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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야 알 것 같다. 신영철 대법관이 왜 버티는지, 일선판사들의 반발이 들불처럼 번지는데도 꿈쩍않는 이유가 뭔지 이제야 알 것 같다. 자리보전과 같은 사사로운 이해 때문이 아니다. 사법부 수호라는 역사적 소명을 한 몸 바쳐 받들어야 하기 때문이다.

‘경향신문’이 전했다. “‘신영철 대법관은 일부 좌파 성향의 젊은 판사들에 맞서 사법부를 지켜야 한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는 전언도 있다”고 보도했다.

그래서란다. 바로 이런 생각 때문에 사실상 칩거상태에 들어갔단다. 법원 내부게시판에 올라온 글도 안 읽고, 식사는 집무실에서 혼자 도시락을 시켜먹으며 외부와 소통을 하지 않는다고 한다.

고개가 절로 숙여진다. 신영철 대법관이 얼마나 외롭고 힘들지 미루어 짐작할 만하다. 장판교에 홀로 선 장비의 심정일 게다. 내가 무너지면 퇴각하는 유비 일행이 다친다는 생각 때문에 죽기를 각오하고 버티고 선 장비의 결기일 게다.

그래도 크게 염려하지는 말자. 신영철 대법관은 장비만큼 외롭지는 않다. 원군은 이미 도착해 있다.

김용담 법원행정처장이 법원 내부통신망에 글을 올려 주장했다. “판사님들 한 분 한 분이 여론이나 분위기에 휩쓸리지 않고 이성적·합리적으로 판단하여 행동하시리라 믿고 있다”고 했다.

분명하지 않은가. 신영철 대법관이 싸우는 대상은 ‘좌파의 젊은 판사들’만이 아니다. ‘여론이나 분위기에 휩쓸려 이성적·합리적으로 판단하지 않는 판사들’이기도 하다.

타협의 여지가 없다. 신영철 대법관의 싸움은 배수진을 쳐야 할 만큼 독해야 한다. 물러서면 안 된다. 그러면 법원이 붉게 물들고 재판이 여론에 의해 휘둘려진다.

이것만이 아니다. 신영철 대법관이 불퇴전의 싸움을 벌여야 하는 이유가 하나 더 있다. 절대 양보해서는 안 되는 가치, 바로 헌법 때문이다.

‘조선일보’가 그랬다. “신영철 대법관의 행동이 재판권 독립에 상처를 준 헌법 위반이라고 들고 나오는 일선 판사들이 헌법을 무시하고 신영철 대법관 사퇴를 요구하는 것은 자가당착”이라고 했다.

‘조선일보’의 주장에 따르면 신영철 대법관의 싸움은 헌법을 수호하는 싸움이다. ‘법관은 탄핵 또는 금고 이상 선고에 의하지 않고는 파면되지 아니한다’는 헌법 제106조를 지키기 위한 싸움이다. 집단의 힘으로 이 헌법 규정을 뒤집으려는 몰지각한 좌파 판사들과의 비타협적 투쟁이다.

싸움의 성격이 이렇게 엄중한데 어쩌겠는가. 고난이 닥쳐도 감내해야 하고 난관에 봉착해도 돌파해야 한다. 법원 뒷문으로 출퇴근 하고, 구내식당을 멀리 한 채 사무실에서 도시락 시켜 먹는 것쯤은 능히 견뎌야 한다. 부차는 장작더미에서 잠을 자고 구천은 쓸개를 핥지 않았던가. 선친의 원수를 갚고 중원의 패자가 되려는 사사로운 동기만으로도 고초를 마다하지 않았는데 하물며 헌법 수호라는 역사적 소명 앞에서 뭘 못하겠는가. 장작더미가 아니라 바늘요에서 잠을 자고 쓸개가 아니라 겨자를 뭉텅이로 씹더라도 헌법이 훼손되는 건 막아야 한다.

신영철 대법관은 ‘성전’을 벌여야 하고 곁에 있는 이들은 ‘영광 있으라!’를 외쳐야 한다. 그게 정도이고 그게 도리다.

헌법 제106조에 시선이 꽂혀 ‘법관은 헌법과 법률에 의하여 그 양심에 따라 독립하여 심판한다’는 헌법 제103조를 외면한다면 그렇다. 지금까지 판사회의를 한 단독·배석판사 전원이 ‘좌파’라면 그렇다. 연판장 돌리기와 같은 극한적 수단을 멀리하면서 사퇴 촉구 대신 ‘업무 수행 부적절’이라는 완곡한 표현을 쓰는 게 여론과 분위기에 휩쓸린 비이성적·비합리적 행동이라면 그렇다.

▲캡처=신영철 대법관의 근황을 전한 19일자 ‘경향신문’ 기사

Posted by '토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