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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의 김대중 고문이 말했다. 방송권을 따려는 신문사들이 허가권을 쥔 이명박 정부의 비위를 건드리지 않으려고 정부 비판기사를 자제하고 있다는 말, 그리고 정부는 종편을 따려는 신문사들의 처지를 역으로 이용해 친MB적 상황을 유도하려는 기미를 보이고 있다는 소리를 전하면서 경고했다. “장난치면 안 된다”고, "방송허가 빌미로 정치게임 말라"고. <원문 보기>

그러면서 ‘까놓고’ 말했다. 이렇게.

“방송계의 다양성 확보. 다시 말해 보수, 우파 또는 주류사회의 폭넓은 견해를 대변하는 매체의 출현이라는 대의에 충실한 것이 중요하다.”

주목하자. 그가 말하는 방송은 ‘보수, 우파 또는 주류사회의 견해를 공정하게 반영’하는 방송이 아니다. ‘대변’하는 방송이다.

김대중 고문은 공적 재산인 방송을 ‘사기업’인 신문과 같은 것으로 본다. 그래서 다양성을 최고의 가치로 여긴다. “보수, 우편향의 논조를 가진 신문도 있고, 진보, 좌파성향의 논조를 가진 신문도 있(는)” 것처럼 방송도 좌파 방송이 있으면 우파 방송도 있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다양성은 모든 방송이 공정성 틀을 통해 구현해야 하는 가치인데도 오히려 두 개의 편으로 방송을 가르는 기준으로 여긴다. 

김대중 고문의 기상천외한 방송관을 접하니 반문이 절로 나온다. 이런 것이다.

그럼 왜 이른바 좌파방송을 물고 늘어지는 걸까? 김대중 고문의 주장대로 ‘보수, 우파 또는 주류사회의 폭넓은 견해를 대변하는’ 방송이 정당하다면 ‘진보, 좌파 또는 비주류사회의 폭넓은 견해를 대변하는 방송’ 또한 정당한 것 아닐까? 그는 뭐라고 답할까?

‘YES’라고 하면 곤란하다. 그가 몸담고 있는 ‘조선일보’를 위시한 보수신문이 방송을 공격한 주된 논리가 편향성이었으니까 ‘YES’라고 대답하면 이전의 공세는 부당한 침공이 된다. 'NO'라고 해도 곤란하다. 그렇게 답하는 순간 독선에 빠진다. 방송이 우파는 대변해도 좌파는 대변해서는 안 된다는 주장은 ’배째라‘ 주장과 비슷하다.

혹시 이런 걸까? 종편은 좌파 우파 대변해도 되지만 지상파는 그러면 안 된다는 주장일까? 지상파는 공공재인 전파를 사용하니까 특정 이념에 경도돼선 안 되지만 종편은 케이블을 이용하는 '사기업'이니까 특정이념을 대변해도 된다는 주장일까?

어림없다. 이런 식으로 지상파와 종편을 나누려면 다시 짜야 한다. 방송통신위가 갖고 있는 종편 허가권과 심의징계권을 내놓고 원하는 곳은 누구나 신고만 하면 종편을 설립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다양성은 자율성에 의해 담보되는 것이니까 이렇게 하는 게 맞다. 

달리 방법이 없다. 김대중 고문의 방송관을 논리 영역에서 해석할 방도가 없으니 그냥 이렇게 이해하자. 실수한 거라고, 무심결에 천기를 누설해 버린 것이라고 이해하자. 조중동이 방송에 진출하려는 진짜 이유를, 방송통신위가 ‘돈 있는 신문사만의 잔치판’을 여는 진짜 이유를 얼떨결에 내비친 것이라고 이해하자. 방송원리 따위는 안중에 두지 않고 정치게임을 하고 있다고 이해하자.

Posted by '토씨'


한화갑이 누구인가? ‘리틀 DJ'로 불리던 그다. 그랬던 그가 거부했다. 2006년 10월 북한이 핵실험을 하자 햇볕정책을 비판하면서 “북한은 민족적 차원에서 다룰 상대가 아니라는 게 증명되었다”고 했다. “우리는 동맹을 선택할 수밖에 없다”고도 했다.

