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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원순 승리의 일등공신은 누구일까? 물론 서울시민이다. 두 말할 필요가 없다. 그럼 그 다음은? 안철수 원장? 이 또한 부인하기 어렵다. 그는 처음과 끝을 장식한 사람이다. 박원순 시장의 지지율을 10배 끌어올린 이가 그이고, 흔들리던 지지율을 다시 곧추 서게 한 이도 그이다.

하지만 이들이 전부는 아니다. 일등공신 반열에 오를 인물이 한 명 더 있다. 이명박 대통령이다.

복기해보면 그렇다. 나경원 캠프는 일찌감치 인물론으로 승부를 걸었다. 박원순 캠프가 들고나올 심판론에 정면대응하는 건 어렵다고 보고 애당초 인물론으로 컨셉을 잡았고, 그에 따라 네거티브 공세에 몰두했다. 한데 초를 쳐버렸다. 이명박 대통령의 내곡동 사저 파문이 나경원 캠프의 이런 전략에 생채기를 내버렸다. 마치 X맨처럼 나경원 캠프의 선거전략을 교란시켜버렸다. 더불어 힘을 보탰다. 심판론을 적극 제기하지도 않고, 그렇다고 인물론에 효과적으로 대응하지도 못하는 박원순 캠프에 멀리서나마 힘을 보탰다. 박원순 시장에겐 생명줄과도 같은 심판론이 유지·강화될 수 있도록 힘을 보탰다. 나경원 캠프에 초를 쳐버렸다면 박원순 캠프엔 보약을 선사했다.

보고 또 봐도 틀림없다. 이명박 대통령은 박원순 시장으로부터 감사패를 받아도 부족함이 없다.

끝난 일 같지가 않다. 서울시장 보선이 끝났다고 해서 이명박 대통령의 ‘활약’까지 멈출 것 같지는 않다. 제2라운드와 제3라운드에서 펼쳐질 이명박 대통령의 활약상도 만만치 않아 보인다.

한나라당에게 떨어진 불은 혁신이다. 내년 총선과 대선에서 서울시장 보선과 같은 결과를 빚지 않으려면 환골탈태는 필수다. 시작은 전열정비다. 뼈대부터 바꿔야 하고, 그러려면 지도부 개편 또한 병행돼야 한다.

하지만 교란시킬지 모른다. 이명박 대통령이 이런 환골탈태를 제어할지 모른다. 이명박 대통령이 내곡동 사저 파문을 수습하면서 했던 말을 빌리면 ‘본의 아니게’ 그런 역할을 하게 될지 모른다.

이명박 대통령의 내곡동 사저 파문은 한나라당 지도부에겐 면피용으로 제격이다. 우리는 앞에서 열심히 싸웠는데 내곡동 사저 파문이 뒤에서 총질하는 결과를 빚었다며 책임론을 청와대로 돌릴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이러면 한나라당의 환골탈태는 요원해지고, 총선과 대선을 대비한 체질 개선은 무위로 끝난다. 옛말에도 있지 않은가. 내부 분란을 잠재우는 가장 좋은 방법은 불만이 가득 찬 눈길을 밖으로 돌려놓는 것이라는 말.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제3라운드에서의 역할이 남아있다. 이 역시 교란이다.

한나라당이 살려면 선을 그어야 한다. 이명박 대통령과 선을 긋고 당 주도의 국정운영을 실현해야 한다. 청와대가 아니라 한나라당이 주도권을 쥐고 국정 전반을 이끌어가면서 이명박 대통령의 존재감을 줄여가야 한다. 과거처럼 대통령의 탈당까지 요구하지는 않더라도 여권의 질서는 확실히 바꿔놔야 한다.

문제가 없다. 이명박 대통령이 이런 흐름은 순응하면서 ‘정권 재창출에 필요하다면 나를 밟고 가라’고 등짝을 내주면 아무 문제가 없다. 하지만 요원해 보인다. 이명박 대통령의 지난 4년간 국정운영 스타일을 보건대 이런 헌신적인 모습을 기대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워낙 부지런하고 앞장서기를 좋아하는 그의 스타일로 봐서도 그렇다. ‘워커홀릭’에게 망중한은 고문이다.

