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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8/02/12 '숭례문' 현판을 국회에 걸어라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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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안할 게 있다. 현판이다. 불길 속에서 가까스로 목숨을 부지한 숭례문 현판을 국회에 걸었으면 한다. 원판을 걸기가 어려울테니까 탁본이라도 만들어 국회의사당 입구에에 걸기를 권한다.

이유가 있다.

정말 가관이다. 모두가 '네탓'이다. 여야를 가리지 않는다. 통합신당은 '한나라당 탓'이라고 하고, 한나라당은 '노무현 탓'이라고 한다.

통합신당은 숭례문을 개방한 이명박 당선자, 관리책임을 맡은 서울시장과 중구청장이 모두 한나라당 소속이라는 점을 부각시키며 귀책사유를 거론한다.

한나라당은 국가 차원의 문화재 관리시스템이 허술하다며 노무현 대통령이 봉하마을에 쓰는 관심의 10분의 1만이라도 문화재 방재에 쏟아보라고 공격한다.

뻔하다. '네탓'의 동의어인 '면피' 때문이다. 국민을 허탈과 분노의 나락으로 밀어 넣은 화재사건에 발이 데면 총선 표가 떨어진다. 독박이다. 반대로 상대에 책임을 씌우면 어부지리를 얻는다. 대박이다.

속내를 살피니까 속이 뒤집어진다. 누가 누구를 탓할 계제가 아니다. 그럴 때도 아니고 그럴 처지도 아니다.

조문 날에는 싸움을 멈추고 고개를 숙이는 게 예의다. 문화국치일을 맞았다면 더더욱 예를 갖춰야 한다.

'똥 묻은 개'와 '겨 묻은 개'가 짖고 싸우면 매 타작을 받거나 뜨거운 물 뒤집어쓰기 십상이다.

'너'나 또 다른 '너' 모두 잘한 게 없다. 딱 하나만 얘기하겠다.

2005년에 낙산사가 화재로 전소됐다. 보물인 동종이 녹아내렸고 법당이 무너져 내렸다.

그 때도 지금 못잖게 호들갑을 떨었지만 달라진 건 아무 것도 없었다.

그 때라고 해서 문화재 관리·방재 문제가 제기되지 않은 게 아니다. 하지만 국회는 아무 일도 하지 않았다. 문화재 관리·방재를 일원화하고 체계화하는 일을 법률로 강제한 적도 없고, 문화재 관리·방재 예산을 듬뿍 올려준 것도 아니다.

다른 국회가 아니다. 어제 문화관광위에서 '네탓' 공방을 연출한 제17대 국회 얘기다. 지금의 국회의원이 3년 전의 국회의원이었고, 지금의 정당이 그 때의 정당이었다. 이런 마당에 누가 누구를 탓한단 말인가.

거듭 말하지만 숭례문 현판 탁본이라도 국회에 걸어야 한다.

'숭례(崇禮)'는 '예(禮)를 높인다'는 뜻이다. 딱 맞다. '례(禮)'가 뭔지를 모르는 국회에 더할 나위 없이 좋은 금언이다.

'숭례문' 현판이 내걸린 이유가 관악산의 불길을 막기 위해서라고 했던가. 이 역시 딱 맞다. 걸핏하면 싸움질로 국민의 화를 돋우는 곳이 국회다. 국회의 불길을 누를 필요와 이유는 충분하다.

Posted by '토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