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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준표 한나라당 원내대표가 말했다. "어제 촛불 집회로 국민의 뜻이 확인되었다"며 "이제 우리가 화답할 차례"라고 했다.

맞다. 이제 한나라당이 말할 차례다. 이건 선택이 아니라 의무다. 절박하기도 하다.

이른바 ‘명박산성’이 상징하는 건 뚜렷하다. 차단이다. 촛불대행진을 차단한 것일 뿐만 아니라 국민의 요구도 차단했다. 청와대는 그랬다.

전면적인 재협상을 요구하는 국민을 향해 ‘재협상에 준하는 추가협의’를 거론하며 찔끔찔끔 땜질식 처방만 내놨다. 대통령은 재협상을 하면 경제에 더 큰 어려움이 닥친다는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그래서 하는 말이다. 이제 한나라당이 말해야 한다. 전면 재협상을 하라고 청와대에 요구해야 한다. 그게 청와대를 살리는 길이다.

임계점에 다다랐다. 광우병 국민대책회의는 오는 20일까지 재협상을 하지 않으면 정권 퇴진 항쟁에 나서겠다고 천명했다. 시민들은 곳곳에서 답답증을 호소한다. ‘징하다’고도 하고 ‘깝깝하다’고도 하고 ‘징글맞다’고도 한다. 촛불집회를 시작한 지 40여일이 지나도록 입장을 바꾸지 않는 청와대를 향해 혀를 내두른다. 21년 전의 6.29선언이 6월항쟁 19일만에 나온 점을 상기하며 그 두 배의 시간을 보냈는데도 꿈쩍 않는 청와대를 성토한다.

부글부글 끓고 있다. 액체와 기체의 경계선에 서서 민심의 뚜껑이 들썩이고 있다. 이 기세가 어디로 향할지 모른다. 한나라당이 말해야 하는, 그것도 하루 빨리 말해야 하는 이유가 이것이다. 국가적 불행을 막고 국력의 낭비를 막아야 한다.

의원총회를 열어 재협상을 당론으로 채택하고, 그 당론을 공개적으로 청와대에 전달해야 한다. 야당이 요구하는 가축전염병 예방법 개정을 받아들이고 개정 일정표를 제시해야 한다.

이게 청와대를 살리는 길이다. 청와대가 재협상을 선언하지 않을 수 없는 국내 정치지형을 만들어주고 국제적 명분을 얹혀주는 길이다. 미국으로 하여금 재협상 말고는 다른 방법이 없음을 인정하게 하는 길이기도 하다.

하지만 아니다. 한나라당은 엉뚱한 길로 접어들고 있다.

강재섭 대표가 그랬다. 국민들에게 "이제 시위현장에서 집으로 돌아가서 정부의 획기적인 후속조치를 차분히 지켜봐주면 좋겠다"고 했다. 할 만큼 했으니 이제 그만 하라는 훈계다. 어제의 ‘100만 대행진’을 정점으로 촛불집회가 하향곡선을 그릴 것이라고 내다보는 투다.

좋다. 그래도 좋다. 강재섭 대표가 말한대로 ‘획기적인 후속조치’가 나오기만 한다면 집으로 돌아가는 걸 마다할 국민은 없다. 안 그래도 피곤한 상태다.

근데 별로 획기적인 것 같지가 않다. 강재섭 대표가 마저 말했다. "쇠고기 협상은 재협상에 준하는 추가협의를 통해 전개해 나가야 된다"고 했다. 청와대가 했던 말과 토씨 하나 다르지 않다.

홍준표 원내대표도 거들었다. “이제는 우리가 화답할 차례”라고 운을 떼더니 겨우 내놓는 얘기가 "원점에서 새 출발한다는 각오로 청와대와 내각이 쇄신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전혀 획기적이지가 않다. ‘재협상에 준하는 추가협의’는 말할 것도 없다. 인적 쇄신 또한 그렇다. 획기적이지 않을 뿐만 아니라 순리적이지도 않다.

이유를 밝히지 않는다. 그냥 뭉뚱그려 국정 난맥에 대한 책임이라고 한다. 이른바 정무적·도의적 책임 차원에서 장관과 수석 몇 명을 갈겠다는 얘기다.

이건 본말을 뒤집은 것이다. 졸속협상이 어느 부처의 주도로 이루어진 것인지, 원칙에 충실하던 농식품부의 입장이 하루아침에 돌변했던 이유가 뭔지 전혀 밝히지 않았다. 정부 시스템에 어떤 문제가 있었는지 전면적으로 점검했다는 얘기도 들리지 않는다. 그런데도 그냥 쇄신한다고 한다. 국민은 이명박 대통령의 졸속협상 책임과 더불어 재협상 용단을 촉구하는데 그 부하 몇몇을 교체하는 것으로 만족하자고 한다.

