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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보니 노회하다. 어차피 안 될 세종시 수정안에 일로매진하고 어이없는 말실수를 거듭하기에 투박하다고 생각했는데 그렇지만도 않다. 

정운찬 총리가 입장을 밝힌단다. 먼저 청와대 참모진을 쇄신하고 이어서 국정을 쇄신하라고 이명박 대통령에게 요구한단다. 어제 주례보고 후 독대를 해서 이렇게 요구하려다가 자리가 마련되지 않아 무산됐는데 다시 대통령과 독대해서라도, 그게 안 되면 ‘페이퍼’로라도 입장을 밝힌단다.

아주 이례적이다. 장관 제청권도 제대로 행사하지 못하는 총리가 대통령의 고유 인사권에 간여한다는 점에서 그렇다. 대통령을 보좌하는 총리가 대통령의 국정기조를 문제 삼는다는 점에서 그렇다.

여전히 투박해 보인다. 이기기 힘든 대상을 향해 ‘하극상’을 연출한다는 점에서, 어차피 승부가 정해진 게임에 판돈을 건다는 점에서 참으로 투박해 보인다. 허나 그렇지만도 않다. 정 총리는 져도 지는 게 아니고 잃어도 잃는 게 아니다.

주목할 게 있다. 정 총리가 ‘도발’을 감행하려 하기 직전에 나온 보도다. 이명박 대통령이 참모들에게 “세종시 수정안이 옳다는 신념에는 변함이 없지만 지역 주민들과 정치권이 수용하지 않으면 무리할 수는 없다”는 취지로 말했다는 보도다. 꼭 이 보도에 기댈 필요도 없다. 지방선거 패배 후 한나라당이 이미 발을 빼고 있다. 세종시 수정이 사실상 물 건너 간 것으로 간주하고 있다.

상황이 이렇게 정리되면 정 총리의 거취도 함께 정리된다. 누가 등 떠밀기 전에 먼저 짐을 싸야 한다. 그래야 추레해지지 않고 일말의 명예라도 건진다.

정 총리는 바로 이 지점에서 반전을 꾀한다. 물러나는 곳을 늪이 아니라 도약대로 삼으려 한다. 이보 전진을 위해 일보 후퇴를 꾀한다.

대통령과 ‘맞장’ 뜨면 상징효과가 극대화 된다. 국민의 반MB정서에 부응하고 한나라당 내의 쇄신 요구에 호응하는 모양새를 연출하면서 소신을 지키고 소통을 꾀하는 자신의 이미지를 연출할 수 있다.

이미 모델도 있다. 이회창 자유선진당 대표가 김영삼 정부 총리로 재직할 때 대통령과 ‘맞장’을 뜨다가 자리에서 밀려났지만 국민에게 ‘대쪽’ 훈장을 받아 정치적 자산으로 삼았던 전례가 있다. 정 총리가 ‘이회창의 길’을 성공적으로 밟을 수만 있다면 전화위복, 새옹지마의 사례를 일굴 수 있다. 이회창은 ‘실수’를 관리하면서 ‘맞장’을 뜬 반면에 정 총리는 ‘실수’를 연발하다가 ‘맞장’을 뜨는 차이가 있지만, 그래서 ‘이회창의 길’을 온전히 밟을 수 없다는 평가가 나올 법 하지만 그래도 낫다. 이렇게라도 하는 게 무력하게 퇴장하는 것보다 백 배 낫다.

이것만이 아니다. 의외의 ‘횡재수’를 챙길지도 모른다.

가능성은 희박하지만 혹시, 행여라도 한나라당 내의 쇄신 요구가 먹혀들면, 그 결과 국정기조가 일정하게 수정되면 정 총리는 손 안 대고 코를 푼다. 자신이 대통령과 ‘맞장’을 떠가며 요구했던 바와 일치하는 것이기에 ‘내 덕’을 은근히 강조할 수 있고, 그렇게 하지 않더라도 보호막을 챙긴다. 대통령이 자신의 ‘고언’을 결과적으로 수용하게 되면 총리직에서 자를 명분이 사라지기 때문이다. 

