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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이 주장했다. 자신들은 ‘빨대’가 아니라고 했다. 명품시계 등 노무현 전 대통령의 명예를 손상했다는 평가를 받는 몇몇 사례의 사실 여부를 검찰이 언론에 확인해 주지 않았다고 했다. 어제 ‘박연차’ 수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이렇게 주장했다.

‘그럼 왜 홍만표 대검 수사기획관은 나쁜 빨대를 색출하겠다고 했을까’ 라는 식의 반문은 던지지 말자. 생산성이 없다. ‘나쁜 빨대’를 색출한 결과 검찰이 아닌 사실을 확인했다고 하면 할 말이 없다.

이것도 물어보지 말자. 노무현 전 대통령이 검찰 수사를 받으면서 “고가의 명품시계 두 개를 모두 봉하마을 논두렁에 버렸다고 진술한 것으로 확인됐다”는 보도, “비싼 시계를 논두렁에 버린 이유에 대해서는 집에 가서 물어보겠다며 노 전 대통령이 답변을 피했다고 검찰은 밝혔다”는 보도가 어떻게 나오게 된 건지도 물어보지 말자.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후 나온 고인의 부산상고 동기의 증언, 즉 권양숙 씨가 노건평 씨의 부인으로부터 명품시계를 받았다는 전화를 받고 “논두렁에 버리든지 알아서 하라”고 했다는 증언에 따르면 보도된 사실관계가 틀리기에 반드시 정보 제공-확인 경위를 밝혀야 하지만 그래도 일단 관두자.

검찰이 어제 추가로 밝힌 내용이 있다. “수사 대상이 방대하고 사건 관계자가 많아 검찰 이외의 경로를 통해 수사 내용을 입수할 수 있었고, 언론이 먼저 정보를 입수한 뒤 사실관계 확인을 시도하기도 했다”고 밝혔다.

중대한 문제다. 상당히 심각한 문제를 제기하는 주장이다.

달리 해석할 길이 없다. 검찰의 주장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면 ‘검찰 이외의 경로’에서 ‘노무현’을 캤거나 ‘노무현 수사’를 손금 들여다보듯 했다는 결론에 도달한다.

그게 누구일까? 검찰은 ‘사건 관계자’를 거론했지만 가능성은 낮다. 명품시계를 예로 들 경우 당사자인 노무현 전 대통령 부부나 박연차 전 회장측이 언론에 정보를 흘렸을 가능성은 극히 낮다. 노무현 전 대통령 부부가 자신들에게 불리한 내용을, 그것도 사실과 다르게 언론에 ‘선사’할 리 만무하기에 그렇다. 박연차 전 회장도 아니다. 그는 당시 감옥에 있었다. 그럼 누구일까? 박연차 전 회장의 측근을 의심해 볼 수 있지만 이들 또한 가능성이 높지 않다. 언론이 이른바 ‘포괄적 뇌물’의 대가로 노무현 전 대통령 측이 태광실업이 수주하려던 베트남 화전을 적극 밀어줬다고 보도했을 때 앞장서서 사실이 아니라고 반박한 사람들이 박연차 전 회장의 측근들이다. 그럼 누구일까? ‘검찰 이외의 경로’는 어디일까?

왜 흘렸을까? 언론에 정보(그것도 사실과 다른 정보)를 흘린 주체가 ‘검찰 이외의 경로’라면 정보 제공 목적이 수사를 위한 것이라고 볼 수는 없다. 노무현 전 대통령을 압박해 ‘자백’을 받아내기 위해 일부러 정보를 흘렸다고 볼 수는 없다. 다른 목적이 있었다고 봐야 한다. 수사 이외의 목적, 어떤 특정한 목적 말이다. 그게 뭘까?

