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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해을 단일화로 가장 난감해진 사람은 손학규 민주당 대표다. 그는 구석으로 몰려버렸다.

무조건 승리해야 한다. 자신이 출마한 분당을은 물론 강원도에서도 무조건 승리해야 한다. 그래야 그나마 ‘기본’을 하고, 지도력과 위상을 유지한다. 정반대의 상황이 연출되면 그는 불신과 도전의 늪에 빨려든다.

대표 임기를 채우든 중도 사퇴하든 손학규 대표의 힘이 빠지면 더불어 야권 연대의 힘도 빠진다. 손학규 대표가 연대의 화신이기 때문이어서, 그 화신이 정치적 화석이 되기 때문이어서가 아니다. 그의 처지, 그의 의사와는 무관하게 민주당 내부의 역학구도와 분위기가 그렇게 흘러가기 때문이다.

총선 연대는 그 자체가 난제다. 특정 지역에서 특정 인물들만이 경합을 벌이는 재보선과는 달리 전국 단위에서 수천 명의 사람들이 몰려들기에 당 차원에서 교통정리를 하기가 쉽지 않다. 게다가 내년 총선은 대선을 목전에 두고 치러지는 선거이기에 연대 여지는 더 적다. 대권을 꿈꾸는 사람들이 대권 발판을 마련하기 위해 총선 공천에 사활을 걸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 두 가지 요인만 놓고 봐도 야권 연대가 쉽지 않은데 여기에 지도부 공동화 현상까지 겹치면 어떻게 되겠는가. 당의 ‘말발’이 먹혀들 여지는 더 줄어들고, 원심력이 성할 여지는 더 커진다. 연대 창구를 개설하기가 어렵게 되고, 창구를 개설하더라도 그 창구가 당 안에서 규정력을 확보하기가 어렵게 된다.

물론 겉모습은 다를 것이다. 그 누구도 연대의 당위를 전면 부정할 수 없는 형편이기에 오히려 더 목소리를 높일 수 있다. 대권을 꿈꾸는 사람들, 당 지분을 확보하고 있는 사람들은 여전히 연대를 운위하고 나아가 통합을 거론할 수 있다.

하지만 말의 성찬으로 끝나기 십상이다. 대선 1년 전 대권-당권 분리 규정에 따라 당무를 책임지는 위치에 서고 싶어도 못 설 그들이기에 ‘립 서비스’로 이미지는 끌어올리면서도 희박한 진정성은 ‘책임과 권한’의 뒤켠에 숨겨놓기 십상이다.

미래 상황을 이렇게 묘사하면 아이러니한 상황 하나가 오버랩 된다.

국민참여당이 김해을 단일화 경쟁에서 승리함으로써 향후 야권 연대 협상과정에서 유리한 입지를 확보했다고 평하지만 꼭 그렇지만은 않다. 야권 단일후보가 된 국참당 후보가 원내에 진출하면 그 당의 연대 지분이 커질 것이라고 평하지만 꼭 그렇지만은 않다.

이 같은 전망은 ‘장’이 선다는 것을 전제로 한다. ‘장’에서 좌판을 연 거래 당사자가 흥정을 할 의사가 충분하다는 것을 전제로 한다. 하지만 민주당이 ‘파장’ 분위기라면? 거래 당사자가 중구난방이라면? 

▲사진=3월 22일 유시민 국민참여당 대표가 손학규 대표를 방문해 악수를 나누고 있다. ⓒ프레시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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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울 이유가 없다. 김해을 후보 단일화 협상 무산을 놓고 서로 삿대질할 이유도 없고, 특정인을 들먹일 필요도 없다. 그냥 내버려두면 된다. 물 흘러가듯 그냥 내버려두고 그냥 받아들이면 된다.

안다. 이렇게 말하면 야권 연대의 대의를 저버리고, 반한나라당 전선의 필요성을 무시하는 발언이라는 비난을 살 거라는 사실을 잘 안다. 그래도 말한다. 김해을에서만은 그냥 이대로 치르는 게 낫다. 차라리 제 정당이 제 후보를 내서 선거를 치르는 게 낫다. 감동을 주지 못하는 뒷북 단일화를 하느니 그냥 이대로 두는 게 낫다. 그럼 당장의 당락을 떠나 무형의 소득 하나는 얻는다. 유시민 대표와 국민참여당의 존재 이유 및 향후 진로에 대한 가늠자만은 얻는다.