이렇게 되면 정 총리는 자리를 보전함과 동시에 ‘브랜드’를 교체할 수 있다. 세종시에 한정된 자신의 정치적 브랜드를 개혁 전반으로 확장하면서 이미지 전환을 꾀할 수 있다. 말 그대로 횡재를 하는 것이다.

정운찬 총리를 향해 노회하다고 평하는 이유가 이렇다. 정치에 닳고 닳은 노정객처럼 밑져야 본전, 잘 하면 대박인 꽃놀이패를 쥐고 흔드니 이렇게 평하는 것이다. 

▲사진=정운찬 총리 ⓒ프레시안

Posted by '토씨'

청와대의 진단은 명료하다. 문제의 근원을 이미지에서 찾는다. “(이명박 대통령이) 좌파들의 집요한 이념공세로 인해 마치 극우주의자인 것처럼 이미지가 왜곡돼 있다”고 보고, “이명박 대통령은 애초 비주류, 중도실용주의자였으나 대통령이 된 뒤 정당·이념 대립구도 속에서 오른쪽으로 비치게 됐다”고 간주한다.

그래서 ‘근원적 처방’을 이미지 개선에 맞춘다. ‘MB다움의 회복’ ‘중도 이미지 회복’을 위해 종교계·언론계와 같은 여론주도층과의 접촉면을 넓히고, 각종 소외현장을 찾아 국민과의 직접 접촉을 늘린다고 한다.

사족 같지만 오해의 소지를 한 점이라도 남기지 않기 위해 최대한 풀자. 그럼 이런 얘기가 된다.

청와대의 진단에 따르면 이명박 대통령은 잘못 한 게 없다. 이명박 대통령은 줄곧 비주류·중도실용의 길을 걸어왔을 뿐이다. 그런데도 문제가 발생한 건 세상이 알아주지 않았기 때문이다. 현 정권 인사들이 흔히 하는 말로 국민이 ‘오해’ 했기 때문이다.

청와대의 진단에 따르면 정책기조는 잘못 된 게 없다. 이명박 정부는 줄곧 중도실용노선에 입각해 서민을 보듬는 정책을 펴왔을 뿐이다. 그런데도 문제가 발생한 건 세상에 제대로 알려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명박 정부의 중도실용정책이 좌파들의 이념공세에 의해 각색됐기 때문이다.

복습까지 마치고 나니까 눈이 좀 트인다.

청와대는 단정한다. 소통에 문제가 있었던 게 아니라 소통길에 문제가 있었다고 믿는다. 그 길이 포장도로가 아니라 자갈길이어서 소통이 덜컹거렸다고 확신한다.

그래서인가 보다. 미디어법을 밀어붙이려는 이유가 소통길을 열기 위해서인가 보다. ‘악의적 선동세력’에 점령된 방송을 구해낸 다음에 소통의 간선도로를 구축하려는가 보다.

그래서인가 보다. 서울시가 나서서 서울광장의 사용규정을 강화하고, 8월 1일에 개장하는 광화문광장의 사용여지를 틀어막는 이유가 소통길을 열기 위해서인가 보다. 길거리 선동을 일삼는 좌파세력을 밀어낸 다음에 소통의 광장을 열려는가 보다.

그래서인가 보다. 엄연히 국회가 있는데도 사회통합위원회라는 것을 만들려는 이유가 소통길을 열기 위해서인가 보다. 정쟁만 일삼는 정당에 점령돼 상습 병목 현상을 보이는 국회 대신 별도의 소통 직행노선을 닦으려는가 보다.

말하지 말자. ‘악의적 선동방송’보다 ‘우호적 홍보언론’이 더 많고 더 세지 않았냐고 되묻지 말자. 좌파 세력의 길거리 선동보다 우파 세력의 길거리 구호가 더 우렁차지 않았냐고 셈하지 말자. 국회의사당이 병목구간이 된 건 청와대와 한나라당의 과속 때문이 아니었느냐고 따지지 말자.

국정쇄신 하랬더니 홍보쇄신에 나서는 청와대다. 소통 하랬더니 소탕을 꾀하는 청와대다. 더 무슨 말을 하고, 더 무슨 말을 듣겠는가. 청와대를 향한 소통(길)이 꽉 막혀 있는데….