게다가 임기가 적잖이 남아있다. 총선 이후, 즉 임기를 반년 정도 남겨놓은 상황에서, 차기 대선주자가 전면에 등장하는 상황에서 뒤로 한 발 물러나는 건 그렇다쳐도 임기가 1년 넘게 남아있는 상황에서 사실상 식물상태에 빠지는 건 용납하기 어렵다.

지금까지의 분석대로 이명박 대통령의 활약상이 계속된다면 한나라당에겐 악재가 되고 야권엔 호재가 된다. 서울시장 보선에서 거듭 확인했듯이 물결치는 민심의 핵심은 반MB 정서이니까.

사진=이명박 대통령이 어제 치러진 서울시장 보선에서 한 표를 행사하고 있다. 청와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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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경원 캠프는 애써 폄하한다. 안철수 원장이 박원순 후보 지원에 나서더라도 그 효과는 별로 없을 것이라고 단정한다. “이미 타이밍도 지났고, 지지율도 충분히 반영돼 선거에 큰 변수가 될 것으로 보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그건 그들만의 생각이다. 분석이기보다는 희망에 가까운 독백이다.

타이밍은 더할 나위 없이 적절하다. 두 후보 간의 지지율 격차가 1~2%포인트로 초박빙 양상을 보이는 상황에서 행하는 안철수 원장의 지원은 효과를 극대화한다. 지원 효과가 1%이든 2%이든 그 효과는 선거 초반의 10%에 비할 바가 아니다. 옛말에 ‘시장이 반찬’이라고 했다.

그 뿐인가. 어떤 사안에 대한 여론이 온전히 조성되는 타이밍은 사안이 발생한 지 하루 이틀이 지난 뒤이다. 이 점을 고려하면 박원순 후보는 안철수 여론이 정점에 달했을 때 투표일을 맞게 된다. 안철수 원장은 지원 타이밍을 놓친 게 아니라 가장 적절한 타이밍을 잡은 것이다.

지지율 또한 그렇다. 선거 초반에 안철수 원장으로 인해 유입됐던 부동층 상당수가 박원순 후보에게서 빠져나간 건 분명한 사실이지만 그래도 여지는 남아있다. 나경원 후보 쪽으로 돌아선 부동층은 그렇다쳐도 정처없이 부유하는 15% 안팎의 부동층만 잡아도 박원순 후보에게는 승산이 있다. 현재의 초박빙 판세를 토대로 선거의 승패가 1~2%포인트 차로 갈린다고 가정하면 그렇다. 안철수 원장의 지원은 이 1~2%의 싸움에 결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근거가 있다. 두 개의 여론조사 결과다. ‘국민일보’가 지난 18일 서울시민 8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지지후보가 없다거나 무응답이라고 밝힌 응답자 148명(18.5%)에게 물은 결과 '안철수 원장이 선거지원을 하면 실제 투표에서 박원순 후보를 찍겠다'고 답한 사람은 8.2%였다, 18.5% 가운데 8.2%를 전체 응답자(800명)에 대한 백분율로 환산하면 1.5%에 해당한다. ‘동아일보’ 여론조사 결과도 같다. 지난 17일 서울시민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 결과 ‘박근혜 의원과 안철수 원장의 선거 지원 시 득표율 상승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응답이 박근혜 의원은 66.3%, 안철수 원장은 73.3%였다.

추가할 게 있다. 나경원 캠프에서 언급하지 않은 요인, 어쩌면 나경원 캠프에서 언급하기 싫었을지도 모를 요인이다. 바로 구도다.

안철수 원장의 등장은 ‘박원순 프레임’의 약화 또는 붕괴로 이어진다. 아이러니 하지만 앞으로 3일 동안 여론의 주목대상이 박원순 후보에서 안철수 원장으로 이동할 것이란 점에서 그렇다. 더불어 ‘한나라당 프레임’이 강화된다. 안철수 원장이 나경원 캠프의 네거티브 공세에 대응하는 전략이 아니라 반한나라당의 필요성을 역설하는 전략으로 나오면 그렇게 된다.