정동영이 누구인가? 자칭 ‘DJ의 제자’라는 그다. 본인 입으로 고 김대중 전 대통령을 “정치적 사부”라고 부르면서 자신이 DJ의 적통자임을 은근히 강조한다. 그런 그가 거부했다. 4.25재보선 때 김대중 전 대통령의 자제 권고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전주로 향했다. 

끌어들이려고 한다. 민주당(일각)이 이런 사람들을 복당시키려고 한다. 고 김대중 전 대통령의 유지가 민주개혁세력 통합이니까 이들을 끌어안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들을 통합 1순위로 올려놓고 9월중에 영입할 사람은 영입하자고 촉구한다.

어이가 없다. 만사 제쳐놓고 민주당이 주장하는 ‘DJ 유지 계승’ 입장에서 봐도 어이가 없다. 고 김대중 전 대통령이 민주주의­-서민경제와 함께 3대 위기의 하나로 규정했던 게 남북관계라는 점에 비춰볼 때 그렇다. 고 김대중 전 대통령이 자신의 정치인생에서 가장 큰 아쉬움으로 남는 게 동서화합이라고 말했던 점에 비춰볼 때 그렇다. 두 사람은 ‘DJ의 유지’와는 거리가 멀다.

전도다. 백번 양보해서 두 사람의 전력을 ‘한 때의 이견’ 쯤으로, 털고 갈 수 있는 옛 일 쯤으로 치부하더라도 민주당의 움직임은 분명 전도다. 이들의 영입은 통합이 완료단계에 이르렀을 때, 통합의 취지를 확인하는 차원에서 맨 후순위로 검토해야 할 일이지 1순위로 추진해야 할 일이 아니다.


이들을 최우선 통합 대상으로 삼으면 이미지가 고착된다. ‘호남 자민련’이란 냉소 반 성토 반의 분위기를 강화시킨다. 또 그만큼 삭감된다. 민주당이 읊조리는 ‘혁신을 통한 통합’이라는 구호의 의미가 삭감되고, 정세균 대표가 주장하는 ‘기득권 포기’ 주장의 진정성이 삭감된다. 말은 그렇게 해도 뒤편에선 기득권과 주도권 챙기기에 여념이 없다는 인식만 강화시킨다.

장벽을 친다. 민주개혁세력의 최대 과제로 간주되는 친노 세력과의 통합 길에 콘크리트 장벽을 세운다. 지금의 민주당을 ‘지역정당’으로 규정하는 친노 세력의 시각을 강화시킨다. 민주당이 한화갑-­정동영 씨는 물론 김홍업­-최재승 씨까지 복당시키면, 그렇게 줄줄이 호남 인사부터 끌어안으면 친노 세력의 통합 의무감은 반감되고 독자 움직임은 배가된다.

이런 분석은 상식이다. 누구나 다 아는 일반론이다. 그래서 의아하다. 민주당이 이런 상식을 모를 리 없다. 이런 일반론을 깨닫지 못해 판단 미숙-­오류-­착오를 보일 리가 없다.

다르게 봐야 한다. 당위명제가 생존논리를 넘어선 적이 별로 없는 우리 정치사의 경험칙에 입각해 봐야 한다. 통합을 달가워하지 않는 분위기, 또는 통합에 대비한 포석이 깔린 것으로 봐야 한다. ‘참여민주주의’를 당 운영 원리로 삼는 친노 세력과 통합하면 어떤 사단이 날지 몰라 기득권과 지분을 지키려고 방비책을 강구하는 것으로 봐야 한다. 민주당 내 호남세력의 세를 유지 강화하기 위해 선수를 치는 것으로 봐야 한다.

▲사진=민주당 지도부와 한화갑 전 의원 등이 지난 19일 서울광장에 설치된 고 김대중 전 대통령 분향소를 찾았다. ⓒ민주당 홈페이지

Posted by '토씨'


아주 간단한 질문부터 던지자.

이명박 대통령은 왜 잘 나갈까? 갖가지 악재가 끊이지 않는데도 왜 지지율이 상승 추세를 보이는 걸까?

