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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원적 처방'에 해당되는 글 2건

  1. 2009/06/23 국정쇄신 하랬더니 홍보쇄신 열올리네 (24)
  2. 2009/06/16 MB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8)

청와대의 진단은 명료하다. 문제의 근원을 이미지에서 찾는다. “(이명박 대통령이) 좌파들의 집요한 이념공세로 인해 마치 극우주의자인 것처럼 이미지가 왜곡돼 있다”고 보고, “이명박 대통령은 애초 비주류, 중도실용주의자였으나 대통령이 된 뒤 정당·이념 대립구도 속에서 오른쪽으로 비치게 됐다”고 간주한다.

그래서 ‘근원적 처방’을 이미지 개선에 맞춘다. ‘MB다움의 회복’ ‘중도 이미지 회복’을 위해 종교계·언론계와 같은 여론주도층과의 접촉면을 넓히고, 각종 소외현장을 찾아 국민과의 직접 접촉을 늘린다고 한다.

사족 같지만 오해의 소지를 한 점이라도 남기지 않기 위해 최대한 풀자. 그럼 이런 얘기가 된다.

청와대의 진단에 따르면 이명박 대통령은 잘못 한 게 없다. 이명박 대통령은 줄곧 비주류·중도실용의 길을 걸어왔을 뿐이다. 그런데도 문제가 발생한 건 세상이 알아주지 않았기 때문이다. 현 정권 인사들이 흔히 하는 말로 국민이 ‘오해’ 했기 때문이다.

청와대의 진단에 따르면 정책기조는 잘못 된 게 없다. 이명박 정부는 줄곧 중도실용노선에 입각해 서민을 보듬는 정책을 펴왔을 뿐이다. 그런데도 문제가 발생한 건 세상에 제대로 알려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명박 정부의 중도실용정책이 좌파들의 이념공세에 의해 각색됐기 때문이다.

복습까지 마치고 나니까 눈이 좀 트인다.

청와대는 단정한다. 소통에 문제가 있었던 게 아니라 소통길에 문제가 있었다고 믿는다. 그 길이 포장도로가 아니라 자갈길이어서 소통이 덜컹거렸다고 확신한다.

그래서인가 보다. 미디어법을 밀어붙이려는 이유가 소통길을 열기 위해서인가 보다. ‘악의적 선동세력’에 점령된 방송을 구해낸 다음에 소통의 간선도로를 구축하려는가 보다.

그래서인가 보다. 서울시가 나서서 서울광장의 사용규정을 강화하고, 8월 1일에 개장하는 광화문광장의 사용여지를 틀어막는 이유가 소통길을 열기 위해서인가 보다. 길거리 선동을 일삼는 좌파세력을 밀어낸 다음에 소통의 광장을 열려는가 보다.

그래서인가 보다. 엄연히 국회가 있는데도 사회통합위원회라는 것을 만들려는 이유가 소통길을 열기 위해서인가 보다. 정쟁만 일삼는 정당에 점령돼 상습 병목 현상을 보이는 국회 대신 별도의 소통 직행노선을 닦으려는가 보다.

말하지 말자. ‘악의적 선동방송’보다 ‘우호적 홍보언론’이 더 많고 더 세지 않았냐고 되묻지 말자. 좌파 세력의 길거리 선동보다 우파 세력의 길거리 구호가 더 우렁차지 않았냐고 셈하지 말자. 국회의사당이 병목구간이 된 건 청와대와 한나라당의 과속 때문이 아니었느냐고 따지지 말자.

국정쇄신 하랬더니 홍보쇄신에 나서는 청와대다. 소통 하랬더니 소탕을 꾀하는 청와대다. 더 무슨 말을 하고, 더 무슨 말을 듣겠는가. 청와대를 향한 소통(길)이 꽉 막혀 있는데….

 ▲사진 출처=청와대 홈페이지

Posted by '토씨'

‘꿈보다 해몽’이라고 했던가? 이 말 그대로다.

이명박 대통령이 한 마디를 하니까 열 마디를 쏟아낸다. 이명박 대통령이 “근원적 처방”을 언급하니까 정치권과 언론이 해석 반 제언 반으로 갖가지 처방전을 쏟아낸다. 인적 쇄신(청와대와 내각 개편)을 점치고, 정치시스템 개편(개헌과 선거구제·행정구역 개편)을 예상하고, 심지어 정계 개편(자유선진당과의 정책 연대나 통합)까지 전망한다.

