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인들이 '성화 저지'단체와 출돌하고 있다ⓒ오마이뉴스
베이징올림픽 성화 봉송길이 이랬다. '중국판'이었다. 오성홍기가 넘실댔고 중국인들로 넘쳐났다. 그리고 곳곳에서 중국인들의 '과잉 행동'이 연출됐다.
정정할 필요가 있다. '과잉 행동'이란 표현은 부정확하다. 경찰이 그동안 써온 표현을 빌리면 명백한 불법·폭력행위였다.
어떻게 대응해야 했을까? 역시 경찰이 그동안 밝혀온 입장에 따르면 '단호히' 대처했어야 한다. 도로를 점거했고 폭력행위를 일삼았으니 '사복체포조'를 투입해 현장에서 연행했어야 한다.
어떻게 했을까? 그렇게 하지 않았다. 몇몇 중국인을 연행하긴 했지만 오성홍기를 앞세운 수천 중국인들을 제어하지 못했다.
뚜렷이 대비된다. 3월 28일 서울광장에서 '등록금 해결 촉구 범국민대회'가 열렸을 때 집회 참가자보다 더 많은 경찰병력을 배치했고 애초의 공언대로 '사복체포조'까지 투입했던 전례와는 달라도 너무 달랐다.
경찰이 중국인들의 폭력행위를 예상하지 못했던 것인지, 아니면 중국과 외교마찰을 우려해 자제한 것인지는 알 길이 없다. 알고 싶지도 않다. 그것보다 더 중요한 문제는 따로 있다.
치안주권이 걸린 문제다. 외국인이 한국의 도로를 점거하고 경찰이 보는 앞에서 버젓이 불법·폭력행위를 일삼는 건 누가 봐도 명백한 치안주권 침해다.
법치에 대한 믿음이 걸린 문제다. 치안주권을 제대로 지키지 못하는 경찰과 정부가 국민을 상대로 '기초 법질서 확립'을 운운하는 건 낯간지럽다. 자기 국민을 상대로는 '사복체포조'까지 동원해 엄단하겠노라고 으름장을 놓으면서 외국인들은 사실상 수수방관하는 건 이율배반이다. 평화적인 외침을 틀어막으면서 폭력적인 투척·구타행위를 막지 못하는 건 본말전도다.
법치를 운운할 요량이라면 잣대는 하나만 들어야 한다. 경찰이 주장해왔고 정부가 역설한대로 '예외 없는 법 적용'의 면모를 보여야 한다. 하지만 정부와 경찰은 결과적으로 그렇게 하지 않았다.
그래서 믿을 수가 없다. 집회 참가자보다 더 많은 경찰 병력을 배치하고, '사복체포조'까지 동원하려는 이유가 오로지 '법치주의'를 구현하려 하기 위함이라는 정부의 공언을 전폭적으로 신뢰할 수가 없다.
두고 볼 일이다. 성화 봉송 현장에서 연행한 몇몇 중국인을 어떻게 처리할지 두고 볼 일이다. 현장에서 채증한 불법·폭력행위자들을 끝까지 추적해 검거할 것인지 지켜볼 일이다.
주한미군에 대해서는 우리 사법권이 온전히 미치지 못하지만 그건 불평등하게 맺은 한미행정협정이 떡 버티고 서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중국과는 이런 협정을 맺지 않았다. 오로지 국내법에 따라 처리하면 그만이다. 중국도 그렇게 하고 있지 않은가.
판단은 그 다음에 내려도 된다. 정부와 경찰의 '기초 법질서 확립' 주장에 진정성이 담긴 것인지, '사복체포조' 투입이 타당한 것인지는 중국인에 대한 사법처리 결과를 본 다음에 가려도 늦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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