 ▲사진 출처=청와대 홈페이지

Posted by '토씨'

‘꿈보다 해몽’이라고 했던가? 이 말 그대로다.

이명박 대통령이 한 마디를 하니까 열 마디를 쏟아낸다. 이명박 대통령이 “근원적 처방”을 언급하니까 정치권과 언론이 해석 반 제언 반으로 갖가지 처방전을 쏟아낸다. 인적 쇄신(청와대와 내각 개편)을 점치고, 정치시스템 개편(개헌과 선거구제·행정구역 개편)을 예상하고, 심지어 정계 개편(자유선진당과의 정책 연대나 통합)까지 전망한다.

부질없다. 현실성과 효과가 없어서 부질없고, 본질에서 비껴나서 부질없다. 정치권과 언론이 쏟아내는 처방전은 빛 좋은 개살구에 지나지 않는다.

돌아볼 필요가 있다. 이명박 대통령이 “근원적 처방”을 언급한 바탕엔 국정쇄신 요구가 깔려있다는 사실을 돌아볼 필요가 있다. 국민 요구를 아랑곳하지 않는 국정기조, 국민과의 소통을 거부하는 독선적 국정운영을 바꾸라는 요구에 대한 대답으로 “근원적 처방”을 내놨다는 점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그러면 알 수 있다. 정치권과 언론이 쏟아낸 처방전이 왜 개살구인지를 단번에 알 수 있다.

개헌과 선거구제·행정구역 개편은 현재의 정치시스템이 아니라 미래의 정치시스템과 관계된 문제다. 그래서 해당사항이 없다. 이명박 정부의 국정과는 궤가 다른 문제다.

자유선진당과의 연대 또는 통합은 국정쇄신 요구를 거스르는, 퇴행적 모색이다. ‘독선’에 모터를 달아주자는 논리다.

그나마 주의 깊게 살필 수 있는 게 인적 쇄신인데 이 건 감질 난다. 국정의 중심, 즉 이명박 대통령이 변하지 않는 한 청와대 비서진을 대폭 물갈이해도, 내각을 조각 수준으로 갈아도 아무 소용이 없다. 장관이나 수석은 이명박 대통령의 구령에 맞춰 도열하는 존재들이다.

분명하다. 이명박 대통령이 사고와 태도를 바꾸지 않는 한 어떠한 방편도 효험을 낼 수 없다. 이명박 대통령의 '변신' 만이 "근원적 처방"이다.


하지만 이명박 대통령은 말하지도, 변하지도 않는다. “내 탓이오”라는 말은 입 밖에도 꺼내지 않은 채 “네 탓이오”만 연발한다. “이념과 지역으로 갈라져 (있는)” 민심을 탓하고, “권력형 비리와 부정부패(를 일삼는)” 정치권을 질책하며, “상대가 하면 무조건 반대하고 보는 정쟁의” 정치문화를 개탄한다.

이것만이 아니다. 오히려 “내 덕이오”라는 말을 추가한다. 일자리 나누기와 희망근로로 일자리를 늘렸고, 중소기업에 대한 보증확대와 대출만기 연장으로 자금난을 크게 해소시켰으며, 영세업자와 무점포 소상공인에 대한 지원도 크게 늘렸다고 자화자찬한다. 그렇게 “서민을 보호하고 중산층을 키우는 것이야말로 진정으로 국민통합을 이루는 길임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다”고 말한다.

놓칠 수 없는 대목이다. 이명박 대통령은 국민통합을 위해 한 발짝 한 발짝 나아가고 있다고 믿는다는 점을, 과정이야 어떻든 경제를 살리면 국정에 대한 평가가 달라질 것이라고 확신한다는 점을, (경제살리기) 고지가 바로 저긴데 여기서 멈출 수는 없다고 굳게 다짐한다는 점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이명박 대통령은 사고와 태도를 바꿀 생각이 없다.

그런데도 평가하지 않는다. 정치권과 언론 모두 맥락은 제쳐놓은 채 파편 같은 말 한 마디에 매달린다. 국정 기조와 동의이음어인 이명박 대통령의 사고 기조에 대해 평가하지 않고, 나아가 스스로 내놓은 처방전의 정합성조차 검증하지 않는다.

