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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물겹다. 어청수 청장의 행보가 간절하다.

몸소 대구 동화사를 찾았다. 지관 스님을 만나 사과의 말을 전하기 위해 2시간여를 기다렸다. 또 기다렸다. 지관 스님을 어떻게라도 만나려고 다시 몇 시간을 기다려 지관 스님 일행이 탄 서울행 KTX에 몸을 실었다.

궁금하다. 아니 의아하다. 저 간절한 몸짓에 어떤 말을 얹으려 했을까?

바로 전 날이었다. 이명박 대통령이 국무회의에서 사과하라고 했다. “경위야 어찌됐든 불교계 수장에게 결례를 해서 물의가 빚어진 만큼 경찰청장은 불교계 지도자에 사과하고 앞으로 이 같은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하겠다는 뜻을 전했으면 좋겠다”고 지시했다.

몇 시간 뒤, 어청수 경찰청장은 국회에 출석해 목을 뻣뻣이 세웠다. “이유야 어찌됐든 15만 경찰을 책임지는 사람으로서 이런 요구를 받는 것은 진심으로 송구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하면서도 항변할 건 다 했다. 경찰 복음성회 포스터에 자신의 사진이 실린 건 나중에 알았고, 지관 스님 승용차를 검문검색 한 것에 대해서는 “김수환 추기경 차량도 검문검색 한 적이 있다”고 되받았다. 그러면서 힘주어 말했다. “(사퇴는)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경찰 조직의 안정, 사기 문제와 연결된다”고 했다.

대통령이 “경위야 어찌됐든” 일단 사과하라고 지시하니까 어 청장이 “이유야 어찌됐든” 일단 송구스럽다고 말하긴 했는데 기실 그는 잘못한 게 없다. 어 청장의 항변에 따르면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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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아하다고 말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어 청장의 항변과 확신에 따르면 그는 사과를 해서는 안 된다. 절대로 하면 안 된다.

왜냐고? 생각해 보라. 부하 경찰들이 총수의 모습을 어떻게 보겠는가? 잘못한 게 없는데도 굴욕을 감수하며 낮은 자세로 임하는 모습을 어떻게 받아들이겠는가? 어 청장 말마따나 “15만 경찰 조직의 사기”에 그게 도움이 되겠는가? 마이크 앞에서 점잖게 '깊은 유감'을 표명하는 정도라면 모를까, 굴욕적인 모습을 보이면 "15만 경찰의 사기"가 어떻게 되겠는가?

잘 보니 어 청장의 상황이 고약스럽게 꼬여버렸다.

어 청장은 “경찰 조직의 사기” 때문에 사퇴를 거부했다. 그런 그가 사퇴를 하지 않기 위해 “경찰 조직의 사기”를 해치고 있다.

도대체 이 희한한 상황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사진=어청수 경찰청장이 지난 10일 대구 동화사에서 스님과 신도들에 둘러싸여 있다. ⓒ오마이뉴스

Posted by '토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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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주교회는 억압받는 촛불의 편에 서 주세요."

지난 23일 오후 3시 서울 명동성당 천주교 서울대교구 교구청 앞에서는 한바탕 소란이 빚어졌다. 정진석 추기경을 만나겠다는 한 무리의 시민들과 이를 막는 경비들의 몸싸움이 벌어진 것이다. 늦더위 속에 거센 몸싸움을 벌인 이들은 비지땀을 흘리며 교구청 앞에 돗자리를 깔았다. 그리고 단식을 시작했다. 5일간 펼쳐진 농성의 시작이었다.

50대 회사원과 중년의 아주머니, 일흔이 다 된 할머니 등은 정 추기경을 만나기 전에는 한 발짝도 물러날 수 없다며 곡기를 끊었다. 5일간 물과 소금 이외에 그 어떤 것도 입에 대지 않았다. 그 자리에서 밤이슬을 맞으며 이들은 기도하고, 기도하고 또 기도했다.