나경원 캠프가 주의를 기울여야 하는 건 안철수 효과가 아니라 박근혜 상처다. 타이밍도 지났고 지지율도 충분히 반영됐기에 박근혜 지원은 선거에 큰 변수가 되지 못한다. 

박근혜 의원은 이미 나경원 후보를 지원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안철수 원장의 지원에 맞춰 따로, 특별히 대응할 거리가 없다. 결과적으로 나경원 후보 지원 타이밍을 빨리 잡음으로써 안철수 원장 대응 타이밍을 잃어버렸다.

지지율도 얼추 반영됐다고 보는 게 맞다. 애당초 여권이 박근혜 효과를 운위하며 내놨던 셈법은 이명박 대통령과 한나라당을 지지하지 않는 박근혜 지지층의 유입이었다. 여권의 이런 셈범에 따르면 비한나라·친박근혜 표는 나경원 후보 지지율에 대부분 반영돼 있다고 봐야 한다. 게다가 부동층에 대한 박근혜 의원의 영향력은 안철수 원장에 못 미친다. 박근혜 의원에겐 지지율 추가 여력이 별로 없다.

애간장이 타는 건 나경원 후보 쪽이다.

▲사진=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 ⓒ프레시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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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세가 뚜렷하다. 수치는 제각각 다르지만 박원순 하향세-나경원 상승세 추세만은 뚜렷하다. 오늘 나온 ‘중앙일보’ ‘한겨레’ ‘한국일보’의 여론조사 결과가 모두 그렇다. 나경원-박원순 후보의 지지율이 ‘중앙일보’ 조사에선 40%-41%, ‘한겨레’ 조사에선 51.3%-45.8%, ‘한국일보’ 조사에선 38.4%-39.2%였다.

그래서 주목한다.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이 박원순 후보 지원에 나설 것인지를 놓고 정치권과 언론이 촉각을 곤두세운다.

정치권과 언론의 이런 관심사는 기계적이다. 주체와 객체를 단순하게 가르고 있다는 점에서 일방적이다. 안철수 원장을 주체로, 박원순 후보를 객체로 간주한다는 점에서 그렇다. 안철수 원장을 시혜자로, 박원순 후보를 수혜자로 본다는 점에서 그렇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게 기계적이지 않다.

안철수 원장이 박원순 후보 지원에 나서려면 크게 두 가지 조건이 필요하다. 판세와 전선이다.

최소한 박빙상태를 유지해야 한다. 안철수 원장이 지원에 나서면 판세를 즉각 뒤집을 수 있을 정도의 박빙상태를 유지해야 한다. 그래야 안철수 원장이 나설 수 있다. 지원의 생산성과 자신의 파괴력을 극대화할 수 있다는 믿음을 가질 수 있다. 

최대한 전선을 세워야 한다. 박원순의 ‘도덕성’에 갇혀 있는 전선을 한나라당 ‘심판’으로 전환해야 한다. 그래야 안철수 원장이 나설 수 있다. 박원순 후보를 두둔하는 개인적 차원이 아니라 한나라당을 심판하는 대의적 차원에서 나왔다는 명분을 확보할 수 있다.

가짓수가 두 개 같지만 기실은 하나다. 전선을 ‘심판’으로 굳혀야 박빙상태를 유지할 수 있다는 점에서 그렇다.

이렇게 보면 박원순 후보는 주체다. 안철수 원장의 지원을 이끌 수 있는 능동태다. 박원순 후보 하기 나름에 따라 안철수 원장의 선택지와 보폭이 달라진다.

물론 독립항이 있다. 박원순 후보의 노력과는 별개 사항이다. 안철수 원장의 복심이다. 대선에 대한 자신의 심중이다.

정말 대선에 뜻이 없다면 좁혀진다. 안철수 원장이 박원순 후보를 지원해야 하는 이유는 개인적인 차원으로 한정된다. 자신이 후보 자리를 양보했던 사람에 대한 개인적인 감정으로 제한된다. 이 경우 박원순 후보 지원은 선택사항이지 필수사항이 아니다. 박원순 후보의 노력 또한 참고사항일 뿐이다.

