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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혀 놀랍지 않다. 정몽준 한나라당 의원이 어제 열린 국정감사에서 김성환 외교통상부 장관에게 반말로 질의했다고 해서 비난 일색이지만 사실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정몽준 의원은 2006년 국정감사 때도 국회 상임위 수석전문위원에게 “내가 지금 너한테 물어봤냐”고 반말을 한 일이 있고, 2008년 총선 때는 뉴타운 관련 질문을 하는 여기자의 뺨을 두 차례 툭툭 친 일도 있다. 한 번 들인 버릇이 어디 가겠는가.

놀라운 건 따로 있다. 정몽준 의원이 반말까지 하며 열을 낸 사연이다. 그 사연이 참으로 원칙적인 것 같고 자주적인 것 같다.

정몽준 의원이 문제 삼은 건 핵안보정상회의 개최 시점. 세계 50여개국의 정상이 참여하는 핵안보정상회의가 내년 총선 두 주 전인 3월 26~27일에 열리는 걸 문제 삼으며 “어떻게 선거기간 중에 (핵안보정상회의를) 하겠다는 건가”라고 지적한 것이다. 얼핏 들으면 핵안보정상회의를 총선 이벤트로 활용하려는 정부의 검은 의도를 질타한 것 같다. 이명박 대통령이 일찌감치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을 핵안보정상회의에 초청할 수도 있다는 뜻을 밝힌 것을 두고 “김 위원장이 온다면 총선을 앞두고 남북정상회담을 개최하려 한다는 오해를 살 수 있고, 반대로 안 오면 신뢰도에 손상이 가는 것”이라고도 말했으니 더더욱 그렇다.

이뿐인가. 정몽준 의원은 “오바마 미국 대통령 일정을 고려해 3월말로 개최시기를 정했다는데 우리가 개최하는 행사도 일정을 못 정해 법정선거운동 시기에 하면 우리 스스로가 존엄성을 훼손하는 것”이라고도 했다. 이 또한 설핏 들으면 국격을 강조한 발언인 것 같다.

놀랍지 않은가. 집권여당의 대표까지 지낸 인물이 자당의 정치적 득실에는 아랑곳하지 않고 엄정한 선거중립 원칙을 천명한 것처럼 들리니 얼마나 신선한가. 또한 놀랍지 않은가. 과거에는 집권세력이 북풍이니 안풍이니 하는 요상한 바람을 지펴 선거지형을 유리하게 짜려고 시도하곤 했는데 이번엔 정반대 행보를 보이는 것 같으니 얼마나 의외인가.

한데 그렇지가 않다. 다른 얘기가 들린다. 한나라당 의원들이 이전부터 이런 말을 해왔단다. “선거운동기간 중에 대규모 국제회의로 교통통제가 실시되고 시민들이 불편하게 여기게 될 경우 선거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불평을 해왔단다('조선일보' 보도).

이 말을 전해 들으니 새삼스레 떠오른다. G20정상회의 때 문제가 됐던 이른바 ‘쥐포스터’ 사건. 이 사건 때문에 표현의 자유 위축 문제가 도마에 오른 적이 있다. 함께 재연되는 영상도 있다. 전국의 경찰을 대거 동원해 G20정상회의장 주변을 요새처럼 만들고 시민들의 통행을 차단했던 그 때의 장면들이다. 

한나라당 의원들의 불안과 불평이 현실화 되면 타격을 입을지 모른다. 가뜩이나 좋지 않은 민심에 불을 붙여 총선을 코앞에 둔 한나라당 의원들을 궁지에 몰 수도 있다.

이렇게 이해하고 정몽준 의원의 반말 질의를 다시 새기니 비로소 해석이 된다. 외교문제를 국내 정치와 연계시키지 않는다는 김성환 장관의 발언에 정몽준 의원이 “그건 또 무슨 궤변이야”라고 반말하고, “외교부가 국내 정치와 관계없다는 게 자랑이 아니야”라고 역정 낸 이유가 비로소 이해된다. 정몽준 의원이 진짜 하고 싶었던 말은 ‘도와주지는 못할망정 왜 초를 치느냐’는 것이었던 것 같다.

▲사진=정몽준 한나라당 의원 ⓒ프레시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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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화위복이란다. 김태호 총리 후보자와 유명환 외교통상부 장관의 낙마가 화를 복으로 뒤바꾸는 계기가 될 거란다. 이명박 대통령이 그랬다. “화가 복이 되는 기회로 만들어야 한다”고. 청와대 관계자가 그랬다. “오히려 ‘공정한 사회’의 동력을 마련하게 됐다”고.

