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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세가 대단하다. 이명박 대통령이 교육개혁 방안을 직접 챙기고 관련 부처가 교육비리 척결에 총출동하는 폼새가 당장이라도 교육 선진화를 이룰 것처럼 대단하다.

하지만 심드렁하다.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마땅히 박수 치고 격려해야 하는데도 내키지가 않는다.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 본말이 뒤집혀 있기 때문이다.

표본 사례 하나만 올려놓자. 요즘 문제가 되고 있는 자율형 사립고의 경우다.

드러나는 실태는 참담하다. 사회배려대상자 전형에서 미달이 발생하자 자율형 사립고가 요건에 미치지 못하는 학생에게까지 지원을 권한 사실이 하나 둘 밝혀지고 있다. 이 탓에 중학교에서는 은행 간부 자녀에게 추천서를 써줬고, 심지어 경제 곤란자가 아닌데도 부모가 병원에 입원했다는 이유만으로 추천서를 발행해주기도 했다.

물론 단속해야 한다. 이유가 어디에 있든 이런 부정행위는 이명박 대통령의 주문처럼 마땅히 엄단해야 하고, 검찰의 다짐처럼 척결해야 한다. 근데 문제가 있다. 그런다고 발본색원될 것 같지 않다는 점이다.

이미 나왔다. 사회배려대상자 전형에서 부정이 발생한 근본 원인은 부실한 제도라는 진단이 이미 내려졌다. 경제 곤란자나 한부모 가정 자녀 등에게만 지원자격을 부여하면서도 소득이나 가족관계 증명 등을 따로 하지 않아도 되도록 한 교과부의 부실한 정책이 부정 사태를 야기했다는 지적이 일찌감치 나왔다. 정부가 사실상 교육비리의 원인을 제공했다는 얘기다.

이뿐만이 아니다. 권영길 민노당 의원이 조사한 결과도 있다.

지난해 7월 자율고(사립ㆍ공립고)로 지정된 지역 10곳(서울 제외)의 지정 전후 개인과외 증가율을 조사한 결과 자율고 지정 후 개인과외 증가율이 가파르게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전국 평균 증가율이 16.6%였던 반면에 해운대여고가 자율형 사립고로 지정된 부산 해운대구는 52.0%, 세마고가 자율형 공립고로 지정된 경기 화성ㆍ오산지역은 57.8%의 증가율을 기록한 것으로 나왔다. 정부의 자율고 도입이 사교육 증가를 유발했다는 얘기다.

이유가 바로 이것이다. 교육개혁의 대명제에 적극 동의하면서도 정부의 행보를 마뜩지 않게 바라보는 이유가 바로 이것이다. 방귀 뀐 사람이 성 내고 있기 때문이다. 평가 받아야 하는 대상이 평가의 주체가 돼 의제를 선점하고 생색을 내고 있기 때문이다.


이쯤 해두자. 정부를 탓할 일만도 아니다. 그런 정부를 제어하지 못하는 야당의 무기력증 또한 큰 문제다.  

야당은 강 건너 불구경으로도 모자라 팔짱 끼고 돌아앉았다. 6.2지방선거 때 동시 실시되는 교육감 선거를 통해 진보 대 보수의 대결구도를 창출하고 진보대연합을 구축하겠다는 야당의 전략에 따르면 마땅히 먼저 치고 나왔어야 하는 사안인데도 흘려보낸다.

서울시 교육청의 수뢰 의혹 사건이 그렇다. 야당이 줄곧 각을 세웠던 공정택 전 교육감 체제와 무관치 않다는 의혹이 잇따라 제기되는데도 야당은 수수방관하고 있다. 비록 정당 추천과는 상관없지만 야당의 가치를 구현할 수 있는 진보개혁 교육감의 존재 이유를 적극 설파할 수 있는 매개인데도 맥없이 지켜보고만 있다. 염불 외는 건 고사하고 잿밥 챙기는 것조차 제대로 하지 못한다. 공격수가 돼 파상공세를 펼쳐도 부족한 판에 관중석에 앉아 오징어 땅콩만 씹고 있다.

필연이다. 공정거래위의 감시가 없으면 기업이 초과이윤을 챙기듯이 야당의 견제가 거세되면 여권은 독점이윤을 향유한다. 

