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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 프렌들리에서
곽승준 미래기획위원장이 “현재 국민연금의 삼성전자 지분이 삼성생명에 이어 두 번째로, 이건희 회장 지분보다 많은데도 경영진에 대한 견제를 제대로 해왔는지 매우 의문”이라며 “거대 권력이 된 대기업을 견제할 효과적인 수단으로는 자본주의 원칙에 입각한 공적 연기금의 주주권 행사가 가장 적절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습니다. 곽 위원장은 이어 “신한금융 분쟁 당시 2대 주주인 국민연금이 일본계 주주 등과 달리 전혀 목소리를 내지 못했던 것은 불합리하다”고 말했습니다. 포스코와 KT를 향해서는 “방만한 사업 확장으로 주주 가치를 침해했다”고 비판했습니다. 이에 대해 전경련은 “정치논리에 따른 관치 목적의 지나친 경영권 간섭은 기업 가치 저하로 연결될 것”이라고 반발했습니다. 국민연금은 55조원을 국내 주식에 투자해 139개 국내 기업에 대해 5% 이상 지분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기사 보기>
비즈니스 프렌들리에서 비즈니스 길들이기로.

면피용 뒷북치기
금융감독원이 현장감독관을 통해 부산저축은행 영업 정지 전날인 2월 16일 8억 3000만원, 35건에 이르는 불법 인출을 적발하고도 검찰에는 3월 하순에야 관련 정보를 넘겼습니다. 3월 23일에야 예금을 인출한 고객 명단을 검찰에 넘겼고 4월초에야 금융실명제법 위반 사실이 확인된 직원들을 검찰에 통보한 겁니다. 한편 금융감독원은 어제 부산 계열의 4개 저축은행과 보해저축은행의 불법 인출을 가려내기 위해 특별점검반을 투입했습니다. <기사 보기>
전형적인 면피용 뒷북치기.

형제의 난 뒤끝은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 측이 비자금을 조성한 정황을 검찰이 포착했습니다. 서울남부지검 형사6부는 박찬구 금호석유화학 회장의 비자금 의혹에 대한 수사 과정에서 박삼구 회장 측이 만든 차명계좌를 확인하고 자금흐름을 추적하는 중인데요. 검찰 관계자는 “금호석유화학 협력업체 임원 명의로 개설된 은행 계좌에서 특이한 입출금 내역을 확인했고, 10여개의 차명계좌가 박삼구 회장 측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검찰은 차명계좌에 계좌당 5억~6억원씩 최소 60억원에서 최대 100억원 정도의 불투명한 자금이 들어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기사 보기>
형제의 난 뒤끝은 동귀어진.

실상이 이러니
‘조선일보’가 시공능력평가액 기준 100대 건설사의 지난해 사업보고서와 감사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이들 기업의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 지급보증 금액이 지난해 말 현재 64조 754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나왔습니다. 47개 건설사는 지급보증 규모가 자기자본보다 많았습니다. 이 지급보증을 부채로 계산하면 부채비율이 155%에서 237%로 뜁니다. <기사 보기>
실상이 이러니 시중은행보고 부실채권 사들이라고 닦달하지.

투명행정?
보건복지부가 해마다 4월 21~22일쯤 전년도분 건보료 정산결과를 공지했는데 올해는 27일로 연기했고 언론 보도일자는 28일로 늦췄습니다. 이 때문에 지난 25일 월급명세서를 받아든 직장인들은 아무 설명도 듣지 못한 채 정산이 끝난 건보료가 통장에서 빠져나간 사실만 확인했는데요. 민주노동당은 “올해는 건보료 인상 문제가 4.27재보선에 악영향을 끼칠까봐 선거 다음날인 28일로 연기했다는 이야기가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이에 보건복지부는 황급히 보도자료를 내어 “올해부터 4대보험료가 통합징수되면서 업무량이 늘어 건보료 정산자료 수집이 늦어졌다”고 해명했지만 건보공단이 이미 18일에 건보료 정산 대상과 금액을 확정해 보건복지부에 넘긴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보건복지부가 지난해 건보료를 정산한 결과 1조 4533억원의 보험료를 추가로 거둬들였다고 합니다. <기사 보기>
투명행정? 너무 속 보이니까.

