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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걸 부조화라고 하나?

물갈이가 시작됐단다. 이상득·홍정욱 의원의 총선 불출마 선언으로 한나라당의 대대적인 물갈이가 사실상 시작됐단다. 이명박 정권의 ‘상왕’이자 영남권의 최다선 의원인 이상득 의원의 불출마 선언으로 친박계를 포함한 영남권 중진의 물갈이 길이 터졌다고 한다. 홍정욱 의원의 불출마 선언으로 수도권 소장파의 불출마 도미노가 벌어질지 모른다고 한다.

한데 묘하다. 한쪽에서 다른 기류가 형성되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 특보들이 줄줄이 사퇴했다. 김덕룡 국민통합·박형준 사회·이동관 언론·유인촌 문화 특보 등이 줄줄이 그만뒀다. 그 뿐인가. 임태희 대통령실장도 자리에서 물러났다. 이들이 이명박 대통령 곁을 떠나는 이유의 대부분은 출마다. 내년 총선에 출마하기 위해 현직을 내놨다는 것이다.

이들은 ‘성골’이다. 이명박 대통령을 지근거리에서 보좌했던 성골 중의 성골들이다. 이런 성골들이 한나라당에 들어가 ‘공천권 줍쇼’ 할 판이다. MB색을 빼기 위해 탈색제를 바가지로 퍼 넣어도 모자랄 판에 MB의 분신들이 떼로 들어갈 판이다. 물갈이 하겠다는 한나라당에 '구정물'이 흘러들 판이다.

이러면 말짱 공염불이 된다. 한나라당을 박근혜당으로 만들어봤자, 물갈이 한다고 나서봤자 말짱 공염불이 된다. 한나라당 위기의 근원이 이명박 대통령이라는 사실을 천하가 다 아는데 이명박 대통령의 분신들을 받아들이면 어떻게 되겠는가. 물어볼 필요도 없다. 한나라당은 도루묵이 된다.

칼같이 잘라야 한다. 이들의 공천 신청을 인정사정 보지 않고 내쳐야 한다. 그래야 쥐꼬리만한 물갈이 효과라도 볼 수 있다. 하지만 그렇게 간단치가 않다.

어떤 식이든 계파 배제로 비치게 돼 있다. MB의 성골들을 쳐내는 순간 친이계 배척으로 묘사되게 돼 있다. 더구나 이런 작업을 주도하는 사람이 박근혜 의원이라면 보복으로 비치게 돼 있다.

그래도 괜찮다. MB의 성골들과 친이계가 대세에 순응하기만 한다면 별 문제가 발생하지 않을 것이다. 친이계 핵심 이재오 의원이 자주 썼던 말처럼 백의종군을 넘어 토의종군할 각오로 순순히 칼을 맞는다면 큰 탈 나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언감생심이다. 멀리 내다 볼 필요조차 없다. 돌아가는 사정을 뻔히 아는 특보들이, 그리고 대통령실장이 출마 준비를 한다는 사실 자체가 모든 걸 말해주고 있다. 이들은 물러날 용의가 없다. 토의종군할 생각도 없다.

자칫하면 계파 분란이 심화된다. 공천을 둘러싸고 친이와 친박 또는 친박과 반박 간에 혈투가 벌어진다. 더불어 강화된다. 친이 또는 반박의 위기감이 고조되면서 그들의 결속력이 강화된다. 공동운명체로 묶인 그들의 단결력이 배가된다. 계파 구도가 재정립 된다.

돌고 돌아 원점으로 회귀하는 것이다. 그게 아니면 싸우다 싸우다 딴살림 차리든지….

▲사진=이동관 전 언론특보(왼쪽)와 박형준 전 사회특보. ⓒ프레시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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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토씨'


손학규 민주당 대표가 대선 불출마를 선언한단다. 오는 4일 ‘야권통합이 이뤄지지 않으면’이란 조건을 달고 대선 불출마 선언을 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단다.