▲사진=이명박 대통령이 23일 국무회의를 주재하면서 다시 한번 ‘교육개혁’을 주문했다. ⓒ청와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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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토씨'


정두언 한나라당 의원이 외고 폐지-자율고 전환을 외칠 때였습니다. 후배와 가벼운 입씨름을 했습니다.

후배가 그러더군요. 자율고로의 전환은 미봉책이라고, 일반계고로 전환시키는 게 근원적인 해결책이라고 말하더군요. 후배만이 아니었습니다. 그때 민주당과 일부 교육시민단체도 그렇게 주장하고 있었습니다.

저는 아니라고 했습니다. 일반계고로의 전환이 타당하지만 그건 이상이라고 했습니다. 힘을 재야한다고 했습니다. 일반계고로의 전환을 끌어낼 정도로 힘이 있다면 당연히 밀어붙여야 하지만 그럴만한 힘이 없다면 유연해져야 한다고 했습니다. 정두언 의원의 주장에 힘을 실어줘 자율고로의 전환이라도 관철시켜야 한다고 했습니다. 미흡하긴 하지만 시험을 쳐서 학생을 뽑는 외고보다는 추첨으로 뽑는 자율고가 그나마 사교육을 줄일 수 있는 ‘현실적인’ 대안이라고 했습니다.

똑같은 얘기를 합니다. 외고 폐지가 무산된 후, 자율고로의 전환이 사실상 무산된 후, 중2-3학년 영어성적과 생활기록부로 외고 신입생을 뽑기로 확정한 후 어떤 한나라당 의원이 말했습니다. “미흡하긴 하지만 현실적인 안”이라고 했습니다. 정두언 의원도 합창했습니다. “매우 미흡하지만, 현실적인 어려움을 고려할 때 나름대로의 고심 끝에 나온 결과”라고 했습니다. 외고가 영어듣기평가 폐지-입학사정관제 도입을 타협책으로 내놨을 때 그걸 미봉책이자 기만책이라고 일축했던 그 입으로 그 타협책과 별반 다를 바 없는 교과부 최종안을 “현실적인 안”이라고 평가했습니다.

물고 늘어질 생각은 없습니다. 정두언 의원이 한 입으로 두 말 했다고, 한나라당이 기만 놀음을 했다고 성토할 생각은 없습니다. 그들의 ‘입맛 다시기’에 일말의 진정성은 담겨있다고 믿고 싶기 때문입니다. 그들이 ‘이중플레이’ 했다기보다는 ‘힘겨루기’에서 졌다고 판단하기 때문입니다.


허탈한 심정으로 확인합니다. 현실의 진상을 확인합니다. 그건 강고한 철벽입니다.

타협책조차 이상으로 내몰았습니다. 자율고로의 전환조차 철딱서니 없는 얘기로 치부했습니다. 이른바 실세 의원이 나서도, 한나라당 소속 국회 교과위 위원 다수가 찬성해도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렸습니다. 그만큼 강고합니다. ‘현실’을 운영하는 세력은 바늘 하나 들어갈 틈조차 허용하지 않을 정도로 완강합니다. 외고 재단만이 아닙니다. 한나라당 의원들보다 더 보수적인 언론, 이른바 실세 의원보다 더 힘이 센 권력 핵심의 위세는 하늘을 날고 있습니다.

더 강화될지 모릅니다. 시간이 흐를수록 ‘현실’을 운영하는 세력이 더 공고해질지 모릅니다.

각종 고시에서 합격생 점유율을 꾸준히 높이고 있는 외고 졸업생이 요소요소에서 ‘실세’가 되는 날이 오면 그럴 겁니다. 경찰이 이른바 ‘명박산성’을 쌓은 뒤 기름칠을 했던 것처럼 이들이 '외고산성'에 기름칠을 할지 모릅니다.

어떻게 해야 할까요? 여야를 넘나드는 ‘현실적인’ 타협책으로도 깨지 못한 이 '외고산성'을 어떤 방법으로 허물 수 있을까요? 

 ▲사진=한나라당 여의도연구소가 10월 27일 주최한 ‘외고 문제 해법 모색을 위한 긴급토론회’ 장면 ⓒ프레시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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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토씨'


이명박 대통령이 팔을 걷어붙이나 보다. ‘조선일보’와 ‘중앙일보’가 보도했다. 이명박 대통령이 지난 26일 청와대 수석비서관회의에서 “외고 문제를 당과 정부에만 맡겨두지 말라”며 “청와대가 능동적으로, 주도적으로 나서서 문제를 해결하라”고 지시했단다.

