장이다. 근거가 뭐냐는 질문이 쇄도하는데도 뚜렷한 출처를 밝히지 않고 입 닫은 그다. 그런 그가 ‘일방적 소설’을 운위하니 어이가 없다.

그래도 어쩔 수 없다. 꼬투리 잡기 시작하면 끝이 없다. 사안은 나눠서 봐야 한다. 그 때 일은 그 때 일이고, 지금 일은 지금 일이다.

딱히 틀린 말은 아니다. ‘한겨레21’의 보도가 조현오 청장의 주장대로 ‘일방적 소설’이라면 짜증내는 수준에서 끝낼 일이 아니다. 조현오 청장 말대로 법적대응을 하고도 남을 일이다.

한데 어떡하나? ‘한겨레21’의 보도가 ‘일방적 소설’ 같지가 않다. 조현오 청장 스스로 인정했다. 김효재 정무수석과 두 차례 전화통화를 한 사실은 인정했다. ‘한겨레21’의 ‘기초 사실’은 틀리지 않았다. 

그럼 남는 문제는 전화통화의 성격. 조현오 청장 주장대로 ‘사실 확인’이었는지, 아니면 ‘한겨레21’이 제기한 의혹처럼 ‘압력 행사’였는지가 관심사다.

‘한겨레21’은 이와 관련해 시점에 주목했다. 경찰이 7일 오전과 오후에 각각 디도스 공격 연루자들 사이에 1억 원의 돈거래가 있었던 사실, 그리고 청와대 행정관이 사건 연루자들과 술자리를 함께 한 사실을 청와대에 보고한 직후에 김효재 정무수석이 조현오 청장에게 전화를 한 사실에 주목했다. ‘사실 확인’ 차원이었다면 경찰과 청와대 치안비서관 사이에서 얼마든지 해결할 수도 있었을 것인데 굳이 김효재 정무수석이 직접 나서서, 그것도 보고 직후에 전화를 건 이유에 주목한 것이다. 

물론 달리 볼 여지도 있다. 워낙 큰 사건이었던 만큼 청와대 입장에서 사실관계를 재삼재사 확인할 필요가 있었다고 볼 여지도 있다. 하지만 ‘한겨레21’은 또 하나의 사실에 주목했다. 김효재 정무수석이 디도스 사건처리 문제와 관련해 정진영 민정수석과 긴밀히 논의하고 있었다는 점에 주목했다. 김효재 정무수석이 강 건너 불구경한 게 아니라 스스로 팔 걷어붙이고 대책을 숙의하고 있었던 점에 비춰 조현오 청장에게 사건 처리 방향을 언급했을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은 것이다. 공교롭게도 경찰의 9일 수사결과 발표에서 1억 원 돈거래 사실이 누락된 점을 주목한 것이다.

이 또한 달리 볼 여지가 있을지 모른다. 김효재 정무수석이 정진영 민정수석과 디도스 사건 처리 방향을 논의한 점도, 경찰이 수사결과 발표에서 1억 원 돈 거래 사실을 누락한 점도 ‘압력 행사’의 결정적 근거가 될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올 수도 있다. 정황만 갖고 무리하게 의혹을 제기했다는 지적이 나올 수도 있다.

하지만 문제 될 게 없다. 언론 본연의 사명은 ‘합리적 의심’을 제기하는 것이다. 의심의 합리성만 갖춰지면 문제를 제기하는 것이다. 이건 언론의 사명이자 숙명이다. 구중궁궐에서 벌어지는 권력의 행태를, 수사권을 갖지 않은 언론이 감시한다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언론이 할 수 있는 일은 기초 사실과 주변 정황에 의거해 ‘합리적 의심’을 제기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사회적 감시를 활성화하고 권력을 견제하는 것이다. ‘한겨레21’은 이런 언론 본연의 역할에서 일탈하지 않았다.

조현오 청장이 짜증내도 어쩔 수가 없다. 아니, 지금의 짜증은 약과일 수도 있다.