그러면서 풀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을 향한 국민의 원망과 비판의 눈초리를 조금씩 풀면서 그 틈새로 기대와 흥미의 눈초리가 싹트도록 유도하고 있다. 별점을 매길 생각은 않고 ‘개봉박두’만 외치고 있다.

그 덕분에 이명박 대통령은 웃는다. 아무 것도 말하지 않았는데도 모든 것을 말한 것처럼 포장된 덕에 호흡을 가다듬는다. 국정쇄신 요구를 적절히 컨트롤하면서….

▲사진=라디오 연설을 하는 이명박 대통령 ⓒ청와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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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4일째다. 4일째 DJ를 질근질근 씹는다. 한나라당이 ‘돈키호테’ ‘아프리카 후진국 반군 지도자’ ‘심신 허약’ 등의 격한 언사를 총동원해 DJ를 공격한다.

왜일까? 왜 한나라당은 DJ에게 맹공을 퍼붓는 걸까? 감정 때문일까? ‘독재’를 언급한 DJ의 언사가 불쾌해 격한 흥분상태를 보이는 걸까? 그렇게 보긴 힘들다. 일반인도 며칠 내리 흥분상태를 유지하지는 않는다. 하물며 산전수전 다 겪은 정치인들이 4일째 만사 제쳐두고 격한 감정을 토해내는 장면은 흔한 광경이 아니다.

전략으로 보는 게 맞다. 특정한 정치적 목적을 갖고 DJ를 활용하는 것으로 보는 게 타당하다. 바로 ‘성동격서’다. 내부 단속을 위해 외부를 치는 것이다.

한나라당이 맹공을 퍼붓는 주된 대상이 ‘독재’임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 겹친다. DJ의 ‘독재’와 MB의 ‘독선’이 절묘하게 겹친다. DJ가 비판했던 ‘독재’와 쇄신파가 비판했던 ‘독선’이 나란히 늘어선다. 바로 이것이다. 한나라당이 DJ를 필요 이상으로 공격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DJ를 공격하면 쇄신이 죽는다. ‘독재’ 발언을 성토하면 ‘독선’ 지적이 기를 못 편다. DJ에 맞서 MB를 엄호하면 할수록 MB의 존재기반은 강화된다. 좋든 싫든 적전분열은 피하고 봐야 하기 때문에 쇄신 목소리는 잦아든다. 울고 싶던 MB와 한나라당 지도부 입장에선 DJ가 뺨을 때려준 셈이 되는 것이다.

혹여 부수입을 올릴지도 모른다. DJ가 정치공세를 편 것으로 각색하면 계기를 마련할지 모른다. DJ 발언을 조문정국을 이용하기 위해 내놓은 정치 책략으로 묘사하면 호소할지 모른다. 한나라당에서 일시적으로 빠져나간 ’전통적 지지층‘에게 '반DJ 정서’를 유포해 이들의 유턴을 유도할지 모른다. 이렇게 해서 지지율이 조금이라도 올라가면 한나라당 내 쇄신 요구에 쐐기를 박을지 모른다.

이렇게 보니 새롭게 읽힌다. 한나라당 초선의원 48명이 오늘 발표한 성명이 색다르게 다가온다. 지금까지의 쇄신 흐름과는 상반된 성명 내용이 한 눈에 들어온다. 이들이 그랬다. “MB정부의 국정기조에는 큰 문제가 없다”고….

하지만 제한적이다. DJ 발언이 MB와 한나라당에 반전의 계기를 선사했더라도 그건 제한적이다. 집안싸움을 정리하는 데 국한된 반짝 효과에 불과하다.

길고 넓게 보면 잃는 게 더 많을지 모른다. 한나라당이 DJ의 ‘독재’를 읊을수록 국민 가슴에 MB의 ‘독선’ 이미지를 각인시킬지 모른다. 한나라당이 DJ의 ‘독재’를 매개 삼아 쇄신 요구를 무릎 꿇리면 MB의 ‘독선’에 대한 국민 반발을 더 키울지 모른다. 그렇게 교호작용을 하면서 일각에서 모색하는 반MB 민주연대에 가속도를 붙일지 모른다.

