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공감합니다. 그리고 시인합니다.
비오는 휴일이 너무 반갑습니다. ‘합법적으로’ 나들이를 거부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느긋하게 TV를 끼고 뒹굴어도 되기 때문입니다.
열불이 납니다. 모니터에 얼굴 들이밀고 컴퓨터 게임에 몰입해 있는 아이들의 모습을 보면 눈 버릴까 걱정도 되고 성격 나빠질까 우려도 됩니다.
실생활이 이러니 어찌 공감하지 않고 시인하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모두 맞는 말이고 너무 당연한 말입니다.
<중앙일보>와 <조선일보>가 훈계했습니다. TV를 끄고 모니터를 끄라고 했습니다. <중앙일보>는 “TV 끼고 사는 대한민국”의 실상을 조사한 성균관대 동아시아학술원 서베이리서치센터의 ‘2007 한국종합사회조사’ 결과를 상세히 전했습니다. <조선일보>는 프랑스의 ‘화면 안 보기 운동’을 소개하면서 “(TV와 컴퓨터)모니터를 끄니 대화·운동을 하더라”고 전했습니다.
근데 왜일까요? 스스럼없이 받아들여지지가 않습니다. 자꾸 행간을 읽게 됩니다.
두 신문은 너무 당연한 말을 너무 크게 키웠습니다. <중앙일보>는 1면 톱기사로 처리했고, <조선일보>는 2면 왼쪽 상단에 편집했습니다. 다른 신문에서는 발견하기 힘든 ‘파격’ 편집입니다.
공교롭게도 또 하나의 공통점이 있습니다. <중앙일보>는 1면 톱기사 바로 밑에 TV 관련 기사를 배치했습니다. 언론중재위가 어제 MBC ‘PD수첩’에 광우병 관련 정정 및 반론 취지문을 보도하라고 직권 결정한 소식을 실었습니다. <조선일보>도 마찬가지입니다. ‘화면 안 보기 운동’ 기사 바로 밑에 정연주 사장 퇴진 서명운동에 KBS 노조원 70%가 서명한 기사를 실었습니다.
우연의 일치 치고는 참으로 오묘합니다. 하단의 기사가 상단의 기사를 뒷받침합니다. 상단의 기사가 TV를 꺼야 하는 생활상의 이유를 나열했다면 하단의 기사는 그 정치적 이유를 암시하고 있습니다.
3.
이 대목에서 말을 아끼렵니다. 누구에게나 해석의 자유를 구가할 권리가 있습니다. 제 해석에 동의하는 사람에겐 재생음에 불과할 수 있습니다. 이 점만 상기하렵니다.
두 신문은 신문·방송 겸영을 강력히 주장해온 곳입니다. 주장을 넘어 실천에 나서고 있습니다. 두 신문 모두 방송 겸영을 추진하고 있을 뿐 아니라 케이블TV의 프로그램 공급업자(PP)로 활동하고 있기도 합니다.
이런 두 신문이 “TV를 꺼라”고 훈계합니다. 이 역설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요?
<조선일보>의 기사 한 구절이 답이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이렇게 적어 놓았습니다.
“‘화면 안 보기’ 운동의 취지는 가정에서 TV를 몰아내자는 게 아니라 아이들이 TV나 비디오 게임 대신 다르게 시간을 보낼 수 있다는 걸 보여주자는 것(이다).”
절제하자는 뜻입니다. 다변화하자는 뜻이기도 합니다. 아주 건설적인 제안이고 현명한 대처법임에 분명합니다. 그래서 더욱 궁금해집니다.
가정에서 TV를 몰아내자는 게 아니라면, 절제해서 보자는 취지라면 봐서는 안 되는 프로그램은 뭐고, 가급적 피해야 하는 프로그램은 뭘까요? 10일간이 아니라 일상적으로 실천하려면 뭘 가려내야 하는 걸까요?
케이블TV의 야한 프로그램만 피하면 될까요? 아니면 다른 무엇이 더 첨가되는 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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