반대로 대권에 대한 야망을 갖고 있다면 분명해진다. 안철수 원장이 박원순 후보를 지원해야 하는 이유는 개인적인 차원을 넘어 정치적인 차원으로 확장된다. 자신의 그림자가 드리워진 사람이 서울시장 선거에서 지면 자신 또한 피해를 입는다. 제3후보에 대한 회의론이 퍼지면서 자신의 정치적 입지 또한 좁아진다. 이 경우 박원순 후보 지원은 필수사항이다. 더불어 박원순 후보의 노력은 선결조건이 된다.

안철수 원장이 대권 도전에 뜻을 두고 있다고 전제하면 그와 박원순 후보는 공동운명체다. 네가 살아야 내가 사는 상생관계다.

▲사진=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 ⓒ프레시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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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차가 좁혀졌다. 한 때 10%포인트 이상 앞서던 박원순 후보가 나경원 후보에게 역전 당했다는 보도가 나오고 있다. ‘서울신문’이 ‘엠브레인’과 공동으로 10~11일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박원순 후보(44.5%)가 나경원 후보(47.6%)에 3%포인트 뒤지는 것으로 나왔다. 같은 기관의 지난달 19~20일 조사에서 박원순 대 나경원 지지율이 50.6% 대 34.7%였던 점을 감안하면 격차가 크게 좁혀진 것이다.

여론조사에 오차가 있을 수밖에 없고, 특히 조사 방법에 따라 결과가 상당히 달라진다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무시 못 할 현상이다. 박원순 후보가 하향곡선을, 나경원 후보가 상향곡선을 그리고 있는 흐름만은 분명하기 때문이다.

이런 흐름의 발원지는 어디일까? 보수층의 결집일까? 아니면 중도·무당파층의 이탈일까?

수치만 놓고 보면 보수층의 결집에 따른 흐름 같다. 이번 서울시장 보선과 같이 진영대결의 성격을 띠었던 역대 대선에서 한나라당 후보가 얻은 득표율이 46% 안팎이었다는 점, 그리고 지난해 지방선거에서 오세훈 후보가 얻은 득표율이 47.4%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보수층이 거의 포화상태로 결집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하지만 아니다. 수치의 총량만 놓고 보면 그렇지만 수치의 성격에 초점을 맞추면 전혀 그렇지가 않다.

빠져버렸다. 한때 50.6%에 달했던 박원순 후보의 지지율이 6%포인트 넘게 빠져버렸다. 이렇게 빠져나간 사람들을 보수층이라고 단정할 근거는 없다. 오히려 안철수 원장 때문에 유입됐던 사람들, 즉 반한나라·비민주의 성향을 가진 중도·무당파층이라고 보는 게 맞다. 충성도는 떨어지는 반면 이슈 민감도는 높은 사람들이라고 보는 게 타당하다.

이렇게 보면 박원순 후보가 하향곡선을 그리는 가장 큰 원인은 한나라당의 네거티브 공세다. 하루가 멀다 하고 터뜨리는 박원순 후보와 관련한 의혹이 충성도가 높지 않은 중도·무당파층을 자극한 것으로 이해해야 한다. 네거티브 공세 행태의 정당성과 네거티브 공세 내용의 정합성과는 무관하게 네거티브 공세의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는 것이다.

한나라당은 네거티브 공세를 통해 챙긴 최대의 효과는 프레임 전쟁에서 주도권을 쥔 점이다. 서울시장 보선을 ‘박원순’ 프레임으로 짬으로써 ‘반MB’ 또는 ‘반오세훈’ 프레임을 차단한 점이다. 더불어 서울시장 보선을 심판의 장으로 만드는 걸 방지한 점이다. 

이러다보니 박원순 후보는 야권 단일후보의 성격을 제대로 부각시키지 못하고 있다. 야권 단일후보로서 MB정권과 오세훈 전 시장의 실정에 대해 책임을 묻고, 그 연장선에서 비전을 제시해야 하는데도 오히려 수세적 대응으로 일관하고 있다. 더불어 놓치고 있다. 한나라당이 미워 안철수 원장에 열광했고, 나아가 박원순 후보를 지지했던 중도·무당파층의 정서를 자극하지 못하고 있다.