국민참여당은 노무현 정신을 이어 받겠다며 탄생한 정당이다. 민주당의 한계를 지적하며 출범한 정당이다. 더불어 노무현 전 대통령의 반대를 무릅쓰고 탄생한 정당이다. 민주당의 지역주의를 거부하며 만들어진 정당이다. 이런 정당이 노무현 전 대통령의 본향에서 선거를 치르려고 한다.

그 뿐인가. 선거를 진두지휘하는 유시민 대표는 야권을 통틀어 지지율이 가장 높은 정치인이다. 아울러 노무현 적자로 간주되는 인물이다. 이런 유시민 대표가 국민참여당의 발원지 선거에 ‘올인’하고 있다. 

사정이 이렇다면 제대로 평가 받게 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노무현 계승과 부정, 민주당 극복과 연대의 교차점에 서 있는 국민참여당과 유시민 대표로 하여금 노무현의 본향에서 홀로 평가를 받게 하는 게 온당한 방법이다. 민주당의 지역주의가 상대적으로 약한 김해을에서 오로지 혼자만의 힘으로 그들을 극복할 수 있는지 지켜보는 게 적절한 방법이다. 유시민 대표와 국민참여당의 존재에 대해 가장 정통한 평가를 내릴 수 있는 곳, 유시민 대표와 국민참여당의 향로에 대해 가장 객관적인 평가를 내릴 수 있는 곳이 김해을이니 그곳 유권자의 판단에 맡기는 게 온전한 방법이다.

사실 야권 후보 단일화를 꾀하는 건 이율배반이다. 민주당의 한계를 지적하면서 탄생한 국민참여당이 민주당의 양보를 요구하는 게 어불성설이다. 다른 곳이라면 몰라도 김해을에서만은 그렇다. 자신들이 본거지나 다름없는 곳에서, 자신들이 극복하고자 하는 상대의 지원을 받고자 하는 건 제 스스로 뿌리 없는 정당임을 고백하는 것과 같다.

반한나라당 전선의 필요성, 야권연대의 절박성은 들이댈 필요가 없다. 그것이 소이를 버리고 대동을 꾀한다는 주장을 도출할지 모르지만 한편으론 국민참여당의 독자적인 길을 부정하는 논리를 끌어내기도 한다. 그것을 강조하면 할수록 ‘나홀로’ 길을 걷는 국민참여당의 행로와 야권연대 협상에 임하는 유시민 대표의 행적이 도마에 오를 뿐이다.

엎어진 김에 쉬어 가라고 했다. 야권연대가 감동이 아니라 짜증을 유발하는 상태라면 각을 새로 잡는 것도 한 방법이다. 국회의석 하나에 연연할 게 아니라 야권의 질서에 영향을 미칠 다른 요소에 눈을 돌리는 것이 생산적 방법이다.

▲사진=4.27 재보선 김해을 선거에서 이봉수 국민참여당 후보를 지원하고 있는 유시민 대표 ⓒ프레시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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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하지 않으련다. 4개 시민단체 협상대표들은 “깊은 분노를 느낀다”고 밝혔지만 그런 말조차 하지 않으련다. 입만 아프다.

‘분노’가 관심과 애정의 변형된 감정이고 화해와 용서를 지향하는 감정이기에 그렇다. 더 이상 야당들에게 그런 감정을 가질 이유도, 여지도 없다. 이제는 끓는 감정을 치우고 차디찬 머리를 앞세워야 한다. 

전례가 없었다. 민주ㆍ진보를 자처하는 정치세력이 지금처럼 허약하고 무능하고 지리멸렬한 경우는 일찍이 없었다. 야권연대는 그래서 나온 것이다. 한나라당 세력과 개별 대결하는 구도에서는 도저히 이길 수가 없어서 ‘근육강화제’를 처방하려고 한 것이다. 하지만 이마저 거부했다. 진보신당에 이어 민주당과 국민참여당마저 복용을 거부했다.