여기서 던지는 의문이 일말의 타당성이라도 갖고 있다면 반드시 캐야 한다. 허투루 넘기지 말고 반드시 밝혀야 한다. 검찰이 ‘면피’하려고 애먼 사람을 잡는 게 아니라면, 실제로 ‘검찰 이외의 경로’에서 ‘언론플레이’가 이뤄졌다면 그건 음험한 기획과 교활한 공작이 있었음을 시사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사진=이인규 대검 중수부장이 12일 ‘박연차 수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프레시안

Posted by '토씨'

달라도 너무 다르다. 노무현 전 대통령 측과 검찰의 견해는 상극이라 할 만큼 넓게 벌어져 있다.

문재인 전 청와대 비서실장이 그랬다. “수사와 관련된 여러 상황들이 노무현 전 대통령을 스스로 목숨을 버리도록 몰아간 측면은 분명히 있으니 타살적 요소는 있다”고 했다. 검찰이 그랬다. “수사의 당위성과 정당성이 손상되어서는 안 된다”고 했다. 

따라가지는 말자. 양쪽의 공방을 흥미 위주로 관전하는 태도는 너무 무책임하다. 자살을 부른 전직 대통령 수사의 중대성에 비쳐볼 때, 전직 대통령 자살로 국민이 받은 엄청난 충격에 비쳐볼 때 너무 경박하다.

참여해야 한다. 관전자의 태도가 아니라 배심원의 자세로 하루라도 빨리, 그리고 일말의 여운도 없이 공방을 끝내는 방법을 제시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먼저 논점을 분명히 해야 한다. 양쪽이 대립하는 문제의 본질이 뭔지를 가려야 한다.

문재인 전 비서실장이 그랬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권양숙 씨가 100만 달러를 받은 사실을 올해 2월경에야 알았다고 거듭 주장했다. 검찰이 그랬다. 돈을 준 사람이 노무현 전 대통령에게 줬다고 진술해서 수사한 것이라고 했다.

이것이다. ‘타살 수사’와 ‘정당한 수사’를 가르는 기준이 바로 이것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금품이 오간 사실을 알고 있었는지, 더 구체적으로 말하면 재임 중에 그 같은 사실을 알고 있었는지가 핵심이다. 검찰이 노무현 전 대통령에게 적용하려고 했던 혐의가 바로 이것이었고, 수사 초기부터 노무현 전 대통령을 정조준한 이유가 바로 이것이었다.

가릴 수 있는 방법은 하나 밖에 없다. 노무현 전 대통령 측의 주장과 검찰의 주장을 모두 당사자의 일방적 주장으로 치부하고 나면 유일하게 거머쥘 수 있는 방법은 오직 하나다.

검찰이 ‘노무현 재임 중 인지’ 혐의를 입증할 증거를 확보하고 있었는지를 가리는 일이다. 수사 초기부터 노무현 전 대통령을 피의자로 간주해 ‘올인 수사’를 벌일 만큼 확실한 물증을 확보하고 있었는지를 가리는 일이다. 어차피 공소하는 쪽은 검찰, 따라서 입증 책임을 져야 하는 곳도 검찰이니까 이 경로를 따라가면 된다.

어렵지 않다. 굳이 보물찾기를 할 필요가 없다. 이미 마련돼 있다. 노무현 수사자료다. 검찰 수사의 결정체이자 노무현 항변의 집약체인 진술조서도 작성돼 있다. 검찰이 타이핑하고 노무현 전 대통령이 서명날인한 자료가 검찰 캐비닛에 보관돼 있다. 꺼내기만 하면 된다. 이 진술조서를 공개하기만 하면 검찰의 ‘피의자 노무현’ 수사 성과가 어느 정도였는지, ‘피의자 노무현’의 반박 수위가 어느 정도였는지를 대번에 알 수 있다.

검찰의 자발적 공개는 기대하지 말자. “수사 배경과 경과, 신병처리에 대해 정확한 정보가 제공되지 않아 사실관계를 오인해서 검찰을 비판하는 경우가 많다”고 불만을 토로하면서도, 그래서 전국의 검사장급 기관장들에게 설명자료를 보내는 방안을 검토하면서도, 일반인에게는 공개하지 않기로 했다.

이해할 소지는 있다. ‘공소권 없음’으로 종결한 사건이다. 그런 사건의 수사내용을 무턱대고 일반인에게 공개하는 행위는 월권이자 위법행위일지 모른다.