자못 비장하게 들린다. 야권통합을 위해 한 몸 기꺼이 내던지는 모습처럼 보인다. 정치인들이 흔히 쓰는 표현을 약간 각색하면 ‘구당의 결단’처럼 보인다. 한데 아니다. 손학규 대표의 조건부 불출마 선언엔 고도의 책략이 담겨있다.

손학규 대표는 양손에 떡을 쥐려고 한다. 한 손엔 실리, 다른 손엔 명분을 쥐려고 한다.

손학규 대표가 조건부 불출마 선언을 하면 그의 대표직이 유지된다. 당 대표가 대선에 출마하려고 할 경우 선거일 1년 전까지 사퇴해야 한다는 대권-당권 분리 규정을 비껴갈 수 있다. 그럼 그는 대표 임기를 꽉꽉 채울 수 있고, 더불어 내년 4월 총선 공천을 주관할 수 있다. 자파 인물을 상당수 공천함으로써 당내 입지를 더욱 튼실히 다질 수 있다. 이건 실리다.

손학규 대표가 대선 불출마 선언을 하더라도 모양새가 중요하다. 문재인 변호사가 부상하고 안철수 교수가 등장하면서 존재감이 줄어드는 자신의 옹색한 처지를 분장하지 않으면, 결국 경쟁에 밀려서 불출마를 하는 듯한 모습을 감추지 않으면 그의 정치적 위신은 옹색해진다. 바꿀 수 있다. 야권통합을 조건으로 내세운 다음에 대선 불출마를 선언하면 그의 선언에 오버랩되는 이미지를 ‘옹색’에서 ‘고뇌’로 뒤바꿀 수 있다. 이건 명분이다.

종합하면, 손학규 대표는 지구전을 꾀하고 있다. 어차피 단기전에서 승리하기는 어렵다고 보고 차차기를 바라보며 지구전을 준비하고 있다. 그렇게 하기 위해 진지를 구축하려고 한다. 당내 입지를 강화하고, 자파 세력을 확장하려고 한다.

어떨까? 손학규 대표의 책략이 옳든 그르든 야권통합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기는 할까? 손학규 대표의 대권가도는 닫히는 반면 야권통합엔 탄탄대로가 열리는 걸까? 그렇지가 않다.

손학규 대표가 민주당에 똬리를 틀고 야권통합에 나서면, 나아가 야권통합 이후의 공천권까지 행사하려고 한다면 야권통합은 더욱 어려워진다. 민주당 중심의 야권통합을 축으로 삼고, 자신의 지분 선점을 목표로 삼으면 민주당 밖의 ‘기득권 양보’ 요구와 상충한다. 누구보다 앞장서서 민주당 의원들의 기득권 포기를 설득해야 할 사람이 자신의 기득권 강화를 꾀하는 판에 누가 흔쾌히 대의를 따르려 하겠는가. 이전투구, 지리멸렬의 모습만 연출되기 십상이다. 

행여 야권통합 자체가 무산되거나 그 규모가 축소된다 하여 손학규 대표에게 해가 되지는 않는다. 오히려 손학규 대표의 당 장악 가능성은 커지고, 지분 확보 여지 또한 커지니까 손해 보는 일이 아니다. 아무리 민주당이 뭇매 맞는 정당이라고 해도 총선에서는 다른 야당에 비해 우월한 위치를 점할 테니까 실리를 듬뿍 챙길 수 있다. 

그런 점에서 손학규 대표는 도랑 치고 가재 잡는 카드라고 생각할지 모른다. 하지만  그건 그만의 생각이다. 

착각이다. 대선 불출마 선언이 ‘모든 것을 버리는 희생’으로 비쳐지기를 기대한다면 그건 착각이다. ‘못 먹는 감’을 내던진다고 해서 그걸 기부로 생각하는 사람은 없다. ‘못 먹는 감’을 버리는 대신 ‘계란 노른자’를 챙기려 한다고 해서 그걸 등가교환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없다. 