그래서 나아간단다. 계기를 결과로 굳힐 거란다. 이명박 대통령이 그랬다. “공정사회 기준을 철저히 지켜야 한다”며 “아마도 기득권자에게 매우 불편스럽고 고통스러운 일” “어쩌면 정부ㆍ여당이 먼저 많은 고통과 피해를 볼 수 있(는 일)” 일지 모른다고.

어떨까? 이명박 대통령의 언급이 사정 드라이브를 뜻한다는 일반적 관측이 맞다면 어떻게 될까? ‘공정한 사회’를 강제하기 위해 사정 드라이브를 걸면 정말 청와대에 복이 될까?

맞다. 복이 된다. 사정을 원칙대로 진행한다면, 오로지 사정만 진행한다면 복이 될 것이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

사정을 원칙대로 진행하려면 이명박 대통령의 말처럼 ‘자기편’부터 쳐야 한다. 정부ㆍ여당은 물론 이명박 정부의 주된 지지기반인 기득권자 또한 먼저, 호되게 쳐야 한다. 헌데 난감하다. 그럴수록 사정 추진력이 빠진다. 원칙적인 사정이 핵심 지지기반의 이완과 이탈을 불러 정권의 기반을 약화시킨다. 그 뿐인가. 대통령 친형의 ‘사찰 몸통’ 논란이 불거졌고, 대통령 친구의 대우조선해양 사장 연임로비 연루 의혹이 불거졌다. 이를 피하면 원칙이 무너지고 이를 돌파하면 정권 기반이 흔들린다.

물론 방법은 있다. ‘집토끼’의 이완과 이탈을 감수하는 대신 ‘산토끼’의 폭넓은 지지를 끌어내 정권 기반을 다시 다지면 된다. 높은 도덕성을 앞세우고 사정의 엄중함을 내세워 국민 지지를 끌어내면 된다. 하지만 다수 국민이 진심으로 지지를 보내기에는 보고 겪은 게 너무 많다. “공정사회 기준을 철저히 지키(지 않는)” 모습을 너무 자주 목격했다.

이렇게 보면 청와대의 전화위복론은 과장된 것이다. 청와대를 향한 민심을 과대평가한 데서 비롯된 일방적 희망이다.


사정만 진행되지도 않는다. 검찰과 경찰이 본격적으로 사정 드라이브를 걸 즈음에 또 한 번의 인사청문회가 열린다. 총리는 물론 외교ㆍ문화ㆍ지경부 장관 후보자(문화ㆍ지경부 장관을 새로 지명할지 미지수이지만) 인사청문회가 열린다. 자리가 총리직이다 보니, G20 정상회의가 코앞이다 보니 미룰 수가 없다. 어차피 10월 초가 되면 인사청문회를 거쳐야 된다.

국정감사도 있다. 정부의 공정한 정책과 공정한 인사를 검증하게 될 국정감사 역시 10월 초부터 열리게 돼 있다. 정부의 각종 정책과 인사가 ‘공정’의 잣대 위에 올려지게 돼 있다.

여기서 다시 삐끗하면 공염불이 된다. ‘공정한 사회’ 구호도, 사정 드라이브도 빛이 바랜다. “공정한 사회의 기준”도 ‘원칙적인 사정’도 이율배반 현상 앞에서 힘을 잃는다.

이렇게 보면 청와대의 전화위복론은 무모한 것이다. 앞에 놓여 있는 정치일정을 고려치 않은 모험수다.

어쩌면 정두언 한나라당 최고위원의 전망이 맞을지 모른다. 청와대의 “공정한 사회” 구호가 “현 정부의 굴레로 작용하는 측면이 있다”는 그의 진단을 두고 하는 말만이 아니다. “시의적으로 적절하다”는 그의 또 다른 평가를 두고 하는 말이다.

“공정한 사회” 구호를 앞세운 청와대의 전화위복론은 “시의적으로 적절하다”. 국정감사와 인사청문회가 열리기 전까지만 적절하다. 사정이 지지기반의 동요를 가져오기 전까지만 적절하다. 정리해서 말하면 시한부로 적절하다. 잇따른 낙마사태로 궁지에 몰린 처지를 벗어나기 위한 원포인트 이벤트로만 적절하다.