‘한겨레21’이 제기한 게 ‘합리적 의심’이라면 그 파장은 넓고 길 수밖에 없다. 김효재 정무수석마저 등장함으로써 디도스 사건은 사법문제를 넘어 정치문제로 비화됐다. 그래서 민주통합당은 정치적으로 문제 삼을 태세를 보이고 있다. 한나라당 비상대책위원장을 맡기로 한 박근혜 의원도 마침 디도스 사건의 철저한 진상규명을 바라고 있다고 하니 그냥 넘어갈 것 같지는 않다.

재수사를 하고 있는 검찰이 사건의 실체적 진실을 밝히지 않는다면, 그래서 정치권이 추가로 나선다면 조현오 청장이 짜증 낼 일은 속출하게 돼 있다. 국정조사를 받든, 특검 수사를 받든 그건 짜증 나는 일임에 분명할 테니까.

▲사진=조현오 경찰청장 ⓒ프레시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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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인규 전 대검 중수부장도 ‘검사선서’를 했을 것이다. “스스로 더 엄격한 바른 검사로서” 국민을 섬기고 국가에 봉사할 것을 “명예를 걸고” 다짐했을 것이다. 헌데 보이는 행태는 영 다르다. “스스로 더 엄격한 바른 검사”와는 거리가 멀다.

지난 9월 ‘중앙선데이’와의 인터뷰에서 노무현 차명계좌는 “틀린 것도 아니고 맞는 것도 아니다”라고 말해 파문을 일으키더니 이번엔 ‘시사저널’ ‘조선일보’를 통해 박연차 전 태광실업 회장이 민주당의 박지원, 우윤근 의원에게 1만 달러를 건넸다고 진술한 바 있다고 말했다. ‘중앙선데이’ 발언은 취중에 뱉은 말이라지만 이번엔 그마저도 아니다. 맨 정신에 한 말이다.

타당하지 않다. 그가 검사로 재직할 때 준수했을 ‘검사윤리강령’에 어긋나는 행동이기에 타당하지 않다. ‘검사윤리강령’ 제16조는 분명히 규정하고 있다. ‘검사는 직무와 관련하여 알게 된 사실이나 취득한 자료를 부당한 목적으로 이용하지 아니한다’고 못박고 있다.

이 뿐만이 아니다. ‘인권보호수사준칙’에도 부합하지 않는 언동이다. 제64조, 즉  ‘피의자를
기소하기 전에 수사 중인 사건의 혐의사실을 외부에 공개하여서는 아니된다‘는 규정을 어긴 언동이다.

상관없는 건가? 이인규 전 중수부장은 현직 검사가 아니니까 ‘검사윤리강령’이나 ‘인권보호수사준칙’을 지킬 필요가 없는 건가? ‘노무현 차명계좌’도 ‘박연차 1만 달러’도 수사 중인 사건이 아니라 종료된 사건이니까, 부당한 목적이 아니라 국민의 알권리를 위한 것이니까 공개해도 되는 건가?

그렇지가 않다. ‘현직 검사가 아니니까’라는 논리에 대한 반박은 전직 고검장의 말로 갈음할 수 있다. 이인규 전 중수부장이 노무현 차명계좌 발언을 했을 때 한 말이다. 수사에 대해서는 퇴직을 한 뒤라도 함부로 입을 열어서는 안 된다는 검찰의 수사 전통을 무너뜨렸다는 말이다. 전직 고검장의 말은 ‘검사선서’에 나와 있는 “스스로 더 엄격한 바른 검사”를 상기시키는 말이다.

그럴싸한 건 ‘국민의 알권리 보장’ 논리뿐인데 이마저도 함량 미달이다. 이인규 전 중수부장의 발언 마디마디가 그렇다.

그가 ‘조선일보’ 기자에게 말했다. 박연차 전 회장으로부터 1만 달러를 줬다는 진술을 받긴 했지만 수사를 하지 못했다고 했다. 수사를 하지 못해 박연차 전 회장의 진술이 사실인지 모르겠다고 했다. 또한 정치자금법 위반죄 공소시효가 지났을 것이라고도 했다.

