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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오 특임장관이 희한하다. 해서는 안 되는 말을 서슴없이 내뱉고, 앞뒤가 안 맞는 말을 거리낌 없이 늘어놓는 모양새가 참으로 이채롭다.

그가 ‘서울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최근의 검찰 기업수사를 거론하면서 말했다. “지금 야당에서 문제되는 사람들이 있다면 집권 시절의 문제일 것이고, 정확히는 구 여당 것도 수사한다고 하는 것이 맞을 것”이라고 했다. 검찰 수사가 구 여권을 겨냥하고 있음을 시사한 것이다.

물론 달리 해석할 여지는 있다. “집권당이 야당을 탄압하기 위해 사정정국을 만들거나 특정인을 손보기 위해 하는 수사는 없기 때문에 (야권도) 염려할 것이 없다”는 말도 했으니까, “비리나 부패 혐의가 드러나면 성역 없이 수사하는 게 공정한 사회 아니겠느냐”는 말도 했으니까 그의 말을 원칙론으로 이해할 여지는 있다. 

하지만 아니다. 이렇게 인심 좋게 해석할 수가 없다. 이재오 장관의 다른 한 마디가 앞의 모든 말을 압도한다.

이 장관이 주장했다. “우리는 권력형 비리가 없다”고 잘라 말했다. 해외 도피 중인 천신일 세중나모 회장과 관련해서 “천 회장이 현 정권의 위력을 빌려 부패한 것은 아니다”고 선을 그었다.

이재오 장관의 말이 희한하다고 평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의 화법은 두 가지다. 여권의 비리에 대해선 단정 화법으로 부인한다. ‘없다’고 못박는다. 반면 구여권 비리에 대해선 추정 화법으로 인정한다. ‘있을 수도 있다’고 암시한다. 의혹의 윤곽이 드러난 여권 비리에 대해선 ‘없다’고 단정하면서 의혹의 얼개조차 잡히지 않은 구여권 비리에 대해선 ‘있을 수도 있다’고 암시한다. 앞뒤가 안 맞는 말을 대놓고 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말을 할 수 있는 사람은 딱 한 사람 밖에 없다. 여권 비리 수사와 구여권 비리 수사를 모두 들여다보고 있는 사람, 즉 검찰총장 정도만이 할 수 있다. 하지만 검찰총장은 그런 말을 하지 않는다. 검찰총장이 수사상황을 손바닥 들여다보듯 해도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는 게 관례요 원칙이다. 헌데 검찰총장도 아닌 이재오 장관은 대놓고 말한다. 해서는 안 되는 말을 버젓이 하고 있는 것이다.

참으로 부적절한 발언이다. 이재오 장관이 이명박 정권의 최고 실세라는 점에서 그렇다. 그의 말이 수사 가이드라인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는 점에서 그렇다.

거꾸로 볼 수도 있다. 이재오 장관이 이명박 장권의 최고 실세라는 똑같은 근거를 갖고 정반대로 해석할 수도 있다. 그의 말이 수사 가이드라인으로 작용하는 게 아니라 그의 말이 수사 상황을 반영한 것으로 읽는 것이다. 하지만 그래도 부적절하기는 마찬가지다. 이렇게 읽으면 검찰 수사가 정치적 중립 원칙에서 일탈하고 있다는 얘기가 되니까.

▲사진=이재오 특임장관 ⓒ프레시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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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이없다. 팔이 밖으로 굽는 기적이 연출될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았지만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가 피의사실 공표죄 위반 혐의로 민주당에 의해 고발된 ‘노무현 수사팀’을 불기소 처분했단다. 홍만표 전 대검 수사기획관이 노무현 전 대통령의 진술과 노무현 전 대통령의 딸 정연 씨의 미국 주택 구매 사실 등을 브리핑 한 것은 피의사실 공표에 해당한다고 봤음에도 불구하고 ‘죄가 안 됨’으로 결론 내렸단다. 위법성 조각사유, 즉 그 목적이 공공의 이익을 위한 것이고, 진실이라는 증명이 있거나 진실한 사실이라고 믿을 만한 상당한 사유가 있었기 때문에 죄가 안 된다고 봤단다. '동아일보'가 "확인했다"며 이렇게 전한다.<기사보기>

듣는 이를 어이없게 만드는 대목이 바로 이것, 위법성 조각사유다. 통상적으로 명예훼손 피의자-피고인 등에게 적용되는 위법성 조각사유를 검찰에게, 그것도 다른 죄가 아닌 피의사실 공표죄에 갖다 붙인 게 기가 차다.