달리 방법이 없다. 당사자들이 ‘자진’의 길을 선택한 마당이니 화타가 부활하고 허준이 환생해도 살려낼 수가 없다. 마지막으로 베풀 수 있는 호의는 사망진단서를 발급해주는 일이다.

여기서부터 시작해야 한다. 사망 진단을 내림과 동시에 장기 적출을 시도해야 한다. 썩은 장기는 도려내 거름으로 삼고 멀쩡한 장기는 적출해 다른 생명체에 이식해야 한다.

어려운 일이 아니다. 야당들이 ‘나체쇼’를 벌인 덕분에 썩은 장기와 멀쩡한 장기를 가려내는 일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민주당은 기득권 온존구조와 허약한 리더십을 가감 없이 드러냈다. 연대 필요성보다 자기 밥그릇을 우선시하는 기득권 세력이 말초 단위가 아니라 중추 단위에 견고히 버티고 있음을 만천하에 드러냈고 그 당의 지도부는 그런 중추조직 밑에서 옴짝달싹도 못함이 유감없이 보여줬다.

국민참여당은 기득권 편입열망과 허약한 경쟁력을 여과 없이 드러냈다. 지방선거를 통해 당의 존재감을 알려야 했고 그러기 위해선 광역후보 한 자리는 기필코 챙겨야 했던 다급함을 여실히 드러냈고, 거래품목이 없어 단 한 사람에 기대어 ‘투기 매매’를 해야 했던 옹색함을 여지없이 보여줬다(진보신당은 전에 언급한 바 있으므로 생략한다).

내과 처방도, 개별 처방도 더 이상 소용없다. 기존 야당의 존재와 경계를 인정하고 정치적 활로를 모색하는 방법은 더 이상 ‘근원적 처방’이 아니다.

민주당이 지방선거 후 지도부를 교체해봤자 소용없기에 더욱 그렇다. 당 대표직에 누가 앉든 견고한 기득권 온존구조를 깰 수 없고, 기득권 온존구조를 깨지 않는 한 당 대표직에 누가 앉든 체질개선은 달성될 수 없기에 그렇다.

국민참여당이 지방선거 후에도 ‘홀로 주행’을 해봤자 부질없기에 더욱 그렇다. 지방선거에서 성과를 내지 못하면, 당의 존재이유를 설파하고 당의 역할을 넓힐 매개체를 확보하지 못한 채 간판을 유지해봤자 변두리 다방의 색 바랜 간판 신세를 면할 수 없기에 그렇다.

내과 처방이 아니라 외과 처방을 해야 한다. 개별 처방이 아니라 통합 처방을 해야 한다. 기득권 온존구조에 저항하는 민주 인사들을 추려내고, ‘소이’보다 ‘대동’을 우선시 하는 개혁 인사들을 추려내고, ‘구호’보다 ‘실질’을 숭상하는 진보 인사들을 추려내 다시 짜야 한다. 기존 질서 유지를 전제로 한 연대가 아니라 질서의 재정립을 목표로 한 통합을 추진해야 한다.

새싹은 산불이 휩쓸고 간 둔덕에서 피어난다. 수풀과 나무가 우거진 곳에서는 씨 내릴 한 뼘 땅을 찾지 못해 고사하지만 산불이 휩쓸고 간 둔덕에서는 재가 되어 버린 수풀과 나무를 자양분 삼아 반드시 피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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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단순한 질문부터 던지자. 두 개다.

첫째, 유시민이 없었다면 국민참여당은 ‘간판’을 내걸 수 있었을까?
둘째, ‘5+4체제’가 성립되지 않았다면 유시민은 선거판에 발붙일 수 있었을까?

이 두 개의 질문에 대한 답을 추리면 길이 보인다. 야권 후보 단일화 협상의 최대 난제로 떠오른 ‘유시민 요인’의 행방을 가늠하는 길이 보인다.

답은 같다. 첫째 질문에 대한 답도 ‘아니오’이고, 둘째 질문에 대한 답도 ‘아니오’이다.