모두 천주교 신자였던 아저씨, 아줌마, 할머니는 느닷없이 왜 서울대교구 교구청으로 달려가 단식농성을 시작하게 됐을까. 사회단체 활동가도 아니고, 정치인도 아닌 그들. 그저 평범한 '무명씨'일 뿐인데, 생업과 가정을 접고 거리로 나선 이유가 궁금했다.

대개 인터뷰를 사절해서 그 가운데 올해 쉰둘의 박정훈(가명, 중소기업 전무이사)씨를 28일 전화로 겨우 만날 수 있었다. 

"올봄 여중고생들로부터 촉발된 촛불집회에 저도 자주 참여한 것 같아요. 유신과 군사정권, 민주정부 시절을 보내면서 한국사회가 많이 변했지만 고질적인 병폐는 여전하지요. 산업현장에는 부정과 부패, 뒷거래가 횡행하거든요. 뒷거래 없이는 견딜 수가 없어요.

개인적 양심으로는 부정한 짓을 저질러서는 안 된다는 수치심이 있지만, 그걸 하지 않으면 못 버틴다는 어려움이 있어요. 부정부패가 정말 많이 사라졌지만, 잔존 찌꺼기들이 이명박 정부 들어서면서 도로 활개 치기 시작했어요. 20년, 30년 전으로 돌아간 느낌이지요. 그동안 쌓아온 '민주 성장'이 급격하게 퇴보하는 걸 보고 분개하지 않을 수 없었어요. 그래서 촛불을 들었죠."

박씨는 절박하다고 했다. 업계에서 벌어지는 부조리를 일일이 모두 다 전달할 수는 없지만 대개는 직감할 것이라고 했다. 뒷돈 없이는 살 수 없는 부조리의 시대가 다시 온다면 그 얼마나 암울하겠냐고 그는 개탄했다.

물론, 본인은 이미 쉰 살이 넘어 살아야 할 날들보다 산 날들이 훨씬 많지만, 당장의 문제에 눈감고 있자니 후대의 삶이 걱정된다고 했다. 부정과 부조리에 눈감고 편승하는 것은 양심상 도저히 안 되겠다는 생각도 했단다. 그래서 촛불을 들고 봄 지나 여름 되니 어느덧 KBS와 MBC 앞을 전전하며 '공영방송 사수' '방송 민영화 저지'까지 외치게 됐다고 했다.

촛불은 광우병 위험 미국산 쇠고기 수입반대로 촉발됐지만 결국 이명박 정부의 정책은 현안마다 촛불을 들며 '민주주의 문제'를 제기할 수밖에 없도록 만든다고 일갈했다. 문제는, 한나라당이 잃어버린 10년 운운하며 이를 갈고 정권교체를 준비해온 것에 비해 진보개혁진영은 '허송세월'을 한듯 하여 답답하다고 질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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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현재의 위정자가 남부끄러운 줄 모르고 일을 추진하는 게 가장 큰 문제지요. 하지만 진보개혁세력들이 얼마나 상황을 간과했는지, 반대로 수구세력은 얼마나 이를 갈고 준비해왔는지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상황이라고 생각해요."

조중동의 왜곡보도에 따라 검찰과 경찰이 무리하게 네티즌을 탄압하고, 촛불을 모조리 잡아들이려 하고, 무고한 시민을 향해 색소탄을 쏘고, 국민을 돼지몰이 하는 등 민주국가라면 도저히 상상도 할 수 없는 일들이 자꾸 터지는 데도 소위 민주세력이라는 사람들이 무력하게 판판히 깨지며 아무런 힘도 행사하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을 발견할 때마다 울화가 치민다고 했다. 그야말로 한국은 '조선일보의 나라'인가 속으로 곱씹고 또 곱씹게 된다고 했다.

무엇보다 이명박 정부가 방송을 장악하면 지지 세력을 복원하고 진보개혁세력을 무력화 할 게 뻔해 보이는 상황에서, 진보 쪽은 아무런 준비도 없이, 힘도 없이, 관망하는 아주 슬픈 상황이 된 게 아니냐고 반문하기도 했다.

