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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행과정을 보면 그렇게 보인다.
이명박-박근혜 두 사람이 만나 ‘공정 공천’을 약속한 게 1월 23일이다. 하지만 그로부터 엿새 뒤인 29일에 공천심사위는 부정부패 전력자 공천 배제 원칙을 채택했다. 박근혜계가 강력히 반발하며 집단행동 움직임을 보이자 이명박 당선자가 이재오-이방호 두 사람에게 메시지를 보냈는데도 공천심사위는 어제 또 다시 ‘문제가 되는 공천 신청자는 별도로 심사한다’는 어정쩡한 결론을 내렸다.
이명박 당선자의 ‘진심’은 그렇지 않은데 누군가가 중간에서 ‘장난’을 치는 것처럼 보인다. 강재섭 대표의 표현을 빌리면 ‘간신’이 뒤통수를 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공천심사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는 이방호 사무총장이다.
하지만 이런 분석이 설득력을 얻으려면 아주 기초적이면서 상식적인 의문에 답을 내놔야 한다. 이명박 당선자가 ‘간신’에 휘둘릴 정도로 헐렁하냐는 의문이다. 정작 이중 플레이를 하는 사람은 이명박 당선자이고, 이방호 사무총장은 악역을 맡고 있는 것 아니냐는 물음이다.
힌트는 강재섭 대표의 말에 들어있다. “이중 플레이 하고 뒤통수치는 것은 바로 이명박 당선자가 청소해야 할 여의도식 정치”라는 말이다.
항간에 이런 평가가 나돈다. 이명박 당선자는 ‘여의도식 정치’에 익숙하지도 않고 좋아하지도 않는다는 평가다.
이 평가가 진실을 담고 있다면 강재섭 대표의 진단이 맞을지 모른다. 국정에 전념하기 위해, 그리고 ‘여의도식 정치’에 익숙하지 않아 ‘정치-공천’을 다른 누군가에게 일임했을 수 있다. 이방호 사무총장, 그리고 그와 짝을 이루는 이재오 의원에게 넘겼을 수 있다.
‘개인적인’ 동기도 있다. 이재오 의원이 당 대표 경선에 나설 것이라는 소문이 파다하다. 이 소문이 ‘연기’가 아니라면 잠재적인 경쟁자를 사전에 제압하려는 시도가 나올 수 있다. 대상은 바로 김무성 최고위원이다.
이렇게 보면 이명박 당선자는 ‘뒤통수치기’와 무관하다는 강재섭 대표의 확신은 사실에 접근한다.
하지만 너무 순진하다. 이런 분석은 정치의 ABC와 현실적인 여건을 모두 부정하는 것이다.
정치가 뒷받침해주지 않는 국정이 얼마나 무력한지는 새삼 거론할 바가 못 된다. 이명박 당선자 쪽에서 일찌감치 당-정-청 일체화 얘기를 꺼낸 연유도 이것이다. 국정과 정치의 분업 시스템은 성립하기 어렵다.
이명박 당선자가 국정을 원활히 수행하려면 ‘여의도’를 장악해야 한다. 여의도에 있는 한나라당사를 장악해야 하고, 국회의사당을 장악해야 한다. 그러려면 공천 관문을 통과해야 한다.
당권을 장악하려는 ‘개인적인’ 동기도 사실 따지고 보면 이재오 의원만의 동기가 아니다. 이명박 당선자의 ‘개인적인’ 동기이기도 하다.
힘이 없다면 얘기가 달라진다. 뭘 해야 할지 알지만 그걸 관철시킬 힘이 없다면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는 게 정치 법칙이다. 하지만 이명박 당선자는 힘이 있다. 그것도 가장 무거운 중량의 힘이다. ‘간신’을 제어하고도 남을 힘이 비축돼 있다.
눈과 귀가 닫혔다면 또 모른다. 인의 장막에 가려 돌아가는 형편을 제대로 읽지 못한다면 ‘간신’의 활동공간은 넓어진다. 하지만 이 또한 아니다. 공천 배제가 박근혜계를 겨냥하고 있다는 사실은 모든 언론이 일제히 내놓은 진단이다. 이명박 당선자가 이런 진단을 못 보고 못 들었을 리 없다.
강재섭 대표가 겨냥한 과녁은 중요한 게 아니다. 강재섭 대표라고 해서 권력의 최고 정점에 서 있는 사람을 정면에서 들이받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그렇다고 강재섭 대표가 겨냥한 과녁을 과녁이 아니라고 부인할 필요도 없다. 수족을 묶으면 몸통의 운신 폭은 좁아지는 법이다.
아무튼 곤란하게 됐다. 이명박 당선자로선 뜨거운 감자를 손에 쥐게 됐다.
강재섭 대표의 요구대로 이방호 사무총장을 내치면 ‘여의도 장악’이 차질을 빚는다. 박근혜계의 공천 방어막은 두터워지는 반면에 물갈이 폭은 좁아진다. 이방호 사무총장을 품으면 명분을 준다. 중립지대에 있던 강재섭 대표를 내치는 결과가 되기 때문에 박근혜계의 집단 반발 명분에 객관성을 부여하게 된다.
어찌 할 것인가? 가장 좋은 시나리오는 이방호 사무총장을 존속시키면서 타협책을 찾는 길이다. 공천 배제 원칙을 대폭 누그러뜨려 박근혜계에 일정하게 ‘실리’를 보장하고 자신도 수족을 보존하는 길이다.
하지만 박근혜계가 과연 이 정도 타협책에 만족할까? 강재섭 대표 덕분에 반격의 고삐를 움켜쥐게 됐는데 약간의 ‘떡고물’에 만족할까?
경우에 따라서는 이방호 사무총장을 내쳐야 할지 모른다. 그게 ‘읍참마속’이든 ‘토사구팽’이든 이방호 사무총장을 무대 밑으로 끌어내려야 할지 모른다.
박근혜계와 갈라서더라도 원내 과반의석 달성이 가능하다는 계산이 서지 않는 한, ‘한지붕 두가족’으로 사느니 ‘순혈가족’을 꾸리겠다고 작심하지 않는 한 이방호 사무총장을 버려야 할지 모른다.
이렇게 보니 확연해진다. 강재섭 대표의 화살은 엄청 세다. ‘이방호 과녁’ 뿐만 아니라 ‘이명박 과녁’까지 이중 관통할 수 있는 화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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