이 흐름이 지속된다면 박원순 후보는 중대한 시련에 직면할 수 있다. 박원순 후보가 하향곡선을 그리는 가장 큰 이유가 중도·무당파층의 이탈이라면, 거꾸로 보수층의 결집 여지는 아직 남아있다는 얘기가 된다. 오늘부터 선거 지원에 나서는 박근혜 의원의 행보에 따라 나경원 후보가 더 치고 올라가 여지가 남아있다는 얘기다.

넓고 커질 것이다. 박원순 후보가 ‘박원순’ 프레임을 깨지 못하는 한, 다시 말해 ‘반MB’ ‘반오세훈’ 프레임을 짜지 못하는 한 박근혜 의원의 보폭은 넓어질 것이고, 그 행보가 창출하는 부가가치는 더 커질 것이다.

때마침 들려온다. 박원순 캠프가 한나라당의 네거티브 공세에 일체 대응하지 않기로 했다는 소식이 들려온다. 그럴 만하다. 대응하면 할수록 ‘박원순’ 프레임은 커지고 강해진다. 진실공방이 가열될수록 유권자의 눈은 ‘박원순 의혹’에 고정된다.

박원순 캠프가 유권자의 시선을 돌릴 참이면 확실하게 해야 한다. 야권 단일후보로서 챙길 수 있는 최고의 프리미엄은 ‘심판’이다. 유권자들이 MB정권의 실정과 오세훈 전 시장의 실정을 심판해야 하는 이유를 확실하게 드러내고, 심판 이후 나아가야 할 시정방향이 뭔지를 똑똑히 보여줘야 한다. 정책선거로 가야 하고, 정치선거로 가야 한다는 말이다.

▲사진=박원순 후보 ⓒ프레시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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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온탕을 오갔다. 어제 오후만 해도 기정사실처럼 보도됐다. 박근혜 의원이 한나라당 서울시장 후보로 확정된 나경원 의원을 지원할 것이라는 친박계 의원들의 전언이 잇달아 보도됐다. 하지만 오늘 아침엔 전면부인하는 보도가 나왔다. 박근혜 의원의 대변인 격인 이정현 의원이 “선거 지원 등과 관련해 어떤 얘기도 한 적이 없다”고 부인했다.

현상은 이처럼 중구난방이다. 제각각, 제멋대로 전망하고 전하는 양상이다. 하지만 이런 중구난방 현상에도 기류가 있다. 절체절명에 가까운 기류다.

친박계 안에서 박근혜 의원의 지원유세설이 흘러나오기 한 나절 전에 다른 소식이 전해졌다. 이석연 변호사가 서울시장 보선에 출마하지 않기로 결심했으며, 나경원 의원 지지를 표명하지 않기로 했다는 소식이었다. 더불어 통탄하는 소리가 흘러나왔다. 보수세력 내에서 여권 분열을 우려하고, 보수의 실패를 자탄하는 소리가 새어나왔다.

친박계 안에서 박근혜 의원의 지원유세설이 전해진 것은 이에 말미암은 것이다. 이석연 변호사의 불출마로 나경원 의원이 여권 단일후보가 된 이상 박근혜 의원이 지원유세 입장 발표를 미룰 이유가 없어졌다는 판단, 그리고 여권 분열과 보수 실패를 만회할 사람은 박근혜 의원 밖에 없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었다. “이제 후보가 정리된 만큼 박근혜 전 대표가 적절한 시기를 골라 선거 지원 의사를 밝힐 것”이라는 전언이나, “박 전 대표가 이번 선거까지 방관할 경우 당 내부와 보수층으로부터 상당한 반발을 살 수 있다”는 진단이 그래서 나온 것이었다.

주목해야 한다. 다른 사람들이 아니라 친박계조차 이같이 진단하고 전망하고 있다는 사실에 주목해야 한다. 이는 박근혜 의원이 코너에 몰려있다는 뜻이다. 선거지원을 거부하기에는 자기 명분이 너무 약하고 보수세력의 압박이 너무 세다는 뜻이다.

그런데도 박근혜 의원은 선을 그어버렸다. 자신의 지원유세를 기정사실처럼 전한 친박계 인사들을 향해 “소위 측근이라면서 언론에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는 것은 맞지 않다”고 쓴소리를 날렸다. 이는 뭘 뜻하는가?

