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사 이치는 바뀌지 않았다. 역시 돈이 최고다.
노무현 정부는 말할 필요가 없다. 그 정부가 어떤 정부인가? 도덕성을 제일의 가치로 삼았던 정부다. 그런 정부의 사람들이 돈을 받았다.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으로부터 ‘억’을 받았다.
냉소가 절로 나오게 하는 풍경이다. 돈 앞에 장사 없고 뇌물 앞에 지조 없다는 잿빛 격언을 다시금 확인시키는 모습이다.
‘같은 편’이라고 생각했던 걸까? 박연차 회장은 ‘친노’니까, ‘같은 편’이니까 대가성 없이 팍팍 후원해준 것이라고 생각한 걸까? 어불성설이다. 법을 만드는 국회의원이, 자나깨나 단속을 당하는 대통령 친인척이 삼척동자도 다 아는 금기를 몰랐다는 건 소가 콧방귀 뀔 일이다. 백번 봐도 이해할 여지는 없다. 입이 열 개 아니 백 개라도 노무현 정부 사람들은 할 말이 없다.
근데 웬일인가? 노무현 정부 사람들만이 아니다. 이명박 정부 사람들도 다를 바가 없다.
이명박 정부가 어떤 정부인가? 노무현 정부 5년을 ‘잃어버린 세월’로 규정하면서 그 흔적에 걸레질을 하는 정부다. 이런 정부의 사람들도 돈을 받았다.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으로부터 ‘억’을 받았다
실소가 절로 나온다. 국세청이 나서 세무조사를 하는 상황이었는데도 간 크게 돈을 받았다. 국세청이 세무조사 진행상황을 극비에 붙이고 세무조사 결과를 이명박 대통령에 직보를 할 정도로 벼르고 있었는데도 돈을 받았다. ‘노무현 걸레질’에 방해가 될지도 모를 세무조사 무마 청탁을 받고 뒷주머니에 현금을 우겨넣었다.
분명하다. 돈에 여야는 없다. 정치노선의 대립도 없고 정파의 치열한 싸움도 없다.
새삼스런 사실이 아니다. 여러 번 목도했다. 차떼기가 횡행하던 시절에도 이랬다. 국내 굴지의 대기업이 여야 대선 후보에게 돈을 갖다 바쳤다. 여야에 따라 액수 차이는 뒀을망정 어느 한쪽을 외면한 적은 없다.
달라진 건 아무 것도 없다. 돈의 작동원리는 여전히 건재하다. ‘박연차 리스트’는 이 사실을 똑똑하게 보여준다. ‘정파성’조차 건너뛸 정도로 돈의 위력이 대단함을 다시한번 확인해준다.
달라진 건 아무 것도 없다. 정치권이 한 목소리로 정치풍토가 깨끗해졌다고 주장하지만 달라진 건 목소리 톤뿐이다. 후미진 골목에서 돈이 오가는 행태는 전혀 바뀌지 않았다.
돈은 모든 걸 복속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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