국민은 ‘두꺼비’가 아니다. 헌집 줄게 새집 다오 한다고 해서 낼름 받아드는, 그런 미욱한 존재가 아니다.
 
▲사진=손학규 민주당 대표 ⓒ프레시안

Posted by '토씨'


꽤나 다급한가 보다. ‘쇄신’ 얘기만 나오면 감초처럼 등장하는 원희룡 의원은 그렇다쳐도 이명박 정권의 실세라는 이재오 의원까지 ‘객토’를 주장하고 나섰으니 살기 위한 몸부림이 참으로 처절해 보인다. 하지만 부질없다. 그런다고 될 일이 아니다.

한나라당 안에서 쇄신을 주장하는 이들이 우선 목표로 삼는 게 지도부 교체다. 홍준표 대표를 끌어내리고 새 얼굴로 단장해야 한다는 것이다. 누굴까? 그런 대임을 맡을 만한 사람이 누굴까? 한 사람 밖에 없다. 박근혜 의원이다.

서울시장 보선을 통해 확인했다. 민심의 줄기는 반MB다. 이 민심의 줄기를 되돌리려면 ‘도토리’로는 안 된다. 존재감도 없고 영향력도 없는, 그저 그런 인물에게 당 간판을 맡겨봤자 별무소용이다. ‘맞짱’ 뜰 수 있는 인물이어야 한다. 이명박 대통령과 ‘맞짱’ 뜨는 모습을 보임으로써 차별화를 이룰 수 있는 인물이어야만 한다. 그런 인물은 박근혜 의원 밖에 없다. 하지만 박근혜 의원은 나서지 않는다. 나설 수도 없다.

서울시장 보선에서 입은 상처 때문만은 아니다. 꽤 아픈 상처임에 틀림없지만 그래도 견딜만 하다. 한나라당 안에 대항마가 없으니까 ‘반창고’를 붙이면 세균 침입은 막을 수 있다. 문제는 그 다음이다. 내년 총선에서 더 큰 상처를 입으면 처방을 받을 필요조차 없게 된다. 그걸로 끝이다.

반문이 나올지 모르겠다. 바로 그렇기 때문에 박근혜 의원이 총선에 전력투구를 해야 하지 않겠느냐는 반문, 그러려면 스스로 앞에 나서야 하지 않겠느냐는 반문 말이다. 맞다. 박근혜 의원 입장에서 내년 총선을 허투루 흘려보낼 수 없는 점만은 분명하다. 하지만 이게 박근혜 전진배치론의 근거가 될 수는 없다.

‘주도’와 ‘지원’은 다르다. 박근혜 의원이 사실상 당권을 장악하고 내년 총선을 주도하는 것과 ‘리베로’의 역할로 총선을 지원하는 것은 하늘과 땅 만큼이나 차이가 크다. 총선의 결과에서 차이가 나는 게 아니라 총선 이후에 차이가 난다.

만에 하나의 가능성, 즉 한나라당이 총선에서 패배하는 상황을 가정하지 않을 수 없다. 이 가능성이 현실화 될 경우의 대처법을 염두에 두지 않을 수 없다. 지금으로선 반반이지만 안철수 교수가 총선 즈음에 대권 행보를 시작하는 상황까지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이런 상황에 대비하려면 몸을 가볍게 해야 한다. 총선을 거치는 동안 녹초가 되어 이후에 싸워보지도 못하고 주저앉는 최악의 상황을 방지하려면 운기조식을 해야 한다. ‘올인’이 아니라 ‘본전치기’를 목적으로 움직여야 한다.

행여 모른다. 총선 승리를 자신한다면 다르게 움직일지도 모른다. 박근혜 대세론에 콘크리트를 치고, 안철수 기대론에 초를 칠 수 있다고 확신한다면 집 팔고 땅 팔아 ‘올인’에 나설지 모른다. 하지만 그럴 가능성은 거의 없다.

