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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재민 씨는 “검찰에서 빨리 수사하길 바란다”고 했지만 가능해 보이지 않는다. 다른 건 몰라도 이것 하나만은 수사가 쉬워보이지 않는다.

신재민 전 문화체육관광부 차관에게 십수억 원에 달하는 ‘스폰’을 제공했다고 주장한 이국철 SLS그룹 회장이 밝힌 바 있다. 회사가 2009년 9월에 압수수색을 당했는데 이 수사는 당시 청와대 민정수석이었던 권재진 씨의 무리한 기획수사였다고 했다. 민정수석실의 지시로 수사에 착수한 검찰이 열린우리당 자금책 역할을 했다고 지목하며 자백을 강요했지만 열린우리당과는 전혀 관련이 없다고 했다.

바로 이것이다. 검찰이 빨리 수사할 것 같지도 않고, 철저히 수사할 것 같지도 않은 게 바로 이 주장이다.

이국철 회장의 이 주장엔 중대한 문제가 담겨있다. 2009년 9월이면 노무현 전 대통령이 서거한 지 넉 달이 흐른 시점이었다. 그런데도 검찰이 노무현과 열린우리당의 뒤를 캐고 있었다는 것이다. 이명박 정부가 출범한 후 노무현 전 대통령이 서거하기까지 검찰이 노무현 정권 때의 비리를 캔다는 소문과 보도는 적잖았다. 그 단적인 예가 김종익 씨의 경우다. 이른바 ‘쥐코 동영상’을 자신의 블로그에 퍼날랐다는 이유로 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에 의해 사찰을 받은 김종익 씨는 이후 경찰 조사과정에서 이광재 전 의원과 같은 고향(평창)이고 노사모 회원이라는 이유로 전 정부와의 관련성을 심문받았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그 때는 2008년 말이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서거하기 전이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를 기점으로 ‘정치 수사’의 필요성은 사실상 사라진 것으로 간주됐다. 한데 아니었다는 얘기다. 이국철 회장의 주장에 따르면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후에도 ‘친노’의 뒤를 끊임없이 캐고 있었다는 얘기가 된다.

더구나 그 몸통이 청와대라는 것이다. 일선 검찰의 ‘과잉 충성’이 아니라 청와대의 직접 지시에 의한 ‘기획 수사’였다는 것이다. 권재진 당시 민정수석이 직접 ‘지시’를 내려 '친노'의 뒤를 캐게 했다는 것이다. 이국철 회장의 주장에 따르면 청와대는 음험한 정치적 의도를 갖고 있었고, 검찰은 청와대에 완전히 예속돼 있었다는 얘기가 된다.

이는 신재민 전 차관의 개인비리 의혹을 뛰어넘는 문제다. 신재민 전 차관이 이국철 회장으로부터 ‘대가’와 ‘용돈’을 받아 챙긴 것보다 훨씬 중한 정치적인 문제다. 따라서 진실이 뭔지 분명히 밝혀야 한다. 이국철 회장의 주장이 사실인지, 아니면 권재진 당시 민정수석의 주장처럼 “황당한 내용”인지 명백히 가려야 한다.

정황은 갈린다.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후에도 ‘친노’를 캤다는 의혹이 던지는 충격파가 큰 만큼 가능성이 반감되는 것이 사실이다. ‘친노’의 뒤를 캐야 할 정치적 필요성이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로 반감됐다고 보는 게 상식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다른 정황이 있다. 검찰이 2009년 9월 15일 SLS 계열사 10여곳을 압수수색하는 과정에서 검사 7명과 수사관 70명이 동원된(‘경향신문’ 보도) 정황이다. 검찰 압수수색의 직접 사유인 ‘횡령’ 사건(최종 기소 내용은 뇌물공여 및 분식회계)치고는 매머드급으로 수사가 진행된 것이다.