장애인을 ‘위한’ 행사?
보건복지부가 18일 청와대에서 열린 ‘장애인의 날’ 행사 참석 장애인들을 선정하면서 1급 지적장애인을 배제했습니다. 보건복지부는 대통령 부인 김윤옥 씨의 초청으로 열리는 행사를 준비하면서 장애인 이용시설 운영자들에게 참석자 명단을 작성해 통보해 달라고 요청했는데요. 이에 서울 송파구의 한 복지센터 이모 원장이 작업장에서 함께 일하는 지적장애 1.2급 장애인 2명을 추천하자 직원이 “1급은 소란을 피우거나 어수선하게 하면 곤란하니 다른 사람으로 대체해달라”고 요구했습니다. 이 원장은 격분해 “그렇다면 안 가겠다”고 통보했습니다. <기사 보기>
장애인을 ‘위한’ 행사가 아니었나 보지.

장관이란 사람이
박재완 고용노동부 장관이 지난 25일 기자들과 만나 “반도체나 휴대전화 공장에서는 인력이 부족하다는 이야기를 많이 하는데 청년실업률이 높은 것은 대학에서의 문사철(문학 사학 철학) 과잉 공급으로 인한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공계 중심의 현장직 일자리는 증가한 반면 사무전문직 일자리는 줄어 구직과 채용의  눈높이가 맞지 않는다며 이같이 말한 것입니다. 박 장관은 “현 정권 들어 기업에서 신규채용을 늘리고 있으며 정규직 일자리도 늘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습니다. <기사 보기>
장관이란 사람이 기초학문을 이렇게 무시해서야.

‘자율’의 다른 표현은
보건복지부가 자율형 어린이집과 공공형 어린이집을 올해 선정하기로 했습니다. 공공형 어린이집은 매달 최대 824만원의 정부 지원을 받는 곳이고, 자율형 어린이집은 현행 보육료-특별활동비 상한보다 1.5배 비싼 최대 72만원 이상을 받을 수 있는 곳입니다. 7월까지 900곳이 지정되는 공공형과 달리 자율형은 수도권과 광역시로 지역을 제한했지만 지정 숫자를 지자체 자율에 맡기고 시범사업에 기한을 두지 않기로 했습니다. 사실상 기준만 충족되면 어떤 어린이집이라도 보육료를 올려 받을 수 있게 된 것입니다. 지금까지 보육료와 특별활동비를 포함해 최대로 올려 받을 수 있는 금액은 48만원이었습니다. <기사 보기>
‘자율’의 다른 표현은? ‘자동인상’.

애당초 소송 낸 게 잘못
BBK사건 수사팀 검사들이 “2007년 수사 당시 김경준 씨의 변호인단이 ‘검찰이 김씨를 회유 협박했다’는 허위사실을 바탕으로 기자회견을 열어 명예가 훼손됐다”며 손해배상청구소송을 낸 바 있는데요. 이에 대해 서울고법 민사19부가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습니다. 재판부는 “수사팀의 회유가 있었다는 김씨의 자필 메모와 가족에게 제시한 녹취록 등 김씨가 같은 내용을 여러 사람에게 알려 변호인단은 충분히 의혹을 제기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고 판단했습니다. 재판부는 또 “이명박 후보와 김씨가 공동으로 운영했던 LKe뱅크가 BBK 지분을 100% 소유했다는 내용의 메모가 수사과정에서 누락됐다”는 의혹을 제기한 정봉주 전 의원을 상대로 한 수사 검사들의 소송에서도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습니다. <기사 보기>
애당초 소송 건 게 잘못. 공직은 그저 묵묵히 일하고 결과로 평가받는 게 최선.

Posted by '토씨'

이명박 대통령이 말했다. "무분별한 대학 진학으로 야기되는 사교육비 고통과 청년 실업 문제는 정부가 해야 할 중산층 및 서민대책의 핵심 과제"라고 했다. 오늘 마이스터고에 찾아가 이렇게 말했다.

곽승준 미래기획위원장이 말했다. “사교육비만 잡아도 중산층이 강화된다”고 했다. 지난 4월 ‘조선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맞다. 두 말이 필요없다. 사교육만 잡으면 정권은 대박을 치고 민생은 허리를 편다.

하지만 어느 정권도 성공하지 못했다. 대박사업이란 걸 뻔히 알지만, 그래서 모든 정부가 달려들었지만 독박만 썼다. 왜일까?

이명박 대통령이 답을 내린 적이 있다. 6월 23일 국무회의에서 교육과학기술부를 질타하며 말했다. “내 딸도 정부의 교육정책을 안 믿는데 국민이 어떻게 믿겠느냐”고 했다. 이게 정답이다.