부질없다. 현실성과 효과가 없어서 부질없고, 본질에서 비껴나서 부질없다. 정치권과 언론이 쏟아내는 처방전은 빛 좋은 개살구에 지나지 않는다.

돌아볼 필요가 있다. 이명박 대통령이 “근원적 처방”을 언급한 바탕엔 국정쇄신 요구가 깔려있다는 사실을 돌아볼 필요가 있다. 국민 요구를 아랑곳하지 않는 국정기조, 국민과의 소통을 거부하는 독선적 국정운영을 바꾸라는 요구에 대한 대답으로 “근원적 처방”을 내놨다는 점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그러면 알 수 있다. 정치권과 언론이 쏟아낸 처방전이 왜 개살구인지를 단번에 알 수 있다.

개헌과 선거구제·행정구역 개편은 현재의 정치시스템이 아니라 미래의 정치시스템과 관계된 문제다. 그래서 해당사항이 없다. 이명박 정부의 국정과는 궤가 다른 문제다.

자유선진당과의 연대 또는 통합은 국정쇄신 요구를 거스르는, 퇴행적 모색이다. ‘독선’에 모터를 달아주자는 논리다.

그나마 주의 깊게 살필 수 있는 게 인적 쇄신인데 이 건 감질 난다. 국정의 중심, 즉 이명박 대통령이 변하지 않는 한 청와대 비서진을 대폭 물갈이해도, 내각을 조각 수준으로 갈아도 아무 소용이 없다. 장관이나 수석은 이명박 대통령의 구령에 맞춰 도열하는 존재들이다.

분명하다. 이명박 대통령이 사고와 태도를 바꾸지 않는 한 어떠한 방편도 효험을 낼 수 없다. 이명박 대통령의 '변신' 만이 "근원적 처방"이다.


하지만 이명박 대통령은 말하지도, 변하지도 않는다. “내 탓이오”라는 말은 입 밖에도 꺼내지 않은 채 “네 탓이오”만 연발한다. “이념과 지역으로 갈라져 (있는)” 민심을 탓하고, “권력형 비리와 부정부패(를 일삼는)” 정치권을 질책하며, “상대가 하면 무조건 반대하고 보는 정쟁의” 정치문화를 개탄한다.

이것만이 아니다. 오히려 “내 덕이오”라는 말을 추가한다. 일자리 나누기와 희망근로로 일자리를 늘렸고, 중소기업에 대한 보증확대와 대출만기 연장으로 자금난을 크게 해소시켰으며, 영세업자와 무점포 소상공인에 대한 지원도 크게 늘렸다고 자화자찬한다. 그렇게 “서민을 보호하고 중산층을 키우는 것이야말로 진정으로 국민통합을 이루는 길임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다”고 말한다.

놓칠 수 없는 대목이다. 이명박 대통령은 국민통합을 위해 한 발짝 한 발짝 나아가고 있다고 믿는다는 점을, 과정이야 어떻든 경제를 살리면 국정에 대한 평가가 달라질 것이라고 확신한다는 점을, (경제살리기) 고지가 바로 저긴데 여기서 멈출 수는 없다고 굳게 다짐한다는 점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이명박 대통령은 사고와 태도를 바꿀 생각이 없다.

그런데도 평가하지 않는다. 정치권과 언론 모두 맥락은 제쳐놓은 채 파편 같은 말 한 마디에 매달린다. 국정 기조와 동의이음어인 이명박 대통령의 사고 기조에 대해 평가하지 않고, 나아가 스스로 내놓은 처방전의 정합성조차 검증하지 않는다.

그러면서 풀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을 향한 국민의 원망과 비판의 눈초리를 조금씩 풀면서 그 틈새로 기대와 흥미의 눈초리가 싹트도록 유도하고 있다. 별점을 매길 생각은 않고 ‘개봉박두’만 외치고 있다.

그 덕분에 이명박 대통령은 웃는다. 아무 것도 말하지 않았는데도 모든 것을 말한 것처럼 포장된 덕에 호흡을 가다듬는다. 국정쇄신 요구를 적절히 컨트롤하면서….

▲사진=라디오 연설을 하는 이명박 대통령 ⓒ청와대

Posted by '토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