다시금 확인했다. 반MB의 본산은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이다. 박근혜 대세론이 가장 먹혀들지 않는 곳도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이다. 한데 공교롭게도 내년 총선의 승패를 좌우하는 곳은 이곳이다. 박근혜 의원이 나경원 후보를 지원하면서 직접 보고 느낀 결과가 이것이다.

혹시 모른다. 박근혜 의원이 앞뒤 재고 양옆 힐끗거리다가 공천과정에서 불이익을 받는 불상사가 발생할까봐 적극 움직일지도 모른다. 어떻게든 자파 세력을 넓히고, 그걸 대선 기반 삼기 위해 동분서주할지 모른다. 하지만 그럴 필요는 없다.

거듭 확인했다. 서울시장 보선으로 박근혜 대세론에 상처를 입었는데도 오히려 그의 위치는 더욱 공고해지고 있다. 대안은 없는 상태에서 위기감만 커지다보니 박근혜 의원을 바라보는 의원들의 눈빛이 더욱 간절해지고 있다.

박근혜 의원이 고려할 건 그런 문제가 아니다. 괜히 앞에 나서 이명박 대통령과 ‘맞짱’ 떴다가 집토끼를 잃는 어리석음을 경계할 때이다. 대세론이 흔들릴수록, 외환에 시달릴수록 더 믿고 의지해야 하는 건 일단 집안 식구다. 이명박 대통령과 잘못 ‘맞짱’ 떴다가 외환에 내우까지 겹치는 일은 피해야 한다. 차별화를 하더라도 조용하게 함으로써 보수파의 반발을 제어해야 한다. 차별화를 하더라도 개인적으로 정책을 통해 함으로써 중도파에 한 발 걸쳐야 한다.

보고 또 봐도 확실하다. 박근혜 의원이 지금 택할 수 있는 카드는 ‘못 먹어도 고’가 아니라 ‘써봤자 3점’ 전략이다.

사정이 이런데도 한나라당 의원 몇몇이 박근혜 전진배치론을 전제로 당 쇄신을 주장하는 건 둘 중 하나다. 정치적 생명에 위협을 느껴 앞뒤 안 재고 투정하는 것이거나, 틈을 타서 자신의 정치적 체급을 올리기 위해서다. 뭘 모르거나, 음흉하거나, 둘 중 하나다.

▲사진=박근혜 한나라당 의원 ⓒ프레시안

Posted by '토씨'


한나라당 의원들이 패닉 상태에 빠져있단다. ‘중앙일보’가 한나라당 지역구 의원 122명에게 물어본 결과 내년 총선에서 129석 밖에 얻지 못할 것이라고 비관한단다. 탄핵 역풍으로 121석을 건진 데 그친 2004년 총선 때와 비슷한 결과가 나올 것이라고 한숨짓는단다. 그렇게 과반 의석이 무너지면서 여소야대 국회가 창출될 것이라고 내다본단다. “청와대가 발표하는 50% 안팎의 대통령 지지율은 허구이고 거품”이라며 “우리가 체감하는 민심은 정말 좋지 않다”고 푸념한단다.

어떨까? 한나라당 의원들의 이런 한탄은 엄살일까, 고백일까? 동정을 유도하기 위한 읍소 전략일까, 아니면 바닥 표심을 가감 없이 반영한 현실 진단일까?

후자에 가깝다. 지난해 치러진 6.2지방선거 결과를 떠올리면 가능성을 결코 배제할 수 없는 전망이다. 그 때도 한나라당이 참패했으니까. 한나라당 의원들이 바닥 표심이 좋지 않은 이유로 꼽은 항목이 물가-서민경제 침체-구제역-전월세난 순인 걸 감안하면 더더욱 그렇다. 물가가 치솟고, 구제역 사태가 발생하고, 전월세난이 본격화한 시점은 6.2지방선거 이후이니까. 여건이 더 나빠지면 나빠졌지 좋아졌다고 볼 근거는 어디에도 없기에 한나라당 의원들의 한탄을 마냥 엄살로 치부할 수는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모른다. 변수는 남아있다. 대표적인 게 박근혜다.