청와대가 여론조사기관 두 곳에 의뢰해 실시한 조사에서 지지율이 모두 40%를 돌파했다고 한다. 한 곳의 조사에선 45.5% 나왔고, 다른 곳의 조사에서도 46.7%가 나왔다고 한다.

눈 여겨 볼 대목이 있다. 시점이다. 취임 직후 50%대의 지지율을 기록한 이후 처음으로 지지율 최고점을 기록한 시점이 22일과 23일이다. 고 김대중 전 대통령 영결식이 거행되기 전날과 당일이다. 이것만이 아니다. 30%대 초반에 머물던 이명박 대통령의 지지율이 상승 추세를 보이기 시작한 시점이 7월말이다. 한나라당이 대리투표와 재투표 논란을 불사하며 미디어법을 강행처리한 시점, 민주당이 민주주의의 종언을 선언하며 장외투쟁에 나선 시점이다.

민주주의의 상징이 서거했는데도, 민주주의의 종언을 고하는 사태가 벌어졌는데도 이명박 대통령은 여론 참화를 입기는커녕 오히려 잘 나갔다. 그 이유가 뭘까?

잘못된 여론조사일까? 청와대가 발주한 조사여서 결과가 그렇게 나온 걸까? 그럴지도 모른다. 다른 조사에선 이명박 대통령의 지지율이 40%대를 돌파하지 않았다. 그래서 개연성을 배제할 수 없다. 하지만 이런 해석은 안일하다. 침소봉대의 다른 버전일 뿐이다. 다른 조사에서도 추세는 같았다. 수치만 다를 뿐 이명박 대통령의 지지율이 상승 추세를 보이긴 마찬가지였다.

그래서 거듭 묻는다. 도대체 이명박 대통령이 잘 나가는 이유는 뭔가?

해석은 한결같다. 이명박 대통령의 지지율이 상승 추세를 보인 가장 큰 이유로 친서민 행보와 국민 통합 메시지를 꼽는다. 위장된 것이라는 반박이 끊이지 않는데도 이명박 대통령의 이런 행보가 한나라당 고정 지지층은 물론 중도층까지 움직인 것으로 것으로 분석한다.

딱히 부정할 수가 없다. 이명박 대통령의 지지율이 한나라당의 고정 지지층 35% 안팎보다 10%포인트 정도 높다. 중도층 견인 이외에 달리 해석할 방법이 없다.

소용없다. 이 현실을 극복하지 않는 한 민주당이 고 김대중 전 대통령의 유지를 받들어 민주대연합을 추진해도, 다른 야당과 단합하고 시민단체와 연합해도 소용없다.

싸우지 않은 게 아니고, 연합하지 않은 게 아니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을 서거를 기점으로 민주당이 강경투쟁에 나선 게 엄연한 사실이고, 거리에서 다른 야당과 어깨동무한 게 엄연한 사실이고, 재보선에서 다른 야당과 암묵적으로 연합한 것이 엄연한 사실이다. 그런데도 이명박 대통령의 질주를 막아내지 못했다면 해법을 오로지 연합에서 찾는 건 엉성하다. 오히려 자생적 연합의 빈구멍을 찾는 게 시급하다.

연합은 필요조건이지 충분조건은 아니다. 하드웨어를 멋지게 만들어도 소프트웨어가 갖춰지지 않으면 고철 덩어리에 지나지 않는다. 아무리 연대망을 구축해도 콘텐츠를 채워 넣지 않으면 덩치 키우기에 불과하다.

핵심적인 문제는 연합 이전에 깃발이다. 어떤 깃발을 들 것인지, 그리고 누가 들 것인지에 따라 연합의 성패가 달라진다. 민주주의 후퇴라는 수세적인 대응을 민주주의 회복이라는 공세적인 싸움으로 전환시킬 수 있는 고리를 걸 수 있느냐에 따라, 친서민 행보가 위장된 것이라는 지적에서 한 발 나아가 서민경제 회복을 이끌 수 있는 청사진을 제시할 수 있느냐에 따라 성패가 달라진다.