보수세력과 친박계의 아우성에도 불구하고 나 홀로 가겠다는 것인가? 서울시장 보선에 뛰어들었다가 패하면 대세론이 치명상을 입을 것이기에 안전운행을 하겠다는 것인가? 보수세력이 토라진다 해도 다른 대안을 찾기 어렵기에 자신의 위상은 난공불락이라고 확신한다는 것인가? 자신이 선거 지원의 전제조건으로 달았던 복지 당론 확정이 아직 이뤄지지 않았기에 어떤 얘기도 하지 않을 권리와 명분이 있다고 여기고 있다는 것인가?

그럼 어떨까? 한나라당이 복지 당론을 확정 짓고 박근혜 의원에게 선거 지원을 공식 요청하면 어떻게 될까? 나경원 의원 또한 ‘오세훈 편들기’ 행적을 ‘세탁’하고 새 입장을 표명하면 어떻게 될까?

흥미로운 구경거리다. 불꽃 튀기는 여야간 경쟁에 못잖은 보수세력 내 폭탄 돌리기다. 박근혜 의원은 대세론에 폭탄이 떨어질까봐 머뭇대고, 한나라당은 당 정체성에 폭탄이 떨어질까봐 주춤대는 와중에 벌어지는 밀고 당기기다. 이 ‘밀당 게임’에서 웃는 쪽은 과연 누구일까?

▲사진=박근혜 한나라당 의원 ⓒ프레시안

Posted by '토씨'


신문 제목이 재밌다. ‘바람에 흔들리는 박근혜’란다. 안철수 바람 때문에 박근혜 대세론이 흔들리는 현상을 이렇게 압축 표현한 것이다.

답이 있다. 그 신문 제목에 답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박근혜 대세론이 흔들리는 가장 큰 이유는 안철수 바람 때문이 아니다. 그건 계기일 뿐이다. 근본원인은 따로 있다. 바람에 흔들릴 정도로 허약한 박근혜 의원의 뿌리가 근본원인이다. 뿌리 깊은 나무는 바람에 흔들리지 않는다고 하지 않는가.

박근혜 의원의 뿌리는 한나라당이요 보수세력이다. 이 뿌리가 흔들리고 있다. 안철수 바람이 불기 훨씬 이전부터 흔들렸다. 지난해 지방선거가 그 증좌다. 안철수 바람이 불기는커녕 야당의 허약체질에 국민들이 답답해했는데도 한나라당과 보수세력은 졌다. 그것도 무참히 졌다.

반MB 정서 때문이었다. 야당 지지층뿐만 아니라 무당파층까지 폭넓게 반MB 정서를 갖고 있었고, 이 정서를 투표장에서 표출한 것이다.

안철수 바람은 반MB 정서가 만들어낸 것이다. 이명박 정권이 싫고 한나라당이 싫지만 그렇다고 다른 곳에 마음 의지할 수도 없어 방황하던 사람들에게 거처를 마련해준 것이다. 반MB 정서를 맘껏 표출할 수 있는 계기를 부여해줬기에 안철수 바람이 불 수 있었던 것이다.

다른 증좌가 있다. 오늘 나온 여론조사 결과다. ‘조선일보’가 여론조사기관인 ‘미디어리서치’와 공동으로 여론조사를 실시한 결과 안철수 원장을 지지했던 표의 69.8%가 박원순 변호사에게, 18.4%가 나경원 의원에게 향한 것으로 나왔다. 돌아갈 사람만 돌아간 것이다. 애초 한나라당을 지지하다가 안철수 원장에게 마음 끌렸던 사람들만 한나라당으로 돌아갔을 뿐 나머지 사람들은 미동도 하지 않았다. 민주당 지지자는 물론 무당파층까지 한나라당에 등을 돌려버렸다.

박근혜 의원의 뿌리인 한나라당과 보수세력의 실상이 이렇다. 민심에 착근하지 못하고 있다. 민심으로부터 수분도, 영양분도 공급받지 못하고 있다. 그래서 조금씩 말라가고 있다.

