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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부 홈페이지

남북경협사무소 남측 직원들이 짐을 쌌다. 11명의 남측 직원들이 어둠이 짙게 깔린 개성을 뒤로 하고 오늘 새벽 서울로 돌아왔다. 북측이 요구했고 남측이 받아들였다고 한다.

어느 정도는 예감했던 일이다. 멀게는 이명박 후보가 대북지원의 전제조건으로 북핵 폐기를 내걸었을 때, 가깝게는 김하중 통일부 장관이 "북핵문제가 계속 타결되지 않고 문제가 남는다면 (개성공단 사업을) 확대하기 어렵다"고 밝혔을 때 언젠가는 닥칠 일이라고 내다봤었다.

북핵 폐기가 선결조건이 되면 풀릴 건 아무 것도 없다. 수년 동안 북측과 미국이 줄다리기를 한 게 바로 이 문제다. '행동 대 행동' 원칙이 늘 걸림돌이었다. 매사가 '네가 하면 나도 할게' 식이었다. 그래서 눈싸움과 입싸움만 치열했었다.

피곤하다. 너무 많이, 너무 오래 지켜봐온 줄다리기다. 다수가 그럴 것이다. 춘곤증보다 더 심한 피로감을 느끼고 있을 것이다. 던져버리자.

그래도 이건 짚어야 겠다.

김하중 통일부 장관이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반성문을 읽었다. "통일을 향한 국론을 모으는 일에 소홀했다"며 "국민의 이야기를 경청하지 않고 (남북 관계에 대한) 눈높이를 맞추지 않음으로써 국민의 걱정과 우려를 자아냈다"고 자기비판했다.

이명박 대통령도 그랬다. "국민의 뜻에 반하는 협상은 앞으로 없을 것"이라며 "가장 중요한 남북한 정신은 1991년에 체결한 기본합의서"라고 했다.

어이없고 당혹스런 게 바로 이 대목이다. 도대체 대통령과 장관이 말하는 '국민'은 누구인가?

있다. 햇볕정책을 비난하고 대북지원을 '퍼주기'라고 지탄했던 상당수의 국민이 있다. 이명박 정부를 강력히 지탱하는 지지세력이기도 하다. 이런 국민의 실체를 부정할 수는 없다.

하지만 반쪽짜리다. 그 반대편에서 햇볕정책을 지지하고 대북지원을 옹호했던 또 다른 국민이 있다. 이런 국민의 실체 또한 부인할 수 없다.

자연스런 현상이다. 국민의 의사가 100% 일치되는 사안도, 그런 사회도 없다. 현안에 대해 입장이 갈리는 건 응당 있는 일이다. 그래서 국민을 무정형의 개념이라고 한다.

요체는 따로 있다. 김하중 장관이 말한 '국론''이 핵심이다. 어차피 의견이 갈리는 국민이라면 그 실체를 인정한 다음에 서로 다른 '국민의 뜻'을 '국론'으로 모으는 게 중요하다. 그런 점에서 김하중 장관과 이명박 대통령의 말은 맞다. 지극히 타당하다.

근데 웬일일까? 행동은 전혀 딴판이다. '국론'을 모으지 못한 걸 반성한다면서 10.4정상선언의 합의내용을 통일부 업무계획에서 빼버렸다. '국민의 뜻'에 반하지 않겠다면서 6.15공동선언과 10.4정상선언은 언급조차 하지 않았다. 서로 다른 '국민의 뜻'을 모은 게 아니라 하나는 버리고 하나만 껴안았다. 한마디로 일방독주다.

대선 때 이미 승인받은 것이란 말은 말자. 대선 때 이명박 후보가 북핵 폐기를 전제로 대북정책을 내걸어 당선됐으니 국민 인준을 획득한 것 아니냐는 말은 낯간지럽다.

이런 식의 논법이라면 노무현 후보의 행정수도 공약을 일거에 뒤집은 한나라당의 처사를 설명할 수 없고, 경선에 승복한 박근혜 전 대표가 지금 현재 이명박 후보의 대운하를 대놓고 반대하는 모습을 이해할 수 없다. 그 뿐인가. 6.15공동선언과 10.4정상선언에 사인했던 대통령들도 엄연히 선거를 통해 선출된 사람들이니 당시의 행위 또한 엄연히 국민 대표성을 확보한 것이다.

김하중 장관의 반성문을 그대로 옮겨야 한다. "국민의 이야기를 경청하지 않고" "국론을 모으는 일에 소홀한" 이명박 정부의 대북정책에 "걱정과 우려를" 자아내지 않을 수 없다.

Posted by '토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