느긋하게 처리할 숙제가 아니다. 상황이 그렇게 여유롭지가 않다. 기선을 이명박 대통령이 잡고 있다. 광복절 경축사를 통해 국민 통합을 명분으로 정치 개혁을 하반기 화두로 올리는 데 성공했고, 이른바 국민통합형 개각도 예고하고 있다. 정치 개혁 방안에서 꼼수가 드러나지 않는 한, 개각에서 제2의 천성관 사태가 발생하지 않는 한 기선을 내놓지 않을 것이다. 오히려 이런 분위기를 내년 지방선거 때까지 이어가려 할 것이다.

그래서 하는 말이다. 민주당을 비롯한 야당이 살려면 뜨겁게 속도전을 벌여야 한다. 

고 김대중 전 대통령의 유지, 나아가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유지는 총론이지 각론이 아니다. 서거한 두 전직 대통령이 민주주의가 후퇴하고 서민경제가 위축되고 남북관계가 흔들리는 현실에 안타까워하고 분노했다고 해서 그것을 똑같이 읊조리는 건 합당한 태도가 아니다. 그런 총론에 각론을 채우고, 그런 문제의식에 대안을 접목시키는 것, 이게 바로 고인들의 유지를 받드는 것이고, 연합을 성공으로 이끄는 길이다.

남은 자들이 짊어져야 하는 몫은 따라하기가 아니라 창조하기다.

▲사진=이명박 대통령이 지난 15일 광복절 기념식을 마친 후 버스를 타고 청와대로 돌아가고 있다. ⓒ청와대 홈페이지

Posted by '토씨'


1.
60대의 대구 시민이 말했습니다. “평생 경상도 토박이로 살며 선거 때 김대중 전 대통령을 찍은 적이 한 번도 없다”는 그가 말했습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이 외환위기 때 나라를 구하려고 애쓴 사실을 뒤늦게 알고 가슴이 뭉클했다”며 고인을 달리 평가하게 됐다고 말했습니다.

코미디언 배칠수 씨가 말했습니다. MBC라디오 ‘최양락의 재밌는 라디오-3김퀴즈’에서 7년 넘게 성대모사를 하면서 고인을 공부한 그가 말했습니다. “노무현 전 대통령 영결식장에서 너무나 아이같이 우는 모습을 보고 그동안의 완벽하고 냉철한 이미지가 한순간에 깨졌다”고 말했습니다.

같습니다. 고인에 관심을 두지 않았던 사람도, 고인을 공부했던 사람도 정작 고인의 진면목은 보지 못했습니다.

2.
그저께 차안에서 들었습니다.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서 고인을 추모하면서 하는 말을 들었습니다. 전 국민이 성대모사를 할 수 있는 사람이 바로 김대중 전 대통령일 것이라는 말을 들었습니다.

나름대로 행간을 읽었습니다. 국민 다수가 고인의 성대모사를 하는 것은 그만큼 고인이 유명했고, 친근했기 때문이라는 메시지를 읽었습니다.

맞을 겁니다. 고인의 인지도는 99.99%쯤 될 겁니다. 젖먹이 아이를 빼고는 모르는 사람이 없을 겁니다.

하지만 알지 못합니다. 그가 누구인지는 제대로 알지 못합니다. 

어떤 사람은 ‘선생님’으로 추앙하고, 다른 사람은 ‘빨갱이’라고 욕합니다. 어떤 사람은 ‘불굴의 정치인’으로 평가하고, 다른 사람은 ‘대통령병 환자’로 혹평합니다. 고인에 대한 평가는 이렇게 다릅니다. 그제도 그랬고 어제도 그랬습니다.

약간 줄긴 했습니다. 오늘에 와서 호평은 늘었고 혹평은 줄었습니다.

하지만 인식의 전환으로 보긴 어렵습니다. 고인의 서거를 계기로 고인에 대한 회고가 이어지면서 인식을 새롭게 한 결과로 보긴 어렵습니다. 그보다는 한국 특유의 정서, 떠나는 자의 등 뒤에 대고 아픈 말을 하지 않는 특유의 전통(?)에 따른 현상에 가깝습니다. 인식과 평가의 간극은 여전히 큽니다.