사정이 이렇다면 정치권이 나서야 한다. 국회가 검찰에 노무현 수사자료 제출을 요구해야 한다. 그리고 검증해야 한다. 필요하다면 국정조사를 통해서라도 수사자료에 담긴 검찰의 수사 성과 즉 ‘노무현 재임 중 인지’ 혐의를 입증할 물증을 얼마나 확보했었는지를 가려야 한다.

어려운 일이 아니다. 오래 끌 일도 아니다. 국회는 국회의 권능으로 요구하면 되고 검찰은 검찰의 의무에 따라 내놓으면 된다. 이렇게 정도를 따라가면 된다.

Posted by '토씨'

어림없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를 화해의 전기로 삼아야 한다는 일각의 주장은 실현될 수 없다.

간극이 너무 크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를 비통한 심정으로 애도하는 사람들은 검찰의 책임을 묻는다. 검찰의 무리한 수사와 교묘한 언론플레이가 노무현 전 대통령을 죽음으로 내몰았다고 비판한다. 하지만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를 덤덤하게 바라보는 사람들은 검찰을 옹호한다. 검찰의 수사는 비리 혐의에 대한 정당한 수사였다고 주장한다.

상황을 바라보는 시각이 이처럼 다른데 어떻게 화해할 수 있겠는가. 가능하지 않다. 이런 시각차를 묻어두고 손을 맞잡는 행위는 공모 행위다. 양자가 공모해서 진실을 은폐하는 행위다.

화해는 나중에나 모색할 일이다. 지금 긴요한 건 따질 걸 분명히 따지는 일이고 가릴 걸 분명히 가리는 일이다.

좋은 예가 있다. 시각차를 확인하고 진실을 가리는 데 더할 나위 없는 소재다. ‘동아일보’의 보도다.

‘동아일보’가 사설에서 주장했다. “도대체 누가 누구를 죽였단 말인가”라고 물었다. “비리 혐의로 수사를 받다 스스로 목숨을 끊은 전직 대통령의 죽음이 안타깝기는 하지만 그것을 ‘누구의 탓’으로 돌리자는 것인가”라고 반문했다.

그 신문의 육정수 논설위원이 주장했다. “대통령과 검찰에 응분의 책임을 강요할 만한 근거는 현재로선 없다”고 했다. 책임 추궁에 상응하는 인과관계가 없다고 했다.

그가 그랬다. “정권과 검찰, 특정 신문들이 거짓 혐의 사실을 흘리고 보도함으로써 죽음으로 몰았다는 주장”은 “억지”라고 했다. 오히려 “검찰은 노 전 대통령을 최대한 예우하면서 신중한 조사 태도를 보였다”고 했다. “검찰 소환 후 너무 오랫동안 법적 처리를 미루는 바람에 죽음을 재촉했다는 주장”은 ‘왜곡“이라고 했다. 오히려 ”박연차 씨의 진술과 객관적 자료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혐의사실을 부인해 증거 보강수사를 하던 중이었다는 검찰 설명도 귀담아 들어야 한다“고 했다.

이 걸 기준으로 삼자. ‘동아일보’의 이 같은 주장을 지렛대 삼아 진실 확인의 필요성을 확인하자.

반대 정황이 있다. ‘동아일보’가 “억지”라고 주장한 “거짓 혐의 사실을 흘리고 보도(한 행위)”가 꼭 “억지” 만은 아님을 시사하는 사례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부산상고 동창이 밝혔다. 노무현 전 대통령 부부는 박연차 회장으로부터 받았다는 1억원짜리 명품시계를 구경도 못 했다고 밝혔다. 박연차 회장이 이 시계를 건넨 상대방은 노건평 씨 측이라고 했다. 노건평 씨의 부인이 권양숙 씨에게 전화를 걸어 시계 수령 사실을 얘기하자 권양숙 씨가 “논두렁에 버리든지” 알아서 하라고 했다고 밝혔다.