사교육의 ‘숙주’는 불신과 불안이다. 정부정책에 대한 불신이 진학계획을 불가측 상태로 몰아넣는다. 정착되는가 싶으면 휘젓는 입시정책이 학생과 학부모의 진학전략을 흐트러놓고 학습전략을 교란시킨다. 그래서 사교육에 기댄다. 국·영·수에 올인 하고 사설학원의 진학정보에 귀를 기울인다. 가이드가 못 미더워 스스로 지도를 펴는 것이다.

다를 바가 없다. 이명박 대통령이 내린 정답에 기초하면 이명박 정권도 불신과 불안을 조장한다는 점에서 여느 정부와 다를 바가 없다.

멀리 볼 필요가 없다. 이명박 대통령의 언행만 살펴도 갈짓자 행보를 단번에 읽을 수 있다.

이명박 대통령이 그랬다. 6월 23일 열린 국무회의에서 “사교육 관련 집단이 세다는데 그래서 (사교육비 경감대책이) 잘 안 되는 것 아니냐”고 했다. 그러면서 안병만 교과부 장관을 몰아붙였다. “장관도 (사교육 관련 집단세력이 세서) 그러느냐”고 했다.

모두가 같은 풀이를 내놨다. 대통령의 ‘안병만 질타’는 결국 곽승준·정두언의 승리를 의미하는 것이라고 풀이했다. 학원심야교습 금지 입법화·내신 절대평가제 도입·고1 내신 대입시 반영 배제·특목고 입시 수정 등을 뼈대로 하는 곽승준·정두언 ‘플랜’이 사실상 추인된 것이라고 풀이했다. 이같은 풀이는 한나라당 부설 여의도연구소가 미래기획위원회와 거의 동일한 대책을 내놓으면서 기정사실이 되는 듯 했다.

더불어 전망했다. 학원심야교습 금지는 시도 조례에 의하면 된다는 교과부의 입장, 내신 절대평가제 도입과 고1 내신 대입시 반영 배제에 반대하는 교과부의 입장은 사실상 거부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나아가 개각에서 안병만 교과부 장관이 경질될 것이라고 전망하기도 했다.

헌데 아니다. 불과 며칠 사이에 흐름이 180도 역전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안병만 장관이 어제 ‘동아일보’와 인터뷰를 하면서 “교육정책을 관장하고 최종 결정을 하는 사람은 교과부 장관”이라고 못 박더니, 오늘은 같은 신문에 안병만 장관의 입지가 더욱 튼튼해졌다는 기사가 실렸다. 이명박 대통령이 “앞으로는 교과부가 중심이 돼 사교육 대책을 추진하도록 하라”고 말했으며, 학원심야교습 금지 입법화에 대해서도 “위헌 소지가 있으니 맞지 않는 것 같다”고 말했다는 것이다.

열흘 전, 이명박 대통령의 등등했던 기세를 떠올리면 어리둥절할 정도로 돌변한 태도이기에 믿기 어렵지만, 그래서 혹여 '동아일보'가 오보를 낸 것은 아닌지 의심스러울 정도지만 아무래도 상관없다. '동아일보'가 '소설'을 쓴 것이 아닌 한, 청와대 관계자가 이렇게 전한 건 엄연한 사실인 한, 여권 깊숙한 곳에서 혼란과 혼선이 어지럽게 전개되고 있다는 점만은 분명하다. 이명박 대통령 또는 여권 핵심부에서 이 말 다르고 저 말 다른 행태, 어제 다르고 오늘 다른 행태를 보인다는 점만은 확실하다. 그래서 이명박 대통령 또는 여권 핵심부가 불신과 불안을 조장하며 사교육의 ‘숙주’를 키우고 있는 점만은 분명하다. 

어쩌면 예견된 귀결인지 모른다. 과정을 보면 그렇다.

사교육 대책 논란은 2단계로 진행됐다. 곽승준 미래기획위원장의 발언을 시작한 논란은 4월을 거쳐 5월 18일 당정회의에서 학원심야교습 금지 입법화를 추진하지 않기로 결정되면서 1단계가 일단락 됐다. 그랬다가 6월 23일 이명박 대통령이 국무회의에서 안병만 장관을 질타하면서 2단계가 시작됐다.