3.
고인은 생전에 말했습니다. “대중보다 반 발짝만 앞서 가야 한다”고 말하곤 했습니다. 그런데도 결과는 다릅니다. 대중의 절반은 반 발짝이 아니라 몇 발짝 멀리 떨어져 있습니다. 왜일까요? 왜 이렇게 간극이 큰 걸까요?

여러 이유가 있을 겁니다. 이미 제기됐던 여러 이유들, 이념 공세와 언론 보도, 미디어 환경 등등의 여러 이유들이 있을 겁니다.

그리고 또 하나가 있습니다. 문화입니다. 기록의 문화….


4.
번역판 평전을 읽은 적이 있습니다. 프랑스 대혁명기에 자코뱅당의 지도자였던 로베스피에르의 일대기를 정리한 책이었습니다.

방대한 책이었습니다. 쪽수가 1000에 육박하는, 베개 삼기에도 부족함이 없는 책이었습니다. 건조했습니다. 엄청난 쪽수에 담긴 내용은 칭송도 비난도 아닌 사실이었습니다. 시시콜콜한 신변잡사부터 교과서에 실려야 할 족적까지, 취합될 수 있는 모든 사실이었습니다.

로베스피에르 평전만이 아니었습니다. 아인슈타인 평전도 그랬고 프리다 칼로 평전도 그랬습니다. 인물에 대한 평가는 독자의 몫으로 돌리고 평가 자료만 제시했습니다.

5.
상상해 봅니다. 이런 평전이 고인의 생전에 나왔다면 어땠을까 상상해 봅니다. 이런 평전을 국민이 읽었다면 어땠을까 상상해 봅니다.

아무 얘기도 하지 못했을 겁니다. 접근 가능한 사실을 모두 접한 다음에 내려지는 개개인의 평가에 대해 아무 얘기도 하지 못했을 겁니다. 그건 그 사람의 자기 인식이고 자기 평가일 테니까요.

많은 얘기가 오갔을 겁니다. 인상에 치우치지 않고 느낌에 휘둘리지 않는 토론, 객관적 사실을 재료 삼고 자신의 가치관을 양념 삼은 진지하고도 생산적인 토론이 진행됐을 겁니다.

6.
이런 평전은 꼭 필요합니다. 사후만이 아니라 생전에도 꼭 필요합니다. 그 사람을 위해서가 아니라 우리를 위해서 꼭 필요합니다. 편향된 이미지에 갇혀 잘못된 선택을 하지 않기 위해 꼭 필요합니다.

김대중 전 대통령에 대한 평가는 사가의 몫이지만 제2, 제3의 김대중에 대한 평가는 동시대를 사는 유권자의 몫입니다. 떠난 자에 대한 판단은 역사에서 꿈틀대지만 오는 자에 대한 판단은 현실에서 작동합니다. 

▲사진 출처=고 김대중 전 대통령 추모 공식홈페이지

Posted by '토씨'

고 김대중 전 대통령의 유산이 크다. 민주개혁진영이 아니라 이명박 정부에 남긴 유산이다.

북한 조문단을 불렀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최측근인 김기남 노동당 비서를 단장으로 하는 조문단을 1박 2일 일정으로 불러들였다. 

더 할 나위 없는 기회다. 꽉 막힌 남북관계를 풀 수 있는 결정적 계기다. 잡아야 한다. 어떻게든 부여잡아야 한다.

일각에서는 고개를 갸우뚱한다. 북측이 정부가 아니라 김대중평화센터를 통해 조문단 파견 사실을 알려 온 점에 주목하면서 북측이 남측 정부를 무시하려고 하는 것 아니냐고 회의한다. 이른바 ‘통민봉관’ 전략 아니냐고 의심한다.

일각에서는 의미를 축소한다. 북측의 조문단 파견을 햇볕정책의 창시자이자 남북정상회담의 주역에 대한 예우를 갖추기 위한 것으로 한정한다. 북측이 조문정치를 펼 의사는 없는 것으로 간주한다.