결국 진실은 수사를 통해 가려질 수밖에 없는데 한계가 있다. 수사주체는 어쩔 수 없이 검찰이다. 검찰이 제 식구의 일탈의혹을 캐야 하는 것이다. 그 뿐인가. 권재진 전 민정수석은 지금 법무부 장관으로 재직하고 있다. 검찰을 지휘하는 최고 자리에 앉아있다. 자칫하다간 '깡통 논란'만 커질 수 있다.

▲사진=이국철 SLS그룹 회장 ⓒ프레시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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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울 이유가 없다. 김해을 후보 단일화 협상 무산을 놓고 서로 삿대질할 이유도 없고, 특정인을 들먹일 필요도 없다. 그냥 내버려두면 된다. 물 흘러가듯 그냥 내버려두고 그냥 받아들이면 된다.

안다. 이렇게 말하면 야권 연대의 대의를 저버리고, 반한나라당 전선의 필요성을 무시하는 발언이라는 비난을 살 거라는 사실을 잘 안다. 그래도 말한다. 김해을에서만은 그냥 이대로 치르는 게 낫다. 차라리 제 정당이 제 후보를 내서 선거를 치르는 게 낫다. 감동을 주지 못하는 뒷북 단일화를 하느니 그냥 이대로 두는 게 낫다. 그럼 당장의 당락을 떠나 무형의 소득 하나는 얻는다. 유시민 대표와 국민참여당의 존재 이유 및 향후 진로에 대한 가늠자만은 얻는다.

국민참여당은 노무현 정신을 이어 받겠다며 탄생한 정당이다. 민주당의 한계를 지적하며 출범한 정당이다. 더불어 노무현 전 대통령의 반대를 무릅쓰고 탄생한 정당이다. 민주당의 지역주의를 거부하며 만들어진 정당이다. 이런 정당이 노무현 전 대통령의 본향에서 선거를 치르려고 한다.

그 뿐인가. 선거를 진두지휘하는 유시민 대표는 야권을 통틀어 지지율이 가장 높은 정치인이다. 아울러 노무현 적자로 간주되는 인물이다. 이런 유시민 대표가 국민참여당의 발원지 선거에 ‘올인’하고 있다. 

사정이 이렇다면 제대로 평가 받게 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노무현 계승과 부정, 민주당 극복과 연대의 교차점에 서 있는 국민참여당과 유시민 대표로 하여금 노무현의 본향에서 홀로 평가를 받게 하는 게 온당한 방법이다. 민주당의 지역주의가 상대적으로 약한 김해을에서 오로지 혼자만의 힘으로 그들을 극복할 수 있는지 지켜보는 게 적절한 방법이다. 유시민 대표와 국민참여당의 존재에 대해 가장 정통한 평가를 내릴 수 있는 곳, 유시민 대표와 국민참여당의 향로에 대해 가장 객관적인 평가를 내릴 수 있는 곳이 김해을이니 그곳 유권자의 판단에 맡기는 게 온전한 방법이다.

사실 야권 후보 단일화를 꾀하는 건 이율배반이다. 민주당의 한계를 지적하면서 탄생한 국민참여당이 민주당의 양보를 요구하는 게 어불성설이다. 다른 곳이라면 몰라도 김해을에서만은 그렇다. 자신들이 본거지나 다름없는 곳에서, 자신들이 극복하고자 하는 상대의 지원을 받고자 하는 건 제 스스로 뿌리 없는 정당임을 고백하는 것과 같다.

반한나라당 전선의 필요성, 야권연대의 절박성은 들이댈 필요가 없다. 그것이 소이를 버리고 대동을 꾀한다는 주장을 도출할지 모르지만 한편으론 국민참여당의 독자적인 길을 부정하는 논리를 끌어내기도 한다. 그것을 강조하면 할수록 ‘나홀로’ 길을 걷는 국민참여당의 행로와 야권연대 협상에 임하는 유시민 대표의 행적이 도마에 오를 뿐이다.