이인규 전 중수부장이 전한 내용은 확인되지 않은 것이다. 언제, 어디서, 어떻게 1만 달러를 전달했는지 물증을 확보하지 못한 반쪽짜리 내용이다. ‘박연차 전 회장이 ~라고 카더라’라는 수준에서 멈춰있는 함량 미달의 내용이다. 본인마저 사실이라고 확신하지 못하는 내용이다.

이인규 전 중수부장은 이런 반쪽짜리 내용을 버젓이 입에 올렸다. 자기 입으로 공소시효가 지나 처벌이 어려울 것이라고 말하면서도 입에 올렸다. 수사 중인 피의사실조차 함부로 공개하지 못하게 돼 있는 판에 마침표를 찍은 사안을 거침없이 공개했다.

백번, 아니 천번 양보해 이렇게 이해할 수 있다. 이인규 전 중수부장이 1만 달러를 입에 올린 건 사법 차원이 아니라 정치 개혁 차원이라고, 정치 개혁을 위해 의혹을 제기한 것이라고 좋게 헤아릴 수 있다.

하지만 걸린다. 이전의 다른 사례가 눈에 밟힌다. 강기정 민주당 의원이 국회 본회의장에서 ‘대우조선해양 사장 연임 로비 의혹의 몸통은 대통령 부인 김윤옥 씨’라고 말했을 때 여기저기서 벌떼 같이 들고 일어나 쏟아냈던 질책이다. 타인의 명예와 직결되는 발언을 아무 근거도 제시하지 않고 내뱉는 건 무책임한 언동이라는 질책이다. 따져보면 이 질책은 이인규 전 중수부장에게도 똑같이 적용된다.

다른 사례가 하나 더 있다. 노무현 차명계좌 발언과 관련해 국정감사 증인으로 채택됐지만 출석하지 않은 사례다. 그는 사석에서는 얘기를 해도 국민 앞에서는 입을 닫았다. 이 사례는 이인규 전 중수부장이 국민의 알권리를 보장하기 위해 입을 연 것이라는 '호의적 해몽'에 고개를 갸우뚱거리게 만든다.

▲사진=이인규 전 대검 중수부장 ⓒ프레시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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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문회 때까지는 이해했다. 한나라당이 ‘노무현 특검’을 운위하는 이유가 조현오 경찰청장의 ‘무사통과’를 위해서였다고, 임명장 수여를 위한 정치환경을 조성하기 위해서였다고 이해했다.

이인규 전 대검 중수부장도 이해했다. 그가 애매모호한 말로 ‘노무현 차명계좌’가 있는 것처럼 말한 이유가 쌓인 감정이 많아서라고, ‘노무현 서거’로 불명예 퇴진한 자신의 처지를 만회하기 위한 것이라고 이해했다.

하지만 이것만은 이해하지 못한다. 조현오 경찰청장이 ‘후보자’ 딱지를 뗀 지금 이 순간까지도 한나라당이 ‘노무현 특검’을 매만지는 이유를 도통 헤아리지 못한다.

아무리 둘러봐도 한나라당에 득 될 게 없다. ‘노무현 특검’을 운위해서 한나라당이 정치적으로 유리한 지형을 조성할 여지가 없다. 오히려 격화시킨다. 정치적 논란을 격화시키고, ‘노무현 서거’ 때 조문한 500만명이 넘는 유권자들을 자극한다. 벌집 쑤시는 것이다. 그런데도 한나라당은 멈추지 않는다. 왜일까?

혹시 믿는 걸까? ‘노무현 차명계좌’가 정말 있다고 믿는 걸까? ‘노무현 특검’을 통해 차명계좌 존재 사실만 확인하면 일거에 ‘정치적 잔당’을 정리할 수 있다고 믿는 걸까? '노무현 수사'와 '노무현 서거'를 둘러싼 논란을 완전 종식시킬 수 있다고 믿는 걸까?