그래서 그는 서울 여의도 KBS 앞에서 같은 마음으로 촛불을 들고 있던 중년의 '등촌동 아주머니'와 '할머니' 등과 함께 명동성당으로 달려가게 됐다고 했다. 촛불만으로는 안 되겠다 싶어서 벌인 '작전'이었다고 했다. 같은 천주교 신자로서 교회에 읍소를 해서 종교인들이 나서면 조금 더 달라진 상황을 만들 수 있지 않을까 고대했다고 했다. 이것도 이름 없는 '무명씨들의 역할'이라고 생각했던 게다.

천주교 최고 지도자의 적극적인 힘을 끌어내는 것은 쉽지 않았지만 그래도 작은 희망의 씨앗은 발견할 수 있었다고 했다. 정진석 추기경은 지난 27일 오후 5일간 외면해오던 그들과 만났다. 그 자리에서 정 추기경은 "지금 가장 중요한 것은 대통령께서 국민의 목소리를 듣고 국민과 소통하는 것"이라며 "국민들의 다양한 소리에 좀 더 귀를 기울여줄 것을 바란다"고 당부했다. 이어 "나 자신도 부족하지만 국민의 뜻과 함께 하고 행동하는데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박씨는 "추기경님께서 내용상 표 나게 말씀하신 건 아니었지만 촛불의 시대를 간과해서는 안 된다는 생각을 읽을 수 있었다"며 "교회 전체가 당장 나서지는 않는다 해도 어떤 상황이 만들어지면 촛불의 소리를 외면하지는 않을 것 같다는 믿음을 갖게 됐다"고 말했다.

당장 큰 변화를 만들 수는 없어도 '무명씨'들의 이런 노력이 쌓인다면 한국사회는 아주 조금씩이라도 긍정적 변화를 만들어낼 수 있지 않겠냐고 기대했다. 87년 6월항쟁과 달리 2008년 촛불운동은 주도세력이 없는 자각된 시민 일반의 불복종운동이라는 점에 주목했으면 좋겠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87년 당시에는 그야말로 깨어 있는 대학생들이 전면에 나서 시국의 문제점을 부각했지요. 지금은 일사분란 한 조직체계도 없고 긴밀한 네트워크도 없어요. 촛불시민은 개인들이기 때문에 정권이 작정하고 구속하고 탄압하면 숨을 수밖에 없죠. 전사 같은 그런 사람들이 아니잖아요. 다 생업이 있고.

그래서 정부도 쉽게 보고 조중동 광고중단 운동한 일반 시민들 막 잡아가는 것 같아요. 아무렇게나 무력을 휘둘러도 일개 시민이 뭘 대응하겠냐는 식인 거죠. 네티즌들은 속수무책으로 당하는 거고. 촛불시민은 구심점이 없으니까 쉽게 스러질 수 있어요. 저도 그렇고. 그런데, 그러면 안 되는데. 촛불이 그냥 스러지기에는 대한민국의 앞날이 너무 걱정되는데. 뭐라도 해야 할 텐데 걱정이에요."

쉰이 넘은 나이라면 적당히 타협하고 적당히 때도 묻히고 살 법하다. 더군다나 중소기업 중역이라면 더욱 그렇다. 그렇지만 박씨는 그냥 이렇게 촛불이 스러져가는 것을 바라만 보기가 너무 안타깝다고 했다.

그래서 뭐라도 해야겠다는 마음이 새록새록 든단다. 사람들을 모아 명동성당으로 달려간 것도 다 같은 맥락이라고 했다. 그의 이런 열정은 한국사회의 중요한 자산 아닐까. 박씨야말로 시인 김수영이 노래한 '풀'처럼 가장 먼저 눕고 가장 먼저 일어나는 이 시대의 진정한 '촛불민초'가 아닌가 싶다.