엎어진 김에 쉬어 가라고 했다. 야권연대가 감동이 아니라 짜증을 유발하는 상태라면 각을 새로 잡는 것도 한 방법이다. 국회의석 하나에 연연할 게 아니라 야권의 질서에 영향을 미칠 다른 요소에 눈을 돌리는 것이 생산적 방법이다.

▲사진=4.27 재보선 김해을 선거에서 이봉수 국민참여당 후보를 지원하고 있는 유시민 대표 ⓒ프레시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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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대통령이 노무현 전 대통령을 인용했다. “대통령 못 해먹겠다”던 노 전 대통령의 말을 받아 “‘아이고, 이런 나라 대통령이 뭐 해먹기 힘들다’ 나는 이런 생각이 전혀 없다”고 했다. “사람들은 3년이 지났으니 높은 산에 올라갔다가 내려온다고 하는데 그것은 권력적 측면에서 세상을 보는 사람들이 하는 말”이라며 “나는 정상에서 내려오지 않고 평지에서 뛴다”고 했다. 평지에서 뛰니 힘들 일도, 레임덕도, 못 해먹을 일도 없다는 뜻이었다.

그럴 만하다. 이명박 대통령에겐 비장의 무기가 있다. ‘절제’다. 이걸 꺼내 들면 별로 힘들지 않다.

어제 낮에 기자들과 만나 ‘평지’를 강조한 이명박 대통령은 저녁에 한나라당 최고위원들과 만나 ‘절제’를 강조했다. “여러 사안에 작은 차이도 있을 수 있지만 정권 재창출이라는 가장 중요하고 큰 목표를 위해 단합해가자”며 “남을 존중하고 이해하는 자기절제가 필요하다”고 했다. 개헌 등을 둘러싼 당내 파열음을 ‘절제’를 통한 ‘단합’으로 메우고자 한 것이다.

해석이야 자유겠지만 “권력적 측면에서 세상을 보는 사람들“ 입장에선 최고 권력자의 ‘절제’ 발언을 경고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그래서 납작 엎드릴 수밖에 없다. 입도 닫고 행동도 멈추는 ‘성의’를 보이지 않을 수 없다.

그냥 그렇다 치자. 그건 여권 내 문제이니까, 또 늘 보아왔던 풍경이니까 그냥 그렇다 치자. 문제는 ‘절제’ 요구가 여권을 넘어 국민에게까지 확장될 때다. 그럼 문제가 심각해진다.


가정상황이 아니라 실제상황이다. 이명박 대통령이 국민에게도, 아니 국민의 알권리를 대신해 질문을 던진 기자들에게도 ‘절제’를 강조했다. ‘오버’하지 말라는 투로 기자들의 질문을 잘랐다. 개헌 후속조치를 묻자 “그런 딱딱한 질문을 하는 것 자체가 분위기에 안 맞다”며 잘랐고, 남북정상회담에 대해 묻자 “질문이 너무 나갔다”고 잘랐다. 

덕분에 묻지도 듣지도 못했다. 물가, 전세가, 구제역 등 민생을 옥죄는 사안들에 대한 견해를 묻지 못했고, 개헌과 남북정상회담 등에 대한 계획을 듣지 못했다. 국민의 알권리를 존중해줘야 최고 권력자의 국정현안에 대한 입장을 이해하든 말든 할 텐데 아예 그럴 여지를 부여하지 않았다.

이런 식이라면 갈등은 상시화 된다. '여러 사안에 대한 작은 차이'가 큰 갈등을 불러온다. 저마다의 입장과 이해관계에 따라 제 목소리를 높이게 만든다. 단합이 아니라 소모적 분열을 야기한다.

물론 이런 상황에 대비한 비장의 무기가 있긴 하다. 이명박 정부 들어 유행어가 되다시피 한 말이다. “그건 오해다”라는 말….