2004년 총선 때 그랬다. 탄핵 역풍으로 한나라당이 풍전등화의 위기에 처했을 때 백마 타고 온 사람이 박근혜 전 대표였다. 그가 전국을 돌며 읍소하는 바람에 121석이나 건져냈다. 내년 총선에서도 그가 뛰면 어찌 될지 모른다. 탄핵 역풍이 열린우리당 지지로 이어졌던 환경에서도 121석이나 건져냈으니, 민주당 지지세가 약한 지금 환경에선 더 많은 의석을 얻어낼지 모른다. 129석을 훨씬 뛰어넘는 성과를 낼지 모른다.

물론 단서가 있다. 2004년에 한나라당이 그랬던 것처럼 내년에도 박근혜 전 대표에게 ‘비상대권’을 넘겨야 한다는 단서다. 당 지배력을 고스란히 그에게 헌상해야 한다는 단서다. 하지만 어렵다. 아니, 불가능하다.

이 같은 단서엔 전제가 깔려있다. 친이계가 궤멸 상태에 이르러야 한다는 전제, 친이계가 자파 인물을 통한 정권 재창출을 포기해야 한다는 전제다. 그렇게 마음을 비우고 박근혜 대세론에 제 운명을 맡겨야 한다는 전제다. 하지만 가능하지 않다. 이런 전제는 실현되지 않는다.

권력의 속성이 그렇다. 승자독식의 살벌함이 지배하는 게 권력 판이다. 이런 권력 판에서 양보는 곧 자멸을 의미한다. 친이와 친박의 ‘구원’을 염두에 두면 더더욱 그렇다. 어차피 정치적으로 사멸하긴 매한가지라면 ‘못 먹어도 고’를 외치는 게 낫다. ‘이래도 피박, 저래도 피박’이라면 끝까지 가보는 게 낫다. 

이렇게 보면 박근혜 변수가 현실화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 오히려 정반대 변수가 나타날 가능성이 커진다. 공천과정에서 친이와 친박이 다시 싸우는 모습이 연출될 가능성이다. 친이는 생존을 위해, 친박은 대선 발판 마련을 위해 필사적으로 세를 확장하려 할 것이기 때문에 공천 갈등이 2008년에 맞먹을 정도로 커질 수 있다.

그렇다고 내달리지는 말자. 한나라당 의원들이 전망하는 총선 결과가 대선 결과에까지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볼 근거는 어디에도 없다. 오히려 정반대일 수 있다. 총선 패배가 한나라당에게 약이 되는 반면 야당에 독이 되는 결과를 빚을 수 있다. 패배가 단결을 낳는 반면 승리가 분열을 낳을 수 있다. 패배가 청소로 이어지는 반면 승리가 난장으로 이어질 수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게 하나 있다. 요지부동의 상수다. 총선은 정당 투표이지만 대선은 인물 투표다.

▲사진=한나라당 로고 ⓒ한나라당 홈페이지

Posted by '토씨'


야권 연대는 이제 유행어가 됐다. 6․2지방선거에서 위력을 발휘한 후 유행어가 됐고, 민주당 전당대회 주자들이 이구동성하면서 유행어가 됐고, 유시민 국민참여당 정책연구원장이 후보 단일화를 언급한 후 다시 유행어가 됐다.

좋다. 2012년 총선과 대선을 반한나라당 구도로 치러야 승리가 가능하다는 전망도 좋고, 그러니까 야권이 뭉치자는 주장도 좋다. 그것이 민주정당과 진보정당을 아우르는 대통합 단일정당을 지향하는 것이든, 민주연합당과 진보연합당 두 갈래로 통합한 뒤 후보 단일화를 모색하는 것이든 좋다. 어떻게든 뭉치기만 한다면 ‘이보다 더 좋을 수는 없다’.

문제는 현실이다. ‘이보다 더 좋을 수는 없는’ 방안이 실현될 토대가 문제다.