문제의 근원은 전혀 해소되지 않았다. 한나라당은 ‘획기적’이란 수사를 붙이지만 국민은 ‘미온적’이라고 토를 단다. 눈높이가 달라도 한참 다르다.

이른바 ‘명박산성’은 서울 세종로에만 서 있는 게 아니다. 여의도로 향하는 마포대교에도 높디높은 ‘명박산성’이 버티고 서 있다.

청와대와 한나라당이 ‘명박산성’ 뒤에서 수성전을 펴는 모습으로는 아무 것도 해결할 수 없다. 오히려 집으로 돌아가고 싶은 국민을 뒤에서 잡아끄는 역현상만 연출할 뿐이다.

Posted by '토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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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기 나름이다.

"친이·친박이 어디 있느냐"는 이명박 대통령의 말을 '사실 규명' 차원에서 나온 말로 받아들이면 왜곡에 해당한다. 패를 지어 갈등하고 반목하는 엄연한 현실을 가리려는 헛된 시도로 볼 수 있다.

하지만 '의지 표명' 차원에서 던진 말로 이해하면 얘기가 달라진다. '앞으로 그렇게 하겠다'고 다짐하는 것으로 이해하면 "친이·친박이 어디 있느냐"는 말은 "친이·친박을 가리지 않겠다"는 말로 변환된다.

여러 요소가 그렇게 얽혀있다. "(나의)경쟁자는 외국의 지도자"라는 말이나 "정치의 잡다한 문제는 당이 책임지고 해야 한다"는 말이 뒷받침한다.

전당대회 개최시기 '훈수' 두면서 '잡다한' 정치문제는 당이 풀어라?

표면적으로 보면 국정에 전념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하는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국정에 전념해야 하니까 당무에 관여하지 않겠다는 뜻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 당무에 관여하지 않으니 친이·친박을 가를 이유도 없다.

대단히 전향적인 태도 같다. 당원이기 이전에 국가 원수라는 자신의 위상과 역할을 제대로 파악한 모습 같다. '여의도식 정치'에 익숙지 않은 자신의 성향을 인정한 발언 같다.

하지만 아니다. 말이 말을 배척한다.

총선 직후 강재섭 한나라당 대표를 만나 그랬다. 당 대표 선출을 위한 전당대회는 예정대로 7월에 개최하는 게 좋겠다고 했다. 그 기간 동안 강재섭 대표 중심으로 당이 운영돼야 한다고도 했다.

그 뿐만이 아니다. 이명박 대통령과 25분간 비공개 대화를 마친 강재섭 대표가 그랬다. 친박·무소속 연대의 복당을 '인위적 정계개편'이라며 불허한다고 했다. '복당 검토' 발언을 한 지 며칠 만에 입장을 사실상 뒤집은 것이다. 그래서 다수가 분석한다. 강재섭 대표의 말은 이명박 대통령의 말이라고 해석한다.

문제가 여기에 있다.

이명박 대통령은 한나라당의 총재가 아니다. 당원에 불과하다. 그래서 결정권과 결재권이 없다. 그런데도 최고위원회에서 결정할 일을 직접 거론하고 사실상 지시한다. '당의 잡다한 문제'에 대해 감 놔라 대추 놔라 운위한다.

이해할 국민은 많지 않다. 공천 파동이 일었을 때 "공천은 당이 알아서 하는 일"이라며 불똥이 자신에게 튀는 것을 차단했던 모습과 너무 상치되기에 생뚱맞기까지 하다. 선거결과에 심대한 영향을 미치고, 국정운영에 막대한 영향을 미칠 공천 문제에 대해선 '무관'을 강조하면서 전당대회 같이 '소소'하고 '잡다'한 문제에 대해 일일이 거론하는 모습에 어지럼증을 느낄 정도다.

그때그때 달라도 지향점은 하나…친박 배제

그래도 일관성은 있다. "공천은 당이 알아서 하는 일"이라는 말과 "친이·친박이 어디 있느냐"는 말에 공통점이 있다.