유시민 전 보건복지부 장관을 제외한 국민참여당 인사는 경쟁력이 없다. 모두가 노무현 전 대통령의 ‘비서’로 인식되지 자기 색깔과 세력을 가지 ‘정치인’으로 인정되지 않는다. 이게 첫째 답의 근거다. ‘5+4’는 당위가 아니라 현실에 기반한 체제다. 야당의 난립을 전제로 한 체제요, 분열적 행동을 현실로 인정하는 체제다. 이게 둘째 답의 근거다.

이 ‘아니오’란 답에서 잠정결론이 도출된다. 국민참여당은 유시민 전 장관에, 유시민 전 장관은 후보 단일화에 속박돼 있다. ‘5+4체제’를 통한 후보 단일화 명분을 내세우고 ‘5+4체제’ 하에서의 기회의 보장을 요구하는 만큼 ‘5+4체제’에 예속돼 있다. 그래서 그는 박찰 수 없다. 민주당과의 후보 단일화 협상에서 먼저 ‘파토’를 선언할 수가 없다. 

치명상을 입는다. 유시민 전 장관이 먼저 ‘파토’를 선언하면 본인의 정치적 이미지와 기반이 휘청거릴 뿐만 아니라 국민참여당이 거둘 수익도 물거품이 된다. 유시민을 보증인 삼아 ‘당선보장보험’에 가입한 경쟁력 없는 후보들이 ‘닭 쫓던 개’가 되기 때문이다.

그럴 이유도 없다. 현재로선 유시민 전 장관이 먼저 ‘파토’를 선언할 하등의 이유가 없다. 며칠 뒤면 한명숙 전 총리에 대한 판결이 나온다. 행여 재판부가 무죄를 선고하면 ‘한명숙 바람’이 불고, ‘한명숙 바람’이 불면 유시민 전 장관은 그 바람에 자신의 명함을 날릴 수 있다. 그렇게 바람을 타고 날아올라 민주당 후보를 제압하고 단일 후보가 되면 국민참여당엔 ‘알’을 주고 자신은 ‘꿩고기’를 맛볼 수 있다.

이보다 더 좋을 순 없다. 본선 결과가 어찌되든 유시민 전 장관이 야권 단일 후보가 되기만 하면 도약대를 마련한다. 국민참여당의 ‘간판’에서 야권을 대표하는 ‘얼굴’로 등극할 수 있다.

난감한 경우는 민주당이 먼저 ‘파토’를 선언할 때이다. 유시민 전 장관을 향해 삿대질을 해 가며 제 갈 길 가자고 하는 경우다.

얼핏보면 유시민 전 장관이 아니라 민주당이 ‘독박’을 쓰는 것 같지만 그렇지가 않다. 유시민 전 장관이야 민주당의 ‘소인배’ 기질을 질타하며 완주하면 그만일 것 같지만 그렇지가 않다.

유시민 전 장관이 얻는 게 없다. 그런 상황이 발생하면 자기 당 다른 후보들의 ‘당선보장보험’이 실효 처리 되고 자신의 당선 가능성과 정치적 위상은 곤두박질친다. 이 뿐인가. 본선 과정에서 민주당과 멱살잡이를 하면서 갇힌다. ‘5+4체제’ 해체와 동시에 분열논란이 심화되면서 정치적 외연 확장작업이 동결 상태에 빠진다.

지금은 기다리는 게 상수다. 유시민 전 장관 입장에선 민주당이 ‘파토’를 선언할까봐 내심 긴장하더라도 겉으론 태연한 척 하는 게 상수다. ‘설마’에 대한 일말의 기대가 남아있기 때문이다. ‘설마 민주당이 ‘경기도’를 버리고 유시민을 궁지에 모는 자해 수법을 쓰지는 않겠지‘라는 기대감을 갖고 얼굴 근육을 이완시키는 게 상수다.

▲사진 출처=유시민 미니홈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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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은 지방선거 출마를 선언한 친노 인사들을 향해 “한나라당 2중대(송영길)”라고 각을 세웠지만 부질없다. 그런다고 뒤돌아 설 인사들이 아니다.

현실로 받아들이는 게 낫다. 이왕이면 ‘어쩔 수 없는 일’이 아니라 ‘차라리 잘 된 일’로 받아들이는 게 낫다. 민주당이 아니라 유권자 입장에서 보면 그렇다. 두 가지 이유가 있다.

