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두언 의원이 안쓰럽다. ‘반전교조’ 선봉에서 풀무질을 해대는 그의 모습에서 결기마저 느껴지지만 그래도 안쓰럽다. 헛심 쓰는 것 같아 그렇다.

그의 의도는 더 이상 논할 바가 아니다. 그의 말대로 “전교조의 실상을 낱낱이 밝혀 이번 선거를 전교조 심판으로 몰아가겠다”는 의도다. 그래서 연타를 때리는 것이다. 전교조 명단 공개 금지 결정을 내린 판사를 “수구좌파”로 몰아가고, 조전혁 의원의 전교조 명단 공개에 적극 동참하고, 나아가 전교조 교사 비율과 수능 성적의 상관관계를 분석ㆍ발표하는 것이다.

하지만 쓸 데 없다. 의미 이전에 쓸모가 없다. 돌아가는 판이 그렇다.

연달아 태클에 걸린다. 전교조 명단 공개로 불을 지피려던 전략은 법원 태클에 걸렸고, 그런 법원 결정을 “수구좌파” 이념 공세로 돌파하려던 전략은 내부 태클에 걸렸다. 같은 당의 홍일표 의원이 “함부로 논평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한 것이다.

전교조 교사 비율과 수능성적과의 상관관계 분석도 그렇다. 정두언 의원은 전교조 교사 비율이 높은 고교의 수능성적이 떨어진다고 야심차게 발표했지만 빈축만 사고 있다. 전교조의 반박은 둘째 치고, 진보 성향 언론의 비판은 셋째 치고, 당장 보수 성향의 ‘세계일보’마저 그의 분석ㆍ발표를 “물의”로 표현할 정도다.

어차피 헝클어졌다. 선거판에 ‘반전교조 프레임’을 깔려던 그의 전략은 꼬여버렸다. 전교조 명단 공개에는 ‘초법’ 딱지가 붙여졌고 전교조 비율 분석에는 ‘부실’ 낙인이 찍혀버렸다. 전교조의 ‘실상’이 낱낱이 밝혀지는 게 아니라 그와 한나라당의 ‘실상’이 낱낱이 공개되고 있는 것이다.

전교조를 보수층은 물론 중도층의 ‘공적’으로 만들려던 그의 계획은 삐끗하고 있다. 교육감 선거를 전교조 심판 선거로 만들어 한나라당 지지기반을 넓히고, 이 여세를 지방선거로 확산시키려던 그의 전략은 차질을 빚고 있다.

물론 밀어붙일 수 있다. 전략이 헝클어지고 상황이 꼬여도 보수표가 결집할 수만 있다면 ‘못 먹어도 고’를 외칠 수 있다. 그렇게 해서 보수표가 결집하기만 하면 ‘면피’는 하니까 얼마든지 내달릴 수 있다.

하지만 이마저도 여의치 않다. 보수표야 뭉치겠지만 그 표가 갈 데가 없다. 상징지역이자 전략지역인 서울을 비롯해 여러 곳에서 보수 교육감 단일후보를 만들어내지 못하는 상황 아닌가. 이런 상황에선 보수표를 끌어모아봤자 금방 흩어진다.

헛심 쓴다는 말을 그래서 하는 것이다. 계획이 틀어지고 상황이 받쳐주지 않는데도 몸을 고단하게 굴리는 것처럼 헛된 일은 없으니까.

▲사진=한나라당 지방선거기획위원장을 맡고 있는 정두언 의원 ⓒ프레시안

'이슈분석' 카테고리의 다른 글

한명숙 상승세가 꺾인 이유  (25) 2010/05/10
정두언 의원이 안쓰럽다  (11) 2010/05/06
김정일 방중이 급작스런 건가요?  (20) 2010/05/04
한나라당이 '투투'가 된 이유  (2) 2010/04/30
Posted by '토씨'


바람 빠진 풍선에는 더 많은 바람을 불어넣어야 한다. ‘개구리 왕눈이’에 나오는 투투처럼 양 볼을 최대한 부풀려서….