또 있다. 검찰이 전 시애틀 총영사와 노건호 씨의 경호원을 조사했을 때 ‘동아일보’를 비롯한 언론이 의혹을 제기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박연차 회장으로부터 받은 100만 달러를 아들 노건호 씨에게 전달하기 위해 대통령 직위를 이용한 의혹, 동계올림픽 유치 활동 차 과테말라로 향하다가 기착한 시애틀에서 몰래 100만 달러를 전달했을 가능성을 집중 부각시켰다. 하지만 이 의혹은 권양숙 씨가 딸 노정연 씨에게 돈을 나눠 전달했다는 검찰발 소식이 나오면서 묻혀버렸다.

아주 상징적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을 ‘뇌물 수수범’을 넘어 ‘파렴치범’으로까지 몰아갔던 의혹이 흔들리고 있다는 점 때문만이 아니다. 이것이 약화시킨다. 검찰 수사의 핵심 문제, 즉 노무현 전 대통령이 금품이 오간 사실을 대통령 재임 중에 알고 있었는지를 살피는 창을 뿌옇게 가린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명품 시계를 받아 손목에 찼다면, 외국 방문길에 100만 달러를 몰래 숨겨간 사실이 확정됐다면 그 순간 논란은 종지부를 찍었을 것이다. ‘동아일보’의 주장대로 “전직 대통령의 죽음이 안타깝기는 하지만 그것을 ‘누구의 탓’으로 돌리지는” 못했을 것이다. 하지만 현실은 정반대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금품 수수 사실을 인지하지 못했음을 암시하는 정황이 하나 둘 나오고 있다.

그래서 제기하는 것이다.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조사했으면서도, 그것도 전국민이 지켜보는 가운데 공개적으로 불러 조사했으면서도 23일이 지나도록 사법적 판단을 미룬 검찰의 처사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는 것이고 책임 소재를 따지는 것이다. 객관보다 주관을 앞세웠을 가능성, 사실보다 의도를 우선시했을 가능성, 과정에 천착하지 않고 결과를 미리 도출했을 가능성을 제기하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단정하지는 않겠다. 검찰 수사가 형편없었다고, 그런 수사는 안 하느니만 못했다고 몰아가지는 않겠다. 정황에 기댄 섣부른 예단이 아니라 엄격한 사실 규명을 통한 확정만이 논란을 해소할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그렇게 해야만 훗날 또 발생할지 모를 전직 대통령에 대한 수사의 시금석이 마련될 것이라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지금이라도 바로 잡아야 한다.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와 동시에 ‘공소권 없음’ 결정을 내린 검찰의 조치를 되살펴야 한다. 사망한 피의자를 대상으로 한 수사는 지속할 수 없다는 사법논리가 문제라면 수사가 아니라 규명 차원에서라도 해법을 찾아야 한다. 추가 수사가 불가능하다면 그동안 축적한 수사자료만이라도 공개해야 한다. 다른 게 힘들다면 최소한 노무현 전 대통령 진술조서만이라도 공개해 대척관계에 있던 의혹과 항변의 줄기가 무엇인지 국민이 알도록 해야 한다. 이게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이후를 여는 '서막'이어야 한다. 

걱정할 필요없다. 수사자료 공개가 확정되지 않은 피의사실을 공개하는 것이라면, 그래서 고인에게 누를 끼치는 것이라면 걱정할 필요가 없다. 이미 피의사실은 과도할 만큼 공개되지 않았는가. 누를 끼치는 것으로 모자라 고인의 이미지는 누더기가 되지 않았는가.

검찰이 안 하면, 나아가 MB정부가 거부하면 국회가 나서야 한다. 국회의 권한으로 수사자료 제출을 요구하고, 제출받은 자료를 공개해야 한다.

이건 정치공세가 아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죽음을 정치적으로 이용하는 행위가 아니다. 오히려 정반대다. 국가원수의 도덕성을 확인하고 권력의 수준을 재기 위한 당연한 업무이자 역사적 과제다.