이 과정에서 분기점이 되는 회의가 열렸다. 1단계와 2단계의 경계지점에서 바로 청와대 수석비서관 회의가 열렸다. 6월 22일 열린 수석비서관 회의에서 이명박 대통령이 이른바 ‘친서민 행보’를 선포했다. ‘친서민’을 표방하면서 그 일환으로 사교육 근절을 들고 나왔다.

이렇게 보면 이명박 대통령 또는 여권 핵심부가 갈짓자 행보를 보이는 연유를 얼추 짐작할 수 있다.

‘친서민’이란 과녁을 먼저 겨눈 다음에 총알을 끌어모으다보니 실탄인지 공포탄인지 제대로 살피지 않았다고 볼 수 있다. 선명하고 상징적인 대책이 가져올 즉시효과에 현혹돼 냉큼 집어들었다가 교과부가 내세운 현실성 논리에 가로막혀 '트위스트'를 추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준비가 전혀 안 돼 있었다는 얘기다.

▲사진=마이스터고로 지정된 원주정보공업고교를 찾은 이명박 대통령 ⓒ청와대

Posted by '토씨'

뭔가 대단한 게 있는 줄 알았다. 곽승준 미래기획위원장이 “전사”할 각오로 학원 심야교습을 단속한다기에 그렇게 알았다. “교과부·한나라당이 같이 오랫동안 준비를 했다”며 “이르면 여름방학부터 단속에 나서겠다”기에 범정부 차원에서 나서는 줄 알았다. 헌데 그렇지가 않은 모양이다.

안병만 교육과학기술부 장관이 말했다. 학원 심야교습 단속에 대해 “교과부에서 실무자 수준으로 대화하는 중인데 준비절차가 없이 성공할 부분이 아니다”라고 했다. 곽승준 위원장에 대해 “앞으로 자제할 것으로 믿는다”고도 했다. 교과부 장관만이 아니다. 교총 회장 출신인 한나라당 이군현 의원은 곽승준 위원장을 향해 “대학교수 출신이라 현장을 잘 모른다”며 “현실성이 없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이처럼 다르다. 곽승준 위원장의 주장과 교과부·한나라당의 주장이 엄청 다르다. 거의 상극에 가깝다.

궁금해진다. 그럼 곽승준 위원장은 뭘 믿고 저렇게 나서는 걸까? 그는 공명심에 사로 잡혀 앞뒤 안 가리고 나대는 돈키호테인가? 아니다. 그렇게 보기엔 발언 강도가 너무 세고 발언 빈도가 너무 잦다. 곽승준 위원장은 어제 CBS 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또 다시 말했다. 서울 대치동과 목동, 중계동의 학원을 중점 단속대상으로 삼겠다면서 “1천만 학부모와 학생들이 우리 편이기에 가능할 것”이라고 했다. 정권 안팎의 반발과 냉소에도 불구하고 무소의 뿔처럼 가기로 작정한 것이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 분석한다. 곽승준 위원장이 이주호 교과부 차관과 함께 이명박 대통령의 교육공약을 성안한 점에 주목한다. 정두언 한나라당 의원이 학원 심야교습을 금지하는 내용의 ‘학원 설립·운영 및 과외 교습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대표발의하기로 한 점에 주목한다. 정권의 핵심 3인이 물밑조율을 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한다. 교과부·한나라당 ‘전체’가 아니라 ‘일부’와 사선에서 조정하는 것으로 해석한다.

이 분석에 따르니 궁금한 게 하나 더 생긴다. 핵심 3인을 뭉치게 한 원동력은 뭘까? 정두언 의원은 “겁이 없어서 나선 것”이라고 했는데 이런 뱃심을 키운 자양강장제는 뭘까?

주목할 필요가 있다. 곽승준 위원장이 그랬다. “3-4년 후 이 정부는 결국 교육과 부동산으로 평가받을 것”이라고 했다. “나 같은 교수 출신에게 자리 준 것은 혁신을 하라는 뜻으로 이해한다”고도 했다. 정권의 명운을 걸겠다는 얘기다. 그래서 정권의 최고 책임자, 즉 대통령이 힘을 실어준 것이라는 얘기다.

이렇게 보니 정정할 게 눈에 들어온다. 곽승준 위원장은 “사교육 규제는 전두환 정권도 밀어붙였는데 왜 우리가 못하나”라고 반문했지만 비교가 한정됐다. 전두환 정권 뿐만 아니라 김영삼 정권도 닮아가고 있다. ‘금융실명제’를 전격적으로 내밀었던 김영삼 정권의 ‘깜짝쇼’를 본뜨고 있다. 최고 통치권자의 밀명을 받고 밀실에서 방안을 만들어 느닷없이 들이댄 김영삼 정권의 이벤트를 따라 하고 있다.