친박의 거취와 운명이 걸린 문제에 대해 선을 그은 점이 같다. 공천과 무관하다는 점을 강조함으로써 친박 배제 공천에 앞장섰던 사람들이 '못 먹어도 고'를 외칠 수 있는 길을 열어줬다. "친이·친박이 어디 있느냐"고 반문함으로써 친박 배려 또는 친박 포용의 이유를 원천적으로 없애버렸다. 계파가 없다고 하니 특정 계파를 특별히 껴안을 이유가 없다.

새삼 확인된다. '친이'가 따로 모여 움직이는 것보다 더 중한 사실이 확인된다. 이명박 대통령 스스로 '소소한' 당무와 '잡다한' 정치에 깊숙이 개입하고 있다. 요 며칠 사이에 쏟아져 나온 이명박 대통령의 말이 그렇게 가리키고 있다.

▶이 글은 '프레시안'에 게재된 것입니다.

Posted by '토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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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공짜는 없다'는 말을 빌려써야 할까? 아니면 '살고자 하면 죽는다'는 충무공의 말을 끌어와야 할까? 아무래도 좋다. 몇 사람의 모양새가 딱 이 꼴이다.

이회창 자유선진당 총재. 살고자 충청도로 낙향했다. 그곳을 석권하면 정치권의 제3주주가 될 것이라고, 그러면 자신의 정치적 입지가 튼실해질 거라고 생각해 선영 곁으로 정치적 거처를 옮겼다.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 역시 살고자 대구로 내려갔다. 지원유세를 하지 않고 칩거에 들어가면 한나라당이 고전을 면치 못할 거라고 생각해 스스로 주거제한의 길을 택했다. 비록 말은 못하지만 곁에서 따뜻한 시선 한 번 건네면 친박·무소속 연대가 힘을 받을 거라고, 그러면 자신의 정치적 파괴력이 과시될 거라고 생각해 자진해서 연금의 길을 택했다.

결과는 어떨까? 모른다. 아직 총선이 끝나지 않았으니까. 중간평가라고 하자.

안 좋다. 그것도 아주 안 좋다.

이회창·박근혜, 전국구 스타에서 프랜차이즈 스타로

여러 여론조사 결과가 말한다. 자유선진당이 원내교섭단체를 구성하기 힘들다고 전망한다. 이런 예측이 현실화 되면 어떻게 될까? 자민련 꼴이 난다. 언론에 고정출연할 수 없게 되고 국회에선 들러리가 되기 십상이다. 거대정당이 아쉬울 때만 찾아와 사탕 하나 건네는 서러운 처지로 전락한다.

친박·무소속 연대는 더 심하다. 독자적인 원내교섭단체 구성은 불가능하다고 여론조사 결과가 전망한다. 이들 또한 원내교섭단체를 꿈꾸지 않는다. 한나라당에 복당하겠다고 한다. 하지만 여의치가 않다. 자유선진당이 비교섭단체에 머물고 친박·무소속 연대 또한 한 자리수 의석에 머문다는 전망은 한나라당의 의석이 반비례해서 늘어난다는 얘기로 연결된다. 아쉬울 게 없는 한나라당이 이들을 받아들일 리 없다.

어차피 공동운명체가 돼 버렸다. 자유선진당과 이회창 총재를 떼어서 얘기할 수 없다. 자유선진당이 '객'이 된다면 이회창 총재 역시 '주변인'에 머물 수밖에 없다. 친박·무소속 연대가 '방랑자'가 된다면 박근혜 전 대표는 '부평초'가 되기 쉽다.

단지 의석수만 갖고 하는 얘기가 아니다. 이회창 총재가 충청에 머묾으로써, 박근혜 전 대표가 대구에 울타리를 침으로써 전국성을 상실하게 됐다. 전국구 스타에서 특정 팀의 프랜차이즈 스타로 이미지가 좁혀지게 됐다.

필연이다. 살려고 방어하다보니 후진하게 됐고 그래서 갇히게 됐다. 스스로 위리안치의 결과를 초래한 것이다.

지역색 조장해 '배척' 자초하는 강재섭

한 명 더 있다. 강재섭 한나라당 대표다.

그 또한 살려고 발버둥 친다. 부산에 가서 "여러분은 10년을 참아왔다"고 말하고, 대구에 가서 "15년 동안 엄청난 핍박을 당했다"고 말한다.

'우리가 남이가'는 생존을 위한 서라운드 사운드다. 한나라당 석권과 친박·무소속 연대 견제를 노린 입체음향이다. 그래야 산다. 한나라당이 석권해야 자신의 공적이 평가되고, 친박·무소속 연대가 죽어야 박근혜 전 대표와 '맞짱' 떴던 자신의 등급이 올라간다. 하지만 마찬가지다. 그 역시 영남에 갇힐 수밖에 없다.