결론부터 말하면 피의사실 공표죄와 위법성 조각사유는 아무 연관이 없다. 갖다 붙이려야 붙일 수가 없는 얼음과 숯의 관계다. 


검찰의 범죄수사는 모두가 공공행위다. 검찰 스스로 '공익의 대변자'를 자처하지 않는가. 검찰의 범죄수사는 공공의 안녕 보장, 즉 공익 차원에서 진행되는 것이다. 따라서 범죄수사 연장선에서 이뤄지는 피의사실 공표도 모두 공익 목적 하에 이뤄지는 것이다. 피의사실 또한 그렇다. 검찰이 범죄수사를 벌여 내린 결론인 피의사실 또한 진실이거나 진실이라고 믿을 만한 상당한 사유에 해당한다는 것을 전제로 한다. 그렇기 때문에 이를 기초로 기소를 하는 것이다. 이렇게 보면 명약관화하다. 검찰의 피의사실 공표는 원천적으로 위법성 조각사유를 갖고 있다.

그런데도 규정하고 있다. 형법 126조에서 피의사실 공표를 금지하고 있다. ‘검찰, 경찰, 기타 범죄수사에 관한 직무를 행하는 자 또는 이를 감독하거나 보조하는 자가 그 직무를 행함에 당하여 지득한 피의사실을 공판청구 전에 공표한 때에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5년 이하의 자격정지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같은 법 310조에 위법성 조각사유 규정을 두면서도 따로 피의사실 공표 금지 규정을 두고 있다. 그 연유가 뭐겠는가.

피의사실 공표는 위법성 조각사유 규정의 보호를 받을 수 없음을 분명히 한 것이다. 위법성 조각사유를 내세워 피의사실을 마구 공표하면 사법 대립 당사자에게 대등한 공격-방어의 수단과 기회를 보장해야 한다는 ‘당사자 대등주의’가 깨진다고 보기 때문에 피의사실 공표죄를 따로 규정한 것이다.

검찰은 이 평범하고도 상식적인 원리를 무시했다. 법률전문가가 아닌 사람도 알 법한 원리를 무시한 채 제 식구에게 분칠을 해줬다. 분칠하는 것으로도 모자라 피의사실 공표죄에 아예 대못질을 해버렸다.

2탄이다. 검찰의 이런 법 적용은 헌법재판소의 미디어법 결정 논리의 후속편이다. 입법 절차는 위법하나 입법 효력은 유효하다는 헌재의 결정이나, 피의사실은 공표했으나 피의사실 공표죄에는 해당되지 않는다는 검찰의 결론이나 법상식을 뛰어넘었다는 점에서는 별 차이가 없기에 이란성 쌍둥이에 해당한다.
▲사진 출처=프레시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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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른다. 한명숙 전 총리가 실제로 곽영욱 전 대한통운 사장으로부터 수만 달러를 받았는지 여부는 확정할 수 없다. ‘받았다’는 검찰발 보도와 ‘안 받았다’는 당사자의 주장이 팽팽히 맞서고 있을 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옳다. 민주당과 친노 세력 등이 ‘한명숙 수사’와 ‘한명숙 보도’를 ‘정치공작’으로 규정하고 대응에 나서는 건 옳다. ‘팩트’가 아니라 ‘원칙’에 입각해 보면 옳다.

검찰 스스로 밝힌 적이 있다. ‘노무현 수사’ 파문 뒤끝에 이른바 ‘수사 공보준칙’이란 걸 만들고 있다며 몇 가지 원칙을 제시한 바 있다. 피의사실은 원칙적으로 기소단계에서 공표하고, 오보 대응이나 공익에 부합하는 사안에 대해서는 차장검사 또는 대변인의 구두 브리핑을 예외적으로 허용한다고 했다.

‘한명숙 수사’와 ‘한명숙 보도’는 이 준칙에 맞지 않는다. 차장 검사나 대변인의 ‘공식 브리핑’은 오간 데 없고 익명 소식통의 ‘비공식 귀띔’만 흘러 다닌다. 관련 보도를 보면 곽영욱 전 사장의 진술 이외에 구체적인 물증을 확보하지 못한 것으로 돼 있는데도 ‘흘리기’와 ‘받아쓰기’가 되풀이 된다. “검찰이 흘리고 언론이 부풀리는 추악한 정치공작”이란 비난을 자초하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갈음하고 나니까 걸린다. 이율배반의 흔적이 눈에 밟힌다.