아무래도 좋다. 잘 될 수만 있다면 어찌되든 좋다. 하지만 그렇게 될 것 같지가 않다.

금융실명제의 족적을 보면 안다. 시행된 지 십수 년이 흘렀지만 유명무실하다. 정관계 인사의 검은돈 추문이 터질 때마다 등장하는 게 차명계좌다. 시작은 창대했으나 끝은 미약했던 게 바로 금융실명제다.

전철을 그대로 밟을 공산이 농후하다. 주무부처 장관마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 정도라면 교육공무원의 자발적 참여는 기대하기 어렵다. 위에서 찍어누르니 시늉이야 하겠지만 거기서 그칠 공산이 크다. 안병만 장관의 말처럼 “(위에서)자제할” 그 날을 기다리면서, 또는 ‘힘 빠질’ 그날을 고대하면서 엉덩이만 들었다 놨다 할 가능성이 높다.

검은돈 왕래도 더 성해질 것이다. 법으로 금지하는 순간 불법이 될테니 음지에서 ‘차명과외’를 하고, 그 대가로 검은돈을 주고받는 풍조가 만연할 것이다. 물론 그 주체는 가진 자가 될 것이다. 권세있는 자가 금융실명제를 유린했듯이 가진 자가 사교육 근절 구호를 비웃을 것이다.

돌아볼 필요가 있다. 취지와 실행이 따로 놀았던 금융실명제를 되짚으면서 비교할 필요가 있다. 고관대작의 차명계좌는 나와는 상관없는 것이지만 가진 자의 ‘차명과외’는 나와 내 자식의 인생이 걸린 문제라는 점, 그래서 취지를 공감 받지 못하고 실행이 공평하지 않으면 어차피 안 되는 문제라는 점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 자칫하다간 1천만 학부모와 학생을 적으로 만들 수 있다는 점을 각인할 필요가 있다.

곽승준 위원장은 “개혁은 부드럽게, 점진적으로, 조심스럽게, 사려깊게, 점잔 빼면서, 겸손한 태도로 해서는 결코 진척시킬 수 없다”고 강조했지만 다른 건 몰라도 교육문제만큼은 사려 깊게, 겸손한 태도로 접근해야 한다.

한나라당 의원마저 제기했다. MB교육의 철학은 규제완화인데 왜 규제를 강화하는 정책을 펴느냐고 의아해했다. 바로 이 점이다. 대학입시 자율화와 고교유형 다양화를 통해 사교육 유발효과를 극대화해놓고선 사교육을 틀어막겠다고 호언장담하는 행태가 국민에게 어떻게 비쳐지는지를 들여다봐야 한다. 부드럽게, 그리고 점진적으로 MB교육의 머리끝에서 발끝까지 더듬어야 한다.

국민이 보기에 곽승준 위원장이 총대를 멘 사교육 근절책은 ‘사정책’이다. 정부의 행정계통을 밟지 않았다는 점에서 ‘사(私)정책’이고, MB교육의 ‘정체성’에 대해 헷갈리게 만든다는 점에서 ‘사(邪)정책’이며, 학생과 학부모를 더 골병 들게 할지 모른다는 점에서 ‘사(死)정책’이다.

Posted by '토씨'

곽승준 미래기획위원장의 의지가 대단합니다. 결기에 찬 말을 거침없이 토해냅니다. “정권차원에서 처절하게 붙을 것”이라고 했고, “사교육 개혁을 하다 장렬히 전사해도 좋다”고 했습니다.

사교육을 억제하고 공교육을 활성화하겠답니다. 이르면 올 여름방학부터 학원의 심야교습을 밤 10시까지로 제한하고, 방과후학교를 통해 학원비의 5분의 1 가격에 질 높은 교육을 제공하겠다고 했습니다. ‘서울대 가는 KTX’로 변질된 외국어고의 입시 등도 뜯어고치겠다고 했습니다.

실행력에 대해서는 고개 갸웃거릴 필요가 없어 보입니다. 곽승준 위원장이 한 마디 더 했습니다. “사교육 규제는 전두환 정부도 밀어붙였는데 왜 우리가 못하나”라고 반문했습니다. 그렇습니다. 밀어붙이기 분야에 관한 한 이명박 정부는 둘째가라면 서뤄워할 정부입니다. 불도저 행정의 전형을 보여주는 정부입니다.