이렇게 음과 양이 교차할지 모른다.

▲사진=한나라당 최고위원회의 장면 ⓒ한나라당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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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기대된다. 6월 국회에서 어떤 모습이 펼쳐질지, 쇄신을 목 놓아 외치는 한나라당 의원들이 어떤 태도를 보일지 벌써부터 흥미롭다.

국정쇄신은 유행어가 됐다. 한나라당 안에서 쇄신 논의가 물꼬를 트면서 국정쇄신이란 단어는 감초가 돼 버렸다.

국정쇄신이란 체언에 붙이는 용언은 찬란하다. 어제 열린 의원 연찬회에서 쏟아진 말들만 봐도 그렇다. “가진 자, 부자만을 위한 정책처럼 비춰진 측면은 분명 바로 잡아야 한다”는 주장, “기업을 위해 20조원이 넘는 감세를 하고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완화 등을 추진하면서 어떻게 부자정권이 아니라고 하겠느냐”라는 주장, “무엇보다 서민들을 위한 정책을 펴야한다”는 주장이 속출했다.

이 뿐만이 아니다. “청와대의 일방통행식 모습이 이반된 민심의 핵심”이라는 주장, “국민의 관심사는 이명박 대통령이 독선적인 국정운영에 대한 잘못을 인정하라는 것”이라는 주장도 도열했다.

그래서 하는 말이다. 쇄신을 주장하는 한나라당 의원들의 결기가 이 정도인데 어떻게 ‘악법’ 논란을 빚는 MB입법에 거수기로 동원될 수 있겠는가. 어떻게 일방통행식 의정의 방임자로 짓눌릴 수 있겠는가. 있어서도 안 되고 있을 수도 없는 일이다.

멍석은 이미 깔렸다. 한나라당 쇄신특위가 ‘강제적 당론’을 원칙적으로 금지하는 쇄신안을 마련한 바 있다. 이 쇄신안을 따르면 된다. ‘강제적 당론’이 이명박 대통령의 독선적 국정운영의 받침대였음을 통찰하고 ‘강제적 당론 금지’ 멍석 위에서 쇄신의 몸짓을 맘껏 펼치면 된다.

멀지 않았다. 한나라당 의원들의 쇄신 의지가 소신 투표로 이어져 이명박 대통령의 독선적 국정운영에 제동을 걸 날이 멀지 않았다. 6월 국회가 열리는 날이 바로 그 날이다.

한나라당 원내지도부가 필(必) 처리법안을 선정했다. 민심과의 소통에 지대한 영향을 미칠 미디어법, ‘가진 자, 부자만을 위한 정책’의 바로미터가 될 금산분리완화법, ‘서민들을 위한 정책’의 시금석이 될 비정규직법 등을 필 처리법안에 포함시켰다. 필 처리법안이란 이름으로 ‘강제적 당론’을 관철시킬 태세를 갖췄다.

반대할 것이다. 국정쇄신을 외치는 기개로 반대할 것이 분명하다. 미디어법은 국민과의 소통을 가로막아 독선적 국정운영을 더욱 심화시킨다고 반대할 것이 분명하고, 금산분리법은 ‘가진 자, 부자만을 위한 정책’에서 한 발 더 나아가 ‘극소수 재벌만을 위한 정책’이라고 반대할 것이 분명하며, 비정규직법은 ‘서민들을 더욱 못 살게 구는 정책’이라고 반대할 것이 분명하다.

행여 원내지도부가 법안 처리에 협조를 당부하면 그건 ‘강제적 당론’이라고 손사래 치고 걸어다니는 헌법기관의 자율성을 짓밟는 독선적 의정운영이라고 도리질 할 것이 분명하다.

역시 보기 나름이다. 만발한 기대감으로 바라보니 새롭게 보인다. 국정쇄신을 요구하는 한나라당 의원들의 기개를 보다보니 국정쇄신의 지름길이 포착된다. 굳이 요구할 필요가 없다. 어차피 국정은 의정이 담보돼야 이뤄지는 일, 국정을 쇄신하고 싶으면 의정을 쇄신하면 된다. 이명박 대통령의 국정운영이 독선적이라면 의정운영을 민주적으로 하면 된다. 의정에서부터 소통을 구현하면서 민심과 교류하는 모습을 보이면 된다.