하지만 소용없다. ‘전가의 보도’는 ‘구닥다리 칼’이란 뜻과도 통한다. “권력적 측면에서 세상을 보는 사람” 입장에서 보면 ‘오해’가 결국 권력을 강타한다. 평지를 가시밭길로 만든다. 국민 입에서 다른 말이 터져 나오면서 권력의 기반을 흔든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대통령 못 해먹겠다”고 했을 때 한나라당 안에서 나왔던 말이다. “국민노릇 못 해먹겠다”는 말….

▲사진=이명박 대통령이 20일 청와대 출입기자들과 북악산에 오르고 있다. ⓒ청와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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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운찬 전 총리와 김태호 전 총리 후보자가 4.27재보선에 출마하면 어떻게 될까? 이들이 한나라당 후보로 4.27재보선에 출마하면 어떻게 될까?

결론부터 말하면 좋은 일이다. 그것도 아주 좋은 일이다. 가장 열성적으로 이들의 등을 떠미는 친이계의 속내에 잠재적 대권주자들을 당으로 끌어들여 박근혜 대항마 그룹을 강화하려는 전략이 깔려있는 것 같지만 그래도 상관없다. 분명 좋은 일이다. 국민 입장에서 보면 그렇다.

이들이 출마하면 4.27재보선 구도가 명징해진다. 두 사람 모두 이명박 대통령의 후광을 받고 있는 이들이기에 4.27재보선이 ‘MB프레임’으로 편제된다. 4.27재보선이 사실상의 MB 중간평가가 되는 것이다.

이 뿐이 아니다. 정운찬 전 총리 출마설이 도는 분당을은 반MB정서가 가장 성한 수도권이고, 김태호 전 총리 후보자 출마설이 도는 김해을은 노무현 전 대통령의 고향이다. 따라서 이들이 출마하면 반MB구도와 친노 거점의 내구성이 시험대에 오른다. 4.27재보선이 야권 중간평가 성격을 함께 띠게 되는 것이다.

결과는 모두 ‘모’다. ‘도’는 없다. 두 사람이 이기면 여권은 이명박 대통령의 국정장악력을 배가시키고, 야권은 반MB의 반사이익과 노무현 향수의 불로소득에 취해 흐물대던 이전의 안일함을 털어내야 한다. 국민 입장에서 볼 때 내년 총선에서 여권과 야권을 평가할 근거를 동시에 확보하는 것이다.

정반대의 경우, 즉 두 사람 모두 지는 상황이 연출돼도 같다. 그러면 여권은 현실화 되는 레임덕에 홍역을 앓아야 하고, 야권은 반MB 전선을 강화한다. 국민 입장에서 볼 때 총선 이전에 국정기조의 전환을 요구할 이유와 국정기조 전환을 강제할 힘을 확보하는 것이다.

국민은 골라 먹으면 된다. 날로 먹을지 우려먹을지 결정하기만 하면 된다.

물론 상상이다. 지금으로선 현실화를 장담할 수 없는 가상이다. 김태호 전 총리 후보자는 손사래를 치고 있고, 정운찬 전 총리는 공개적으로 쓰다달다 말 하지 않기에 두 사람의 동반출마를 전제로 재보선 이후를 점치는 건 떡 줄 사람은 생각도 않는데 김칫국물부터 마시는 것과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짚는 이유가 있다. 관전 포인트를 이렇게 설정하고 여야의 공천 추이를 살피면 그들의 ‘병참력’을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들의 가용자원과 동원력과 충성도를 살필 수 있기 때문이다. 이걸 살피면 내년 총선에서의 확장력을 짐작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래저래 눈길을 끄는 재보선이다. 재미도 있고 의미도 있다. 

▲사진=김태호 전 총리 후보자(위)와 정운찬 전 총리(아래) ⓒ프레시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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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한다. ‘팔은 안으로 굽는다’는 속담을 떠올리지 않아도 충분히 이해한다. 강기정 민주당 의원이 대통령 부인과 관련한 의혹을 제기하면서 구체적 근거를 제시하지 않았으니 이명박 대통령이 화를 내는 건 충분히 이해한다. “아니면 말고 식 무책임한 발언이 더 이상 용납돼선 안 된다”는 이명박 대통령의 말이나, “대가를 치르게 하겠다” “의원이 아니었으면 구속감”이라는 청와대 참모의 말 또한 거칠지만 이해한다.