▲‘검찰책임론’을 비판한 ‘동아일보’ 5월 30일자 ‘사설’과 ‘칼럼’

Posted by '토씨'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가 그랬다. 노무현 전 대통령을 향해 “참 나쁜 대통령”이라고 욕한 바 있다.

이 말을 빌리자. 노무현 전 대통령은 “참 나쁜 대통령”이었다. 검찰발 언론 보도를 보면 그렇다. 이렇게 돼 있다.

2007년 6월 25일 노무현 전 대통령이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에게 전화를 걸어 6월 29일까지 100만 달러를 준비하라고 부탁한다. 기간은 딱 나흘. 시간에 쫓긴 박연차 회장이 직원 130명을 동원해 100만 달러를 환전해 정상문 전 청와대 총무비서관에게 전달한다. 이 돈은 6월 30일 노무현 전 대통령의 전세기에 실려 아들 노건호 씨에게 전달된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국제올림픽기구 총회 참석차 과테말라로 가는 도중에 기착한 미국 시애틀에서 아들에게 100만 달러를 유학비용으로 건넨 것이다.

거짓말이 된다. 검찰발 언론 보도가 사실이라면 100만 달러를 받아 “빚을 갚는 데 썼다”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고백’은 거짓말이 된다. 국민에게 사과를 하며 스스로 밝힌 내용마저 꾸며낸 것이 된다. 국민을 기만한 것이다.

법을 어긴 게 된다. 검찰발 언론 보도가 사실이라면 노무현 전 대통령은 외환관리법을 어긴 셈이 된다. 외환관리법상 여행 떠날 때는 1인당 1만 달러 이상을 반출하려면 세관당국에 신고하도록 돼 있고, 유학비용을 보낼 때는 외국환은행장의 승인을 받도록 돼 있는데 노무현 전 대통령이 시애틀로 100만 달러 가방을 들고 나가며 신고를 했다는 기록과 보도는 어디에도 없다. 대통령 직위를 이용해 탈법행위를 한 것이다.


믿을 수가 없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야누스 행태를 보였다는 것도 그렇고, 해외 은닉계좌로 돈을 빼돌리는 후진국 독재자의 행태를 답습했다는 것도 그렇다. 이런 행태가 실제 있었다면 노무현 전 대통령은 정치적 파산자란 공격에 앞서 도덕적 파탄자란 비난을 감수해야 한다.

아니라고 한다. 노무현 전 대통령 쪽은 펄쩍 뛴다. 김경수 비서관은 “노무현 전 대통령이 박연차 회장에게 전화를 건 적도, 노건호 씨에게 돈을 준 적도 없다”고 전면 부인한다. 문재인 전 비서실장 역시 “그 돈은 미국으로 나가지 않은 것으로 안다”고 부인한다.

진실 규명은 불가피하다.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사법처리 여부를 떠나서도 꼭 필요하다. 국민의 정신건강이 걸린 문제다.

관건은 증거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직접 전화를 걸었다면 전화통화 내역이 남아있을 것이고, 100만 달러 가방이 전달됐다면 누군가가 날랐을 것이다. 이 소통과 유통의 흔적을 검찰이 찾아내는지가 관건이다.

전자는 쉽지 않다. 통화기록이 남아있다 해도 송신자가 노무현 전 대통령이라고 확정하기는 힘들다. 청와대 유선전화를 썼다면 그렇다. 문제는 후자다. 박연차 회장이 100달러짜리 지폐를 100개씩 묶은 100다발을 가방에 넣어 전달했다고 하니까 묵직하고 큼직한 가방이 손을 탔을 게 분명하다. 누가 들어 옮겼을까? 노건호 씨가 직접 들어 날랐을까?

눈길을 끈다. 검찰이 당시 권모 시애틀 총영사와 이모 노건호 씨 경호원을 불러 조사한 사실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검찰은 개연성을 추적했을 것이다. 권모 당시 총영사는 몰라도 이모 경호원이 100만 달러 가방을 옮겼을 개연성을 점검했을 것이다.

