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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0/03/08 정부가 전방위 사정에 나서면… (2)
  2. 2008/11/25 친노의 '측근', 안희정의 '특수권력' (9)


정부가 대대적인 사정에 나선단다. 이명박 대통령이 ‘비리 엄격 관리’를 주문하자 지난 5일 청와대에서 사정관계 대책회의를 열어 토착비리, 교육비리, 권력형 공직비리, 선거비리 척결 대책을 논의했단다. 지난해 말 토착비리 척결을 선언한 데서 한걸음 더 나아가 전방위 사정에 나서겠다는 뜻을 분명히 하고 있단다. 

당연하다. 비리와의 전쟁은 백 번을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현실이다. 6.2지방선거를 앞두고 토착비리가 발호하고 선거비리가 만연할 개연성이 농후하고, 교육비리는 현재진행형일뿐더러, 권력형 공직비리는 늘 잠복상태에 있다. 이해한다. 집권 3년차를 맞아 게이트가 발생하면 레임덕을 가속화한다. 

근데 걸린다. 사정의 당위성에도 불구하고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기가 힘들다. 그 배면에 깔린 정치성에 자꾸 눈길이 쏠린다. 이명박 대통령이 “걸핏하면 정치수사라고 비난한다”고 지적한 바 있지만 그래도 어쩔 수 없다.


친박계 의원들이 주장한 바 있다. 자신들이 직ㆍ간접적으로 수사 압력을 받고 있다고 했다. 수도권의 한 친박 의원은 “이명박 대통령이 토착비리 수사를 강화하라고 한 뒤 본격적으로 뒷조사가 강화된 것 같다”고 했고, 또 다른 친박 의원은 “4~5명의 의원들이 뒷조사를 받고 있다는 이야기가 파다하다”고 했다.

물론 단정할 수는 없다. 청와대가 이 같은 ‘뒷조사설’을 강력 부인하고 있기 때문에, 또 친박 의원들이 주장을 뒷받침할 근거를 제시하지 않고 있기 때문에 정부의 사정이 친박계를 옥죄기 위해 진행된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그래도 눈을 뗄 수가 없다. 의도와는 별도로 결과가 그렇게 나타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사정관계 대책회의에 참석한 한 관계자가 말했단다. “비리들은 구조적이고 고질적인 원인에서 촉발되는 경우가 많(다)”고 했단다. 맞다. 토착비리와 선거비리의 “구조적이고 고질적인 원인”을 좇다보면 결국 국회의원에 다다른다. 공무원과 이해당사자가 지방자치단체장에게 줄 서고, 지방자치단체장이 국회의원에게 줄 서는 게 “구조적이고 고질적인” 현상이다. 의도와는 별도로 ‘하다 보니까’ 국회의원을 조준하게 되는 게 사정이다.

정부가 사정에 매진하다 보면 ‘공교롭게도’ 한나라당의 지방선거 공천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게 된다. 한나라당이 이미 비리 전력자들에게는 공천 신청부터 배제할 것이라고 다짐하고 있으니 그렇게 될 수밖에 없다. 사정기관이 현재진행형으로 수사를 전개하면 ‘비리전력자’ 뿐만 아니라 ‘비리혐의자’까지 공천에서 탈락할 개연성이 높고, 행여 ‘비리혐의자’에 공천권을 쥔 국회의원이 포함되면 시ㆍ도당 단위로 우선 진행될 공천 심사 판도가 출렁이게 된다.

그래도 인정할 수 있다. 사정엔 성역이 없으니까 ‘하다 보니까’ 친박계가 걸리는 경우를 뭐라 할 수는 없다. 엄연한 ‘팩트’를 무시하면서 ‘정치성’을 강조할 수는 없는 일이다. 

결국은 공정성이다. 사정이 계파를 가리지 않고 전방위로 성역없이 진행되느냐가 관건이다. 토착비리든 선거비리든 권력형 비리든 성격과 무게를 가리지 않고 원칙대로 진행되느냐가 관건이다. "구조적이고 고질적인" 문제가 친박계에서만 나타난다고 단언할 근거는 없으니까 사정의 정치성은 바로 이 잣대로 재야 한다.

헌데 난감하다. 잣대를 공유할 수가 없다. 누가 수사선상에 올랐는지, 그 중에서 누구를 처벌하고 누구를 눈 감아줬는지, 그 세세한 내역을 아는 건 정부 밖에 없다.