다른 게 하나 있긴 하다. 이회창·박근혜 씨와는 달리 대놓고 지역색을 조장함으로써 그에 비례해 타지역을 배척하는 결과를 떠안게 됐다. 멀리 떨어진 지역은 거론할 필요가 없다. 대구에 가서 YS정권도 TK를 핍박한 정권이라고 했으니 PK조차 품지 못할 수 있다.

보수 3인방의 정치적 행로가 이렇다. 살고자 발버둥 치지만 몸만 더 깊이 빨려들어간다. 정치적 늪에서 허우적 대고 있는 것이다.

▶이 글은 '프레시안'에 게재된 것입니다.

Posted by '토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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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 지도부가 합창을 했다. '탈당 의원 복당 불가'를 선언했다.

강재섭 대표는 탈당 출마자의 복당 불가를 명시한 당헌·당규는 박근혜 전 대표가 직접 만든 것이라고 비판했고, 윤리위원회는 무소속 또는 다른 당 후보를 지원하는 건 해당행위라고 규정했다. 이방호 사무총장과 안상수 원내대표는 탈당 출마자의 복당은 절대 안 된다고 거듭 확인했다. 모두가 박근혜 전 대표를 겨냥한 발언들이다.

한나라당 지도부가 합창을 한 배경이 뭘까? 대다수가 말한다. 박근혜(계) 바람을 차단하기 위해 공격에 나선 것이라고 한다.

당연한 분석 같다. 대구에 내려간 박근혜 전 대표가 구름 인파를 몰고 다니고 있고, 그의 발언과 발걸음이 음으로 양으로 박근혜계 후보를 지원하고 있다. 멀쩡히 구경하는 건 말이 안 된다. 제어해야 하고, 그러려면 공격해야 한다.

박근혜(계) 바람은 광풍일까?

근데 이상하다. 분석이 너무 명쾌해서 그런지 허전한 느낌이 든다.

이 점을 따져볼 필요가 있다. 박근혜(계) 바람이 부는 게 사실이라면 그 기원은 두 개일 것이다. 박근혜 전 대표의 대중적 인기가 하나이고, 한나라당의 무원칙 공천에 대한 유권자의 반발심리가 다른 하나다. 박근혜(계) 바람은 이 두 요소가 맞물리면서 만들어진 상승기류다.

이렇게 보면 한나라당 지도부는 바람을 차단하는 게 아니라 역풍을 맞게 돼 있다. 탈당 출마자에 대해 복당 불가를 선언한 것은 '반성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는 똥고집 행각'으로 유권자에게 비쳐질 것이 자명하기 때문이다. 또 박근혜 전 대표를 직접 공격한 것은 무원칙 공천의 최대 피해자를 두 번 죽이는 일로 간주될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이상하다는 얘기가 이 대목에서 나온다. 한나라당이 이 점을 몰랐을 리 없다. 아주 기초적인 이런 사정을 모른 채 헛다리를 짚었을 리 없다. 그래서 다시 묻는다. 한나라당 지도부가 박근혜 전 대표를 직접 공격하고 나선 배경이 뭘까?

원점으로 돌아갈 필요가 있다. 박근혜(계) 바람이 일고 있다는 대전제가 잘못된 것이라면, 아니 한나라당 지도부가 그렇게 보고 있지 않다면 얘기는 달라진다.

한나라당 안에서 바람이 불지 않는다고 장담하는 사람은 별로 없다. 하지만 바람이 제어하지 못할 정도로 거세다고 얘기하는 사람도 별로 없다. 여론조사 결과도 그렇게 나오고 있다. 친박연대와 무소속연대가 바람을 일으키고 있다고 하지만 한나라당 후보를 압도하는 후보는 두세 명에 불과하다. 그것도 모두 영남권이다. 나머지 후보는 잘 해야 한나라당 후보와 박빙의 대결을 벌이고 있는 정도다.

바람엔 맞바람으로

바로 이게 포인트다. 한나라당 지도부 또한 판세를 이렇게 보고 있다면 두 갈래 대응법을 모색하는 건 오히려 자연현상에 가깝다.

박근혜 전 대표에 대한 영남권의 '사랑'을 없애는 게 불가능하다면 감정의 농도를 줄이는 게 상책이다. 방법은 번민하게 만드는 것이다. 또 다른 감정, 즉 한나라당에 대한 전략적 투표성향을 자극하는 것이다. 이렇게 보면 '복당 불가' 주장은 아주 유용한 도구다. '복당 불가'의 톤이 올라갈수록 박근혜계 후보와 한나라당의 거리는 멀어지고 박근혜계 후보의 당선은 최소화된다.