하지만 아무 얘기도 나오지 않는다. 소환 조사 사실만 보도될 뿐 이모 경호원 등이 어떤 진술을 했는지는 전혀 흘러나오지 않고 있다.

현재로선 가정할 수밖에 없다. 두 가지 경우다. 이모 경호원 등이 검찰 앞에서 100만 달러 가방을 날랐다고 진술했으면 어떻게 될까? 법정에 증인으로 출석해 똑같은 진술을 하면 어떻게 될까? 정반대로 이모 경호원 등이 돈 가방은 구경도 못 했다고 진술했으면 어떻게 될까?

전자라면 노무현 전 대통령이 다치고 후자라면 검찰과 언론이 다치는 걸까? 맞지만 틀리다. 도덕적 차원에서 보면 이런 규정이 성립되지만 사법적 측면에서 보면 그렇지가 않다. 시애틀에서 100만 달러 가방이 전달됐어도, 이모 경호원 등이 직접 돈가방을 날랐거나 목격했어도 그것이 노무현 전 대통령을 ‘주범’으로 모는 증거가 될 수는 없다. 또 한 명의 인물, 권양숙 씨가 있기 때문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아니라 자신이 받았다고 했다. 받기는 받았는데 어디에 썼는지는 말 못한다고 했다. 권양숙 씨가 부산지검에 나가 이렇게 진술했다. 권양숙 씨가 이렇게 버티고 서 있으면 모든 게 치환된다. 설령 100만 달러 가방이 시애틀에서 전달됐다 해도 모든 게 설명된다. “빚 갚는 데 썼다”는 ‘고백’도, 대통령 전세기에 100만 달러 가방이 실린 것도 모두 권양숙 씨의 ‘작품’이 되고 노무현 전 대통령은 뒤로 빠진다.

어찌 된 일일까? 사정이 이런데도 검찰은 단호하다. 권양숙 씨는 참고인일 뿐이라고 하고, 추가 소환 조사 계획은 없다고 한다. 다른 걸 쥐고 있다는 뜻이다. 도대체 그게 뭘까?

▲사진=노무현 전 대통령 부부 ⓒ사람 사는 세상

Posted by '토씨'

참담했지만 그래도 한 가닥 위안거리는 건지는가 싶었다. 정상문 전 총무비서관이 덤터기를 쓸까봐 사과문을 올린다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모습을 보면서 그래도 ‘죽지 않은 양심’을 확인하는 줄 알았다.

근데 묘하다. 고개를 갸웃거리게 하는 요소가 눈에 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사과문에서 이렇게 밝혔다. “저의 집에서 부탁하고 그 돈을 받아서 사용한 것입니다. 미처 갚지 못한 빚이 남아 있었기 때문입니다”라고 했다.

하지만 문재인 전 청와대 비서실장의 말은 다르다. “받은 것” 이 아니라 “빌린 것”이라고 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사과문을 발표하기 전에 “미리 만나서 의논했(던)” 문재인 전 비서실장은 노무현 전 대통령이 “근래에 알았다”면서 이렇게 주장했다.

차원이 완전히 다르다. 문재인 전 비서실장의 말이 사실이라면 노무현 전 대통령은 ‘면책’ 여지를 확보하게 된다. 권양숙 씨에게 건네진 3억원(‘조선일보’는 10억원이라고 보도했다)이 “빌린 것”이라면, 더구나 노무현 전 대통령이 이 사실을 재임 중에 몰랐다면 크게 문제될 것이 없다. ‘부적절’ 소지는 남을지 몰라도 ‘불법’ 소지는 옅어진다. 

인정하고 싶다. 문재인 전 비서실장의 주장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고 싶다. 전직 대통령이 ‘검은 돈’을 받은 게 아니라는데, 전직 대통령이 ‘검은 돈’ 때문에 사법처리 되는 정치적 비극을 면할 수 있다는데 그 어떤 국민이 마다하겠는가.