지난달 18일이었다. 민주당이 특위를 하나 꾸렸다. 이름은 ‘한나라당 골프장 게이트 진상조사특별위원회’. 공성진 한나라당 최고위원이 골프장 관련 업체 등으로부터 불법 정치자금을 수수했다는 ‘검찰발 보도’가 나온 후 꾸린 조직이었다.

주목하자. 특위 이름에 ‘게이트’라는 단어가 들어있다. 혐의를 확신하는 데서 한 발 더 나아가 피의자 범위를 넓히는 단어다.

맞지 않는다. ‘한명숙 수사’와 ‘한명숙 보도’를 성토한 민주당(친노 세력은 ‘공성진 의혹’에 대해 언급한 바 없으니 논외로 하자)의 논리에 맞지 않는다. 한명숙 전 총리나 공성진 최고위원 모두 무죄 추정의 원칙을 적용받아야 하고 피의사실 공표금지 규정에 의해 보호받아야 하는 대상인데도 한쪽의 혐의에 대해서는 ‘정치공작’이라고 하고 다른 쪽의 혐의에 대해서는 ‘게이트’라고 하니 맞지 않는다.

형식논리일지 모른다. 이 같은 지적은 생동하는 현실을 반영하지 못한 형해화 된 논리일지 모른다. 인지상정일지도 모른다. 안으로만 굽는 팔의 원리를 따르는 것인지 모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되짚는 이유가 있다.

민주당이 벼른다. ‘한명숙 수사’와 ‘한명숙 보도’를 계기로 검찰개혁 논의에 다시 불을 지피겠다고 벼른다. ‘노무현 서거’ 때 제기했다가 흐지부지 된 검찰개혁 문제를 도마 위에 올리겠다고 다짐한다.

민주당이 추구하는 검찰 개혁 목표가 정치적 독립과 수사의 공정성이라면 검찰 개혁 방법 또한 그래야 한다. 정치적 유불리를 떠나 공정하게 접근해야 한다. 그래야 검찰 개혁 주장이 정략이 아닌 정도가 된다.

왜소 야당인 민주당이 자신들이 설정한 개혁 과제를 달성하는 데 이처럼 현실적인 방도는 없다.

▲사진 위=한명숙 전 총리 ⓒ한명숙 홈페이지
  사진 아래=공성진 한나라당 최고위원 ⓒ공성진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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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뀌나 싶었다. ‘노무현 수사’와 ‘천성관 사태’로 홍역을 앓았던지라 바뀌는 줄 알았다. 검찰총장과 법무장관의 교체로 분위기를 일신하고 새로운 의지와 태도를 가다듬는 줄 알았다. 검찰과 법무부도 그렇게 다짐했으니까 이번엔 진짜로 실천하는 줄 알았다. 하지만 아니었다. ‘혹시나’ 했지만 ‘역시나’였다. ‘어쩌면’ 했지만 ‘아니나 다를까’였다.

▲9월 29일이었다. 김준규 검찰총장이 검사장들을 모아놓고 “발상의 전환”을 주문했다. “수사 패러다임을 바꿔 국민의 신뢰를 쌓아야 한다”며 본건과는 상관없는 문제를 뒤져 피의자를 압박하는 별건수사를 금지하고 일정기간 내 수사에 진척이 없으면 내사를 종결하라고 당부했다.

반응은 좋았다. 언론은 신선하다고 평했고, 이명박 대통령은 수사 패러다임 전환을 재론하며 수사 선진화를 강조했다.

어떻게 됐을까? 그 뒤 검찰은 발상의 전환을 꾀하고, 관행의 개선을 시도하고 있을까? 그렇지 않다. 어제 오늘 나온 뉴스만 놓고 보면 검찰은 발상의 전환도, 관행의 개선도 시도하지 않고 있다. 

어제 ‘한국일보’가 보도했다. 검찰이 2007년 말에서 2008년 초에 대통령 사돈기업인 효성그룹 관련 범죄 첩보 10여 가지를 문서로 정리했는데도 제대로 수사하지 않고 종료해버렸다고 했다. 오늘 ‘한겨레’가 보도했다. 검찰과 경찰이 시국선언을 했다는 이유로 고발당한 전교조 간부들을 수사하면서 계좌추적을 벌이고 있다고 했다.

