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상명 검찰총장 ⓒ검찰청 홈페이지
"예전에 (언론에 내가) 특급수방수라고 나왔는데 마지막이 희한하다. 이 난국을 봐라. 소방수로 왔다 가는 것이 팔자인 듯하다."
주목을 끌기에 충분한 발언이었다. "난국"을 해결할 "소방수"임을 자임했으니까 기자들이 귀를 쫑긋 세울 만 했다. <세계일보>는 이 발언을 1면 상자 머릿기사로 배치할 정도였다.
뜻풀이가 긴요하다. 정 총장이 '진화'해야 할 "난국"은 어느 땅에서 벌어지고 있는가? 한나라당인가? 아니면 대통합민주신당인가? 혼돈의 땅을 어디로 설정하느냐에 따라 정 총장의 말 뜻은 180도 달라지지만 속내를 알 길은 없다.
방점을 "난국"에서 "소방수"로 옮겨 찍으면 어떤 풀이가 나올까? 해결하고 가겠다는 얘기가 된다. 자신의 임기 만료 전에 '진화'하겠다는 의지가 녹아있는 발언으로 해석할 수 있다.
정 총장 본인 스스로 "팔자"라고 했다. "생각하면 이번 사태는 아주 간단하다. 진실은 하나니까 그걸 향해 검찰은 나아갈 것"이라고도 했다. '진리가 너희를 자유케 하리라'는 성경 구절의 본뜻을 이해한 듯한 말이다.
정황도 있다. 정 총장이 23일 물러나면 임채진 내정자가 그 다음날 총장에 취임하게 된다. 부담이 아닐 수 없다. 가뜩이나 정치 외풍을 많이 타는 검찰이다. 그 조직의 총수가 취임과 동시에 정치 공방에 휘말릴 운명에 처해 있다. 이 또한 "난국"이다.
'동일체'니 뭐니 해서 한 몸뚱이임을 강조해온 검찰 아닌가. 후배가 고위직에 오르면 '물 먹은' 선배들이 사직서를 써 후배의 부담을 덜어주는 '전통(?)'을 간직해온 검찰 아닌가. 선임자가 십자가를 질 '전례'와 '관행'은 분명 있다.
그런데 공교롭다. 다른 말이 나온다. 검찰 고위 관계자가 그랬다고 한다. "26일까지 어떤 결과물을 내놓기는 어렵다"고 했단다('오늘의 주요뉴스' 참고). 이러면 십자가를 지고 싶어도 질 수가 없다.
갈피를 어떻게 잡아야 할까? 검찰 총수는 "소방수"를 자임하고 있고, 익명의 검찰 고위관계자는 아직 불을 진화할 단계가 아니라고 한다.
둘 중 하나다. "소방수" 정 총장이 사건의 진실을 밝히고 떠나든가, 아니면 사건의 진실을 알려면 시간이 더 필요하니까 정치권은 김치국 마시지 말라고 선언하고 떠나든가….
정 총장이 어떤 걸 선택하든 임채진 내정자는 부담을 던다. 전자의 경우라면 책임은 온전히 정 총장이 지게 되고, 후자의 경우라면 진실 공개의 파급력이 줄어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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