▲사진=어제 청와대에서 열린 장ㆍ차관 워크숍. 이명박 대통령은 워크숍 모두발언에서 ‘공정한 사회’를 21번 언급했다. ⓒ청와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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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은 잘리지 않는다. 국정감사 과정에서 여야 가리지 않고 그의 인책론을 펴고 있지만 이런 요구가 지금 당장 관철될 가능성은 없다.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다. 미국에서 시작해 유럽으로 확산되고 있는 금융위기가 언제 어떻게 한국에 영향을 줄지 내다보기 어렵다. 범위를 예상할 수 없다. 금융에서 시작한 위기가 실물경제에 어느 정도로 영향을 끼칠지 가늠하기 어렵다.

이게 이유다. 이명박 대통령이 강만수 장관을 즉각 자를 수 없는 이유가 바로 이것이다.

비상대책을 써야 한다. 경우에 따라 물불 안 가리고 가용 수단을 모두 동원해야 한다. 그러려면 여야의 동의나 여론의 호응 여부에 아랑곳하지 않고 무조건 위기를 진화하는 데 진력할 ‘악역’이 필요하다.

비상수단을 준비해야 한다. 경우에 따라 외환위기의 책임을, 경제실정의 책임을 누군가에게 물어야 한다. 그러려면 이명박 대통령을 대신해 정치공세와 여론질타를 온몸으로 받아낼 ‘제물’이 필요하다.

그게 바로 강만수 장관이다.


명분은 있다. ‘전쟁 중에는 장수를 바꾸지 않는다’는 고사를 들면 그만이다. 경제가 비상상황인데 경제수장을 바꿔 행정공백을 자초해야 겠느냐고 반문하면 그만이다. 이렇게 버티면 된다.

마냥 버티는 게 아니다. 길어봤자 연말까지다. 이때까지 버티면서 급한 불을 끄면 된다.

그래야 맞아떨어진다. 그렇게 해야 청와대가 짜놓은 일정표가 헝클어지지 않는다. 연말 개각을 통해 국정 분위기를 일신하려던 계획이 흐트러지지 않는다.

물을지 모르겠다. 왜 연말이냐고? 왜 ‘터닝 포인트’를 연말로 단정하냐고 반문할지 모르겠다.

제시할 수 있는 근거는 두 가지다.

홍준표 한나라당 원내대표의 말이 첫째 근거다. 그가 제기한 바 있다. 연말 여권 개편론을 주장한 바 있다. 여러 사람이 물었다. 연말 여권 개편론이 개인 의견인지 청와대와의 교감 아래 나온 주장인지를 물었다. 홍준표 원내대표는 즉답은 하지 않았다. 다만 청와대에 가서 이명박 대통령을 만난 사실만 언급했다.

여권의 정황이 둘째 근거다. 청와대나 한나라당 모두 가을 정기국회를 별러왔다. 정기국회에서 ‘좌파 10년’의 흔적을 지우고 MB노믹스의 기초를 닦으려 했다. 야당이 반대하건 여론이 비판하건 아랑곳하지 않고 돌파하려고 했다. 그렇게 ‘전쟁’을 치른 후 평시체제로 돌아가려고 했다.

연말까지다. 이 두 가지 근거에 기초하면 강만수 장관의 수명은 연말까지 연장된다고 전망할 수 있다.

돌려 말할 수 있다. 이 두 가지 근거를 기초로 다른 점을 추가로 제기할 수 있다.

이명박 대통령에 부여된 시간 역시 연말까지다. 이때까지 외환 불안을 잠재우고 국정 일신의 계기를 확보해야 한다. 그렇지 못하면 이명박 대통령은 진창에 빠진다. 위기상황이 구조화 되면서 개각이나 강만수 장관 경질의 ‘약발’도 국정의 동력도 확보할 수 없게 된다.

▲사진=이명박 대통령과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 ⓒ청와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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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껏 고무돼 있었다. 민주당 지도부는 소기의 성과를 냈다며 어깨를 으쓱거렸다.

정세균 대표가 이명박 대통령과 단독회동을 한 직후 민주당 지도부가 보인 모습이 이랬다. 이 대통령이 야당을 “국정운영의 동반자”로 대하겠다고 했다며 민주당은 초당적 협력을 약속했다고 했다. 두 사람의 회동은 “생산적”이었다고도 했다.