두 사안 모두 새로운 수사 패러다임에 부합하지 않는다. 검경의 전교조 간부 계좌추적은 명백한 별건수사이자 먼지털이식 수사다. 효성 수사 종결의 경우도 크게 다르지 않다. 언뜻 봐선 일정 기간 동안 수사를 벌였는데도 진척이 없어 종결한 것 같지만 그렇지가 않다. ‘한국일보’가 보도했다. 효성그룹 수사팀 관계자가 ‘효성 보고서’를 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수사를 제대로 하지 않고 덮었다는 얘기다. 내사 종결의 선결요건인 ‘열심히 수사해 보고’가 성립되지 않았다는 얘기다. 


▲9월 3일이었다. 법무부가 수사 공보 준칙을 마련했다며 10월에 공표하겠다고 했다. ‘노무현 수사’로 불거진 검찰의 무분별한 피의사실 공표 관행을 개선하겠다며 수사상황 공개는 서면 브리핑으로 제한하되 오보 대응이나 공익에 부합하는 사안에 대해서는 구두 브리핑을 허용하고, 공표자는 대변인과 차장검사로 제한하겠다고 했다.

반응은 좋지 않았다. 언론은 이 준칙이 검찰의 ‘입맛대로’ 공표 길을 열어놓은 것으로, 국민의 알권리를 침해할 우려가 있다고 비판했다.

어떻게 됐을까? 그 뒤 검찰은 새로운 수사 공보 준칙에 적극 부응하고 있을까? 그렇지 않다. 오늘 나온 뉴스만 보면 검찰은 법무부의 준칙조차 따르지 않았다. 국민의 알권리 침해 소지가 있다는 비판을 받는 준칙마저 지키지 않았다. 

‘한국일보’가 보도했다. 어제 효성그룹 부실수사 보도가 나갔는데도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의 공보관 역할을 담당하는 3차장 검사는 오전 기자들의 확인 전화를 일절 받지 않았다”고 했다. 대검 또한 “어떠한 해명이나 반응도 없이 감감무소식이었다”고 했다. ‘한겨레’가 보도했다. 전교조 간부들의 계좌추적 사실을 서울 영등포경찰서 간부가 시인했는데도 검찰 관계자는 “법대로 하고 있을 뿐이며, 수사중인 사안이라 따로 언급할 만한 내용이 아니다”라고 말했다고 했다.

물론 ‘모르쇠’로 일관한 것은 아니었다. 노환균 서울중앙지검장이 효성그룹 부실수사에 대해 “대통령의 사돈이라고 해서 봐주는 단계는 이미 지났으며 수사할 만큼 다 했기 때문에 종결했다”고 반박하긴 했다. 하지만 이건 정상적인 브리핑이 아니었다. 출입기자들과의 오찬이 예정돼 있던 차에 때마침 ‘한국일보’ 보도가 나왔기에 한 마디 걸친 것 뿐이었다.

법무부의 수사 공보 준칙에 ‘공표자’로 지정된 차장검사는 묵묵부답이었다. “오보 대응이나 공익에 부합하는 사안”에 해당되는데도 구두 브리핑은 물론 서면 브리핑조차 하지 않았다. 법무부의 수사 공보 준칙은 피의자의 인권에 해당하는 내용이고, 효성그룹 부실수사나 전교조 간부 계좌추적은 그와는 별개 내용인데도 일체 브리핑을 하지 않았다. 

전혀 바뀌지 않은 것이다. 검찰은 예나 지금이나 '입맛대로' 태도를 고수하고 있는 것이다.  

▲사진 출처=프레시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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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C바르셀로나가 울 것 같다. 환상의 삼각편대다. 검찰이 센터링을 올리니까 보수 언론이 헤딩으로 연결하고 청와대가 슛을 날린다. ‘PD수첩’ 작가 이메일을 축구공 삼아 공격축구를 선보인다.

거침이 없다. 보수 인사들조차 이메일 공개는 너무 심했다고 비판하는데도 아랑곳하지 않는다. 폭주기관차처럼 돌진한다.

왜일까? 왜 거칠게 나서는 걸까?