한나라당이 정말 그렇게 기대한다면 나중에 입맛 다시게 될 공산이 크다. “노무현 차명계좌는 없다”는 검찰 쪽 발언에 기대어 하는 전망만은 아니다. 아이러니 하게도 이인규 전 대검 중수부장의 말 또한 한나라당의 기대가 공염불에 그칠 가능성을 시사한다.

이인규 전 중수부장은 “(조현오 경찰청장의 차명계좌 발언은) 틀린 것도 맞는 것도 아니다. 꼭 차명계좌라고 하긴 그렇지만 실제로 이상한 돈의 흐름이 나왔다면 틀린 것도 아니지 않나”라고 말했다.

이인규 전 중수부장의 말이 그대로 수사 결과로 나타나면 난투극이 벌어진다. ‘사실’ 규명이 ‘해석’ 싸움으로 변질된다. “이상한 돈의 흐름”을 차명계좌로 볼지 말지를 놓고 극심한 대립이 벌어진다. 정파가 제 각각의 정치적 입장에 따라 “틀렸다”고 주장하고 “맞다”고 주장하는 상황이 벌어진다.

더불어 ‘의도’를 둘러싼 공방이 전개된다. 차명계좌 존재 여부를 가리기 위한 특검이 전면 재수사에 나섰다는 논란이 일면서 수사에 개입된 정치적 의도를 둘러싸고 격한 공방이 오가게 된다.

국민 그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객관적 사실’을 특검이 내놓지 못하는 한, 또는 국민 누가 봐도 달리 해석할 수 있는 ‘주관적 평가’를 특검이 내놓는 한 한나라당은 정치적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결과적으로 노무현 전 대통령을 ‘부관참시’한 당사자로 지목된다.

특검까지 거론하며 멀리 내다 볼 필요도 없다. 어차피 검찰의 사자명예훼손 사건 수사 때 벌어질 일이다. 수사 핵심은 ‘허위사실’ 여부고, ‘허위사실’을 가르는 기준은 ‘노무현 차명계좌’ 유무다. 물론 검찰이 조현오 경찰청장의 ‘차명계좌 발언 근거’ 유무만 살피면 에둘러 갈 수도 있겠지만 검찰이 은연중에 적극성을 띤다면 사실상 재수사가 되고 그럼 특검제 하의 난투극과 비슷한 싸움판이 먼저 벌어진다. 아니 더 거세질지 모른다. 형식상 독립 수사를 하는 특검과 달리 이명박 정부에 속한 검찰이 벌이는 재수사이니까. 정치적 의도와 수사 공정성을 둘러싼 논란이 더 거세게 전개될 수 있다.

난투극이 벌어지면 한나라당은 본전을 건지지 못한다. 최소한으로 잡아도 한나라당은 양패구상의 화를 피할 수 없다.

▲사진=이인규 전 대검 중수부장 ⓒ프레시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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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현오 후보자가 경찰청장이 되면 어떻게 될까? 청와대와 한나라당이 ‘조현오만은 지킨다’고 다짐하니까 심각하게 상상해 봐야 할 일이다.

당장 떠오르는 게 ‘진압’이다. 우리나라 사람은 “주인이 보면 스무 개를 하지만 주인이 없으면 한두 개만 (하는)” 사람들이다. 게다가 “온갖 유언비어를 만들어 (내는)” 사람들이다. 그러니 단속할지 모른다. 단속과 진압의 고삐를 바짝 죄어서 이른바 ‘준법’을 강제할지 모른다. 그러기 위해 “물포에 최루액을 섞어” 쏠지 모른다. “물포 맞고 죽는 사람은” 없으니까. G20정상회의가 두 달여 앞으로 다가왔으니까.

관두자. 이런 상상은 그냥 접자. 조현오 후보자의 말에 근거한 상상이지만 그래도 상상이니까. 하지만 이건 다르다. 이건 상상이 아니라 예상이다.

