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이 목도리를 풀었습니다. 지난 4일 서울 가락시장을 찾은 자리에서 풀었습니다. “(먹고 살기가)너무 어렵다”며 자신의 팔을 잡고 우는 노점상 할머니 박부자 씨에게 20년을 사용했다는 자신의 목도리를 풀어줬습니다. 그리곤 말했습니다. “그 사람을 위해 내가 기도해야 하는데….”
아직도 대통령을 ‘나랏님’으로 생각하는 사람들, 아직도 이명박 정부에 대한 기대를 놓지 않은 사람들은 감동했습니다. 대통령의 ‘눈물’이 정책에 스며들 것이라고 기대했습니다.
그로부터 며칠이 흘렀습니다. 쏟아져 나옵니다. 서민을 눈물 나게 하는 정책들이 잇따라 나오고 있습니다.
한나라당이 목적세인 교육세를 폐지하기로 한 사실이 밝혀졌습니다. 이러면 교육 재원이 불안정해집니다. 의무교육의 질이 떨어질 수 있고 빈곤층에 대한 교육 지원이 줄어들 수 있습니다.
노동부는 최저임금제를 개악하려고 합니다. 비정규직 고용기간을 최대 4년으로 늘리는 방안을 추진하는 데 이어 이번엔 60세 이상 노동자에게 최저임금제를 감액 적용하고, 수습 기간을 3개월에서 6개월로 연장하고, 숙식비 공제 한도 규정을 신설하려고 합니다.
다른 사람이 아닙니다. 정부와 여당의 이런 정책에 고스란히 노출되는 사람은 사회적 약자입니다. 자신의 힘으로는 어찌 해 볼 도리가 없는 어린 학생들입니다. 이제 막 사회에 첫발을 디디는 초년생이거나 사회적 도태의 위험에 처한 노인들입니다. 사회적 약자가 정부여당에 의해 목조르기를 당하고 있는 겁니다.
아니라고 합니다. 정부와 여당은 한사코 아니라고 합니다.
노동부는 최저임금제를 완화해야 그나마 일자리를 늘릴 수 있다고 주장합니다. 그렇게 해야 기업의 인건비 부담을 덜어줘 고용을 유도할 수 있다고 합니다.
한나라당은 지방에 배분하는 교육교부금 교부율을 높여 교육 재원이 줄지 않도록 할 것이라고 장담합니다. 감세를 밀어붙이면 세수가 줄기 때문에 교부율을 높여봤자 교부금 절대액은 축소될 수밖에 없다는 야당 반발에 대해 이렇게 응수합니다.
다른 건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두 가지 사실만은 확실하게 알 수 있습니다.
‘엿가락’ 경영이 득세할 것은 불을 보듯 뻔합니다.
노동자의 임금과 고용은 전적으로 사장님 맘에 달리게 됩니다. 비정규직을 몇 년 쓰든, 정규직에 최저임금을 적용하든 말든 그건 사장님 맘먹기 나름이 됩니다. 교육 재원은 전적으로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의 맘에 종속되게 됩니다. 교육 교부금으로 얼마를 줄지는 중앙정부의 조세정책에, 그 교부금을 정말 교육에 투입할지는 지방정부의 양심에 종속되게 됩니다.
본말이 뒤집혔다는 것 또한 분명합니다.
교부율을 높이면 교육재정이 줄지 않는다는 확신을 국민에게 심어주는 방법이 있습니다. 기업의 부담을 줄여주면서 고용과 임금의 질을 유지하는 방법이 있습니다. 감세를 하지 않으면 됩니다. 적게는 14조, 많게는 20조원에 달한다는 감세 정책을 포기하면, 그렇게 해서 세수를 확보하면 교육비 교부액은 줄지 않습니다. 기업에 고용지원금을 지급할 수 있습니다.
다시 이명박 대통령의 목도리를 바라봅니다. 이제 알 것 같습니다. 대통령이 목도리를 풀 수밖에 없었던 이유를 알 것 같습니다.
그렇게라도 해야 합니다. 누가 ‘유치한 홍보영화’라고 해도 해야 합니다. 그렇게 ‘홍보’라도 해야 가려집니다. 목도리로 감싸야 가려집니다. 눈물 한 방울 찔끔 흘려야 가려집니다. 서민 목조르기가 가려지고 서민의 눈물이 가려집니다.
대통령이 서민에 감싸준 건 목도리가 아니었습니다. 그건 눈가리개였습니다.
▲사진=지난 4일 서울 가락시장을 찾은 이명박 대통령 ⓒ청와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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