당연한 지시다. 상황론으로 봐도 그렇고, 원칙론으로 봐도 그렇다.

외고 문제를 놓고 당과 정부가 엇박자를 내는 건 공지의 사실이다. 한나라당 일각의 의지는 강력한데 교과부의 태도는 미온적이다. 한나라당 일부 의원들은 외고 폐지를 주창하는데 교과부는 외고 존속 또는 국제고로의 전환을 모색한다. 이런 상황에서 청와대가 관제탑 역할을 자임하는 건 선택이 아니라 의무다. 국정의 최종 책임을 청와대가 져야 한다는 원칙은 굳이 언급할 필요조차 없다.

그런 점에서 ‘조선일보’의 ‘견제’는 타당하지 않다.

이 신문이 보도했다. 청와대의 움직임을 ‘드라이’하게 전하면서 그에 대한 지적을 ‘꼼곰하게’ 처리했다. “청와대의 개입에 대해 비판론도 적지 않다”며 “불과 2년 전 외고 폐지 정책에 반대했고 ‘자율과 경쟁’을 내세워 엘리트 교육을 내세웠던 이명박 정부가 사교육비가 늘어난다는 이유로 정책의 근본 기조를 흔드는 것 아니냐는 비판론도 나온다”고 했다. “하나의 친서민 포퓰리즘이라는 지적도 나온다”고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목한다. ‘조선일보’의 지적을, 조중동의 일관된 ‘외고 폐지 반대’ 논조를 주목한다.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

청와대는 외고 문제를 가속 페달 삼아 친서민 정책에 드라이브를 걸려고 한다. 청와대 관계자가 그렇게 말했다. “이명박 대통령은 친서민 정책의 다음번 이슈 중 하나로 30-40대 학부모의 관심이 많은 외고 문제를 염두에 두고 있는 것 같다”고 했다.

헌데 보수 세력은 마뜩치 않다. ‘조선일보’가 전한 반대론의 구절들, 즉 “정책의 근본 기조”를 거론하고 “친서민 포퓰리즘”을 언급하는 대목에서 확인할 수 있다. 보수 세력은 외고 폐지를 정체성의 문제로 본다. 보수 정권의 정체성을 버리고 대중과 영합하는 배신 행위로 간주한다.

보수 세력의 시각이 이렇다면 그들이 펼칠 행동은 비타협적일 수밖에 없다. 지금까지는 당과 교과부를 오가며 전개된 지엽적 논란이었기에 점잖게 대응했지만 청와대가 나서서 논란에 종지부를 찌고 정책방향을 결정하면, 그리고 그 방향이 외고 폐지면 날선 공격을 불사할 수밖에 없다.

청와대가 곤란해진다. 이렇게 '집토끼‘가 가출해버리면 ‘친서민’을 화승총 삼아 벌이던 ‘산토끼 사냥’이 공염불이 된다. 플러스마이너스 제로가 된다.

물론 우회로가 없는 건 아니다. 양다리를 걸치는 방법이 남아 있다. ‘산토끼’도 잡고 ‘집토끼’도 다독이는 양면 전략, 즉 외고를 존속시키되 입시제도만 손보는 식의 방안, 또는 외고를 국제고로 전환하는 식의 방안을 선택하는 것이다. 

한나라당 부설 여의도연구소가 22일 전국 5490명을 대상으로 ARS조사한 결과를 봐도 여지는 있다. 응답자의 55.5%가 외고 전환에 대해 찬성하면서도 전환 형태에 대해서는 의견이 갈렸다. 특성화고(28.0%)-자율형ㆍ자립형사립고(23.3%)-일반 인문계고(22.2%)-국제고(21.6%)로 의견이 갈렸다. 보기 문항에 일부 문제(자율형 사립고는 추첨으로, 자립형 사립고는 시험으로 학생을 선발하는데도 한묶음으로 처리한 것)가 있지만 아무튼 갈렸다.

하지만 양다리 걸치기는 생각처럼 쉽지 않다. 뾰족수라고 생각했던 게 자충수가 되기 십상이다.

이미 막아버렸다. 다른 사람이 아니라 한나라당 일부 의원들이 그런 우회로에 바리케이드를 쳐버렸다. 외고 해법의 핵심은 학생을 시험이 아니라 추첨으로 선발하는 것이라고 선을 그어버렸다.