▲사진 출처=청와대

Posted by '토씨'

친노 인사들의 말이 똑같다. ‘측근 비리’ 또는 ‘게이트’란 말을 함부로 쓰지 말라고 일갈했다. 검찰을 향해, 그리고 일부 언론을 향해 그렇게 힐난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김경수 비서관이 말했다. “게이트라면 최소한 권력의 개입이나 직권남용이라도 있어야 하는데 그런 것이 없지 않으냐. 정치활동과 관련 없는 기업인을 측근이라고 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주장했다.

안희정 민주당 최고위원이 말했다. “부산상고 출신들이 사회적으로 문제를 일으켰을 때 노 전 대통령 측근이라고 끼워 맞춰도 되느냐”고 반문했다.

천호선 전 청와대 홍보수석이 말했다. “선거운동을 도운 것 이상의 특별한 관계가 없는 사람에 대해 ‘측근’ 운운하는 보도는 비리 사건에 마치 노 전 대통령이 연루된 것처럼 비치게 만들 우려가 있다”고 주장했다.

동의한다. 확정된 건 거의 없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친형 노건평 씨 이름이 나오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부산상고 동창 정화삼 씨 이름이 나오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후원자였던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 이름이 나오지만 확정된 건 거의 없다. 정화삼 씨 형제가 홍기옥 세종캐피탈 사장으로부터 청탁과 함께 30억원을 받은 혐의로 구속된 것 외에는 사법부의 판단이 내려진 게 없다. 나머지는 모두가 의혹이고 정황이다.

그런 점에서 동의한다. 이번 사건을 ‘측근 비리’ ‘게이트’로 몰아가려는 시도를 경계한다. 태산이 울릴 것처럼 호들갑을 떨다가 쥐 한 마리도 잡지 못한 과거의 ‘게이트 불발사건들’을 상기하면서 경계한다. 지금은 ‘측근비리의혹사건’ 정도로만 이름 붙일 수 있다고 판단한다.

하지만 동의하지 못한다. 등장인물들이 ‘측근’이 아니니까 ‘측근 비리’가 아니고, 권력형 비리가 아니니까 ‘게이트’가 아니라는 친노 인사들의 주장에는 동의하지 못한다. 그런 주장은 옹색하다. 말장난에 불과하다.

이렇게 단언하는 근거가 있다. 다른 사람이 아니고 바로 안희정 최고위원이 던져준 근거다.

그가 그랬다. 이명박 대통령 처사촌 김옥희 씨와 한나라당 고문 유한열 씨 사건이 터졌을 때 “원칙과 상식, 법과 제도를 뛰어넘어 특수한 권력이 문제를 풀 수 있다고 믿는 순간 부패는 시작된다”고 했다.

어떨까? 안희정 최고위원의 이 지당한 말씀 앞에 ‘측근비리의혹사건’의 등장인물들을 도열시키면 어떻게 될까?

중요하지 않다. 그들이 기업인인지 정치인인지, 법적 권한이 있는 사람인지 아닌지는 중요하지 않다. 분명하다. 직책, 본업과는 상관없이 그들이 ‘측근’으로, ‘특수한 권력’으로 간주된 점은 분명하다. 수없이 회자되지 않았는가. 그들이 국민 앞에 등장할 때마다 ‘측근’ 또는 대통령과 가까운 사람으로 운위되고 보도되지 않았는가. 노무현 전 대통령이, 또는 친노 인사들이 그들을 '측근‘으로 인정했는지 여부와는 상관없이 사회는 그들을 ’특수한 권력‘으로 믿지 않았는가. 바로 이런 믿음이 정화삼 씨에게 30억원을 갔다 바치는 장면을 연출했다고 볼 여지가 있는 것 아니겠는가.

지금은 목소리를 높일 때가 아니다. 친노 인사들이 나서서 방벽을 칠 때가 아니다. 수사결과를 지켜보면서 조용히 돌아봐야 할 때다.

박연차 회장의 미공개 정보 이용 주식투자 의혹, 심지어 노건평 씨의 금품수수 의혹이 어떻게 결말 날지와는 무관하게 돌아봐야 한다. ‘게이트’ 여부와는 상관없이 돌아봐야 한다. ‘측근’ 행세를 한 정화삼 씨 형제가 30억원을 수수한 사실 하나만으로도 돌아볼 이유는 충분하다.

민정비서관을 시켜 대통령 친인척과 측근을 단속하게 했는데도 (최소한으로 봐도) 호가호위 행태가 버젓이 빚어진 이유를 찬찬히 살펴야 한다. “특수한 권력이 문제를 풀 수 있다고 믿는” 것을 원천적으로 차단하는 데 소홀한 점은 없었는지부터 살펴야 한다.

Posted by '토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