일각에서는 ‘분풀이’로 해석한다. ‘PD수첩’ 때문에 촛불시위가 일어났고 촛불시위 때문에 청와대와 보수언론이 곤경에 빠졌다고 생각한 나머지 ‘복수혈전’에 나선 것이라고 풀이한다.

부인하기 어렵다. 하지만 그게 전부인 것 같지는 않다.

유의할 필요가 있다. 이동관 청와대 대변인의 논평 내용에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너무 격하다. “음주운전” “흉기”와 같은 비유를 동원한 것을 볼 때 그렇고, “만약 외국에서 일어난 일이라면 경영진이 국민에게 사과하고 총사퇴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난타를 가하는 것을 볼 때 그렇다.

이 또한 유의할 필요가 있다. 이동관 청와대 대변인의 논평 시점에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너무 빠르다. 사법부의 판단을 앞두고 있는 사안에 대해서는 논평을 자제했던 청와대의 관례에 비춰볼 때 그렇고, 청와대의 섣부른 논평이 판결의 가이드라인으로 작용할 것을 우려해 말을 삼가던 상궤에 비춰볼 때 그렇다.

다른 목적이 있다고 봐야 한다. 이 두 가지 유의점에 기대면 ‘PD수첩(나아가  MBC 전체) 때리기’에 ‘분풀이’ 이외의 다른 목적이 깔려있다고 봐야 한다. 바로 정치적 목적이다.


일정을 살피면 나온다. 청와대가 속도위반을 감수하며 선봉에 서서 거친 공격에 나서는 정치적 목적이 나온다.

6월과 8월에 큰 판이 두 개 벌어진다. 미디어법이 6월 국회 테이블에 올려지고, MBC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 이사들의 임기가 8월에 끝난다. 미디어법이 강행 처리되면 MBC의 ‘공영방송’ 지위가 격랑에 휩싸이고,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진이 개편되면 엄기영 MBC 사장의 거취가 도마 위에 오른다.

‘PD수첩’을 매개로 MBC를 ‘악의적 선동방송’으로 몰아가면 떼어 놓을지 모른다. MBC를 국민으로부터 떼어내고, 더불어 미디어법 반대 파업을 벌였던 MBC 노조를 거리에서 밀어낼지 모른다.

‘PD수첩’을 매개로 MBC 경영진의 무능과 나태를 부각하면 밑돌을 놓을지 모른다. 방송문화진흥회 개편 후 임기의 절반을 남겨놓고 있는 엄기영 사장의 ‘자진 사퇴’를 유도하고, 내친 김에 MBC 조직 전체를 평정할지 모른다.

이러면 손 안대고 코 풀 수 있다. 미디어법 처리에 성공하면 정국주도권을 되찾을 수 있고, 엄기영 사장의 자진 사퇴를 유도하면 정연주 KBS사장을 낙마시킬 때의 파문을 예방할 수 있다.

하지만 모른다. 세상에 공짜는 없다. 대가는 늘 따른다. 공격 일변도로 나가다가 역습 한 방에 그로키 상태에 몰리는 경우도 허다하다.

청와대를 정점으로 한 삼각편대의 공격은 ‘자폭테러’다. 상대방에 대한 타격강도를 끌어올리기 위해 ‘자폭’ 수단을 마다하지 않는, 위험한 게임이다. 헌법상의 기본권인 사상․양심의 자유까지 훼손하며 벌이는 ‘더티 게임’이다.

이게 역풍을 부를 수 있다. 이게 미디어법과 MBC 경영진 개편의 정치성을 부각해 극심한 반발을 야기할 수 있다.

삼각편대가 'PD수첩' 작가의 이메일을 '디딤돌' 삼으려는 순간 성격이 달라졌다. 미디어법은 미디어 산업과 관련되 정책 사안에서 기본권과 연계된 헌법 사안으로 격상되게 됐고, MBC 경영진의 진퇴는 개인의 거취에 관한 문제에서 조직의 운명이 걸린 문제로 전화되게 됐다. 배수진을 친 저항을 유발해버린 것이다.

그래서 하는 말이다. 표현을 바꿔야 한다. 청와대를 정점으로 한 삼각편대가 벌이는 건 게임이 아니다. 그들은 살을 주고 뼈를 취하는 손익 게임이 아니라 ‘전부 혹은 전무’의 도박판을 벌이고 있다.