정말 기대된다. 백문이불여일견이라고 하지 않았던가. 6월 국회가 개봉되면 알게 된다. 한나라당 쇄신 주장의 작품성이 어느 정도 되는지.


▲사진=국정쇄신 주장이 빗발친 한나라당 의원 연찬회 ⓒ한나라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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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의 심경이 어떨까? 정운천 농림수산식품부 장관 해임건의안이 부결된 데 대해 내심 반기고 있을까?

반기지 않을 까닭이 없다. 이명박 대통령이 그랬다. 해임건의안 표결이 실시되기 하루 전에 대국민 담화를 발표해 “국정 초기의 부족한 점은 모두 저의 탓”이라고 했다. 당장은 인적 쇄신을 하지 않겠다고 완곡하게 표현한 것이다. 이런 이명박 대통령이 해임건의안 부결을 마다할 리 없다.

게다가 야3당이 자중지란에 책임 떠넘기기 모습까지 보이고 있지 않은가. 부산물까지 얻은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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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데 상황이 낙관적인 것만은 아니다. 세상에 공짜는 없다는 만고의 진리는 예외를 허용하지 않는다.

가장 큰 대가는 정치적 부담이다. 역설 같지만 사정이 그렇다.

정운천 장관을 내칠 수가 없게 됐다. 취임 100일을 기념해 국정쇄신책을 꺼내들고, 거기에 인적 쇄신을 담는다 해도 정운천 장관을 포함시키기가 어렵게 됐다. 해임건의안을 뚫고 살아 돌아온 장관을 인사권자가 내치는 건 모양새가 영 이상하다. 남의 집에 가서 뺨 맞고 돌아온 자식을 아버지가 몽둥이찜질하는 것과 비슷하다.

이게 족쇄다. 해임건의안이 부결됐다면 그걸 기화 삼아 정운천 장관을 경질하고, 국정쇄신책을 시행하고, 더불어 민심을 수용하는 모습을 연출할 수 있었겠지만 이제 그럴 여지는 줄어들었다. 정운천 장관을 희생양 삼아, 정치적 타협책 삼아 쇠고기 정국을 풀 수 있는 길이 막혀버렸다.

우회로가 없는 건 아니다. 정운천 장관이 자진 사퇴하는 모양새를 연출하는 것이다. 자신으로 인해 해임건의안이 발의됨으로써 대통령에게 누를 끼쳤다며 스스로 물러나겠다고 선언하는 것이다. 충분히 강구될 수 있고, 충분히 실현될 수 있는 가상상황이지만 호응하지 않는다. 이런 모양새와 쇄신은 호응하지 않는다. 쇄신은 결단하는 것이지 연출하는 게 아니다.

부산물도 마냥 반갑지만은 않다. 그 부산물이 전혀 엉뚱한 결과를 낳을 수 있다. 장외투쟁이다.

해임건의안 부결은 ‘면피’ 욕구를 강화한다. 야3당 사이의 불신은 ‘자립’ 욕구를 키운다. ‘면피’를 위해 ‘자립’하려는 욕구가 팽창한다. 근데 할 게 없다. 17대 국회가 끝나는 순간 왜소해지기에 원내에서 ‘자립’하고 그것을 통해 ‘면피’할 여력이 줄어든다.

장외투쟁이 나설 수 있다. 어차피 왜소한 야당, 끌려가는 야당이 될 처지인데 여기에 해임건의안 부결로 ‘헛발질’하는 야당의 멍에까지 짊어지게 됐으니 어떻게든 ‘면피’를 해야 하고 그러려면 선명성을 더욱 강화해야 한다. 해임건의안 부결 직후 민주당 내에서 장외투쟁 검토 주장이 고개를 드는 연유가 여기에 있다.

▲사진=국회가 어제 본회의를 열어 정운천 장관 해임건의안을 표결하고 있다. ⓒ오마이뉴스

Posted by '토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