하루만이다. 그러고나서 하루만에 문건이 공개됐다. 한나라당의 국정감사 전략을 담은 문건이었다. 이른바 ‘노무현 정부 15대 의혹’을 선정해 상임위별로 어떻게 공격할지 그 실행계획을 담은 문건이었다.

이 문건이 실행에 옮겨지면 민주당이 다친다. 전·현직 민주당 의원 여럿이 곤란한 지경에 빠지고 민주당 전체가 도마 위에 오른다(검찰의 ‘사정수사’가 논란이 되고 있는 상황에서 한나라당이 현재 진행중인 검찰 수사내용을 국회로 끌어들이는 게 온당한 일인지는 분명 짚어야 할 문제이지만 여기선 논외로 한다).

비유가 좀 ‘저렴’하긴 하지만 이것만큼 안성맞춤인 게 없다. 민주당은 몸 대주고 뺨 맞는 신세가 돼 버렸다.

애초부터 그럴 수밖에 없었다. 민주당은 ‘국정운영의 동반자’ 대접을 받을 처지가 아니었다.


이명박 정부는 이번 정기국회에 올인 하고 있다. 이명박 정부 정책의 골간에 해당하는 법률안들을 이번 정기국회에서 처리하려고 한다. ‘경제살리기’ 명분아래 비즈니스 프렌들리를 구현할 법률안들을 통과시키려 하고, ‘법질서 확립’ 미명아래 반대세력 길들이기에 동원할 법률안들을 처리하려고 한다. 이명박 정부 입장에선 ‘기초입법’에 해당하는 작업을 이번 정기국회에서 마무리하려 한다.

‘돌파’는 숙명이다. 야당이 반대한다고 주춤거릴 수가 없고 야당이 공격한다고 물러설 수가 없다. 그러면 이명박 정부 정책이 흐트러진다.

‘초당적 협력’에 목말라 하지 않아도 된다. 한나라당이 과반을 점하지 못했다면, 민주당이 국민 지지를 듬뿍 받고 있다면 모르겠지만 실정은 그렇지가 않다. 한나라당 의석수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왜소 야당, 국민의 15% 안팎만이 지지하는 홀대 야당을 대접하기 위해 국정을 양보할 이유도, 필요도 없다. 반대 의견을 경청하고 야당과 협상하는 모양새를 연출하다가 시한이 되면 절대 과반을 점한 의석 수로 밀어붙이면 그만이다.

정기국회가 열리기 전후의 사정을 조금만 돌아봤어도 어렵지 않게 알 수 있다. 18대 국회 개원 협상이 타결 일보 직전까지 갔다가 누구의 비토로 원위치 됐는지, 청와대가 한나라당에 반드시 처리해야 한다고 주문한 45개 법률안이 뭔지를 조금만 살폈어도 금방 알 수 있다. 정부와 한나라당의 이번 정기국회 모드가 ‘전투’일 수밖에 없음을 쉬 알 수 있다.

이것 갖고 부족하다면 하나 더 추가할 수 있다. 민주당이 이명박 대통령으로부터 “국정운영의 동반자”란 립서비스를 받기 훨씬 전에 이보다 더 한 대접을 받았던 사람이 있다.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다. 그는 ‘국정의 동반자’일 뿐만 아니라 이명박 대통령의 ‘정치적 파트너’로 치켜세워졌다. 말로는 그렇게 환대 받았지만 공천에서, 당 운영에서, 국정에서 박근혜 전 대표는 그에 걸맞는 대접을 받고 있지 않다(물론 박 전 대표 스스로 거부하는 면도 있지만).

현실이 이런데도 민주당 지도부는 개선장군이나 되는 양 행세했다. 제1야당의 위상을 확인했다고 자찬했다. 자칫하다간 여권에 휘둘리고 지지층에 비판받는 ‘동네북’ 신세가 될지도 모르는데 한 치 앞도 내다보지 못한 채 자신들이 ‘동반자’ 대접을 받게 됐다고 동네방네 떠들었다.

천지 분간 못하고 일희일비하는 민주당 지도부의 모습을 달리 해석할 길이 없다. 중심이 없다는 해석 외에 굳이 다른 걸 붙일 필요가 없다.

‘야성’이 뭔지 그 개념조차 제대로 설정하지 못하는 민주당 지도부의 모습이 가장 중요하고 가장 시급히 해결해야 할 문제다.

▲사진=이명박 대통령과 정세균 민주당 대표의 25일 회동 모습 ⓒ청와대 홈페이지

Posted by '토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