한나라당 일부 의원들이 쳐놓은 이 바리케이드를 타고 넘는다 해도 다른 장벽이 기다린다. 야당과 서민의 극렬한 반발이다. 외고 폐지의 대안은 일반고로의 전환이라면서도 한나라당 일부 의원들의 ‘추첨 선발’을 최소한의 절충책으로 받아들여온 야당과 서민이 이명박 정부의 ‘기만성’을 문제 삼는다. 외고 문제만이 아니라 친서민 정책 전반의 ‘기만성’을 문제 삼는다.

여건이 그렇게 조성돼 있다. 상징성이 크고 민감성이 큰 외고 문제를 건드리는 순간, 그리고 한나라당 일부 의원들이 외고의 핵심 문제로 사교육을 부각시킨 순간 여건은 그렇게 조성됐다. 외고문제는 친서민 정책의 진정성을 재는 가장 유효한 잣대가 돼 버렸다.

어쩔 것인가? 청와대는 딜레마 상황을 어떻게 돌파할 것인가? 갈림길에 선 청와대의 선택이 궁금하다.

 ▲사진=한나라당 여의도연구소가 27일 ‘외고 문제 해법 모색을 위한 긴급토론회’를 열고 있다. ⓒ프레시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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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토씨'


태산명동에 서일필인가? 판이 이상하게 흐르고 있다.

‘조선일보’가 보도했다. 정부가 외고를 국제고로 전환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단다. 교과부가 다음 주 외부기관에 의뢰할 ‘외고 개편 연구용역’의 초기 구상 핵심내용이란다.

이 보도가 사실이라면, 정말로 외고가 자율형 사립고가 아니라 국제고로 전환된다면 공염불이 된다. 외고발 사교육 요인을 제거하겠다는 애초 구상이 무너져버린다. 

이런 이유 때문이다. 자율형 사립고는 시험으로 학생을 선발하지 않는다. 중학교 내신 상위 50% 안에서 추첨으로 학생을 선발한다. 반면에 국제고는 시험으로 학생을 선발한다. 내신 반영은 기본이고 영어시험이 추가된다.

여권 관계자는 입학 전형이 내신 위주로 바뀌어 사교육비가 상당 부분 줄어들 것이고, 영어 시험도 외고와는 달리 중학교 범위 내에서 출제돼 사교육 영향력이 크지 않을 것이라고 낙관하지만 쓸데없는 소리다. 현실을 호도하는 소리에 가깝다.


사교육 논란의 핵심 문제는 출제 수준이 아니라 시험 유무다. 어떤 형태든 시험이 유지되는 한 사교육에 의지한 경쟁은 근절되지 않는다. 시험이 상대평가인 한 남보다 1점이라도 더 받아야 입학할 수 있기에 1점을 위한 과다 투자는 불가피하다. 내신이 예외일 수 없고 영어가 예외일 수 없다.

다른 문제도 있다. 국제고에서 영어 시험을 치르는 건 교육당국이 보증한 ‘자율권’이다. 그래서 맘대로 할 수 있다. 지금은 중학교 범위 내에서 출제한다지만 언제든 출제 수준을 높일 ‘자율권’을 행사할 수 있다.

정두언 한나라당 의원 등이 추진하는 ‘자율형 사립고로의 전환’ 방안이 반쪽짜리인데도 공감을 산 이유가 여기에 있었다. 사교육 유발 요인이 재생되고 변이될 여지를 차단하려 한 그 취지에 공감한 것이다.

헌데 교육당국은 이 ‘최소치’를 허물려 한다. 누구나 다 아는 현실을 짐짓 모른 체 하면서 고름이 번지는 환부에 파스를 붙이려고 한다.

평가는 이 정도로 갈음하고 시선을 돌리자. 추이다.

금은 이미 갔다. 외고 문제를 놓고 여권 내부, 보수세력 내부의 균열상이 분명히 드러났다. 보수정당 의원들은 외고를 아예 없애자 하고, 보수언론은 외고를 유지하자 하고, 보수정부는 국제고로 대충 ‘퉁’ 치려고 한다. 어떻게 될까? 여권 내부, 보수세력 내부의 이 균열상이 어떤 지각 변동을 야기할까?

다른 건 몰라도 하나는 확실하다. 친서민 정책이 도마 위에 오른다.