조현오 후보자는 검찰 조사를 받아야 한다. ‘노무현 차명계좌’를 언급해 노무현 전 대통령 유족한테 고소당했기에 검찰의 조사를 받아야 한다. 현직 경찰청장이 어떤 식으로든 검찰의 조사를 받아야 하는 것이다. 경찰로선 치욕이다.

그래도 여기까지는 괜찮다. 무죄 추정의 원칙이란 게 있으니까, 일단 형식적으로는 검찰의 조사결과가 나올 때까지는 경찰청장직을 수행하는 데 아무 문제가 없을지 모른다. 시한부로는 그렇다. 

조현오 후보자는 처벌 받을지 모른다. 그에게 붙은 혐의는 명예훼손, 따라서 그가 그의 말을 입증해야 한다. 진실이라는 근거를 제시해야 한다. 하지만 못했다. 지금까지는 근거를 제시하지 못했다. 주간지나 인터넷 언론을 언급한 것 외에는 어떤 근거도 제시하지 못했다. 이 상태가 유지되면 그는 당연히 처벌받아야 한다. 현직 경찰청장이 사법처리 대상이 되는 것이다. 이 또한 경찰로선 치욕이다.

물론 검찰이 면죄부를 주면 치욕은 면한다. 하지만 어렵다. 조현오 후보자가 청문회에 나와 공개리에 밝히지 않았는가. ‘근거 없음’ 또는 ‘근거 못 댐’을 국민이 보는 앞에서 보여주지 않았는가. 이런 상황에서 마구잡이로 면죄부를 줄 수는 없다.

혹시 모른다. 조현오 후보자가 ‘히든 카드’를 갖고 있는지, 청문회장에서는 밝히지 않았지만 ‘진실이라고 믿을 만한 상당한 사유’를 따로 갖고 있다가 검찰 조사과정에서 내놓을지 모른다. 가능성은 극히 희박하지만 행여 그럴지 모른다. 그래도 마찬가지다. 아니 문제가 더 커진다.

그 순간 조현오 후보자는 정치 격랑에 휘말린다. 현 정부세력과 전 정부세력의 배수진을 친 싸움 한가운데 서게 된다. 정치적 중립지대에 서야 할 사람이 정치 투쟁의 당사자가 되는 것이다. 특검제가 도입되면 특검의 수사대상이 되고, 국정조사가 진행되면 증인으로 소환되고, 장외 정치투쟁이 전개되면 논란의 당사자가 된다.

이게 이유다. 조현오 후보자가 경찰청장이 돼서는 안 되는 이유다. 어떤 경우이든 조현오 후보자는 경찰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경찰의 명예를 깎거나 경찰의 부담만 가중시킨다.

훌훌 털어버리는 게 낫다. 그가 정말 경찰을 위한다면 청장직에 대한 미련을 버리고 자연인으로 돌아가야 한다. 명예훼손사건의 피의자로서 검찰 수사에 성실히 임하고 검찰의 처분을 달게 받아야 한다.

▲사진=조현오 경찰청장 후보자 ⓒ프레시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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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현오는 성실히 임하지 않았다. 어제 열린 청문회에서 여야 의원들이 ‘노무현 차명계좌가 있다는 거냐, 없다는 거냐’고 연거푸 물었지만 그는 “더 이상 발언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입을 닫았다.

그랬던 조현오가 성실히 임하겠다고 했다. ‘특검팀이 구성되면 협조할 의향이 있느냐’는 질문에 “성실히 임하겠다”고 답했고, 검찰의 명예훼손사건 수사에 대해서도 “성실히 임하겠다”고 말했다.

참으로 해괴한 이중 태도다. 국민 대의기관의 추궁엔 ‘모르쇠’로 일관하면서 수사기관의 수사엔 성실히 임하겠다고 하니 그렇다. 국민의 공복이 국민 대의기관보다 수사기관을 더 중히 여기니 그렇다.