박근혜 전 대표에 대한 '사랑'이 비교적 덜한 수도권에선 정면 공격을 하는 게 낫다. '원칙을 따르는 정치지도자'의 이미지에 덧칠을 함으로써 수도권에 출마한 박근혜계 후보들을 이전투구의 싸움꾼으로 몰아가는 게 낫다. 강재섭 대표가 박근혜 전 대표의 이율배반을 강조한 건 그래서 유용하다. 이렇게 묘사해야 박근혜 전 대표는 무원칙한 이중 플레이어가 되고 박근혜계 후보의 표 잠식 현상은 극소화된다.

두고 볼 일이다. 한나라당 지도부의 '박근혜 때리기'가 이런 계산에 기초한 것이라고 해도 그건 '최선의 대응'이지 '최선의 결과'는 아니다. 한나라당 지도부의 '최선의 대응'을 온 몸으로 받아야 하는 맞은편이 구경만 하고 있을 리 없다. 당장 박근혜 전 대표 측근들이 역공을 퍼붓고 있다. 탈당 후 출마는 해당행위라는 한나라당 지도부의 비난에 대해 "당헌·당규도 지키지 않고 공천을 잘못한" 게 해당행위라고 맞받아치고 있다.

▶이 글은 '프레시안'에 게재된 것입니다.

Posted by '토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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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의 영남 물갈이를 바라보는 시각은 두 개다. 박근혜계를 고사시키기 위한 조치로 보는 게 하나고, 민주당의 개혁공천에 대응하기 위한 조치로 보는 게 둘이다. 그래서 양수겸장이라고들 한다.

딱히 틀린 진단은 아니다. 하지만 완결된 진단도 아니다.

이런 질문을 던질 수 있다. 민주당에 대한 맞대응이야 그렇다치고 이명박계가 박근혜계를 고사시킨 다음에 놓으려는 수는 뭔가? 다시 말해 머릿속에 그리고 있는 파괴 이후의 건설 방안은 뭔가? 이 질문에 대한 답이 나와야 진단은 완성된다.

이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한나라당의 영남 지역 현역 교체율은 43.5%다. 박근혜계 뿐만 아니라 이명박계 의원들에 대한 '숙청'도 단행됐기에 가능했던 수치다.

물갈이로 진공상태에 빠진 영남 중진그룹

'공정 공천'으로 포장하기 위해 이명박계를 읍참마속 했다고 보는 건 어설프다. 그렇게 보기엔 몸값이 너무 나간다. 공천 탈락한 영남권의 이명박계 의원들 상당수가 3선 이상을 기록한 중진들이다.

이렇게 보면 어떨까?

영남 물갈이 덕에 영남은 진공상태에 빠졌다. 총68석을 가진 거대 권역이자 한나라당의 본류인 영남의 중진그룹이 사실상 와해됐다. 박근혜 전 대표가 영남의 맹주로 남을 가능성은 더더욱 없다.

그럼 영남은 어떻게 되는 걸까? 의석이야 새로 공천 받는 정치 신인들이 메운다지만 이들을 이끌면서 영남을 대표할 리더는 어떻게 세울 것인가?

여기저기 둘러보니 두 사람이 눈에 들어온다. 강재섭 대표와 정몽준 의원이다. '급'으로 따지면 공천 탈락한 다른 영남 중진보다 나으면 나았지 못한 사람들이 아니다. '코드'로 따지면 이명박 대통령이나 이명박계가 걱정할 필요가 없는 사람들이다.

바로 이 점이다. 영남 물갈이로 존재감이 더욱 확실해진 강재섭 대표와 정몽준 의원이 '포스트 박근혜'를 자임하고 나설 수 있다.

되돌아보면 맥이 같다. 2004년 17대 총선 전에도 영남의 현역 의원 탈락율이 43.7%에 달했다. 이번과 같은 수치다.

당시의 물갈이 명분은 '구당'이었다. 탄핵 역풍으로 존폐 위기에 몰린 한나라당을 살리기 위해선 면모를 일신해야 한다는 논리가 물갈이 엔진 역할을 했다. 여기에 차떼기 정당으로 낙인찍힌 2002년 대선의 악몽을 지우기 위해서라도 구시대 인물은 뒤로 빠져줘야 한다고 했다.

