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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숙 인수위원장이 조언을 해준다고 한다. 청와대 비서관이나 행정관으로 내정된 사람들의 등을 토닥이면서 "겸손하라" "말 줄여라"고 조언을 해주고 있다는 것이다.

이 소식을 전한 <동아일보>는 "친절한 경숙씨"라고 호평했지만 달리 평할 수 있다. "번지수를 잘못 찾은 경숙씨"라고 평할 수도 있다.

이경숙 위원장이 진지하게 조언하고 간곡하게 고언해야 하는 상대는 이명박 당선자다.

돌아보면 그렇다. 당선자가 되기 전에 휘말렸던 숱한 설화는 언급하지 않겠다. '마사지 걸' 발언이나 '장애아 낙태' 발언 등등이 줄을 잇지만 논하지 않겠다.

당선자가 되고 나서 휘말린 설화도 적잖다. 대표적인 예가 'Doing Best" 발언, 그리고 '숭례문 복원비 모금' 발언이다.

전자는 품격을, 후자는 적격을 상징한다.

'doing their best'라고 해야 할 것을 'doing best'로 잘못 표현한 것이나, 이런 '콩글리시'를 공식 석상에서 거리낌없이 구사한 것 모두가 문제다.

인수위나 한나라당의 주장에 따르면 당선자는 대통령에 준하는 존재다. 즉 국가 원수에 준하는 존재다. 이런 존재가 멀쩡한 우리말을 놔두고 국적불명의 외국어를 사용하는 건 국가의 품격을 떨어뜨리는 일이다.

미국의 부시 대통령이 APEC과 OPEC을 혼동해 발언했다가 세계적인 조롱거리가 된 사례를 상기하면 쉽게 알 수 있다. 국가 품격이 어느 정도 떨어질 수 있는지를….

'숭례문 복원성금 모금' 발언은 더 심각하다. 도무지 적격성을 찾아볼 수가 없다.

모금 발상이 적합한 것인지는 논할 필요가 없다. 비난 여론으로 궁지에 몰리자 이경숙 위원장이 나서 "와전된 것"이라고 해명하는 순간 판정은 내려졌다.

세밀하게 따질 문제는 대통령(당선자)이 개개 사안에까지 직접 나서 시시콜콜 얘기를 하는 게 과연 적절한 것인가 하는 문제다.

보기 나름일 수도 있다. '일하는 대통령'으로서 세부적인 국정까지 직접 챙기는 '아름다운' 모습 아니냐는 주장이 나올 수도 있다.

하지만 결론부터 말하면 이런 주장은 '꿈보다 해몽'에 가깝다.

대통령은 실무 담당자도, 실무 책임자도 아니다. 지도자다. 실무의 큰 방향을 제시하고 실무 진행과정을 평가하는 존재다. 민간 회사에서도 실무자가 기안하면 계선라인을 따라 결재를 한다. 국정은 더 말할 것도 없다. 정책의 적절성과 실효성은 현장에 정통한 실무선에서 검토할 일이다. 결재도 웬만한 건 장관이 내리면 된다. 대통령은 그 정책이 자신의 국정방향·철학에 부합하는지를 따지면 된다.

이런 절차를 무시하고 최종 결재권자가 실무자보다 먼저 나서서 미주알고주알 거리면 국정이 경색된다. 대통령이 실무를 언급하는 순간 그것이 옳든 그르든 실무자는 토를 달 수 없다. '까라면 깐다'는 정신으로 집행에 정진할 수밖에 없다.

이명박 당선자가 '모금' 발언을 하자마자 인수위 대변인이 나서서 "새 정부가 들어서면 모금운동을 펼칠 것"이라고 브리핑을 했던 점을 상기하면 어렵지 않게 알 수 있다. 실무자는 납작 엎드릴 수밖에 없고, 실무의 적합성을 사전 검토하는 절차는 생략된다.

결과는 국정 소모다. 면 팔리는 걸 감수하고 내뱉은 말을 주워담으면 국정 신뢰도가 떨어지고, 면을 세우려고 밀어붙이면 국정이 혼선에 빠진다. 어느 경우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새삼스러운 얘기가 아니다. 이명박 당선자 쪽이, 그리고 한나라당이 줄곧 해왔던 주장이다. 노무현 대통령이 직접 나서 이러쿵저러쿵 할 때마다 국가의 품격을 떨어뜨린다고 비난했고, 실무자에게 무리하게 가이드라인을 제시한다고 공격했다.

제3자들도 적잖이 동의했다. 대통령이 갈등의 '해결사'로 나서기보다 '선봉장'으로 나서는 건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고 봤기 때문이다.

이런 반면교사가 있는데도 이명박 당선자가 되밟고 있다. 노무현 대통령의 전철을 되밟고 있다. 욕하면서 닮아가고 있는 것이다.

'친절한 경숙씨'가 고언해야 한다. '입방정 명박씨'에게 "겸손하라" "말 줄여라"고 진언해야 한다.

Posted by '토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