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언론 논조를 분석했다고 합니다. 신재민 문화체육관광부 차관과 정부 부처 대변인들, 그리고 청와대 국내언론 담당 비서관 등이 지난 9일 ‘국정홍보회의’를 열어 미국산 쇠고기 관련 언론 논조를 분석했다고 합니다. “<서울신문>이 세게 쓰더라” “<경향신문>과 <한겨레>는 원래 논조가 그러니까” 등등의 말이 쏟아졌다고 합니다.
그럴 수 있습니다. 아니, 당연한 일일지 모릅니다. 국정 현안에 대한 언론 논조를 살피지 않는 건 직무유기에 해당합니다. 국민 여론을 살피는 한 방편이 언론 논조를 분석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언론 논조를 분석했다는 것만 갖고 뭐라 할 수는 없습니다. 문제는 그게 아닙니다.
국정홍보회의는 일부 언론의 ‘쇠고기 논조’를 “적대적인 것”으로 규정했습니다. “광고를 줄 필요가 있느냐”는 얘기를 했습니다. 정부가 <한겨레>와 문화관광체육부의 공동 사진전에 대한 협찬을 취소한 사례를 시범케이스로 소개하기도 했습니다.
이게 문제입니다. ‘적’을 운위하고 ‘차별’을 모색한 게 문제입니다.
국정홍보회의는 이명박 대통령과는 정반대의 방법을 모색했습니다. 이명박 대통령이 그랬습니다. “국민과의 소통에 다소 문제가 있었다”고 했습니다. 국민과의 소통에 적극 나서겠다는 뜻을 밝힌 겁니다. 하지만 국정홍보회의는 이를 뒤로 제쳤습니다. 소통이 아니라 공격을 모색했습니다.
2.
소통은 차이를 전제로 하는 개념입니다. 수평과 평화를 속성으로 하는 개념입니다.
소통은 다르기 때문에 행하는 일입니다. 나와 생각이 다르고, 나와 이해가 다른 존재에게 다가가려는 시도가 바로 소통입니다. 같은 시·공간을 공유하는 존재이기에, 그래서 배척할 수 없기 때문에 공통분모를 확대하고 나아가 합일을 이루려는 노력이 소통입니다.
‘적’에겐 이런 방법을 쓰지 않습니다. ‘적’은 단지 나와 다른 존재가 아닙니다. 나의 존재를 부정하는 존재입니다. 그래서 공존과 합일은 애당초 가능하지 않습니다. 위에서 찍어 누르거나 뿌리를 도려내는 방법 말고 다른 대처법은 없습니다.
3.
국정홍보회의는 국민을 ‘적’으로 삼고 있습니다. “적대적인” 논조를 보였다는 일부 언론의 기사에 촛불을 든 수만 명의 국민이 등장합니다. 미국산 쇠고기의 안전성에 우려를 표하는 80% 가까운 국민이 등장합니다. 정부의 잘못된 협상을 꼬치꼬치 지적하는 다수의 전문가가 등장합니다. 일부 언론은 이들의 목소리를 집중해서 전달했을 뿐입니다.
이런 논조를 “적대적인” 것으로 간주하는 시각은 대다수 국민의 목소리를 ‘적의 선무방송’으로 간주하는 것과 같습니다. 국민과의 의견차를 좁히려는 시도가 아니라 국민의 입을 틀어막으려는 기도와 같습니다.
4.
대통령이 아무리 소통을 강조해도 소용없습니다. 몸소 실천에 나선다 해도 마찬가지입니다.
청와대가 대통령의 현장방문을 강화하는 계획을 세운다고 합니다만 부질없습니다. 대통령이 나가려는 현장은 광장이 아닙니다. 경호원의 통제 아래 조성되는 무대일 뿐입니다.
대통령이 광장에 나가는 것은 가능하지 않습니다. 경호상의 문제를 두고 하는 말이 아닙니다. 다원화된 사회에서의 광장은 아테네의 아크로폴리스와는 다릅니다. 청계광장에서 쇠고기 수입 반대 집회가 열릴 때 대학로에서 쇠고기 수입 찬성 집회가 열리는 게 다반사입니다. 대통령이 만사 제쳐놓고 여러 개의 광장을 두루 살피는 건 생산적이지 않습니다.
발품을 파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눈을 뜨고 귀를 여는 게 중요합니다. 보수언론과 진보언론, 여당지와 야당지, 올드 미디어와 뉴 미디어의 실체를 인정하고 공평무사한 마음으로 이들 모두의 논조를 살피고 경청하는 게 훨씬 생산적입니다. 언론이 바로 광장입니다.
5.
국정홍보회의는 바로 이 여론 광장을 막으려고 합니다. 다양한 여론 가운데 특정한 여론을 통제하려고 합니다.
이러면 대통령은 외눈박이가 됩니다. 난청에 시달릴 수밖에 없습니다.
다른 사람이 나설 일이 아닙니다. 대통령이 먼저 역정을 내고 징계를 해야 합니다. 소통을 강조하는 자신의 마음을 몰라주고 엉뚱한 짓을 벌이는 국정홍보회의를 질타해야 합니다. 소통 의지가 정말 절실하고 간절하다면 대통령이 먼저 나서서 준엄하게 꾸짖고 책임을 물어야 합니다.
▲사진=신재민 문화체육관광부 제2차관 ⓒ문화관광체육부 홈페이지
'이슈분석' 카테고리의 다른 글
| 가수 김장훈도 고민하는 국민입니다 (53) | 2008/05/19 |
|---|---|
| '외눈박이 대통령' 만들기에 나선 국정홍보회의 (16) | 2008/05/17 |
| 선생님을 '꼰대'에서 벗어나게 하려면 (6) | 2008/05/16 |
| '소통' 하겠다며 '소탕' 꾀하는 정부 (16) | 2008/05/15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