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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 성적은 부모 경제력에 비례해 나올 게 확실해지겠지. 선생 노릇? 요즘 같아선 뭐….”

‘학교교육 만족 2배, 사교육비 절반’을 약속한 이명박 정부의 첫 작품인 ‘4·15 학교자율화조치’가 발표된 지 50여일이 지났다. 학교 현장의 분위기는 어떨까? 신흥 교육과열 지역으로 불리는 용인 수지의 모 고등학교에서 교사를 하는 동기를 찾았다. 보자마자 “소주 한잔?”이다.

아직은 폭풍전야… “미래는 불 보듯”

“아직 여파가 본격적으로 밀어닥친 건 아냐. 하지만 학교에서는 교육청 눈치, 옆 학교 눈치보고, 학부모들은 아이들 더 잡아 달라고 하고, 아이들은 대치동 학원으로 몰리고, 엉망이다.”

교과부의 교육자율화 조치 발표는 전격적이었지만 놀랍지는 않았다. 교육계와 시민사회는 일찌감치 이명박 정부가 가장 먼저 시장과 경쟁논리를 앞세워 교육을 손 볼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었다.

이번 조치에 대해 교육시민단체들은 “그나마 앙상한 골격을 유지해온 공교육의 ‘마지노선’을 일거에 무너뜨리는 방안이다”라고 평가하고 있다. 그래서 4·15 학교자율화조치를 일부에선 ‘4·15 공교육 포기조치’라고 부른다.

수치가 그렇게 말해준다. 지난달 25일 통계청은 사교육비가 작년에 비해 16% 증가했다고 발표했다. 사교육비에 대한 통계를 시작한 이래 최대의 증가폭이다. 학교자율화조치 이후 처음 치러진 지난달 23일 사설 모의고사에선 지난해에 비해 시험을 치른 학교와 학생이 2배로 늘었다. 이날 하루만 사설 모의고사업체는 40억여 원을 벌어들였다. ‘입시경쟁 교육 2배, 사교육비 2배’라는 지적이 나올 만하다.

“그래도 학부모 대부분 환영하더라. 제 살 깎아먹기, 얘들 죽이기 아니냐고? 학부모들도 알지. 하지만 옆집에서 하면 안할 도리가 있나. 자식 둔 죄지. 인생을 수능 한번으로 결정하는 제도도 불합리하고…. 정말 죽어나가야 정신이 들려나.”

미래형이 아니다. 이미 어린 목숨이 희생됐다. 학교자율화조치가 발표되던 그날 밤 전교 1등을 하던 대일외고 학생이 14층 자신의 방에서 스스로 떨어졌다. 학원 교습시간 연장 조례 제정을 추진하던 정연희 서울시의회 교육문화위원장이 지난 3월 13일 “일하다 죽었다는 소리는 들었지만 공부하다 죽었다는 소리는 못 들었다”고 말했지만 그로부터 한 달 뒤 어린 목숨이 경쟁에 시달리다 못해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이다.

죽어나가는 아이들을 바라보는 공교육

교사직 7년차, 그 중 4년을 고3 담임으로 일했다. 부친도 아이들을 가르쳤고, 배우자도 교사다. 그래서일까? 참담해 보인다.

“자율화 조치, 황당해. 공교육 포기 조치라고도 하지만 내 생각엔 ‘무한경쟁 조치’야. 이명박 대통령이 그 험난한 경쟁 속에서 여기까지 온 건 알겠는데, 학생들한테까지 그 길을 강요하는 것 같아. ‘너 못해? 그럼 낙오’라고 서슬 퍼렇게 몰아붙이는데 배겨낼 재간이 있겠어. 사실 자율화라는 말 자체가 사기지, 학교 운영의 권한을 학부모, 학생, 교사에게 동등하게 준다면 모를까 교육감, 학교장한테 주는 게 어떻게 자율화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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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기는 임용고사에 합격하기 전까지 학원 강사로 뛴 전력이 있다. 학원교육의 생리나 입장도 잘 아는 편이다.

“학원 수업이란 게… 애들 망가트리는 것일 수 있어. 요약정리해서 찍어주면 암기하는 식이잖아. 당장 초등학교, 중학교 때 석차는 올릴 수 있어도 사교육에 길들여진 애들은 학년이 높아지고 학문이 깊어질수록 요약하고 분석하는 능력을 키우지 못해 고생하지. 사설모의고사도 그래. 실상을 보면 재수생에 학원생까지 치르다보니 변별력이 없어. 업체와 학원들만 장사 시켜주는 셈이지.”

이야기가 길어지면서 도마 위에 전교조도 올랐다.

“불만 많아. 공교육 포기 정책이라고 하면서도 정작 0교시 수업으로 내몰리는 학생들을 충분히 대변하고 있지 못해. 이전에 네이스 반대운동할 때 내건 게 뭐야? 학생인권과 정보 주권 아냐? 그런데 지금은 뭐야? 송두리째 학생 인권이 날아갈 판에 위원장 단식만으론 부족한 거 아냐? 참교육 실천 구호가 지금만큼 절실할 때가 있나.”

다혈질 조합원의 이야기는 자연스럽게 촛불집회에 참석하는 학생들로 돌아간다.

“나는 요즘 애들이 이기적이고 개인화됐다는 이야기 인정해. 자기 것 확실히 챙기지. 하지만 자기 행동과 생각을 명확히 밝히는 만큼 책임 질 줄 알아. 연예인 때문에 촛불을 들었다고? 그렇게 즉흥적이지 않아. 촛불집회에 놀러가는 것 같지만 아냐. 즐기면서도 목적을 가지고 놀아. 그래서 무서운 거야.”

학생들이 촛불을 든 배경에 학교자율화 조치가 있었는지 물었다.

“맞아. ‘0교시 수업하고 급식으로 광우병 쇠고기 먹고 죽으면 대운하에 뿌려진다’는 이야기 많이 한다. 아이들도 상식으로 판단하는 거지. 솔직히 이번 파동으로 학생들의 이야기를 경청하는데 교사들도 소홀히 해선 안 된다는 생각을 한다. 게다가 집회 문화를 축제로 바꾼 게 학생들이잖아. 얘들의 행동이 어른들을 자극한 게지.”

많이 놀랐다고 한다. 대신 촛불을 들고 나선 아이들을 보면서 미래에 대한 희망을 가졌다고 했다.

“교육청에서 공문 날아왔어. ‘광우병은 괴담’이란 내용이었는데 결국 아이들한테 전달하진 않았다. 지시에 의해 교육을 할 순 없잖아. 광우병을 괴담이라고 하는 괴담도 문제고. 그래도 교사 자존심이 있지.”

주변에 나이 든 보수적 교사들도 광우병 문제만큼은 비슷한 입장을 취했다고 한다.

“‘광우병 괴담’ 공문 내려왔는데 못 돌리겠더라”

“오랜만에 만나 칙칙한 이야기만 했다. 그래도 MB가 이렇게 얼굴 볼 기회도 만들어 줬네.”

시덥잖은 농으로 자리를 파했다. 돌아가는 길에 졸업한 제자들과 딱 마주쳤다. 그 친구들이 느닷없이 나타난 ‘담탱이’를 어떻게 생각했을지 몰라도 술잔 기울이며 내내 갑갑해 하던 선생 얼굴은 대번에 활짝 핀다.

“야, 너 요즘 어떻게 지내냐. 연락도 없고.”

▲사진=서울 대치동 사설학원 모습(위)과 학교자율화 조치와 미국 쇠고기 수입에 반대하는 교사 모습(아래) ⓒ오마이뉴스

Posted by '토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