결과는 명징했다. 이회창 총재가 장악했던 영남 지도력이 박근혜 전 대표에게로 넘어갔다. 한나라당의 본류인 영남에서 주류세력이 교체된 것이다.

물갈이 뒤에 떠오르는 '포스트 박근혜'

이번도 마찬가지다. 민주당의 개혁 공천에 맞서기 위해서라고 하지만 절박성만 놓고 따지면 17대 총선에 비할 바가 못 된다. 한나라당은 여전히 30%포인트 넘게 민주당을 앞서고 있다. 그런데도 17대와 똑 같은 폭의 물갈이를 단행했다.

결과는 또 한 번의 영남 주류세력 교체다. 박근혜 전 대표에서 '포스트 박근혜'로….

다른 점이 있긴 하다. 17대 때의 영남 주류 교체가 이회창 총재의 퇴진으로 자연스럽게, 그리고 평화적으로 이뤄졌다면 이번엔 그렇지 않다. 4년 전에는 박근혜라는 한 인물에 지분이 일괄 이양됐지만 이번엔 강재섭 대표와 정몽준 의원으로 반분돼 양도된다. 그래서 영남의 대표주자가 아니라 각각 TK와 PK의 대표주자로 역할과 권세가 제한된다.

이명박계로선 나쁜 구도가 아니다. 영남 주류의 교체를 통해 수도권과 영남의 어정쩡한 동거를 완전한 한 집안으로 바꿀 수 있다. 영남 주류가 반분됨으로써 특정인이 과도하게 크는 일도 막을 수 있다.

물론 역현상을 배제할 수는 없다. 수도권을 대표하는 이재오 의원과 영남의 강재섭 대표·정몽준 의원이 주도권 싸움을 벌이면 당이 시끄러워진다.

그래서일까? 이상득 의원의 공천이 다시 눈에 들어온다.

이명박 대통령으로선 절실하다. 국정에 전념해야 하는 자신이, 게다가 '여의도식 정치'에 익숙하지 않은 자신이 분할구도를 관리하고 조정하는 건 여간 번거롭고 수고로운 일이 아니다. 이상득 의원이 이 일을 대신해준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다. 피를 나눈 형제다. 게다가 정치판에서 산전수전 다 겪은 정치 원로 아닌가. 이명박 대통령으로선 이상득 의원보다 더 적합한 인물을 찾는 건 사실상 불가능하다.

하지만 세상에 설계변경 않는 설계도는 흔치 않다. 당장 당내에서 이상득 의원 자진사퇴 주장이 나온다. 영남 물갈이, 특히 영남 중진 탈락의 주요 기준이었던 '나이'를 지렛대 삼은 주장이다.

이명박계는 어떻게 할 것인가? 작지만 중요한 관찰 포인트다. 그 여하에 따라 설계 변경의 폭이 달라진다.

▶이 글은 '프레시안'에 게재된 것입니다.

Posted by '토씨'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정말 맞불작전일까?

일부 언론과 일부 세력은 그렇다고 한다. 진수희 한나라당 의원이 어제 <평화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이재오 의원이 당 대표가 돼야 한다고 말한 것을 두고 정면 돌파 의지를 표명한 것이라고 해석한다. 당 안에서 일고 있는 ‘계파 공천’ 비판에 밀리지 않기 위해 이른바 ‘맞짱’ 발언을 한 것이라고 풀이한다.

그럴까? 정말 그렇게 봐야 할까? 수긍하기 어렵다. 앞뒤가 맞지 않고 계산이 서지 않는다.

‘계파 공천’이라는데 웬 정면돌파?

진수희 의원이 ‘이재오 대표’를 언급한 어제 또 하나 주목할 만한 발언이 나왔다. 강재섭 대표의 말이다. 그가 그랬다. 공천심사위의 ‘계파 공천’을 비판하면서 이런 공천에 앞장서는 위원을 교체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강재섭 대표의 이 말이 가늠자가 될 수 있다. 강재섭 대표의 말을 거꾸로 뒤집으면 한나라당 공천이 이명박계에 유리하게 흘러가고 있다는 얘기가 된다. 이명박계가 비교적 순탄하게 실익을 거두고 있다는 얘기다. 이런 마당에 굳이 평지풍파를 만들고 공천 불복 사태를 야기할 이유가 없다.