이해하기에 덧붙인다. 그럴수록 돌아볼 필요가 있다. 제 눈의 들보 말이다.

똑같다. 강기정 의원이 대통령 부인의 남상태 연임로비 의혹을 제기한 거나 조현오 경찰청장이 노무현 전 대통령의 차명계좌 의혹을 제기한 거나 성질이 똑같다. 전자는 대통령 부인을 상대로, 후자는 전직 대통령을 상대로 했다는 점에서 ‘급’이 같다. 전자와 후자 모두 ‘검은돈’을 언급했다는 점에서 내용물이 같고, 주장만 있고 근거는 없다는 점에서 신뢰지수 또한 같다. 두 사안은 복사판이다.

하지만 다르다. 똑같은 사안에 대한 청와대의 대응은 판이하게 다르다. 강기정 의원에 대해서는 “대가를 치르게 하겠다”고 벼르면서도 조현오 청장에게는 임명장을 수여했다. 면책특권을 갖고 있는 국회의원의 발언에 대해서는 법적 보호망의 존폐까지 거론하며 불편한 심기를 감추지 않으면서도 면책특권하고는 상관없는 경찰청장에 대해서는 사법적 판단이 내려지기도 전에 정치적 면죄부를 부여했다.

청와대가 이처럼 이중태도를 보이면 설득력을 확보하지 못한다. 지켜보는 사람에게 이해는 구할지언정 동의는 얻지 못한다.


이명박 대통령 말대로 “아니면 말고 식 무책임한 발언이 더 이상 용납돼선 안(되는)” 풍토를 만들려면 지금이라도 잘못 꿴 첫단추를 다시 풀어야 한다. “의원이 아니었으면 구속감”이라고 말하는 그 배포로 조현오 청장을 상대로 한 명예훼손 고소사건을 뒤로 미루는 검찰 태도에 한 마디 해야 한다. 노무현 전 대통령 유족에게 사과하겠다고 약속해 놓고 두 달이 넘도록 말 한 마디 안 하고 있는 조현오 청장에게도 “대가를 치르게 하겠다”고 압박해야 한다. 나아가 지금이라도 조현오 청장의 진퇴를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반작용을 부른다. 청와대가 팔을 안으로 굽히면 굽힐수록 맞은편 사람들도 팔을 안으로 굽힌다. 청와대가 강기정을 치면 민주당은 조현오를 때리고, 청와대가 징계를 요구하면 민주당은 해임을 촉구한다. 평행선에서 무한대치하는 양상을 자초하는 것이다.

면책특권제도 개선은 다음 일이다. 아니, 면책특권제도 개선은 먼 일이이다. 그건 헌법을 개정해야 가능한 일이니까, 다시 말해 현재로선 가능하지 않은 일이니까 그렇다. 청와대가 지금 당장, 그리고 최대한으로 취할 수 있는 조치는 호흡을 고르는 것이다. 응징과 불공정의 기색을 지우고 중립적 위치에서 정치발전을 위한 진정성을 보이는 것이다. 그래야 면책특권 부작용에 대한 국민의 주의를 환기시키고, 국회의원의 진중한 발언태도를 유도할 수 있다. 

청와대가 호흡을 고르지 않고 거꾸로 열을 더 내면 정략적 측면이 부각된다. 강기정 의원 발언 파문으로 '대포폰 파문'에 물타기를 하고, 나아가 의정 주도권을 쥐어 예산국회를 돌파하려는 의도가 깔린 정치적 공세로 해석된다. 