▲사진=이동관 청와대 대변인 ⓒ프레시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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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이 주장했다. 자신들은 ‘빨대’가 아니라고 했다. 명품시계 등 노무현 전 대통령의 명예를 손상했다는 평가를 받는 몇몇 사례의 사실 여부를 검찰이 언론에 확인해 주지 않았다고 했다. 어제 ‘박연차’ 수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이렇게 주장했다.

‘그럼 왜 홍만표 대검 수사기획관은 나쁜 빨대를 색출하겠다고 했을까’ 라는 식의 반문은 던지지 말자. 생산성이 없다. ‘나쁜 빨대’를 색출한 결과 검찰이 아닌 사실을 확인했다고 하면 할 말이 없다.

이것도 물어보지 말자. 노무현 전 대통령이 검찰 수사를 받으면서 “고가의 명품시계 두 개를 모두 봉하마을 논두렁에 버렸다고 진술한 것으로 확인됐다”는 보도, “비싼 시계를 논두렁에 버린 이유에 대해서는 집에 가서 물어보겠다며 노 전 대통령이 답변을 피했다고 검찰은 밝혔다”는 보도가 어떻게 나오게 된 건지도 물어보지 말자.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후 나온 고인의 부산상고 동기의 증언, 즉 권양숙 씨가 노건평 씨의 부인으로부터 명품시계를 받았다는 전화를 받고 “논두렁에 버리든지 알아서 하라”고 했다는 증언에 따르면 보도된 사실관계가 틀리기에 반드시 정보 제공-확인 경위를 밝혀야 하지만 그래도 일단 관두자.

검찰이 어제 추가로 밝힌 내용이 있다. “수사 대상이 방대하고 사건 관계자가 많아 검찰 이외의 경로를 통해 수사 내용을 입수할 수 있었고, 언론이 먼저 정보를 입수한 뒤 사실관계 확인을 시도하기도 했다”고 밝혔다.

중대한 문제다. 상당히 심각한 문제를 제기하는 주장이다.

달리 해석할 길이 없다. 검찰의 주장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면 ‘검찰 이외의 경로’에서 ‘노무현’을 캤거나 ‘노무현 수사’를 손금 들여다보듯 했다는 결론에 도달한다.

그게 누구일까? 검찰은 ‘사건 관계자’를 거론했지만 가능성은 낮다. 명품시계를 예로 들 경우 당사자인 노무현 전 대통령 부부나 박연차 전 회장측이 언론에 정보를 흘렸을 가능성은 극히 낮다. 노무현 전 대통령 부부가 자신들에게 불리한 내용을, 그것도 사실과 다르게 언론에 ‘선사’할 리 만무하기에 그렇다. 박연차 전 회장도 아니다. 그는 당시 감옥에 있었다. 그럼 누구일까? 박연차 전 회장의 측근을 의심해 볼 수 있지만 이들 또한 가능성이 높지 않다. 언론이 이른바 ‘포괄적 뇌물’의 대가로 노무현 전 대통령 측이 태광실업이 수주하려던 베트남 화전을 적극 밀어줬다고 보도했을 때 앞장서서 사실이 아니라고 반박한 사람들이 박연차 전 회장의 측근들이다. 그럼 누구일까? ‘검찰 이외의 경로’는 어디일까?

왜 흘렸을까? 언론에 정보(그것도 사실과 다른 정보)를 흘린 주체가 ‘검찰 이외의 경로’라면 정보 제공 목적이 수사를 위한 것이라고 볼 수는 없다. 노무현 전 대통령을 압박해 ‘자백’을 받아내기 위해 일부러 정보를 흘렸다고 볼 수는 없다. 다른 목적이 있었다고 봐야 한다. 수사 이외의 목적, 어떤 특정한 목적 말이다. 그게 뭘까?

여기서 던지는 의문이 일말의 타당성이라도 갖고 있다면 반드시 캐야 한다. 허투루 넘기지 말고 반드시 밝혀야 한다. 검찰이 ‘면피’하려고 애먼 사람을 잡는 게 아니라면, 실제로 ‘검찰 이외의 경로’에서 ‘언론플레이’가 이뤄졌다면 그건 음험한 기획과 교활한 공작이 있었음을 시사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사진=이인규 대검 중수부장이 12일 ‘박연차 수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프레시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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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라도 너무 다르다. 노무현 전 대통령 측과 검찰의 견해는 상극이라 할 만큼 넓게 벌어져 있다.