이명박 대통령을 위시한 여권 인사들은 교육문제를 운위할 때마다 ‘친서민’을 앞세웠다. 이명박 대통령은 “사교육비 부담이 서민 가계에 가장 큰 부담을 주는 요인인 만큼 총리실이 중심이 돼서 좀 더 근원적 대책을 마련해 달라”고 정운찬 총리에게 주문한 바 있고, 정두언 의원 역시 “외고의 자율형 사립고 전환은 중산층을 두텁게 하고 서민을 따뜻하게 하자는 이명박 정부의 친서민 중도실용정책에 가장 부합하는 정책”이라고 말한 바 있다.

평가받을 것이다. 여권 인사들의 그 때 그 발언에 진정성이 담겼었던 것인지, 구현 의지가 있었던 것인지 어렵지 않게 가늠될 것이다. 외고의 향후 진로에 따라 지갑에서 빠져나가는 지폐의 부피가 달라지는 걸 그 누구보다 잘 아는 게 바로 서민이니까.

▲캡쳐=오늘자 조선일보 1면 머릿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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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대통령이 말했다. "무분별한 대학 진학으로 야기되는 사교육비 고통과 청년 실업 문제는 정부가 해야 할 중산층 및 서민대책의 핵심 과제"라고 했다. 오늘 마이스터고에 찾아가 이렇게 말했다.

곽승준 미래기획위원장이 말했다. “사교육비만 잡아도 중산층이 강화된다”고 했다. 지난 4월 ‘조선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맞다. 두 말이 필요없다. 사교육만 잡으면 정권은 대박을 치고 민생은 허리를 편다.

하지만 어느 정권도 성공하지 못했다. 대박사업이란 걸 뻔히 알지만, 그래서 모든 정부가 달려들었지만 독박만 썼다. 왜일까?

이명박 대통령이 답을 내린 적이 있다. 6월 23일 국무회의에서 교육과학기술부를 질타하며 말했다. “내 딸도 정부의 교육정책을 안 믿는데 국민이 어떻게 믿겠느냐”고 했다. 이게 정답이다.


사교육의 ‘숙주’는 불신과 불안이다. 정부정책에 대한 불신이 진학계획을 불가측 상태로 몰아넣는다. 정착되는가 싶으면 휘젓는 입시정책이 학생과 학부모의 진학전략을 흐트러놓고 학습전략을 교란시킨다. 그래서 사교육에 기댄다. 국·영·수에 올인 하고 사설학원의 진학정보에 귀를 기울인다. 가이드가 못 미더워 스스로 지도를 펴는 것이다.

다를 바가 없다. 이명박 대통령이 내린 정답에 기초하면 이명박 정권도 불신과 불안을 조장한다는 점에서 여느 정부와 다를 바가 없다.

멀리 볼 필요가 없다. 이명박 대통령의 언행만 살펴도 갈짓자 행보를 단번에 읽을 수 있다.

이명박 대통령이 그랬다. 6월 23일 열린 국무회의에서 “사교육 관련 집단이 세다는데 그래서 (사교육비 경감대책이) 잘 안 되는 것 아니냐”고 했다. 그러면서 안병만 교과부 장관을 몰아붙였다. “장관도 (사교육 관련 집단세력이 세서) 그러느냐”고 했다.

모두가 같은 풀이를 내놨다. 대통령의 ‘안병만 질타’는 결국 곽승준·정두언의 승리를 의미하는 것이라고 풀이했다. 학원심야교습 금지 입법화·내신 절대평가제 도입·고1 내신 대입시 반영 배제·특목고 입시 수정 등을 뼈대로 하는 곽승준·정두언 ‘플랜’이 사실상 추인된 것이라고 풀이했다. 이같은 풀이는 한나라당 부설 여의도연구소가 미래기획위원회와 거의 동일한 대책을 내놓으면서 기정사실이 되는 듯 했다.

더불어 전망했다. 학원심야교습 금지는 시도 조례에 의하면 된다는 교과부의 입장, 내신 절대평가제 도입과 고1 내신 대입시 반영 배제에 반대하는 교과부의 입장은 사실상 거부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나아가 개각에서 안병만 교과부 장관이 경질될 것이라고 전망하기도 했다.

헌데 아니다. 불과 며칠 사이에 흐름이 180도 역전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안병만 장관이 어제 ‘동아일보’와 인터뷰를 하면서 “교육정책을 관장하고 최종 결정을 하는 사람은 교과부 장관”이라고 못 박더니, 오늘은 같은 신문에 안병만 장관의 입지가 더욱 튼튼해졌다는 기사가 실렸다. 이명박 대통령이 “앞으로는 교과부가 중심이 돼 사교육 대책을 추진하도록 하라”고 말했으며, 학원심야교습 금지 입법화에 대해서도 “위헌 소지가 있으니 맞지 않는 것 같다”고 말했다는 것이다.

