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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0/09/28 엄기영에겐 '참으로 어처구니 없는 일' (6)
  2. 2010/07/28 엄기영의 블랙코미디 (21)


참으로 어처구니없는 일이 아닐 수 없다. 엄기영 씨에게는 그렇다.

대법원이 선고를 미뤘다. 이광재 강원지사 정치자금법 위반 사건 상고심 선고 날짜를 잡지 않았다. 30일로 예정돼 있는 이달 정시 선고에 이광재 지사 건을 포함시키려면 늦어도 27일까지는 일정을 확정했어야 하지만 그렇게 하지 않았다.

이로써 물 건너갔다. 10월 27일 실시되는 보궐선거에 엄기영 씨가 출마하는 일은 물 건너갔다.

엄기영 씨는 아무리 빨라야 내년 4월에나 출마할 수 있다. 물론 이광재 지사에 대한 당선무효형이 확정된다는 전제조건이 달린 예상 일정이다. 어떨까? 이게 엄기영 씨에게 득이 될까 독이 될까?

얼핏 봐선 득이 될 것 같다. 6개월 동안 진득하게 강원 바닥민심을 훑고 조직을 다지면 선거 경쟁력을 높일 수 있을 것 같다. 연고는 있을지언정 연줄은 없는 자신의 한계를 극복할 시간적 여유를 얻을 수 있을 것 같다. 하지만 아니다. 바닥민심을 훑고 조직을 다질 기회는 엄기영 씨에게만 주어지는 게 아니다. 이광재 지사에게도 똑같이 주어지는 기회다.

헌법재판소가 이광재 지사 직무정지 규정에 대한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리지 않았다면, 그리고 대법원이 9월안에 당선무효형을 확정했다면 모를 일이었다. 이광재 지사가 직무를 수행하지 못하고, 강원도정이 공중에 떴다면 모를 일이었다. 엄기영 씨가 틈을 비집고 들어갈 수도 있는 일이었다. 진공 상태에 빠진 강원도정과, 인물난에 시달리는 민주당의 ‘대타’ 빈곤상황을 잘 이용하면 “심장이라도 빼서 지역에 봉사할” 기회를 부여잡을지 모를 일이었다.

하지만 이젠 접어야 한다. 그런 상황은 연출되지 않는다. 현실은 정반대다. 이광재 지사에겐 도민과 밀착할 시간이 부여됐고, 민주당에겐 이광재 ‘후광’을 활용하고 ‘대타’를 물색할 여지가 주어졌다.

오히려 잃었다. 엄기영 씨는 자신의 이미지를 선거에 활용할 기회를 잃어버렸다. 높은 인지도와 정치에 발 담그지 않았던 신선함을 도민에게 어필할 기회를 잃어버렸다. 졸지에 ‘뉴 페이스’에서 ‘올드 보이’로 전락하게 된 것이다.

물론 이런 진단도 후하게 쳐준 것이다. 높은 인지도는 몰라도 신선함은 엄기영 씨가 강원도로 고개를 돌리는 순간 빛바랬으니까, 공영성 사수싸움을 벌이는 MBC 후배들을 뒤로 하고 한나라당에 몸을 의탁하려는 순간 신선함은 의아함과 실망감으로 바뀌었으니까 그의 최대 무기는 부풀려 평가된 것이다. 헌데 이 부풀려진 무기마저 김빠지게 생겼으니 첩첩산중 아니겠는가.

엄기영 씨는 “심장을 빼서 지역에 봉사”하기 이전에 애간장이 타는 춘천살이를 해야 할 판이다. 기약 없는 ‘그날’을 기다리며.

▲사진=엄기영 전 MBC 사장 ⓒ프레시안

Posted by '토씨'


엄기영 전 MBC 사장은 확대해석을 경계한다. 자신이 강원도에서 재보선에 나선 한나라당 후보 두 명을 잇달아 찾은 건 개인적 친분 때문이었다며 “어떤 정치적 의도도 없었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어설프다. 특정 정당 후보를 찾아가 격려를 하는 행위 자체가 이미 정치적인 것인데 “어떤 정치적 의도도 없었다”고 손사래 친들 믿을 사람이 누가 있겠는가. 사람은 상대방의 말보다 행동을 중시하는 법이다.

