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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이 무척 안 좋네요. 참담하다고 할까…. 그래도 ‘보류’ 정도로 신중히 판단하길 기대했는데…. 감사원이 수십 년 전으로 퇴보하고 만 것 같습니다.”

감사원의 KBS 특별감사 결과를 접한 이문옥 전 감사원 감사관은 말을 제대로 잇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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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할 수 없을 정도로 얼굴이 화끈거립니다.”

이문옥 전 감사관의 감사원에 대한 소회는 남다르다. 1990년 삼성 등 재벌 로비에 의한 비업무용 부동산 투기 감사중단을 폭로한 뒤 ‘공무상 비밀누설’로 옥고를 치르며 떠났던 감사원이다. 법원으로부터 복직판결을 받아 1999년 정년퇴임할 때까지 자리를 지켰던 감사원이다. 어찌 소회가 남다르지 않겠는가?

이문옥 전 감사관은 이날 감사위원회 결과가 나오기 직전까지 다짐하듯 몇 번이나 ‘지켜보자’고 말했다. 실낱같은 믿음이라도 지키려는 기색이었다. 하지만 이 전 감사관의 목소리는 해임요구 결과를 전해들은 후 무겁게 가라앉았다.

“국민감사청구 절차 자체가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니겠죠. 하지만 친 이명박 정부 성향 뉴라이트 단체들의 감사청구에, 온갖 무리수를 두며 정연주 사장을 끌어내리려는 움직임이 보이는 상황에서 검토할 시간이 남아 있는데도 KBS 이사회 일정에 맞추듯 몰아붙여 결정을 내린 것은 글쎄, 오비이락도 이만저만한 오비이락이 아닐뿐더러 국민들에게 오해를 살 충분한 이유를 주고 말았네요. 짜여진 틀대로 진행됐다는 비판을 받아도 할 말이 없게 됐습니다.”

그는 “감사원이 또다시 역사에 남을 먹칠을 하고 말았다”며 탄식했다.

이문옥 전 감사관은 감사원이 ‘정연주 찍어내기’의 선봉에 선 것을 태생적·구조적 한계 탓이라고 했다.

“전윤철 감사원장이 지난 5월 임기를 남기고 자리에 물러나면서 이미 예견된 것이나 마찬가지였다고 봅니다. 감사원장 임명권한을 누가 가지고 있습니까? 적어도 감사위원까지 바라보는 영향력 있는 내부구성원들이 이번 감사위원회에서 어떤 방향을 잡았겠습니까?

특감 결과는 대통령 직속이라는 감사원의 위치와 맞물린 문제입니다. 이번 뿐이 아니었죠. 김대중 정부 때도 고 정몽헌 현대 회장과 관련한 감사 건과 관련해 감사원이 ‘고발할까요?’라고 청와대에 물었고, 청와대는 ‘통치행위’라며 못하게 했잖아요.”

“친목단체를 하나 만들어도 감사는 집행부가 아닌 회원들이 임명을 하지 않냐”고 되물은 이 전 감사관은 해법은 ‘감사원 독립’이라고 했다.

“완전한 독립기관이 되던가 아니면 국회 소속으로 가야죠. 대통령 책임제 국가에서 감사원이 대통령 직속인 경우는 아마 우리나라밖에 없을 겁니다. 감사원 독립 이야기가 하루 이틀 나온 말은 아니잖아요. 하지만 감사원을 장악하고 싶다는 유혹은 어느 정부에서도 마찬가지인 모양입니다. 야당 시절엔 그렇게 감사원 독립을 외쳐놓고는 여당이 돼선 아무 말도 안하는 걸 보면….”

하지만 요원하다. 이문옥 전 감사관이 내놓은 ‘감사원 독립’이 근본적인 해법이라 하더라도 그것이 조만간 실현될 가능성은 거의 없다. 정치권은 논의조차 하지 않고 있다. 당장의 방법은 뭘까?

얼마 전 허리 수술을 받은 부인을 돌보러 가야 된다며 자리에서 일어난 이 전 감사관이 마지막으로 던진 말은 이것이었다.

“제가 경험한 잘못된 권력의 폐해는 정말 무섭더군요. 결국 남은 것은 국민밖에 없네요. 방송도 감사원도 국민이 지켜줘야 합니다.”

▲사진 제공=시민사회신문

Posted by '토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