열흘 전, 이명박 대통령의 등등했던 기세를 떠올리면 어리둥절할 정도로 돌변한 태도이기에 믿기 어렵지만, 그래서 혹여 '동아일보'가 오보를 낸 것은 아닌지 의심스러울 정도지만 아무래도 상관없다. '동아일보'가 '소설'을 쓴 것이 아닌 한, 청와대 관계자가 이렇게 전한 건 엄연한 사실인 한, 여권 깊숙한 곳에서 혼란과 혼선이 어지럽게 전개되고 있다는 점만은 분명하다. 이명박 대통령 또는 여권 핵심부에서 이 말 다르고 저 말 다른 행태, 어제 다르고 오늘 다른 행태를 보인다는 점만은 확실하다. 그래서 이명박 대통령 또는 여권 핵심부가 불신과 불안을 조장하며 사교육의 ‘숙주’를 키우고 있는 점만은 분명하다. 

어쩌면 예견된 귀결인지 모른다. 과정을 보면 그렇다.

사교육 대책 논란은 2단계로 진행됐다. 곽승준 미래기획위원장의 발언을 시작한 논란은 4월을 거쳐 5월 18일 당정회의에서 학원심야교습 금지 입법화를 추진하지 않기로 결정되면서 1단계가 일단락 됐다. 그랬다가 6월 23일 이명박 대통령이 국무회의에서 안병만 장관을 질타하면서 2단계가 시작됐다.

이 과정에서 분기점이 되는 회의가 열렸다. 1단계와 2단계의 경계지점에서 바로 청와대 수석비서관 회의가 열렸다. 6월 22일 열린 수석비서관 회의에서 이명박 대통령이 이른바 ‘친서민 행보’를 선포했다. ‘친서민’을 표방하면서 그 일환으로 사교육 근절을 들고 나왔다.

이렇게 보면 이명박 대통령 또는 여권 핵심부가 갈짓자 행보를 보이는 연유를 얼추 짐작할 수 있다.

‘친서민’이란 과녁을 먼저 겨눈 다음에 총알을 끌어모으다보니 실탄인지 공포탄인지 제대로 살피지 않았다고 볼 수 있다. 선명하고 상징적인 대책이 가져올 즉시효과에 현혹돼 냉큼 집어들었다가 교과부가 내세운 현실성 논리에 가로막혀 '트위스트'를 추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준비가 전혀 안 돼 있었다는 얘기다.

▲사진=마이스터고로 지정된 원주정보공업고교를 찾은 이명박 대통령 ⓒ청와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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뭔가 대단한 게 있는 줄 알았다. 곽승준 미래기획위원장이 “전사”할 각오로 학원 심야교습을 단속한다기에 그렇게 알았다. “교과부·한나라당이 같이 오랫동안 준비를 했다”며 “이르면 여름방학부터 단속에 나서겠다”기에 범정부 차원에서 나서는 줄 알았다. 헌데 그렇지가 않은 모양이다.

안병만 교육과학기술부 장관이 말했다. 학원 심야교습 단속에 대해 “교과부에서 실무자 수준으로 대화하는 중인데 준비절차가 없이 성공할 부분이 아니다”라고 했다. 곽승준 위원장에 대해 “앞으로 자제할 것으로 믿는다”고도 했다. 교과부 장관만이 아니다. 교총 회장 출신인 한나라당 이군현 의원은 곽승준 위원장을 향해 “대학교수 출신이라 현장을 잘 모른다”며 “현실성이 없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이처럼 다르다. 곽승준 위원장의 주장과 교과부·한나라당의 주장이 엄청 다르다. 거의 상극에 가깝다.