이재오 의원의 입장에서 봐도 그렇다. 오는 7월 당 대표 경선을 준비하는 그의 입장에서 가장 중요한 과제는 ‘우군’을 극대화하고 ‘적’을 최소화하는 것이다. 이 점을 기준으로 보면 지금은 타이밍이 아니다. 공천은 국회의원을 꿈꾸는 신청자 개개인에게 정치적 사활이 걸린 문제다. 이런 예민한 문제에 강경 입장을 내보여 말초신경을 자극하고 적대감을 키우게 할 이유가 없다. 갈등을 유발해 관심도와 몸값을 올려야 하는 ‘도전자’라면 모를까 느긋한 이재오 의원은 그럴 이유가 없다.

계산된 발언이라기보다는 얼떨결에 나온 발언이라고 이해하는 게 상식적이다. 진수희 의원의 화법을 봐도 그렇다. 진수희 의원은 인터뷰 내내 당내 계파가 존재하지 않는다고 ‘강변’했고, 당․청의 매끄러운 협조관계를 일반론 차원에서 제기했다. 이재오 의원의 대표 가능성에 대한 발언은 이 과정에서 뛰쳐나온 것이다. 그것도 “(이재오 의원이)그런 결심을 하고 있는지는 잘 모른다”라는 말을 전제로 한 것이다.

긁어 부스럼은 피할 수 없다

그렇다고 속단하지는 말자. 진수희 의원의 발언이 일과성 해프닝이라고 진단한다고 해서 뒤탈이 없을 것이란 전망이 자동으로 성립되는 건 아니다.

현실은 오히려 정반대로 흐르고 있다. 진수희 의원의 발언을 접한 박근혜계 인사가 말했다. “진 의원의 발언은 현재 총선 공천이 당권을 장악하려는 특정 계파의 의도대로 가는 분위기를 반영하는 것으로 생뚱맞게 괜히 나온 말이 아니다”라고 잘라 말했다.

문제를 삼겠다는 얘기다. 공천 결과에 따라 이명박계 또는 이재오 의원을 정면으로 겨냥한 싸움을 시작할 수도 있다는 얘기다.

진수희 의원 발언으로 형성되는 갈등전선은 이것만이 아니다. ‘계파 공천’에 대해 공개적으로 경고 멘트를 날린 강재섭 대표도 운신의 폭이 좁아졌다. 박근혜계가 진수희 의원의 발언을 디딤돌 삼아 ‘계파 공천’ 문제를 집중 제기할수록 강재섭 대표는 ‘계파 공천’ 경고 발언의 굴레에서 벗어나기 힘들게 된다.

긁어 부스럼 양상이 조성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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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한나라당의 강재섭 대표는 과녁을 정확히 조준할 걸까? 정말 이방호 사무총장이 화근인 걸까?

진행과정을 보면 그렇게 보인다.

이명박-박근혜 두 사람이 만나 ‘공정 공천’을 약속한 게 1월 23일이다. 하지만 그로부터 엿새 뒤인 29일에 공천심사위는 부정부패 전력자 공천 배제 원칙을 채택했다. 박근혜계가 강력히 반발하며 집단행동 움직임을 보이자 이명박 당선자가 이재오-이방호 두 사람에게 메시지를 보냈는데도 공천심사위는 어제 또 다시 ‘문제가 되는 공천 신청자는 별도로 심사한다’는 어정쩡한 결론을 내렸다.

이명박 당선자의 ‘진심’은 그렇지 않은데 누군가가 중간에서 ‘장난’을 치는 것처럼 보인다. 강재섭 대표의 표현을 빌리면 ‘간신’이 뒤통수를 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공천심사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는 이방호 사무총장이다.

하지만 이런 분석이 설득력을 얻으려면 아주 기초적이면서 상식적인 의문에 답을 내놔야 한다. 이명박 당선자가 ‘간신’에 휘둘릴 정도로 헐렁하냐는 의문이다. 정작 이중 플레이를 하는 사람은 이명박 당선자이고, 이방호 사무총장은 악역을 맡고 있는 것 아니냐는 물음이다.

힌트는 강재섭 대표의 말에 들어있다. “이중 플레이 하고 뒤통수치는 것은 바로 이명박 당선자가 청소해야 할 여의도식 정치”라는 말이다.

항간에 이런 평가가 나돈다. 이명박 당선자는 ‘여의도식 정치’에 익숙하지도 않고 좋아하지도 않는다는 평가다.

이 평가가 진실을 담고 있다면 강재섭 대표의 진단이 맞을지 모른다. 국정에 전념하기 위해, 그리고 ‘여의도식 정치’에 익숙하지 않아 ‘정치-공천’을 다른 누군가에게 일임했을 수 있다. 이방호 사무총장, 그리고 그와 짝을 이루는 이재오 의원에게 넘겼을 수 있다.