본 적이 없다. 야권 연대가 순풍순풍 옥동자를 낳는 걸 본 적이 없다. 지난 6․2지방선거 때에도 그랬다. 일찌감치 5+4협의체를 꾸려 연대책을 모색했지만 입씨름만 거듭하다가 협상 결렬을 선언했고, 선거 막판에 가서야 벼락치기로 후보별 단일화 협상을 벌였다.

그럴 수밖에 없다. 연대 대의보다 앞서는 게 이익과 지형이다. 선거판세가 짜여야, 그 판세에 따라 후보별 유․불리가 드러나고, 그래야 양보와 거래가 이뤄진다. 이게 정치 생리다.

헌데 공교롭다. 그 때가 되면 연대의 키를 쥐고 있는 민주당에 문제가 생긴다. 대권-당권 분리원칙에 따라 손학규 체제가 2011년 12월에 물러남에 따라 총선을 관장하는 지도부는 관리형으로 짜일 수밖에 없다. 당내 역학구도에 상당한 변화를 가져올 수 있는 정치적 거래를 성사시키기엔 턱없이 역부족인 지도부가 들어서는 것이다.


여기서 도출된다. 야권 연대의 데드라인은 내년 12월 전까지여야 하고, 방법은 통합이어야 한다. 민주당 주주가 평당원이 아니라 최고위원 신분일 때 거래 품목(지분) 갹출을 압박해야 그나마 가능성을 조금이라도 올릴 수 있기에 그렇다. 총선 판세가 짜이기 전인 이때에 후보 단일화를 모색할 수 없기에 그렇다.

데드라인과 방법을 못 박는 이유가 하나 더 있다. 한나라당이다. 재현할지 모른다. 한나라당이 2008년 총선과 같은 공천 전쟁을 재현할지 모른다. 공천 결과가 곧 대선후보 당내 경선 판세를 좌우하기에 친이와 친박이 한 치 양보 없는 공천 전쟁을 벌이고 그 결과 여권 분열상이 총선판으로 이어질지 모른다.

이 개연성이 현실화 되면 야권 연대는 더욱 힘들어진다. 제일 덩치가 크고, 가장 많이 양보해야 할 민주당이 시치미 뚝 떼는 모습을 연출할 수 있다. 여권의 분열상은 민주당의 승리 가능성을 높여준다고 판단해 안면몰수 할 수 있다.

거듭 확인한다. 지금 백가쟁명 양상으로 전개되는 야권 연대 논의 시한은 내년 12월 전까지다.

헌데 이 또한 공교롭다. 너무 멀다. 대선과 총선이 너무 멀리 있다. 그래서 민주당 주주들이 꿈을 접지 않는다. 대의에 사익을 종속시키기는커녕 오히려 사익을 팽창시키는데 골몰하기 십상이다. 야권 통합이 아니라 민주당 내 세력 흡수에 올인하기 십상이다.

다른 야당도 마찬가지다. 내년 12월 전까지 대통합 단일정당이든, 양 갈래 민주․진보 연합당이든 통합을 이루게 되면 현실적으로 6․2지방선거 결과가 거래의 기준이 된다. 그래서 어렵다. 지방선거 결과의 편차가 너무 큰 만큼 거래의 유․불리도 확연하게 갈려 통합 의지의 부조화 현상이 발생한다.

실상이 이렇다. 유행가 가사처럼 읊조려지는 야권 연대는 ‘고요 속의 외침’이다. 아무도 귀 담아 듣지 않는 상태서 운위되는 당위명제일 뿐이다. 적어도 지금까지는 그렇다.

▲사진=6․2지방선거에서 김진표 민주당 후보와 유시민 국민참여당 후보가 경기지사 후보 단일화 합의 발표를 하며 악수하고 있다. ⓒ프레시안

Posted by '토씨'


민주당은 지방선거 출마를 선언한 친노 인사들을 향해 “한나라당 2중대(송영길)”라고 각을 세웠지만 부질없다. 그런다고 뒤돌아 설 인사들이 아니다.