남는 문제는 실효성이고 성과입니다. 결기에 찬 어조만큼 결실을 맺을 것 같지가 않습니다.

사교육 유발 요인을 풀어버린 게 바로 이명박 정부입니다. 이젠 이름조차 하나하나 추리기 힘들 정도로 수많은 자율학교를 세우려는 이명박 정부입니다. 기존의 자립형 사립고에 자율형 사립고와 기숙형 공립고를 추가하고, 국제중학교와 국제고등학교를 신설하는 게 이명박 정부입니다. 고려대가 수시전형에서 고교등급제를 적용했다는 의혹이 강하게 제기됐는데도 손을 대지 않은 이명박 정부입니다.

냉소를 지울 수 없는 이유가 이것입니다. 병 준 사람이 약 처방하는 것 같아 마음이 불편합니다.

그래도 괜찮습니다. 이명박 정부가 사교육을 틀어막을 수만 있다면 과거 불문하고 이유 막론하고 지지를 보낼 용의가 있습니다. 하지만 요원합니다.

곽승준 위원장이 그랬습니다. “이번의 위기 국면을 이겨내려면 중산층을 키워야 한다. 중산층의 수입을 늘려주거나 지출을 줄여줘야 하는데 경제 위기 상황에서 수입 늘리기는 쉽지 않다. 하지만 학원비 지출을 줄이는 것은 소득 증대효과도 유발할 수 있다”고 했습니다. 학원비 지출을 줄여주면 그만큼 소득이 증대하는 셈이니 중산층을 키울 수 있다는 주장입니다.

얼마나 좋겠습니다. 곽승준 위원장 말대로 된다면 얼마나 좋겠습니까. 하지만 정말 그렇게 될까요? 그렇지가 않습니다. 정반대입니다. 중산층으로 남기 위해 기를 쓰고 학원비 지출을 늘리는 게 우리네 현실입니다.

1997년 IMF 외환위기가 닥친 후 중산층이 붕괴됐습니다. 가장은 직장에서 쫓겨났고 가게문을 닫았습니다. 그렇게 양극화가 시작됐고 10년 세월 동안 간극은 벌어질대로 벌어졌습니다.

추락한 가장이 회생하는 방법으로 부여잡은 게 교육입니다. 아슬아슬하게 버티는 가장이 추락을 면하기 위해 선택한 게 교육입니다. 자식만이라도 몰락의 참화를 피하게 하려고 ‘빽’을 얹어주고 싶었고 그래서 학원을 찾습니다. 대단한 ‘빽’이 아닙니다. 최상류층으로의 수직상승을 보장하는 그런 ‘빽’이 아닙니다. 그냥 대기업에 취직해 빚 안 지고 살 정도, 다시 말해 중산층으로 사는 것을 보증하는 ‘빽’일 뿐입니다. 이런 ‘빽’을 따내기 위해 ‘올인’합니다. 자식을 학원에 보내기 위해 맞벌이를 하고, 맞벌이 때문에 아이가 방치되는 걸 우려해 학원을 찾습니다. 이게 우울한 우리 현실입니다.

방과후학교를 활성화하면 아이가 방치되는 건 막을지 모릅니다. 하지만 거기까지입니다. 어차피 ‘빽’의 공유면적은 극도로 좁아져 있습니다. 양극화가 해소되지 않는 한 ‘빽’ 추구 현상은 사라지지 않습니다. ‘빽으로 가는 KTX’를 타려는 욕망을 잠재울 수 없습니다.

지천에 널려 있습니다. ‘빽으로 가는 KTX’는 외국어고만이 아닙니다. 이명박 정부 들어 신설되는 수많은 자율학교도 ‘빽으로 가는 KTX’입니다. KTX가 지천에 널렸는데 어떤 손님이 무궁화호를 타려고 하겠습니까.

“이번의 위기국면”이 문제인 게 아니라 “이번의 위기국면”에서 보여주는 이명박 정부의 정책이 더 문제입니다. 부자감세를 늘리고 복지부문을 축소하는 정책이 더 문제입니다. 이렇게 양극화 현상을 심화시키는 정책이 고수되는 한 중산층의 학원비 지출은 사라지지 않습니다. 다만 학원비 지출의 양태, 즉 양성과 음성을 가를 뿐입니다.

Posted by '토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