‘개인적인’ 동기도 있다. 이재오 의원이 당 대표 경선에 나설 것이라는 소문이 파다하다. 이 소문이 ‘연기’가 아니라면 잠재적인 경쟁자를 사전에 제압하려는 시도가 나올 수 있다. 대상은 바로 김무성 최고위원이다.

이렇게 보면 이명박 당선자는 ‘뒤통수치기’와 무관하다는 강재섭 대표의 확신은 사실에 접근한다.

하지만 너무 순진하다. 이런 분석은 정치의 ABC와 현실적인 여건을 모두 부정하는 것이다.

정치가 뒷받침해주지 않는 국정이 얼마나 무력한지는 새삼 거론할 바가 못 된다. 이명박 당선자 쪽에서 일찌감치 당-정-청 일체화 얘기를 꺼낸 연유도 이것이다. 국정과 정치의 분업 시스템은 성립하기 어렵다.

이명박 당선자가 국정을 원활히 수행하려면 ‘여의도’를 장악해야 한다. 여의도에 있는 한나라당사를 장악해야 하고, 국회의사당을 장악해야 한다. 그러려면 공천 관문을 통과해야 한다.

당권을 장악하려는 ‘개인적인’ 동기도 사실 따지고 보면 이재오 의원만의 동기가 아니다. 이명박 당선자의 ‘개인적인’ 동기이기도 하다.

힘이 없다면 얘기가 달라진다. 뭘 해야 할지 알지만 그걸 관철시킬 힘이 없다면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는 게 정치 법칙이다. 하지만 이명박 당선자는 힘이 있다. 그것도 가장 무거운 중량의 힘이다. ‘간신’을 제어하고도 남을 힘이 비축돼 있다.

눈과 귀가 닫혔다면 또 모른다. 인의 장막에 가려 돌아가는 형편을 제대로 읽지 못한다면 ‘간신’의 활동공간은 넓어진다. 하지만 이 또한 아니다. 공천 배제가 박근혜계를 겨냥하고 있다는 사실은 모든 언론이 일제히 내놓은 진단이다. 이명박 당선자가 이런 진단을 못 보고 못 들었을 리 없다.

강재섭 대표가 겨냥한 과녁은 중요한 게 아니다. 강재섭 대표라고 해서 권력의 최고 정점에 서 있는 사람을 정면에서 들이받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그렇다고 강재섭 대표가 겨냥한 과녁을 과녁이 아니라고 부인할 필요도 없다. 수족을 묶으면 몸통의 운신 폭은 좁아지는 법이다.

아무튼 곤란하게 됐다. 이명박 당선자로선 뜨거운 감자를 손에 쥐게 됐다.

강재섭 대표의 요구대로 이방호 사무총장을 내치면 ‘여의도 장악’이 차질을 빚는다. 박근혜계의 공천 방어막은 두터워지는 반면에 물갈이 폭은 좁아진다. 이방호 사무총장을 품으면 명분을 준다. 중립지대에 있던 강재섭 대표를 내치는 결과가 되기 때문에 박근혜계의 집단 반발 명분에 객관성을 부여하게 된다.

어찌 할 것인가? 가장 좋은 시나리오는 이방호 사무총장을 존속시키면서 타협책을 찾는 길이다. 공천 배제 원칙을 대폭 누그러뜨려 박근혜계에 일정하게 ‘실리’를 보장하고 자신도 수족을 보존하는 길이다.

하지만 박근혜계가 과연 이 정도 타협책에 만족할까? 강재섭 대표 덕분에 반격의 고삐를 움켜쥐게 됐는데 약간의 ‘떡고물’에 만족할까?

경우에 따라서는 이방호 사무총장을 내쳐야 할지 모른다. 그게 ‘읍참마속’이든 ‘토사구팽’이든 이방호 사무총장을 무대 밑으로 끌어내려야 할지 모른다.

박근혜계와 갈라서더라도 원내 과반의석 달성이 가능하다는 계산이 서지 않는 한, ‘한지붕 두가족’으로 사느니 ‘순혈가족’을 꾸리겠다고 작심하지 않는 한 이방호 사무총장을 버려야 할지 모른다.

이렇게 보니 확연해진다. 강재섭 대표의 화살은 엄청 세다. ‘이방호 과녁’ 뿐만 아니라 ‘이명박 과녁’까지 이중 관통할 수 있는 화살이다.

Posted by '토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