뿌리가 붕 떠 있는데도 박근혜 의원이 지지율 1위를 달릴 수 있었던 것은 반사이익 때문이었다. 야당이 반MB 정서의 반사이익을 누린 것처럼 박근혜 의원 또한 비야당 정서의 반사이익을 누렸기 때문이다. 이명박 정권이 싫고 한나라당이 싫지만 그렇다고 야당이 좋지도 않은 사람들, 즉 무당파층으로부터 조건부 지지를 받아온 것이다. MB의 그늘 밑으로 들어가는 것을 마다하는 박근혜 의원의 모습에 일말의 호의를 보이면서도, MB와 차별화를 시도하지 않는 박근혜 의원의 모습에 일말의 회의를 보였던 사람들로부터 비판적 지지를 받아온 것이다. 더 좋은 사람이 나오면 떠나갈 사람들과 일시적 동거를 해온 것이다.

이제 끝나가고 있다. 박근혜 의원의 일시적 동거는 이제 막을 내리려 하고 있다. 파탄과 재결합의 갈림길에 서 있는 것이다.

박근혜 의원이 이삿짐 싸는 사람들과 재결합을 하려면 본격적으로 나서야 한다. MB와의 차별화에 적극 나서면서 반MB 정서를 극복해야 한다. 반MB 울타리에 더 깊숙이 갇히기 전에 그 울타리를 뛰어넘어야 한다.

한데 쉽지 않다. 그래도 두 가지 난관이 기다리고 있다. 박근혜 의원이 MB와의 차별화에 나서봤자, 반MB 정서를 극복하려고 해봤자 아류에 머물 수밖에 없다. 다른 건 몰라도 반MB에 관해서만큼은 기득권을 갖고 있는 진보세력의 뒤꽁무니를 좇는 모양새 밖에 연출하지 못한다. 자칫하면 더 큰 걸 잃을 수 있다. 보수세력의 대동단결만이 살 길이라고 부르짖는 ‘골수’ 보수세력의 원성을 살 수 있다. 한쪽과 재결합하려다가 다른 쪽과 파탄날 수 있다.

박근혜 의원의 ‘양다리’ 스텝이 꼬이는 것이다.

▲사진=박근혜 한나라당 의원 ⓒ프레시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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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드라인이 설정됐다. 13일이다. “야당과 미디어법 내용 등에 관한 논의는 13일로 끝내고 이후에는 본회의 처리수순을 밟겠다”고 국회 문방위 한나라당 간사인 나경원 의원이 못박았다.

어떨까? 실제로 밀어붙일까?

전망이 대체로 같다. 또 하나의 쟁점법안인 비정규직법은 몰라도 미디어법은 밀어붙일 가능성이 크다고 언론이 전망한다.

이렇게 전망하는 근거는 두 가지다. 우선 김형오 국회의장의 태도가 다르다는 점을 든다. 김형오 의장이 비정규직법에 대해서는 ‘직권상정 불가’ 입장을 분명히 하는 반면에 미디어법에 대해서는 직권상정 명분을 갖고 있다는 점을 강조한다. 지난 국회에서 ‘6월 표결처리’를 하기로 여야가 합의한 만큼 김형오 의장이 직권상정 부담을 덜었다고 한다.

하지만 이보다 더 중요한 근거로 드는 건 한나라당 내부 분위기다. 비정규직법 강행처리에 대해서는 한나라당 내에서도 이견이 나오고 있지만 미디어법에 대해서는 소장 개혁파조차 이번 회기 내에 처리하지 못하면 물 건너간다고 말하는 점을 중시한다. 전열이 정비된 것으로 보는 것이다.

언론의 이런 분석을 그대로 받으니까 궁금해진다. 한나라당이 유독 미디어법에 대해 자신하는 이유가 뭘까?


힌트는 한나라당 원내 핵심당직자가 했다는 말에 숨어있다. “이해관계가 첨예하고 사회적 파장이 큰 노동관계법을 직권상정으로 단독 처리하기에는 부담이 있다”는 말이다.

이 말을 뒤집어 해석하면 이런 얘기가 된다. 미디어법의 경우 이해관계가 첨예하지 않고 사회적 파장이 크지 않다는 얘기, 다시 말해 강행처리해도 후폭풍이 거세지 않을 것이라는 얘기가 된다.