반론도 있다. 2001년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이 사망했을 때도 북측이 현대그룹을 통해 조문 계획을 통보한 점을 들어, 그리고 단순 조문 목적이라면 1박을 안 해도 되는 점을 들어 북측도 이번 조문을 남북관계 개선의 계기로 활용하려고 한다고 분석한다.

아무래도 좋다. 조문단 이전에 이미 시그널을 보냈다. 북측이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을 통해 관계개선의 시그널을 보냈다. 남북당국간 협상이 필요한 합의안에 동의했다. 남은 건, 그리고 중요한 건 북측의 의도가 아니라 남측의 의지다.


한반도 정세가 급변 조짐을 보이고 있다.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이 평양을 방문한 데 이어 오바마 대통령에게 특수보안장치가 설치된 백악관 상황실에서 방북결과를 보고했다. 내용을 알 수 없는 ‘특A급’ 정보가 전달됐다고 한다.

6자회담 의장인 우다웨이 중국 외교부 부부장이 2박3일간의 일정으로 평양을 방문해 북측 관계자들을 만났다. 논의 내용을 알 수 없지만 6자회담 재개방안이 논의됐을 것이라는 게 일반적 관측이다.

흐름이 이렇다. 한반도 좌우에서 물밑대화가 오간다. 관계개선의 물꼬를 틀지도 모를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 하지만 한반도 남북은 여전히 얼어붙어 있다.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이 남북관계 개선의 계기가 될 합의안을 들고 왔지만 당국간 대화와 협상은 여전히 막혀있다.

뚫어야 한다. 한반도 정세 급변에 대응하기 위해서도, 현정은 회장의 방북이 결실을 맺기 위해서도, 종국적으로 남북관계 화해무드를 조성하기 위해서도 정부가 나서야 한다.

여지는 있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말했다. 이산가족 상봉과 금강산 관광재개와 같은 방안에 고개 끄덕이며 말했다. “정주영 회장과 정몽헌 회장이 남북관계의 새로운 길을 연 개척자”라며 두 선대 회장에 대한 추억을 회고했다.

이렇게 풀이할 수 있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대남 정책 기조를 선회하는 명분으로 현대그룹 두 선대 회장의 ‘공적’을 활용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적용할 수 있다. 고 김대중 전 대통령의 ‘공적’을 명분 삼아 북측의 대남 정책 기조 변화를 유도할 수 있다. 우리도 적극 나설테니 당신들도 고인의 유지를 받들라고 촉구할 수 있다.

그러기 위해서라도 활용해야 한다. 고위급으로 구성된 북측 조문단을 남북관계 개선의 창구로 활용해야 한다. 1박의 시간동안 물밑에서라도 협상을 시도해야 한다.

자주 오는 기회가 아니다. 쉽게 잡히는 분위기가 아니다. 잡아야 한다. 고인이 이명박 정부에게 남긴 귀중한 유산을 소중히 부여잡아야 한다. 

▲사진=2005년 8.15 남북공동행사의 북측 대표단장 자격으로 서울에 온 김기남 북한 노동당 비서가 당시 폐렴으로 입원한 김대중 전 대통령을 문병하고 있다. ⓒ오마이뉴스

Posted by '토씨'


입을 떼기가 버겁다. 고인의 인생이 대서사인데 어찌 세 치 혀에 쉬 올리겠는가. 고인의 인생이 너무 크고 고인의 그림자가 너무 짙다.

죄스럽다는 말 외에는 꺼낼 게 없다. 편히 보내드리지 못한 게 죄스럽다. 남은 자로서 민주주의가 후퇴하고 남북관계가 퇴행하는 모습을 보인 게 죄스럽다.

감히 입에 올린다. 차라리 2007년에 떠났으면 하는 헛된 상상을 해본다. 민주정부 하에서 6.15남북공동선언의 맥이 10.4선언으로 이어지는 모습을 보면서 천수를 마감했다면 이처럼 죄스럽지는 않았을 것이라는 망상을 품어본다.

그랬다면 노구를 휠체어에 의지한 채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빈소에서 울분을 토해내는 일은 없었을텐데…. 갖은 욕설을 얻으면서까지 행동하는 양심을 일깨우는 연설을 하지는 않았을텐데…. 그런 노심초사하는 마음을 조금이라도 덜었다면 이렇게 아프게, 이렇게 힘없이 가지는 않았을텐데….