한나라당의 움직임이 그렇다. 조전혁 의원에 이어 김효재 의원이 전교조 명단을 홈페이지에 올리고 10여명의 의원이 동참 뜻을 밝힌 것도, 정두언 의원이 “조폭 판결에 대한 공동대처는 어설픈 수구좌파 판사의 무모한 도발에 대한 결연한 대응행위”라고 말한 것도 '바람넣기' 차원이다. 

한나라당 지방선거기획위원장을 맡고 있는 정두언 의원이 일찌감치 밝힌 적 있다. “전교조의 실상을 낱낱이 밝혀 이번 선거를 전교조 심판으로 몰아가겠다”고 대놓고 말한 적 있다. 헌데 법원이 바람을 빼버렸다. 전교조를 애드벌룬 삼아 투표소 위를 훨훨 날려던 한나라당의 선거전략에 찬물을 끼얹어버렸다.

그래서 나서는 것이다. 법원 때문에 쪼글쪼글해진 애드벌룬에 다시 바람을 넣기 위해 대동단결과 막말불사를 감행하는 것이다. 그래야 이슈가 되고, 갈등이 되고, 전교조 프레임이 살아나니까. 그래야 진보교육감 후보와 야당 광역단체장 후보와 결합하는 걸 차단하니까. 

헌데 문제가 있다. 한나라당은 하나만 보고 둘은 보지 못한다. 바람 빠진 풍선만 붙들고 구멍 뚫린 풍선은 보지 못한다.

조전혁 의원은 전교조 명단뿐만 아니라 교총 명단까지 함께 공개했는데 이게 화를 불렀다. 전교조에 이어 교총까지 법적대응 불사를 천명하게 만들어 다중전선을 긋고 말았다.

이러면 난감해진다. 판결을 내린 법관에게는 ‘수구좌파’라는 딱지를 붙인다 해도 교총에게까지 그런 딱지를 붙일 수는 없다. 전교조에게는 ‘뭐가 구려서 명단 공개를 꺼리느냐’고 공세를 편다 해도 교총에게까지 그런 공격을 가할 수는 없다. 한마디로 이념 대응을 어렵게 만들고, 보수 결집을 어렵게 만든다.

거기서 끝나면 그나마 다행이다. 자칫하다간 ‘독박’을 쓴다. 전교조를 과녁 삼으려던 한나라당이 되레 과녁이 되는 상황을 맞을 수 있다. 결과적으로 전교조 명단 공개가 ‘한나라당의 실상을 낱낱이 밝히는’ 결과를 빚을 수 있다. 진보 교육감 후보의 활동공간을 넓혀주고 야당 광역단체장 후보는 그 열매를 따먹는 판을 연출할 수 있다. 꿀을 따려다 벌집 건드리는 꼴을 맞게 될 수 있다는 말이다.

알아야 한다. 바람 빠진 풍선엔 바람 넣으면 되지만 구멍 뚫린 풍선은 버리는 게 상책이다. 한나라당에게 지금 필요한 건 ‘무대포 정신’이 아니라 ‘무위의 태도’다. 순리, 즉 판결에 순응하는 태도 말이다.

Posted by '토씨'


시점이 절묘하다. 교과부가 조전혁 한나라당 의원에게 전교조 조합원 명단을 제출할 시점이 4월 중순이다. 법제처가 어제 전교조 조합원 명단 제출이 가능하다고 유권해석을 내리자마자 ‘한 달 내에’ 자료를 제출하겠다고 했으니 그렇다. 국민에게 공개되는 시점도 그때다. 조전혁 의원이 교과부로부터 명단을 넘겨받는대로 인터넷 등을 통해 공개하겠다고 했으니 그렇다.

4월 중순이면 지방선거ㆍ교육감 선거가 본격화되는 시점이다. 바로 이 선거판에 전교조 조합원 명단을 던지겠다는 것이다.

