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천 물갈이를 주장한 이방호사무총장 ⓒ오마이뉴스
공천 시기를 둘러싸고 당내 잡음이 많은 터에 공천 내용까지 언급했으니 박근혜계가 가만있을 리 없다. 박근혜계의 좌장격인 김무성 최고위원이 그랬다. “이방호 총장의 발언은 공천 확정권을 지닌 최고위원회에 대한 권한 침해”라면서 "이방호 총장의 퇴진 요구를 검토하고 있다"고 했다.
확전으로 가는 걸까? 박근혜계가 돌아올 수 없는 다리를 건너는 걸까?
결론부터 말하자. 가능성이 희박하다. 잡음은 커지겠지만 그렇다고 그릇 깨지는 소리가 날 것 같지는 않다.
몇 가지 사정이 있다.
때가 좋지 않다. 이명박 정부가 출범하기 전이다. 대통령직 인수위가 매일 이명박 정부의 정책 청사진을 쏟아내는 상황에서 박근혜계가 그릇을 깨면 자승자박 꼴이 되기 십상이다. 한나라당 지지층 입장에서 보면 초를 치고 재를 뿌리는 행위이기 때문이다. 박근혜 전 대표가 중국 특사단장을 맡을 수밖에 없었던 이유도 같은 맥락에서 헤아릴 수 있다.
이런 곱지 않은 시선을 희석시킬 명분이 있으면 좋으련만 찾기 어렵다. 오히려 자기 명분을 까먹을 공산이 크다. 사안이 다른 것도 아니고 공천이다. '밥그릇'에 해당하는 것이다.
종합하면 이렇다. 자기 밥그릇 챙기려고 10년 만에 탈환한 정권에 재를 뿌리려 하느냐는 비난을 뒤집어쓰기 십상이다. 박근혜계가 운신할 폭은 지극히 좁다.
물론 다른 측면이 있긴 하다. 힘이 있으면 악조건을 돌파할 수 있다. 정치에서 최고의 가치로 치는 것은 명분이 아니다. 힘이다. 확고한 지지기반과 득표력을 가지고 있으면 웬만한 장애물은 돌파할 수 있다.
세간에서 박근혜계의 공천 반발을 예사롭지 않게 받아들이는 이유도 이것이다. 박근혜 전 대표의 영남 장악력이 튼실하다고 보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닐 수도 있다. 박근혜 전 대표의 영남 장악력이 무엇에 기반하고 있는지를 재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
'개인 박근혜'와 '한나라당의 박근혜'는 다르다. 단적인 예가 있다. 박근혜 전 대표는 2002년 대선 직전에 한나라당을 탈당해 '한국미래연합'을 만들었다가 10개월 만에 복당한 적이 있다. 당시 영남지역은 한나라당의 이회창 후보에 대한 지지를 철회하지 않았고, 박근혜 전 대표는 고전을 면치 못했다.
2007년에도 어김없이 재현됐다. 두 번의 대선에서 영남의 압도적 지지를 받았던 이회창 씨는 2007년 대선에서 초라한 처지에 빠지고 말았다. 거의 대부분의 지역에서 득표율 20%를 넘지 못했다. 힘이 센 상어와 고래도 물을 벗어나면 기가 죽는 법이다.
그럼 박근혜계가 반발하는 이유는 뭘까? 갈수록 반발 강도를 높이는 이유는 뭘까?
성동격서라고 보는 게 타당하다. 공천 시기를 문제 삼아 공천 내용을 확보하려는 전략이다. 공천 시기의 불공정성을 제기할수록 '공정 공천'의 압력은 세지고, 이에 따라 공천심사위 구성과 공천 결과가 달라질 수 있다.
그래야만 한다. 그래야 살아남는다. 현재의 당내 지분을 유지하지 못하면 오는 7월에 있을 대표 경선에서 밀리게 되고, 그러면 완전히 소수 비주류로 전락한다. 어떻게든 금배지를 최대한 확보해야 하고, 당원협의회장을 최대한 배출해야 한다.
어떻게 될까? 이런 전략이 성공할 수 있을까? 여의치 않아 보인다. 이방호 사무총장이 천기를 누설한 것이라면 그렇다. 35∼40%의 현역의원을 물갈이하고, 특히 영남 지역이 대상이 되면 박근혜계는 피해갈 수 없다.
그뿐인가. 정몽준 의원이 급부상하고 있다. 울산을 지역거점으로 하는 그가 세력권을 울산에서 부산·경남으로 확장하면 박근혜계는 더욱 위축된다.
차단막을 튼실히 친다 해도 '이명박 대통령'의 후광에 기대려는 사람들의 심리를 완전히 제어하긴 어렵다. 비주류의 길은 여간한 의지와 인내가 아니고서는 견디기 힘든 길이다.
박근혜계의 목소리는 갈수록 커지고 있지만 그들이 딛고 있는 땅의 면적은 갈수록 좁아지고 있다. 객관적 형세가 그렇다. 주관적 의지는 별개로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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