민주당이 “한나라당 2중대”를 입에 올릴 만큼 깨끗하지도, 선명하지도 않은 게 첫째 이유다.

지역독점구도에 안주해 개혁 공천을 좌초시키는 민주당의 행태는 영남 패권주의에 안주하고 계파별로 쪼개져 공천 기싸움을 벌이는 한나라당의 행태와 닮았다. ‘비리 심판’을 운위하면서 성희롱 전력자를 복당시키는 민주당의 행태는 ‘클린 공천’을 주장하면서 비리 전력자의 공천배제 기준을 완화하는 한나라당의 행태와 닮았다.

그래서 달리 보지 않는다. 민주당이 국민참여당을 “한나라당 2중대”로 욕할 때 상당수 유권자는 민주당을 “짝퉁 한나라당”으로 간주한다. 그래서 심드렁하다. 상당수 유권자는 민주당과 국민참여당의 갈등을 ‘그들끼리의 싸움’으로 치부하면서 편을 들지 않는다.


국민참여당의 출마자들이 “우리가 바로 노무현”이라고 선언한 게 둘째 이유다.

한 번은 거쳐야 할 관문이다. 노무현 정부 말기의 ‘혹평’과 노무현 서거 국면의 ‘추도’가 쌍곡선을 그리며 교차했던 지난 몇 년의 경험을 돌아보면 반드시 풀어야 할 과제다. ‘노무현 정신’이 살아있는지, ‘노무현 가치’가 유용한 것인지, ‘노무현 정책’이 타당했는지 전면적이고 객관적으로 평가해야 한다. 더불어 심판해야 한다. 출마를 선언한 친노 인사들이 정말 ‘노무현’인지, 그들의 행태가 ‘노무현 계승’인지 ‘노무현 마케팅’인지 갈라야 한다. 

‘적전분열 아니냐’고 짜증 낼 일이 아니다. ‘어부지리를 안겨주지 않느냐’고 성화 부릴 일도 아니다.

길게 보면 ‘근원적 처방’이다. 이참에 민주당과 국민참여당을 동시에 저울에 올려놓고 심판하지 않으면 공전된다. 민주당과 국민참여당의 ‘족보싸움’이 무한궤도 위에서 공전된다. 설령 지방선거 후 통합이 강제된다 해도 그건 억지춘양식 미봉에 불과하다. 차제에 걸러낼 건 걸러내는 게 낫다.

짧게 봐도 크게 걱정할 일이 아니다. ‘5+4협의체’가 도출한 룰을 따르면 된다. 후보단일화가 이뤄지는 곳은 그곳대로, ‘따로 완주’가 벌어지는 곳은 그곳대로 심판의 기회는 열려있다. 단일후보 경선과정에서 또는 투표소 기표 과정에서 유권자들이 민주당이든 국민참여당이든 어느 한쪽을 선택할 것이니까 그 양과 질을 재면 된다.

성찰 없는 반대는 대안을 도출하지도 지지를 끌어내지도 못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그리고 ‘족보’만 들여다보며 발밑은 살피지 않는 두 당의 행태를 상기하면 유권자가 할 일은 이것 밖에 없다.  성찰을 강제하는 것….

▲사진=국민참여당 시도지사 출마자들의 10일 공동기자회견 장면 ⓒ국민참여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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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지난해 7월이었습니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 추모 심포지엄에서 말했습니다. 이 자리에서 평가한 건 ‘인간 노무현’ ‘정치인 노무현’이라고 했습니다. ‘대통령 노무현’에 대한 평가는 추모 분위기가 가라앉은 다음에, 좀 더 차분하고 냉정한 분위기가 조성됐을 때 본격적으로 전개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그 때 객석 앞줄에 앉아있던 노무현 정부 인사들은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지난해 11월이었습니다. 진보매체 4개사가 합동으로 기획ㆍ방송한 ‘진보개혁 연대의 길’ 토론회에 나온 천호선 국민참여당 최고위원에게 말했습니다. 노무현 정부의 공과를 놓고 패널들과 길고 날선 토론을 벌이기에 따로 평가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노무현 정부 적자를 자처하는 국민참여당 창당세력이 자발적으로 대대적인 평가토론회를 조직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그 때 천호선 최고위원은 그러겠다고 했습니다. 그럴 계획도 갖고 있다고 했습니다.