배경은 굳이 살필 필요가 없다. 한나라당 지방선거기획위원장을 맡고 있는 정두언 의원이 이미 대놓고 말했다. “전교조의 실상을 낱낱이 밝혀 이번 선거를 전교조 심판으로 몰아가겠다”고 했다.

그림이 대충 그려진다. 이미 수능과 일제고사 성적을 공개했고 학교정보 공시제와 교원평가제에 발동을 걸었다. 이렇게 깐 밑판에 전교조 조합원 명단으로 기둥을 세우려는 것이다. 이 뿐만이 아니다. 경찰에서 검찰로 넘어간 전교조 조합원의 민노당 가입 및 당비납부의혹사건을 적절한 때에 활용하면 지붕까지 얹을 수 있다. 간단히 말하면 전교조의 ‘무능’과 ‘일탈’을 부각시켜 학부모들의 비판 여론을 확산시킨 다음에 그 여파가 진보교육감 후보 및 야당 단체장 후보에게 미치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어떨까? 여권의 이런 전략이 먹힐까?

물론 맘 먹은대로 다 되지는 않을 것이다. 작용이 있으면 반작용이 있으니까. 전교조 교사가 많은 학교일수록 학력이 낮고(기사 참조) , 교원평가제 실시학교일수록 학력이 높다는 주장에 대한 반박근거가 이미 제시됐고(기사 참조) , 전교조 조합원이 민노당에 냈다는 돈이 당비인지 후원금인지 불명확하다는 지적도 이미 나왔으니까 무한질주에는 한계가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 점은 기실 중요치 않다. 여권이 설정한 프레임 속에서 싸우는 '국지전'에 불과하다는 점에서 그렇다. 중요한 건 따로 있다. 
 
선거판을 흔드는 요인에 '전교조'만 있는 게 아니다. 이미 무상급식 문제와 교육계 비리 문제가 전교조 조합원 명단 공개만큼이나 뜨거운 이슈로 부상해 있고, 여권이 전교조 심판을 꾀하는 만큼이나 야권은 ‘MB교육 심판’을 벼르고 있다. 게다가 진보진영은 교육감 후보 단일화에 박차를 가하는 반면 보수진영은 우후죽순 나서고 있다. 

분명하다. ‘전교조 변수’ 하나에 매몰돼 단선적으로 평가하고 단순하게 전망할 일이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떨쳐낼 수 없다. ‘전교조 변수’가 일정하게 지방선거ㆍ교육감 선거판에 영향을 미칠 일말의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2008년 7월 서울시교육감 선거 때 공정택 후보가 ‘반전교조’ 구호를 내세워 보수층의 결집을 끌어냈던 경험을 상기하면 그렇다. 여권이 이때의 성공사례를 교본 삼아 ‘MB교육 심판’ 요구를 ‘전교조 탓’으로 희석시킬 게 뻔한 점을 고려하면 그렇다.

결국은 프레임이다. 어느 쪽이 프레임을 선점해 공세적 위치에 서느냐가 관건이다. 바로 이 점이 널려있는 복합요인을 주요요인과 부차요인으로 가르고, 바로 이 점이 선거판의 능동태와 피동태를 가른다.

참고삼아 한 마디 덧붙이면 야권의 기민성과 대응력이 현저히 떨어진다. 무상급식 공약 하나에 매달린 채 나머지 교육 이슈들을 맥없이 놓치고 있는 게 엄연한 현실이다.

Posted by '토씨'

내용이 충격적입니다. 검찰에 의해 기소된 오제직 전 충남도교육감의 일탈행위가 상상을 뛰어넘습니다.

인사를 미끼로 교장·교감으로부터 돈을 받았습니다. 교사 출신 부인이 나서 돈을 챙겼습니다. 3명의 교장·교감으로부터 거두들인 돈이, 확인된 돈이 1600만원입니다.

외화를 밀반출 했습니다. 두 부부가 30여개의 차명계좌를 통해 출처 불명의 돈 10억여원을 관리했고 이 돈 중 9만 8000달러를 미국에 거주하는 아들에게 밀반출했습니다.