그래도 분명해졌다. 조현오 후보자는 경찰청장 자격이 없다. 국민에 복무하지 않고 국민의 통제에 따르지 않는다는 점에서 그는 경찰청장직을 수행할 자격이 없음이 청문회를 통해 분명히 밝혀졌다.

조현오는 머리를 숙였다. “돌아가신 노무현 전 대통령께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묘소를 찾아가 사죄할 생각도 있다고 했다.

그랬던 조현오가 다른 말을 했다. “조 후보자가 더 이상 얘기를 못하는 건 (차명계좌와 관련해) 정치적 문제가 충격적으로 확산되는 게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해서가 아니냐”는 질문에 “전적으로 공감한다”고 했다.

참으로 망측한 이중 플레이다. 사죄를 하겠다면서 사죄를 해야 하는 이유를 인정하지 않는 태도를 보인 점에서 그렇다. 마치 중대한 정보를 손에 쥐고 있는 것처럼 흘리면서도 그 대상자에 대해 머리를 조아린 점에서 그렇다.

그래도 분명해졌다. 조현오 후보자는 경찰청장 자격이 없다. 오로지 법치를 구현하는 데 진력해야 할 사람이 정치인들이나 보일 법한 이중 플레이를 보인 점에서 그는 경찰청장직을 수행할 자격이 없음이 청문회를 통해 분명히 밝혀졌다.

착각하지 말아야 한다. 조현오 후보자는 자신의 첫 번째 낙마 사유로 거론되는 사안에 전략적 모호성을 견지해 물타기를 했다고 자평할지 모르지만 그건 착각이다. 오히려 그는 자신이 낙마해야 하는 근본 사유를 부각시켰다. 오로지 객관적 사실에 충실하고 법과 원칙을 근거해야 하는 경찰 본연의 태도에서 일탈해 있음을 확인시켰다. 

착각해서는 안 된다. 혹자는 ‘조현오 청문회’가 실체적 진실을 밝히지 못한, 실패한 청문회라고 말할지 모르지만 그건 착각이다. 오히려 청문회는 성공했다. 조현오 발언의 실체적 진실은 밝혀내지 못했지만 조현오 개인의 실체는 또렷하게 드러냈다. 경찰청장직을 맡기기에는 그가 너무 정치적이고 무책임하다는 점을 확인했다.

▲사진=청문회에 나선 조현오 경찰청장 후보자 ⓒ프레시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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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이없다. 우물가에서 숭늉 찾는 것으로도 모자라 누룽지탕을 내놓으란다.

홍준표는 특검제를 도입하잔다. 조현오 경찰청장 후보자가 내뱉은 ‘노무현 차명계좌’의 존재 여부를 가리기 위해 특검제를 도입하잔다. 보수언론은 재수사가 이뤄질지도 모른단다. 노무현 전 대통령 유족이 조현오 후보자를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한 사건을 수사하다보면 전면 재수사로 이어질지도 모른단다.

결론부터 말하면 가당찮은 얘기다. 두 가지 점에서 그렇다.

특검제 논란이 일 때마다 한나라당이 입에 달다시피 한 논리가 있다. 특검제 도입은 검찰 수사가 끝난 후에나 검토할 일이라는 논리였다. 하지만 검찰은 명예훼손 고소사건에 대해 손도 대지 않았다. 한나라당이, 검사 출신인 그 당의 홍준표 최고위원이 상투어를 뒤집고 이치를 뒤집는 주장을 마구잡이로 하고 있는 것이다.

상식이다. 특검 수사든 전면 재수사든 그건 처벌(기소)을 목표로 하는 것이라는 건 고등학교 수준의 교육을 받은 사람이라면 누구나 다 안다. 하지만 없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이 세상에 없다. 수사를 해봤자 결과를 내놓을 수 없고, 그래서 수사 요건이 성립되지 않는다.