이해할 수 없다. 각종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국민 여론은 미디어법 처리에 대해 부정적이다. 다소간의 수치 차이는 있지만 대세는 ‘강행처리 반대’, 나아가 ‘한나라당 미디어법 반대’인 게 분명하다. 그런데도 한나라당은 후폭풍이 크지 않을 것이라고 자신한다. 도대체 이렇게 낙관하는 근거가 뭘까?

두 마디 말이 있다. 나경원 의원과 진수희 의원의 말이다.

나경원 의원이 말했다. 6월 18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나와 미디어법에는 “국민들이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도 있다”고 했다.

진수희 의원이 말했다. 지난 6일 자신이 소장으로 있는 여의도연구소의 미디어법 관련 여론조사 결과를 최고위원회의에 보고하면서 나경원 의원과 비슷한 얘기를 했다. 미디어법이 미디어산업 경쟁력을 높이는 목적에 공감한다는 의견이 40.4%, 공감하지 않는다는 의견이 45.9%였으며, 미디어법의 구체적인 내용까지 잘 안다고 대답한 비율이 43.6%, 명칭만 들어봤다는 응답이 49%였다고 보고하면서 한마디를 덧붙였다. “구체적인 내용까지 잘 안다고 응답한 사람들도 실상 미디어 법안의 내용을 정확하게 알고 있는지, 민주당이 일방적으로 선전한 허구적인 내용을 알고 있는지 이 조사에선 분간할 수 없지만 내 추측으로는 잘못된 내용을 알고 있다”고 했다.

한나라당은 이렇게 보고 있다. 국민 대다수가 ‘뭘 모른 채’ 휘둘리고 있다고 판단한다. 야당의 선전에 휘둘리고 있다고 판단한다. 그렇기에 ‘진리는 끝내 승리하리라’고 믿는다.

곱씹을 대목이 있다. 두 의원의 발언이 ‘국민 무시’에 해당하는지를 따지는 것과는 별개로 씹고 또 씹어야 할 다른 포인트가 있다.

두 의원의 말을 종합하면 이런 얘기가 된다. 상당수 국민이 믿고 있다. 미디어법을 “언론장악이라는 프레임(나경원)”으로 바라보고 있다. 비록 그것이 “민주당이 일방적으로 선전한 허구(진수희)”이지만 아무튼 그렇게 믿고 있다.

또 이런 얘기가 된다. 상당수 국민은 미디어법 처리를 ‘민주’의 시금석으로 이해한다. 미디어법이 강행처리 되면, 그래서 재벌과 조중동에 방송 소유와 경영의 길을 터주면 여론이 독점되고 다양한 의사표현의 길은 막힌다고, 결국 민주주의는 조종을 울린다고 우려한다.

포인트가 바로 이것이다. 한나라당이 공언한 대로 미디어법을 강행처리하면 어느 하나는 결정적 타격을 입는다. ‘허구의 프레임’이 걷히면서 ‘민주주의 요구’가 한풀 꺾이든지, 아니면 근거없는 낙관에 빠졌던 한나라당이 ‘민주주의 요구’에 기름을 붓던지…. 아, 하나 더 있다. 비록 부차적이지만 민주당의 운명 또한 갈린다. 강행처리 저지의 결기와 실천력에 따라 민주당의 운명 또한 갈림길에 놓인다. 

예단은 하지 말자. 두 가지 경우의 수 가운데 어느 경우가 현실화할 것이라고 섣부르게 내다보지는 말자.

현실은 여러 요인의 분자운동에 의해 움직인다. 미디어법 또한 그런 환경에 노출돼 있다. 비정규직법을 매개로 미디어법을 국민 시선에서 떼어놓은 한나라당의 ‘성공적인 전략’을 무시할 수 없고, 미디어법 처리를 ‘결사저지’하는 과정에서 보일 민주당의 ‘부서지는 모습’이 국민을 어떻게 움직일지 또한 예측할 수 없기 때문이다.

경기는 아직 전반전 종료 휘슬도 울리지 않은 상태다.

▲사진 = 국회 문방위 회의장 앞에서 농성하는 민주당 의원들 ⓒ민주당

Posted by '토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