인사권을 무기로 부하직원들을 대거 동원했습니다. 6월 치러진 교육감 선거에서 교육청 직원 50여명이 선거홍보물을 작성하고 지역 유력인사들의 인명부를 관리하게 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한 교장은 지역인사 100명의 명부를 제출하고 이들을 통해 득표 가능한 유권자수를 분석해 보고했습니다. 그 덕인지 아닌지 이 교장은 그 후 교육장으로 영전했습니다.

다른 곳이 아닙니다. 교육계에서 이런 일이 벌어졌습니다. 다른 사람이 아닙니다. 교육자치의 정점에 있는 교육감이란 사람이 이런 일을 벌였습니다.

그래서 도리질을 합니다. 검찰이 밝힌 피의사실이 사실무근이었으면 좋겠습니다. 검찰에 기소된 사람이, 검찰이 밝혀낸 행위가 극히 예외적인 인물의 지극히 예외적인 일탈이었으면 좋겠습니다.

하지만 무력합니다. 도리질에 힘이 없습니다. 오제직 전 충남도교육감 만의 일이 아닙니다. 공정택 서울시교육감의 경우도 비슷합니다.

사설학원 관계자와 교장·교감, 심지어 급식업체로부터 돈을 받았습니다. ‘차용’ 또는 ‘격려’ 형태로 돈을 받았습니다. 선거에 나선 공정택 교육감에서 격려금을 건넨 일부 교장과 교감이 교육장 또는 교장으로 승진한 일도 있었습니다. 서울시교육청 예산으로 펴낸 책자가 공정택 교육감의 선거홍보물로 오용됐다는 문제도 제기됐습니다.

검찰이 밝힌 피의사실이 진실이라면, 이미 제기된 의혹이 사실이라면 문제는 심각합니다.

만신창이가 될 수밖에 없습니다. 교육청 직원들이 줄서기를 하지 않을 수 없고 교장·교감이 눈치보기를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교육감은 교장·교감을 줄 세우고 교장·교감은 학교운영위원들을 규합합니다. 그러면서 상명하달의 관료 구조도 강화되고 학교자율화는 허울뿐인 구호가 됩니다. 그러면서 피라미드 구조가 만들어지고 그 피라미드 구조가 다시 돈으로 얽히는 먹이사슬로 기능합니다.

교육자치가 실현될 리 없습니다. 교육정책과 행정에서 자율과 책임의 원리가 구현될 리 없습니다. 자율은 소신을 전제로 하고, 소신은 무치(無恥)에 기반합니다. 하지만 교육자치의 단위별 책임자가 피라미드 구조에 편입된 상태에서, 책잡힐 일이 한두 가지가 아닌 상태에서 소신을 펴고 자율을 강조할 수는 없습니다. 대충 눈치 보며 일신의 영달을 꾀하는 게 그나마 안전한 길입니다.

피해는 고스란히 학생과 학부모에게 전가됩니다. 먹이사슬의 최하층에서 상납을 반복해야 합니다. 무소신 교육정책에 짓눌려야 하고 눈치보기 교육행정에 휘둘려야 합니다. 불만이 쌓여도 말할 수 없습니다. 내 자식이 피해보면 안 되니까 꾹꾹 참아야 합니다.

가장 유력한 견제통로인 교육감 선거엔 관심이 없습니다. 교육감 한 사람이 열 교사, 백 교사를 능가하는 엄연한 현실 앞에서도 힘없이 외면합니다. ‘장천감오(교장이 되려면 1000만원, 교감이 되려면 500만원은 들여야 한다)’란 말이 공공연히 나도는데도 조직적으로 제재를 가하지 않습니다.

참고삼아 다시한번 환기해야 겠습니다. 지난 6월에 치러진 충남도교육감 선거의 투표율은 17.2%였습니다. 7월에 치러진 서울시교육감 선거의 투표율은 15.4%였습니다.

▲사진=오제직 전 충남도교육감(위)과 공정택 서울시교육감(아래) ⓒ오마이뉴스

Posted by '토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