궁금해진다. 그럼 곽승준 위원장은 뭘 믿고 저렇게 나서는 걸까? 그는 공명심에 사로 잡혀 앞뒤 안 가리고 나대는 돈키호테인가? 아니다. 그렇게 보기엔 발언 강도가 너무 세고 발언 빈도가 너무 잦다. 곽승준 위원장은 어제 CBS 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또 다시 말했다. 서울 대치동과 목동, 중계동의 학원을 중점 단속대상으로 삼겠다면서 “1천만 학부모와 학생들이 우리 편이기에 가능할 것”이라고 했다. 정권 안팎의 반발과 냉소에도 불구하고 무소의 뿔처럼 가기로 작정한 것이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 분석한다. 곽승준 위원장이 이주호 교과부 차관과 함께 이명박 대통령의 교육공약을 성안한 점에 주목한다. 정두언 한나라당 의원이 학원 심야교습을 금지하는 내용의 ‘학원 설립·운영 및 과외 교습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대표발의하기로 한 점에 주목한다. 정권의 핵심 3인이 물밑조율을 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한다. 교과부·한나라당 ‘전체’가 아니라 ‘일부’와 사선에서 조정하는 것으로 해석한다.

이 분석에 따르니 궁금한 게 하나 더 생긴다. 핵심 3인을 뭉치게 한 원동력은 뭘까? 정두언 의원은 “겁이 없어서 나선 것”이라고 했는데 이런 뱃심을 키운 자양강장제는 뭘까?

주목할 필요가 있다. 곽승준 위원장이 그랬다. “3-4년 후 이 정부는 결국 교육과 부동산으로 평가받을 것”이라고 했다. “나 같은 교수 출신에게 자리 준 것은 혁신을 하라는 뜻으로 이해한다”고도 했다. 정권의 명운을 걸겠다는 얘기다. 그래서 정권의 최고 책임자, 즉 대통령이 힘을 실어준 것이라는 얘기다.

이렇게 보니 정정할 게 눈에 들어온다. 곽승준 위원장은 “사교육 규제는 전두환 정권도 밀어붙였는데 왜 우리가 못하나”라고 반문했지만 비교가 한정됐다. 전두환 정권 뿐만 아니라 김영삼 정권도 닮아가고 있다. ‘금융실명제’를 전격적으로 내밀었던 김영삼 정권의 ‘깜짝쇼’를 본뜨고 있다. 최고 통치권자의 밀명을 받고 밀실에서 방안을 만들어 느닷없이 들이댄 김영삼 정권의 이벤트를 따라 하고 있다.

아무래도 좋다. 잘 될 수만 있다면 어찌되든 좋다. 하지만 그렇게 될 것 같지가 않다.

금융실명제의 족적을 보면 안다. 시행된 지 십수 년이 흘렀지만 유명무실하다. 정관계 인사의 검은돈 추문이 터질 때마다 등장하는 게 차명계좌다. 시작은 창대했으나 끝은 미약했던 게 바로 금융실명제다.

전철을 그대로 밟을 공산이 농후하다. 주무부처 장관마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 정도라면 교육공무원의 자발적 참여는 기대하기 어렵다. 위에서 찍어누르니 시늉이야 하겠지만 거기서 그칠 공산이 크다. 안병만 장관의 말처럼 “(위에서)자제할” 그 날을 기다리면서, 또는 ‘힘 빠질’ 그날을 고대하면서 엉덩이만 들었다 놨다 할 가능성이 높다.

검은돈 왕래도 더 성해질 것이다. 법으로 금지하는 순간 불법이 될테니 음지에서 ‘차명과외’를 하고, 그 대가로 검은돈을 주고받는 풍조가 만연할 것이다. 물론 그 주체는 가진 자가 될 것이다. 권세있는 자가 금융실명제를 유린했듯이 가진 자가 사교육 근절 구호를 비웃을 것이다.

돌아볼 필요가 있다. 취지와 실행이 따로 놀았던 금융실명제를 되짚으면서 비교할 필요가 있다. 고관대작의 차명계좌는 나와는 상관없는 것이지만 가진 자의 ‘차명과외’는 나와 내 자식의 인생이 걸린 문제라는 점, 그래서 취지를 공감 받지 못하고 실행이 공평하지 않으면 어차피 안 되는 문제라는 점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 자칫하다간 1천만 학부모와 학생을 적으로 만들 수 있다는 점을 각인할 필요가 있다.

곽승준 위원장은 “개혁은 부드럽게, 점진적으로, 조심스럽게, 사려깊게, 점잔 빼면서, 겸손한 태도로 해서는 결코 진척시킬 수 없다”고 강조했지만 다른 건 몰라도 교육문제만큼은 사려 깊게, 겸손한 태도로 접근해야 한다.