물론 한 가지 단서를 달 건 있다. 홍준표 최고위원이 주장한 특검제가 ‘노무현 수사’가 아니라 ‘조현오 수사’를 명분 삼는 것이기에 대상이 없다고 잘라 말할 수는 없다. 하지만 이렇게 말할 수는 있다. 닭 잡는 데 소 잡는 칼 쓰자는, 쓸 데 없는 소리라는 말은 할 수 있다.

홍준표 최고위원도 알 것이다. 검찰이 아니라 조현오 후보자가 먼저 나서야 한다는 점을 잘 알 것이다. 명예훼손 사건의 경우 입증 책임은 주장을 한 당사자, 즉 조현오 후보자에게 있다. 조현오 후보자가 자신의 무죄를 입증해야 하고, 당연히 자신의 무죄를 입증할 수 있는 근거를 먼저 제시해야 한다. ‘노무현 차명계좌’ 존재를 입증할 물증을 제시하던지, 비록 사실은 아니었지만 ‘진실이라고 믿을만한 상당한 사유’가 있었음을 증명하던지 해야 한다.

이치가 이렇다면 결론은 이미 난 것이나 진배없다. 조현오 후보자가 그러지 않았는가. ‘노무현 차명계좌’는 주간지(또는 인터넷 언론)에서 본 걸 옮겨 말한 것이라고 밝힌 바 있지 않은가. 그의 근거는 ‘인용문’ 이었다. 물증이 될 수도 없고, ‘진실이라고 믿을만한 상당한 사유’가 되지도 못하는 것이었다.

혹여 모른다. ‘중앙일보’가 전망한 것처럼 조현오 후보자가 “경찰 내부 정보나 첩보에 따른 것이라는 주장”을 펴면서 ‘진실이라고 믿을만한 상당한 사유’가 있었다고 강변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소용없다. 그래도 마찬가지다. 주간지와 같은 공적매체를 인용하는 경우에도 별도의 사실 확인과정을 거치지 않으면 ‘상당한 사유’로 인정되지 않는 판에 경찰 내부 정보나 첩보와 같은 비공식 경로를 앞세울 수는 없다.

청문회로 족하다. ‘노무현 수사’를 담당했던 당시 대검 중수부 관계자들이 입을 모아 “차명계좌는 없었다”고 말하고 있는 판이니 청문회장에서 조현오 후보자가 내놓는 입증 사례만 살펴도 그의 발언의 허위성과 명예훼손 여부는 충분히 가릴 수 있다. 그가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강력한 물증을 제시하지 않는 한 청문회장에서 얼마든지 감별할 수 있다. 나아가 명예훼손 고소사건 수사만으로도 얼마든지 판별할 수 있다. 닭 잡는 칼로도 충분하다는 얘기다.

소 잡는 칼을 들 사안은 따로 있다. 김태호 총리 후보자의 ‘박연차 돈 수수의혹 사건’이다. 이미 여러 보도가 나왔다. 박연차 전 태광실업 회장으로부터 김태호 후보자에게 전달해 달라는 부탁과 함께 돈을 받은 뉴욕 한인식당 업주 곽현규 씨가 개각 발표 전 날 이후 자취를 감췄다는 보도가 있었고, 검찰이 곽현규 씨로부터 돈을 건네받아 김태호 후보자에게 전달한 뉴욕 한인식당의 여종업원을 조사도 하지 않고 무혐의 처리했다는 보도도 있었다.

검찰 수사가 종료된 사건에 대한 의혹이 이처럼 끊이지 않는다. 게다가 그 대상은 총리가 돼 국정을 관장하겠다고 준비하고 있다. 헌데 한계가 뚜렷하다. 수사권이 없는 야당 의원들이 청문회장에서 가려내기가 여간 어렵지 않다. 그래서 하는 말이다. 검찰이 전면 재수사를 해서든, 아니면 특검제를 도입해서든 한 점 의혹도 남기지 않고 깨끗이 털고 가야 하는 사안은 바로 이것이다. 

▲사진=조현오 경찰청장 후보자 ⓒ프레시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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