티끌만한 위안이라도 될 수 있었을까?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이 풀어놓은 방북 보따리가 길 떠나는 고인의 마른 심장에 입김이라도 불어넣을 수 있었을까?

남은 자의 마음이 너무 무겁고, 보내는 자의 심정이 너무 아프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빌면서….

Posted by '토씨'

벌써 4일째다. 4일째 DJ를 질근질근 씹는다. 한나라당이 ‘돈키호테’ ‘아프리카 후진국 반군 지도자’ ‘심신 허약’ 등의 격한 언사를 총동원해 DJ를 공격한다.

왜일까? 왜 한나라당은 DJ에게 맹공을 퍼붓는 걸까? 감정 때문일까? ‘독재’를 언급한 DJ의 언사가 불쾌해 격한 흥분상태를 보이는 걸까? 그렇게 보긴 힘들다. 일반인도 며칠 내리 흥분상태를 유지하지는 않는다. 하물며 산전수전 다 겪은 정치인들이 4일째 만사 제쳐두고 격한 감정을 토해내는 장면은 흔한 광경이 아니다.

전략으로 보는 게 맞다. 특정한 정치적 목적을 갖고 DJ를 활용하는 것으로 보는 게 타당하다. 바로 ‘성동격서’다. 내부 단속을 위해 외부를 치는 것이다.

한나라당이 맹공을 퍼붓는 주된 대상이 ‘독재’임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 겹친다. DJ의 ‘독재’와 MB의 ‘독선’이 절묘하게 겹친다. DJ가 비판했던 ‘독재’와 쇄신파가 비판했던 ‘독선’이 나란히 늘어선다. 바로 이것이다. 한나라당이 DJ를 필요 이상으로 공격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DJ를 공격하면 쇄신이 죽는다. ‘독재’ 발언을 성토하면 ‘독선’ 지적이 기를 못 편다. DJ에 맞서 MB를 엄호하면 할수록 MB의 존재기반은 강화된다. 좋든 싫든 적전분열은 피하고 봐야 하기 때문에 쇄신 목소리는 잦아든다. 울고 싶던 MB와 한나라당 지도부 입장에선 DJ가 뺨을 때려준 셈이 되는 것이다.

혹여 부수입을 올릴지도 모른다. DJ가 정치공세를 편 것으로 각색하면 계기를 마련할지 모른다. DJ 발언을 조문정국을 이용하기 위해 내놓은 정치 책략으로 묘사하면 호소할지 모른다. 한나라당에서 일시적으로 빠져나간 ’전통적 지지층‘에게 '반DJ 정서’를 유포해 이들의 유턴을 유도할지 모른다. 이렇게 해서 지지율이 조금이라도 올라가면 한나라당 내 쇄신 요구에 쐐기를 박을지 모른다.

이렇게 보니 새롭게 읽힌다. 한나라당 초선의원 48명이 오늘 발표한 성명이 색다르게 다가온다. 지금까지의 쇄신 흐름과는 상반된 성명 내용이 한 눈에 들어온다. 이들이 그랬다. “MB정부의 국정기조에는 큰 문제가 없다”고….

하지만 제한적이다. DJ 발언이 MB와 한나라당에 반전의 계기를 선사했더라도 그건 제한적이다. 집안싸움을 정리하는 데 국한된 반짝 효과에 불과하다.

길고 넓게 보면 잃는 게 더 많을지 모른다. 한나라당이 DJ의 ‘독재’를 읊을수록 국민 가슴에 MB의 ‘독선’ 이미지를 각인시킬지 모른다. 한나라당이 DJ의 ‘독재’를 매개 삼아 쇄신 요구를 무릎 꿇리면 MB의 ‘독선’에 대한 국민 반발을 더 키울지 모른다. 그렇게 교호작용을 하면서 일각에서 모색하는 반MB 민주연대에 가속도를 붙일지 모른다.

이렇게 음과 양이 교차할지 모른다.

▲사진=한나라당 최고위원회의 장면 ⓒ한나라당 홈페이지

Posted by '토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