무명씨도 한국사회 민주주의의 미래에 대해 이렇게 절박감을 갖고 있는데, 진보개혁 정치인들은 어떤 절박감을 갖고 있을까. 오늘 아침 조간에 실린 민주당 당직자들의 줄넘기 사진을 보고 문득 든 생각이다.

* 사진은 아고라에서 발췌했습니다.

Posted by 비회원


곡을 해야 할 판이다. 조문을 읽고 조종을 울려야 할 상황이다.

정연주 사장을 애도하는 조문이 아니다. KBS의 공영성에 조종을 울리려는 것도 아니다. 그건 전체가 아니다. 부분일 뿐이다.

‘국가’가 무너졌다. ‘국가’의 신뢰가 땅에 떨어졌다. 위패를 준비해야 할 만큼 ‘국가’의 신뢰는 기사상태에 빠졌다.

총동원됐다. 국가의 중추기관이 거의 망라되다시피 했다. 정연주 사장 한 사람을 쫓아내기 위해 국가 운영을 담당하는 중심축이 횡과 종으로 도열해 매스게임을 연출했다.

감사원은 해임을 권고했고, 검찰은 배임 기소를 담당했으며, 경찰은 해임 가결을 보위했다. 조중동은 해임의 정당성을 설파했고 대학은 한 이사, 나아가 정연주 사장의 해임 기반을 조성했다.

더불어 무너졌다. 권력기관의 권위가 무너졌고 언론기관의 불편부당성이 붕괴됐으며 학문기관의 순수성이 얼룩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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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대체 어떻게 설명하고 어떻게 설득할 것인가? 감사원이 해임 권고의 사유로 삼은 ‘현저한 비위’와 검찰이 기소의 근거로 든 ‘업무상 배임’이 법원 판결로 확정되면 되는 것인가? 조중동이 공격 논리로 삼았던 편파성이 국민에 의해 인정되고 동의대가 해고 사유로 들었던 근무 태만이 입증되면 되는 것인가? 그러면 국가기관 총동원은 공권력의 정당한 행사가 되고 나라 바로세우기의 일환이 되는 것인가?

인정할 수 없다. 아니,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 비위와 배임은 논란 요소를 제거하지 못한 일방적 주장에 머물러 있으며, 편파성은 역편파의 증좌로 설파되는 게 엄연한 현실이고, 근무태만은 감독태만의 역현상으로 이해되고 있다. 그것의 옳고 그름을 떠나 국민 다수가 전폭적 동의를 표하고 있지 않은 것이다.

아직은 칼을 빼들 때가 아니라고, 지금은 좀 더 많이 토론하고 좀 더 충분히 입증해야 할 때라고 여긴다. 비위와 배임은 최소한 법원의 심판이라도 한 번 받아봐야 한다고 보고 있고, 편파와 근무태만을 읊조리려면 그 주체의 정당성도 함께 논의돼야 한다고 간주한다.

문제가 바로 여기에 있다. 국민 공감대가 성숙되지 않은 상태인데도 정권의 국정 일정표에 맞춰 국가기관이 군말없이 시중을 드는 모양새를 연출했다. 이런 모습을 보면서 도대체 어떤 국민이 국정에 신뢰를 보내고 자발적 참여를 마다하지 않겠는가?

이렇게 물으면 될 일 같다. 밀어붙이면 될 것이다. 이사회가 가결한 정연주 사장 해임 제청을 청와대가 받아들이면, 그래서 다른 사장을 앉히면 과정의 굴곡이 있더라도 KBS 물갈이는 얼추 달성할 수 있을 것이다. 근데 거기서 그칠 것 같지 않다. 그 다음이 문제다. 그렇게 새로 짠 국가기간방송 KBS를 통해 뭘 방송하려고 하는 것인가?

정연주 사장과 함께 국가기관의 권위와 국가행정의 신뢰가 순장됐는데 도대체 ‘정연주 무덤’ 위에 무슨 꽃을 피울 수 있단 말인가?

▲사진=KBS 이사회장 앞에서 사복경찰들이 사원들과 대치하고 있다. ⓒ프레시안

Posted by '토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