문재인 전 청와대 비서실장이 그랬다. “수사와 관련된 여러 상황들이 노무현 전 대통령을 스스로 목숨을 버리도록 몰아간 측면은 분명히 있으니 타살적 요소는 있다”고 했다. 검찰이 그랬다. “수사의 당위성과 정당성이 손상되어서는 안 된다”고 했다. 

따라가지는 말자. 양쪽의 공방을 흥미 위주로 관전하는 태도는 너무 무책임하다. 자살을 부른 전직 대통령 수사의 중대성에 비쳐볼 때, 전직 대통령 자살로 국민이 받은 엄청난 충격에 비쳐볼 때 너무 경박하다.

참여해야 한다. 관전자의 태도가 아니라 배심원의 자세로 하루라도 빨리, 그리고 일말의 여운도 없이 공방을 끝내는 방법을 제시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먼저 논점을 분명히 해야 한다. 양쪽이 대립하는 문제의 본질이 뭔지를 가려야 한다.

문재인 전 비서실장이 그랬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권양숙 씨가 100만 달러를 받은 사실을 올해 2월경에야 알았다고 거듭 주장했다. 검찰이 그랬다. 돈을 준 사람이 노무현 전 대통령에게 줬다고 진술해서 수사한 것이라고 했다.

이것이다. ‘타살 수사’와 ‘정당한 수사’를 가르는 기준이 바로 이것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금품이 오간 사실을 알고 있었는지, 더 구체적으로 말하면 재임 중에 그 같은 사실을 알고 있었는지가 핵심이다. 검찰이 노무현 전 대통령에게 적용하려고 했던 혐의가 바로 이것이었고, 수사 초기부터 노무현 전 대통령을 정조준한 이유가 바로 이것이었다.

가릴 수 있는 방법은 하나 밖에 없다. 노무현 전 대통령 측의 주장과 검찰의 주장을 모두 당사자의 일방적 주장으로 치부하고 나면 유일하게 거머쥘 수 있는 방법은 오직 하나다.

검찰이 ‘노무현 재임 중 인지’ 혐의를 입증할 증거를 확보하고 있었는지를 가리는 일이다. 수사 초기부터 노무현 전 대통령을 피의자로 간주해 ‘올인 수사’를 벌일 만큼 확실한 물증을 확보하고 있었는지를 가리는 일이다. 어차피 공소하는 쪽은 검찰, 따라서 입증 책임을 져야 하는 곳도 검찰이니까 이 경로를 따라가면 된다.

어렵지 않다. 굳이 보물찾기를 할 필요가 없다. 이미 마련돼 있다. 노무현 수사자료다. 검찰 수사의 결정체이자 노무현 항변의 집약체인 진술조서도 작성돼 있다. 검찰이 타이핑하고 노무현 전 대통령이 서명날인한 자료가 검찰 캐비닛에 보관돼 있다. 꺼내기만 하면 된다. 이 진술조서를 공개하기만 하면 검찰의 ‘피의자 노무현’ 수사 성과가 어느 정도였는지, ‘피의자 노무현’의 반박 수위가 어느 정도였는지를 대번에 알 수 있다.

검찰의 자발적 공개는 기대하지 말자. “수사 배경과 경과, 신병처리에 대해 정확한 정보가 제공되지 않아 사실관계를 오인해서 검찰을 비판하는 경우가 많다”고 불만을 토로하면서도, 그래서 전국의 검사장급 기관장들에게 설명자료를 보내는 방안을 검토하면서도, 일반인에게는 공개하지 않기로 했다.

이해할 소지는 있다. ‘공소권 없음’으로 종결한 사건이다. 그런 사건의 수사내용을 무턱대고 일반인에게 공개하는 행위는 월권이자 위법행위일지 모른다.

사정이 이렇다면 정치권이 나서야 한다. 국회가 검찰에 노무현 수사자료 제출을 요구해야 한다. 그리고 검증해야 한다. 필요하다면 국정조사를 통해서라도 수사자료에 담긴 검찰의 수사 성과 즉 ‘노무현 재임 중 인지’ 혐의를 입증할 물증을 얼마나 확보했었는지를 가려야 한다.

어려운 일이 아니다. 오래 끌 일도 아니다. 국회는 국회의 권능으로 요구하면 되고 검찰은 검찰의 의무에 따라 내놓으면 된다. 이렇게 정도를 따라가면 된다.

Posted by '토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