국민참여당이 어제 창당했습니다. 예상했던 그대로 그 당은 ‘노무현 정신 계승’을 내세웠습니다. 이재정 대표는 “노무현 대통령의 정신으로 살아가자”고 했고, 유시민 전 장관은 “노무현, 그 분을 다시 살려내기 위해 이 자리에서 새 출발을 한다”고 했습니다.

2.
국민참여당이 계승하고자 하는 ‘노무현 정신’은 뭘까요? 이재정 대표의 말처럼 “모두 이익을 추구할 때 홀로 올바름을 추구한” 정신일까요?

이것은 대답이 되지 못합니다. 아무리 넓게 봐도, 아무리 호의적으로 봐도 이재정 대표가 언급한 ‘노무현 정신’은 ‘인간 노무현’ 또는 ‘정치인 노무현’의 정신이지 ‘대통령 노무현’의 정신은 아닙니다.

유시민 전 장관이 다짐한 ‘노무현 부활’ 또한 대답이 되지 못합니다. 그가 언급한 ‘부활’이 단순 회귀를 뜻하는 것이 아니라면 그것은 응당 ‘계승과 혁신’이어야 할 것입니다. ‘대통령 노무현’이 남긴 족적에서 계승해야 할 것과 혁신해야 할 것을 찾아 ‘노무현 가치’를 재구성해야 할 것입니다.

하지만 국민참여당은 제시하지 않습니다. 못 하는 것인지 안 하는 것인지 모르겠지만 아무튼 제시하지 않습니다. 국민참여당을 통해 ‘노무현 정신’을 계승하고자 한다면 마땅히 거쳐야 할 ‘노무현 평가’를 제대로 하지 않습니다. 노무현 정부에 몸담았던 ‘개인들’이 회고조로 내놓은 평가(더 엄밀히 말하면 소회)는 있을지언정 노무현 계승세력을 자처하는 국민참여당이 국민 앞에 공식적으로 내놓은 평가는 아직 없습니다.

3.
‘진보의 미래’를 읽었습니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이 생전에 진보의 가치와 노선을 새로 짜고자 했던 노력의 흔적이 기록된 책입니다.

과문한 탓인지 ‘진보의 미래’를 정독하면서도 발견하지 못했습니다. 단초적인 문제의식은 발견했지만 대안은 찾아내지 못했습니다. 그 책은 물음표로 시작했을 뿐 느낌표는 찍지 않았습니다.

일면적인 평가일지 모릅니다. 어쩌면 단초적인 문제의식에 체계적인 대안의 씨앗이 담겨있는지 모릅니다. 남은 사람에게 물음표를 느낌표로 바꿀 계기를 부여한 것인지 모릅니다.

그래도 마찬가지입니다. 국민참여당에 대한 평가는 바뀌지 않습니다. 그 누구보다 앞서서 물음표를 느낌표로 바꿔야 할 국민참여당이 여전히 물음표에 머물고 있기 때문입니다.

민주당이 ‘뉴 민주당 플랜’이란 걸 통해 ‘현실에 부합하지 않는 (노무현 정부) 정책’으로 비판한 것에 대해 대답하지 않고, 진보정당이 신자유주의라고 비판한 것에 대해 응답하지 않습니다. 민주당의 전신인 열린우리당 또는 개혁당에서 실험했던 정당운영원리를 내세우고, 민주당과 크게 다를 바 없는 강령적 가치를 내세울 뿐입니다. 그래서 자초합니다. ‘민주당과 뭐가 다르냐’는 비판성 질문을 자초합니다.

4.
달리 말할 수 없습니다. 국민참여당이 '진보의 미래'에 마침표를 찍지 못하는 한 그들의 창당은 온전한 게 아니라고 말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들은 기둥을 세우기도 전에 지붕을 얹으려 했다고, '노무현 정신'을 리모델링하기보다는 '노무현' 문패를 닦으려 했다고 말할 수밖에 없습니다. 
 

▲사진=국민참여당이 17일 창당대회를 갖고 출범했다. ⓒ프레시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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