▲사진=강기정 민주당 의원 ⓒ프레시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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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동석 외교부 2차관 내정자를 보면서 조현오 경찰청장을 떠올린다. 더 좁혀 말하면 민동석 씨를 외교부 2차관에 내정한 이명박 대통령의 인사를 보면서 조현오 경찰청장 임명을 강행한 이전의 대통령 처사를 반추한다. 생뚱맞은 애기 같지만 이렇게 말하는 이유가 있다.

민동석 2차관 내정은 부당하다. “(민동석 내정자는) 쇠고기 협상 이후 온갖 어려움과 개인적 불이익 속에서도 소신을 지킨 사람”이라는 김희정 청와대 대변인의 평가에 기초하면 그렇다. “대한민국에 정의가 살아 있다는 생각이 든다”는 민동석 내정자 본인의 소감에 기초하면 그렇다. “대통령이 이번에 ‘촛불’에 대해 확실하게 ‘도장’을 찍고 넘어가고 싶었던 것 같다”는 청와대 참모의 전언에 기초하면 그렇다. 종합하면, 이명박 대통령은 민동석 2차관 내정을 계기로 자신과 미국산 쇠고기 수입협상의 명예를 회복하려고 하는 것인데, 바로 이게 부당하다.

생각은 자유다. 쇠고기 협상은 정당했고 ‘촛불’은 부당했으며, 민동석 내정자는 물론 대통령 자신 또한 ‘과’가 없다고 생각하는 건 자유다. 하지만 그 생각은 뇌리에서 맴돌 때만 자유다. 개인의 그런 ‘자유로운 생각’에 ‘도장’을 찍고자 한다면, 더구나 최고 권력자인 대통령이 현직에 있을 때 ‘도장’을 찍고자 한다면 얘기는 달라진다.

대통령이 현직에 있는 동안 대통령의 명예와 직결되는 사안을 재평가하려고 하면 샛길로 빠진다. 객관성이 담보되지 못한 채 재평가가 힘의 논리에 의해 좌우된다. 

이건 상식이다. 현대 민주주의 원리에 입각해 볼 때 상식일 뿐 아니라 전제왕조였던 조선의 전통에 견줘 봐도 상식이다. 조선 임금은 특정 사안에 대한 재평가는 고사하고 사초조차 제대로 볼 수 없었다.

재평가가 필요하다면 그것은 당대가 아니라 후대에, 정치영역이 아니라 학문영역에서 이뤄져야 할 일이다. 이명박 대통령은 이 기본 상식을 무시하고 있는 것이다.


백 번 양보해 당대의 재평가 필요성을 인정한다 해도 부당하다. 민동석 내정자가 자신과 쇠고기 협상의 명예를 회복하는 결정적이고 상징적인 디딤돌로 삼은 게 ‘PD수첩’이다. 이 프로그램과의 법정다툼에서 이겨 명예를 회복하고자 하는 것이다. 헌데 끝나지 않았다. ‘PD수첩’ 소송은 현재 2심이 진행 중이다. 대법원의 확정판결까지 받으려면 한참은 더 기다려야 한다. 그런데도 이명박 대통령은 홀로 달린다. 재평가의 단초가 될 수 있는 법원 판결에 아랑곳하지 않고 민동석 2차관 내정이라는 정치적 행위로 역사적 의미를 임의적으로 부여하려고 한다. 그래서 이 또한 부당하다.

그래서 묻는다. 이명박 대통령이 역리 인사를 감행한 이유를 묻는다. 그래서 떠올린다. 역리 인사 곡절을 살필 단서가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조현오 경찰청장을 떠올린다.

조현오 경찰청장은 노무현 전 대통령을 ‘부관참시’한 사람이다. 근거를 대지도 못하는 차명계좌를 운운해 고인을 욕보인 사람이다. 이명박 대통령은 이런 사람을 요직에 앉힘으로써 전대 대통령의 명예에는 아랑곳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나아가 훼손행위를 묵인했다.