현실로 받아들이는 게 낫다. 이왕이면 ‘어쩔 수 없는 일’이 아니라 ‘차라리 잘 된 일’로 받아들이는 게 낫다. 민주당이 아니라 유권자 입장에서 보면 그렇다. 두 가지 이유가 있다.

민주당이 “한나라당 2중대”를 입에 올릴 만큼 깨끗하지도, 선명하지도 않은 게 첫째 이유다.

지역독점구도에 안주해 개혁 공천을 좌초시키는 민주당의 행태는 영남 패권주의에 안주하고 계파별로 쪼개져 공천 기싸움을 벌이는 한나라당의 행태와 닮았다. ‘비리 심판’을 운위하면서 성희롱 전력자를 복당시키는 민주당의 행태는 ‘클린 공천’을 주장하면서 비리 전력자의 공천배제 기준을 완화하는 한나라당의 행태와 닮았다.

그래서 달리 보지 않는다. 민주당이 국민참여당을 “한나라당 2중대”로 욕할 때 상당수 유권자는 민주당을 “짝퉁 한나라당”으로 간주한다. 그래서 심드렁하다. 상당수 유권자는 민주당과 국민참여당의 갈등을 ‘그들끼리의 싸움’으로 치부하면서 편을 들지 않는다.


국민참여당의 출마자들이 “우리가 바로 노무현”이라고 선언한 게 둘째 이유다.

한 번은 거쳐야 할 관문이다. 노무현 정부 말기의 ‘혹평’과 노무현 서거 국면의 ‘추도’가 쌍곡선을 그리며 교차했던 지난 몇 년의 경험을 돌아보면 반드시 풀어야 할 과제다. ‘노무현 정신’이 살아있는지, ‘노무현 가치’가 유용한 것인지, ‘노무현 정책’이 타당했는지 전면적이고 객관적으로 평가해야 한다. 더불어 심판해야 한다. 출마를 선언한 친노 인사들이 정말 ‘노무현’인지, 그들의 행태가 ‘노무현 계승’인지 ‘노무현 마케팅’인지 갈라야 한다. 

‘적전분열 아니냐’고 짜증 낼 일이 아니다. ‘어부지리를 안겨주지 않느냐’고 성화 부릴 일도 아니다.

길게 보면 ‘근원적 처방’이다. 이참에 민주당과 국민참여당을 동시에 저울에 올려놓고 심판하지 않으면 공전된다. 민주당과 국민참여당의 ‘족보싸움’이 무한궤도 위에서 공전된다. 설령 지방선거 후 통합이 강제된다 해도 그건 억지춘양식 미봉에 불과하다. 차제에 걸러낼 건 걸러내는 게 낫다.

짧게 봐도 크게 걱정할 일이 아니다. ‘5+4협의체’가 도출한 룰을 따르면 된다. 후보단일화가 이뤄지는 곳은 그곳대로, ‘따로 완주’가 벌어지는 곳은 그곳대로 심판의 기회는 열려있다. 단일후보 경선과정에서 또는 투표소 기표 과정에서 유권자들이 민주당이든 국민참여당이든 어느 한쪽을 선택할 것이니까 그 양과 질을 재면 된다.

성찰 없는 반대는 대안을 도출하지도 지지를 끌어내지도 못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그리고 ‘족보’만 들여다보며 발밑은 살피지 않는 두 당의 행태를 상기하면 유권자가 할 일은 이것 밖에 없다.  성찰을 강제하는 것….

▲사진=국민참여당 시도지사 출마자들의 10일 공동기자회견 장면 ⓒ국민참여당

Posted by '토씨'


정부가 대대적인 사정에 나선단다. 이명박 대통령이 ‘비리 엄격 관리’를 주문하자 지난 5일 청와대에서 사정관계 대책회의를 열어 토착비리, 교육비리, 권력형 공직비리, 선거비리 척결 대책을 논의했단다. 지난해 말 토착비리 척결을 선언한 데서 한걸음 더 나아가 전방위 사정에 나서겠다는 뜻을 분명히 하고 있단다. 

