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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영 전 의장이 속리산 산행에서 연설을 하다가 눈물을 흘리고 있다. ⓒ오마이뉴스

정동영 전 열린우리당 의장이 ‘동안거’를 끝냈다. 대선 패배 후 40여일 만이다. 더불어 ‘묵언수행’도 ‘잠행’도 끝냈다.

속리산에 올라 말했다. “신당 안에서 힘을 보태겠다”고 했다.

이 말엔 두 가지 의미가 담겨있다. 탈당하지 않겠다는 뜻이 하나이고, 정치활동을 재개하겠다는 뜻이 둘이다.

명분이 뭘까? “대통령 후보였던 사람으로서 책무를 다 하는 것은 제대로 된 야당, 야당다운 야당을 일으켜 세우는 데 조력하는 것”이다.

맞는 말 같긴 한데 좀 싱겁다. 양념성 질문이 꼬리에 꼬리를 문다.

정치 무지렁이도 알만한 이 당위를 검증하려고 여태까지 신당 창당설에 ‘노코멘트’로 일관했던 걸까? 행여 자신의 정치 재개를 위한 명분쌓기용으로 ‘분란’을 방조한 것은 아닐까? ‘구당’의 결단으로 ‘분란’을 잠재우는 모습을 보임으로써 정치 재개에 날아들 비판 여론을 잠재우려 했던 건 아닐까?

그만 두자. 뭐라 할 수가 없다. 대선 4수 끝에 성공한 사람도 있고, 3수로도 모자라 4수를 준비하는 사람도 있다. 이들에 비하면 정동영 전 의장의 이력은 새발의 피다.

중요한 건 이것이다. 정동영 전 의장은 ‘득도’한 걸까? ‘동안거’를 40여일 만에 끝낼 정도로 수행정진에 성과를 본 것일까?

가늠할 수 있는 척도가 있다. “대통령 후보였던 사람으로서(의) 책무를 다 하겠다”고 했다. “국민 마음을 굳어지게 한 것을 반성한다”며 “선거 패배의 모든 원인과 책임은 나에게 있다”고도 했다.

정동영 전 의장이 말한 ‘반성’과 ‘책임’이 뭘까? ‘선명야당 건설’이다. “고릴라 같은 여당이 출현하면 짓밟히는 것은 약자의 권리와 이익이므로 균형을 맞추기 위해서” ‘선명야당’을 건설하는 게 그의 책무다. 이를 위해 ‘총선 출마’를 포함해 자신의 거취를 정하겠다고 했다.

이것으로 족한 걸까? 이게 반성하는 자세로 책무를 다 하는 걸까?

‘총선 출마’는 아직 불투명하다. ‘출마’가 불투명한 게 아니라 ‘출마 지역’이 불투명하다. 정동영 전 의장의 언급이 당 일각에서 제기되는 ‘수도권 출마’를 뜻하는 것인지가 여전히 불분명하다.

그래도 어렴풋이 짐작은 할 수 있다. ‘수도권 출마’를 고려하고 있다고 보는 게 맞다. 생각해보라. ‘전북 출마’는 너무 쉽다. ‘땅 짚고 헤엄치기’에 가까운 행동으로 책무를 다 했노라고 주장하는 건 면구스러운 일 아니겠는가.

그럼 ‘수도권 출마’는 책무를 다 하는 행동일까? 물론 리스크는 있다. 만에 하나 낙선하면 정치생명이 오락가락한다. 하지만 그 반대라면? 초과이윤을 거둔다. 전북을 넘어 수도권의 대표인물이 됨으로써 ‘전국구 스타’가 되고, 그의 ‘꿈’은 날개를 단다.

정동영 전 의장의 ‘수도권 출마’를 ‘반성’ ‘책무’와 연결하는 건 무리다. 차라리 ‘투자’라는 개념으로 이해하는 게 더 타당하다.

한 가지 문제가 더 남아있다. ‘선명야당 건설’이다. ‘선언’으로 그칠 일이 아니다.

두 번씩이나 열린우리당 의장을 맡으면서 실용노선을 이끌어온 그다. 그런 그가 ‘선명야당’을 읊조린다.

간극이 너무 크다. ‘실용’과 ‘선명’의 두 개념 사이를 벌리는 틈이 너무 넓다. 반면에 너무 짧다. ‘실용’을 이끌던 과거와 ‘선명’을 부르짖는 현재의 시간차가 너무 짧다.

교통정리가 됐는지도 의문이다. 정동영 전 의장은 엊그제 손학규 대표와 전화통화를 갖고 ‘강력한 선명야당 건설’의 필요성에 공감했다고 한다.

도대체 뭘 공감한 걸까? 손학규 대표는 자타가 공인하는 실용주의자다. 그래서 정동영계로 분류되는 일부 인사가, 쇄신과 선명을 주장하던 일부 인사가 ‘손학규 대표 선출’에 반대했었다.

이런 마당에 뭘 공감한 걸까? 정동영 전 의장의 ‘선명’과 손학규 대표의 ‘선명’ 개념은 정말 하나의 개념일까? 아니면 일심동체가 된 두 사람이 말하는 ‘선명’과 일반인이 알고 있는 ‘선명’에 개념차가 있는 걸까?

풀린 건 아무 것도 없다. 정동영 전 의장은 ‘반성’하고 ‘책무’를 다하겠노라고 다짐하지만 지켜보는 이들은 머릿속이 여전히 어지럽다. 그래서 다시 한번 묻는다.

“정동영 전 의장님, 득도하셨습니까?”

Posted by '토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