반복되면 어떻게 될까? 후대를 장식할 대통령마저 이렇게 하면 어떻게 될까? 역사적 객관성 이전에 정치적 필요성을 우선시하면 어떻게 될까? 이명박 대통령이 후대를 믿지 못하고, 당대의 현상이 되풀이 될 개연성을 의식하고 있다면 어떻게 될까?

▲사진=민동석 외교통상부 제2차관 내정자 ⓒ프레시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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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은 하나보다. 정부가 노무현 전 대통령의 형 노건평 씨를 광복절 특사 명단에 포함시켰다는 보도가 다시 나오는 걸 보니 결국 하나보다. 

가당찮다. 해서는 안 되는 일이고 받아서도 안 되는 일이다.

정부는 노건평 특사 사유로 ‘전 정권과의 화해’를 운위하고 있지만 어림없다. 다른 건 몰라도 노건평 씨가 저지른 범죄에 대해서만큼은 ‘화해’가 아니라 ‘단절’을 선택해야 한다.

노건평 씨가 저지른 범죄는 ‘권력형 비리’다. 국민이 가장 혐오하고 죄질이 가장 안 좋은 범죄다. 권력이 바뀌어도 어김없이 나타나는 고질병이자 앞으로도 재연 소지가 다분한 악성 범죄다. 재판부도 “로열패밀리가 됐지만 노블레스 오블리주에는 애초 관심이 없었던” 점을 강하게 질타한 범죄다. 그래서 안 된다. 노건평 씨의 ‘권력형 비리’를 특별사면하면 권력형 비리의 근절 기반이 약화된다.


노건평 씨는 상징성도 없는 인물이다. 비록 그가 노무현 전 대통령의 형이었다고는 하지만 그가 노무현 정부의 한 축을 담당했던 인물은 아니다. 그에게 유죄를 선고한 2심 재판부의 표현을 빌리면 그는 “해가 떨어지면 동네 어귀에서 술을 마시며 신세 한탄을 하는 초라한 시골 늙은이”일 뿐만 아니라 "동생을 죽게 만든 못난 형"이다. 그래서 안 된다. 그는 ‘전 정권’을 대표하는 인물이 아니라 '전 정권'에 책임을 져야 하는 인물이기에 '화해'의 상징이 될 수 없다. 

방법도 틀렸다. 정부가 추구하는 ‘전 정권과의 화해’는 봐주고 배려하는 방식으로 이뤄지는 게 아니다. 전 정권의 중핵인 노무현 전 대통령에게 ‘포괄적 뇌물 수뢰자’의 멍에를 씌우려 했던 현 정부, 이런 현 정부에 대해 전 정권 인사들이 여전히 불만과 반발을 쏟아내고 있기에 일방적 ‘화해’는 성립될 수도, 먹혀들 수도 없다. ‘화해’해야 하는 본질적 사유를 놔두고 ‘단절’해야 하는 사건을 꺼내드는 처사가 애당초 잘못된 것이다.

정부가 정녕 ‘화해’를 원한다면 방향을 틀어야 한다. 일방적인 특사로 생색내려 할 게 아니라 원칙적인 태도를 견지해야 한다. 무엇이 정당한 ‘청산’이었고 무엇이 부당한 ‘털기’였는지를 먼저, 스스로 가려내야 한다. 정권 출범과 동시에 친노 인사들 주변을 이 잡듯 뒤지는 것으로도 모자라 민간인 사찰까지 감행했던 과정에서 어떻게 일탈했고 어떻게 무리했는지를 스스로 고백해야 한다. 불과 얼마 전까지, 즉 지방선거 직전까지만 해도 친노 인사 ‘털기’에 열중하다가 느닷없이 ‘화해’를 모색하는 이유를 알아듣기 쉽게 설명해야 한다.

화해 당사자인 '전 정권' 인사들이 정치 보복을 당했다고 주장하고 있는 한 이것은 필요조건이다. 일방적이고 시혜적인 ‘화해’를 쌍방적이고 정상적인 ‘화해’로 승화시키기 위한 최소한의 조건이다.

▲사진 출처=프레시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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