헌데 문재인 전 비서실장의 또 다른 말이 덜미를 잡는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정치를 오래 했고 원외생활도 했기 때문에 여기저기 신세를 지다 보니 남은 빚이 있을 수도 있지 않겠느냐”고 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사과문에서 밝힌 “미처 갚지 못한 빚”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이치에 맞지 않고 상식에 부합하지 않는다. 문재인 전 비서실장의 주장에 따르면 권양숙 씨가 박연차 회장으로부터 돈을 받도록 원인을 제공한 사람은 다름 아닌 노무현 전 대통령이다. 그런데도 권양숙 씨가 노무현 전 대통령과는 한 마디 상의도 없이 개인적으로 돈을 받았을까?

여염집 부인이라면 모르겠다. 남편에 헌신적인 ‘내조의 여왕’이라면 모르겠다. 남편에 부담을 주기 싫어 혼자 짊어지고자 한 것으로 넓게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권양숙 씨는 그런 사람이 아니다. 영부인이었다. 자신의 일거수일투족이 대통령에게 직접 영향을 미치는 사람이었다. 더구나 그 상대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후원자로 ‘공인’된, 그래서 세상이 주목하는 사람이었다. 영부인이 남편이 대통령으로 재임하고 있던 때(2005-2006년)에 언제 탈이 날지 모르는 사람과 가장 민감한 ‘돈 거래’를 하면서 남편 몰래 했다는 것을 납득할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

그렇다고 치자. 이치에 안 맞고 상식에 부합하지 않지만 일단 그렇다고 치자. 그럼 이건 어떻게 된 일일까?

권양숙 씨가 2005-2006년에 박연차 회장으로부터 3억원(또는 10억원)을 빌렸다면 기록에 남았어야 한다. 하지만 노무현 전 대통령의 재산공개내역 어디에도 그와 관련된 기록이 남아있지 않다. 2006년 12월 말 기준으로 권양숙 씨에게 1억 6400만원의 채무가 있는 것으로 기재된 적이 있지만 이건 분양받은 아파트 중도금을 내기 위한 대출금이었다. 더구나 이 부채는 2008년 2월 14일 기준 재산공개내역에선 사라졌다. 갚았다는 뜻이다. 지금에 와서 박연차 회장으로부터 돈을 받았다고 스스로 시인하고 사과할 성질의 채무가 아니었던 것이다.

혹시 이런 걸까? 노무현 전 대통령이 2008년 3월 박연차 회장에서 써줬다는 15억원 차용증에 포함된 빚이었을까? 이렇게 이해해도 달라지는 건 없다. 아니 오히려 더 악성이 된다. 그럼 돈을 빌린 시점을 바꾼 것이 되고, 재임 중에 빌린 돈을 퇴임 후에 빌린 것처럼 ‘포장’한 것이 된다. 이건 ‘세탁’이다.

무너졌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어제 사과문을 올리는 순간, 더 멀리 보면 노건평 씨의 행적이 드러나는 순간 마지막 호평은 무너졌다. ‘그래도 도덕성은 인정해야 한다’는 외줄기 호평마저 무너져 내렸다.

이보다 더한 참담함을 감내할 국민은 없다. 차제에 밝혀야 한다. 어제 발표한 사과문이 또 다른 논란과 의혹을 낳는 걸 스스로 막아야 한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검찰의 조사에 응하여 진술할 것”이라고 했고, 문재인 전 비서실장은 “먼저 자세한 내용을 다 밝히고 나서면 마치 수사에 미리 선을 그으려고 하는 것처럼 비칠 것 같아 바람직하지 않다”고 설명했지만 납득할 수 없다. 사법에 대한 태도와 국민에 대한 태도를 가르는 것을 납득할 수가 없다. 그래서 더욱 참담하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그러지 않았는가. 연단에 올라 “청탁하면 패가망신 시키겠다”고 다짐하지 않았던가. 그 때의 호언이 진심어린 것이었다면 다시 연단에 서야 하다. 그 때 그 연단에 서서 고개 숙여야 한다. 검찰 조사실을 응시할 때가 아닌 것이다.

▲사진=노무현 전 대통령 ⓒ‘사람사는 세상’

Posted by '토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