당연하다. 비리와의 전쟁은 백 번을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현실이다. 6.2지방선거를 앞두고 토착비리가 발호하고 선거비리가 만연할 개연성이 농후하고, 교육비리는 현재진행형일뿐더러, 권력형 공직비리는 늘 잠복상태에 있다. 이해한다. 집권 3년차를 맞아 게이트가 발생하면 레임덕을 가속화한다. 

근데 걸린다. 사정의 당위성에도 불구하고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기가 힘들다. 그 배면에 깔린 정치성에 자꾸 눈길이 쏠린다. 이명박 대통령이 “걸핏하면 정치수사라고 비난한다”고 지적한 바 있지만 그래도 어쩔 수 없다.


친박계 의원들이 주장한 바 있다. 자신들이 직ㆍ간접적으로 수사 압력을 받고 있다고 했다. 수도권의 한 친박 의원은 “이명박 대통령이 토착비리 수사를 강화하라고 한 뒤 본격적으로 뒷조사가 강화된 것 같다”고 했고, 또 다른 친박 의원은 “4~5명의 의원들이 뒷조사를 받고 있다는 이야기가 파다하다”고 했다.

물론 단정할 수는 없다. 청와대가 이 같은 ‘뒷조사설’을 강력 부인하고 있기 때문에, 또 친박 의원들이 주장을 뒷받침할 근거를 제시하지 않고 있기 때문에 정부의 사정이 친박계를 옥죄기 위해 진행된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그래도 눈을 뗄 수가 없다. 의도와는 별도로 결과가 그렇게 나타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사정관계 대책회의에 참석한 한 관계자가 말했단다. “비리들은 구조적이고 고질적인 원인에서 촉발되는 경우가 많(다)”고 했단다. 맞다. 토착비리와 선거비리의 “구조적이고 고질적인 원인”을 좇다보면 결국 국회의원에 다다른다. 공무원과 이해당사자가 지방자치단체장에게 줄 서고, 지방자치단체장이 국회의원에게 줄 서는 게 “구조적이고 고질적인” 현상이다. 의도와는 별도로 ‘하다 보니까’ 국회의원을 조준하게 되는 게 사정이다.

정부가 사정에 매진하다 보면 ‘공교롭게도’ 한나라당의 지방선거 공천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게 된다. 한나라당이 이미 비리 전력자들에게는 공천 신청부터 배제할 것이라고 다짐하고 있으니 그렇게 될 수밖에 없다. 사정기관이 현재진행형으로 수사를 전개하면 ‘비리전력자’ 뿐만 아니라 ‘비리혐의자’까지 공천에서 탈락할 개연성이 높고, 행여 ‘비리혐의자’에 공천권을 쥔 국회의원이 포함되면 시ㆍ도당 단위로 우선 진행될 공천 심사 판도가 출렁이게 된다.

그래도 인정할 수 있다. 사정엔 성역이 없으니까 ‘하다 보니까’ 친박계가 걸리는 경우를 뭐라 할 수는 없다. 엄연한 ‘팩트’를 무시하면서 ‘정치성’을 강조할 수는 없는 일이다. 

결국은 공정성이다. 사정이 계파를 가리지 않고 전방위로 성역없이 진행되느냐가 관건이다. 토착비리든 선거비리든 권력형 비리든 성격과 무게를 가리지 않고 원칙대로 진행되느냐가 관건이다. "구조적이고 고질적인" 문제가 친박계에서만 나타난다고 단언할 근거는 없으니까 사정의 정치성은 바로 이 잣대로 재야 한다.

헌데 난감하다. 잣대를 공유할 수가 없다. 누가 수사선상에 올랐는지, 그 중에서 누구를 처벌하고 누구를 눈 감아줬는지, 그 세세한 내역을 아는 건 정부 밖에 없다.

▲사진 출처=청와대

Posted by '토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