한나라당 의원마저 제기했다. MB교육의 철학은 규제완화인데 왜 규제를 강화하는 정책을 펴느냐고 의아해했다. 바로 이 점이다. 대학입시 자율화와 고교유형 다양화를 통해 사교육 유발효과를 극대화해놓고선 사교육을 틀어막겠다고 호언장담하는 행태가 국민에게 어떻게 비쳐지는지를 들여다봐야 한다. 부드럽게, 그리고 점진적으로 MB교육의 머리끝에서 발끝까지 더듬어야 한다.

국민이 보기에 곽승준 위원장이 총대를 멘 사교육 근절책은 ‘사정책’이다. 정부의 행정계통을 밟지 않았다는 점에서 ‘사(私)정책’이고, MB교육의 ‘정체성’에 대해 헷갈리게 만든다는 점에서 ‘사(邪)정책’이며, 학생과 학부모를 더 골병 들게 할지 모른다는 점에서 ‘사(死)정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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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토씨'

어이가 없다. 교육과학기술부를 ‘빨갱이 소굴’ 쯤으로 간주한다. 청와대 관계자들이 나서 “좌파 성향 인사들이 교과부를 좌지우지하는 상황에서 교육개혁이 제대로 이뤄지겠느냐”고 비난한다.

고교 근・현대사 교과서를 막무가내로 수정한 교과부다. 4.19혁명을 ‘데모’로 격하한 교과부다. 이런 교과부를 ‘좌파’라고 낙인찍는다.

자율형사립고와 기숙형공립고 설립을 강행하는 교과부다. 고교등급제를 밀어붙이는 교과부다. 이런 교과부를 ‘좌파’의 평등주의 교육정책에 함몰된 집단으로 규정한다.

누가 이해할 수 있겠는가. 아무리 봐도 교과부는 분명 ‘우파 본색’인데 어떻게 ‘좌파’란 비난을 받아들일 수 있겠는가. 도대체 이런 교과부가 ‘좌파’라면 청와대의 ‘본색’은 뭐란 말인가.

이해할 수 없어 보고 또 보니까 다른 게 보인다. ‘색깔’이 아니다. 청와대가 얘기하고자 하는 건 ‘속도’와 ‘강도’다.

너무나 당연한 교과서 수정을 질질 끄는 교과부, 대통령이 수능 2과목을 줄이겠다고 했는데도 한 과목만 줄이는 교과부, 영어 공교육 강화는 발동 거는 폼만 잡는 교과부, 이런 교과부가 한심한 것이다. 교과부의 이런 ‘만만디’ 행보에 ‘좌파’의 방해공작이 개입돼 있다고 단정한 것이다. “도대체 정부가 어떻게 대처하기에 전교조만 두렵고 정부나 다른 단체들은 두렵지 않다는 것이냐”는 이명박 대통령의 경고멘트(지난달 26일)에 이미 이런 판단이 깔려있었던 것이다.

소름끼친다. 교과부를 ‘좌파’로 몰아붙이는 이유가 ‘색깔’이 아니라 ‘속도’와 ‘강도’에 있는 사실을 확인하니까 오싹해진다. 누구 말대로 ‘질풍노도’의 시기가 닥칠 것을 예감하면서 걱정이 앞선다. 정부를 두려워하게 만들겠다는 취지의 대통령 말에 모골이 송연해진다.

분명하지 않은가. ‘좌파’ 공무원을 솎아낸 다음에, 교과부를 일색화한 다음에 앞만 보고 내달리겠다는 뜻이 아닌가. 누가 뭐라하든 ‘MB교육’을 죽기살기로 밀어붙이겠다는 뜻이 아닌가. 이런 행로에 걸림돌이 되는 요인은 가차없이 쳐내겠다는 뜻이 아닌가.

이러면 토론이 사라진다. 교육정책에 대한 반대 입장은 무시되고 찬반토론은 겉치레가 된다. 이러면 일방통행이 강화된다. ‘MB교육’은 지상과제가 되고 전교조는 불순세력이 된다.

그래도 괜찮다. 소름은 대팻날로 깎아내면 된다. 하지만 이건 진짜 문제다. 어린 학생들 전신이 퍼렇게 물드는 현상, 이건 진짜 문제다.

‘우파’ 교육정책에 휘말리는 것을 말하는 게 아니다. ‘우파’ 시각이 주입되는 걸 말하는 게 아니다. 어른들의 이념놀음과 정글논리에 애먼 학생들이 피멍 드는 걸 말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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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토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