그래서 엄기영 전 사장의 말보다 강원도 현지에서 전해지는 말이 더 신빙성 있게 들린다. 한나라당 후보 선거운동원이 했다는 말이다. “지역에선 (엄기영 전 사장이) 강원지사를 노린다는 소문이 파다하다”는 말이다.

이 말에 따르면 엄기영 전 사장의 ‘개인적 격려’는 ‘도장 찍기’이자 ‘간보기’다. 한나라당 후보 격려를 빌미로 강원 주민에 ‘얼굴도장’을 찍고 현지 여론을 떠보려는 행위다.


묻지 말자. 이광재 강원지사에 대한 상고심은 아직 개시도 안 했는데 벌써부터 몸을 푸냐고 되묻지 말자. 정치 경쟁력은 순간의 기회와 조그만 틈새를 낚아채는 데서 좌우된다고 하니까 엄기영 전 사장은 정석 플레이를 하고 있는 건지도 모른다. 

이 또한 묻지 말자. 강원지사에 출마해도 왜 하필 한나라당 후보냐고 되묻지 말자. 6.2지방선거에서 분 이광재ㆍ민주당 바람은 일시적인 것일지도 모르니까, 강원도는 전통적으로 한나라당 강세지역이었으니까 엄기영 전 사장은 길게 보고 튼튼한 동아줄을 잡으려는 건지도 모른다.

정색하고 물어야 할 건 엄기영 전 사장의 출마 전략이 아니라 출마 정당성이다.

엄기영 전 사장이 정말 출마한다면 그는 두 가지 도리를 어기게 된다. 자신이 사장으로 있던 MBC에 대한 도의적 책임을 저버리는 것이고, 언론계의 공감대를 팽개치는 것이다.

엄기영 전 사장의 사퇴로 촉발된 MBC 사태는 지금도 진행되고 있다. 노조위원장은 해고됐고 노조 조직은 비대위 체제로 운영되고 있으며 인사 잡음은 끊이지 않고 있다. 이런 마당에 엄기영 전 사장이 정치 행보를 그으면 MBC노조가 ‘조인트’를 맞는다. 정치적 사유로 사장직에서 밀려났다고 평가되는 사람이 그런 정치 외풍에 항의하고 항거하기는커녕 가해 집단 가운데 하나로 간주되는 정당에 의탁하면 MBC사태가 블랙 코미디가 된다. MBC 사장 출신이, 그것도 정치적 외풍 때문에 사퇴한 것으로 알려진 사람이 방송 독립 저해 요소의 인자가 되면 방송 독립을 외치는 MBC 후배들의 목이 쉰다. 

그가 민주당에 몸을 의탁해도, ‘야당 투사’가 되어 방송사에 대한 정치 외풍 차단에 나서겠노라고 선언해도 시선이 곱지 않을 판이었다. 방송 독립은 정치적 방법이 아니라 방송 본연의 정신과 터전 위에서 구현하는 것이기에 그의 정치 명분은 자기 합리화를 위한 언사로 밖에는 받아들여지지 않을 판이었다.

상황이 이런데도 엄기영 전 사장이 정말 한나라당 후보로 나서면 그는 또 하나의 윤리를 어기게 된다. 언론인의 직업윤리다. ‘폴리널리스트’의 폐해가 극심한 점을 감안해 언론인이 정계에 진출하더라도 2~3년의 유예기간을 두자는 언론계의 공감대를 팽개치는 것이다. 

뒤를 보고 앞을 봐도 마찬가지다. 엄기영 전 사장이 한나라당 강원지사 후보가 되면 그는 어떤 정당성도 확보하지 못한다. 은퇴 대안형 출마, 노후 대비용 출마 이상의 의미를 획득하지 못한다. ‘개인적인’ 출마,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사진= 엄기영 전 MBC 사장이 2월 8일 사퇴 의사를 밝힌 후 방문진 이사회가 열린 롯데호텔을 떠나고 있다. ⓒ프레시안

Posted by '토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