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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당선자가 수석 내정자들과 악수하고 있다. ⓒ오마이뉴스

이것도 '몰입'인가? 완전히 '동부판'이다. 청와대 수석에 내정된 8명 가운데 영남 출신이 4명, 서울 출신이 4명이다.

호남과 충청 출신이 한 명도 없으니 그곳의 감정이 좋을 리 없다. 경우에 따라선 4.9총선에서 이 감정이 '한 표'에 녹아들 수 있고, 자칫하다간 '서부전선 이상있다'는 보고가 날아들 수 있다.

그런데도 무시했다. 이명박 당선자는 상식 수준에 해당하는 정치적 판단조차 거부했다. 왜일까?

내각 구성에서는 지역을 안배한다고 한다. 지역 편중현상을 상쇄할 수 있다는 얘기다. 코드가 맞는 사람들로 비서진을 꾸리는 건 인지상정이라고 한다. 손발 맞춰 제대로 일 해 보겠다는 얘기다.

그렇다고 치자. 이명박 당선자의 의욕이 차고 넘친 나머지 정치적 부담을 모두 지고 가겠다는데 뭐라 하겠는가?

하지만 이 '몰입'은 성격이 다르다.

8명의 수석 가운데 7명이 학자 출신이다. 관료는 한 명도 없다. 국회의원 두 명이 발탁됐다고 하지만 모두가 초선이다. 수석진을 사실상 '학자판'으로 만들어버렸다.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국정경험이 전무하거나 일천하다보니 정책의 폭과 속도를 조절하는 정무적 판단기능이 떨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결과적으로 이명박 당선자에게 모든 판단 권한이 집중됨으로써 '1인 통치'로 귀결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반론이 나올 법 하다. 관료를 배제함으로써 관료이기주의 창구를 차단하고 국정혁신 길을 더 넓힐 수 있지 않느냐는 반론이다. 정치인을 배제함으로써 국정에 정치논리가 개입될 소지를 막고 효율성을 제고할 수 있는 것 아니냐는 반론이다.

쉬 내칠 수 없는 반론이지만 덜컥 받아들일 얘기도 아니다. 이상은 창공을 날지만 손발은 진창에 빠지는 경우가 허다하기 때문이다.

흔히 말한다. 개혁의 최종 저항세력은 바로 관료라고 한다.

복지부동의 행태만을 두고 말하는 게 아니다. 관료에겐 무기가 있다. 정책 데이터를 독점하고 있고, 정책 집행사례를 손에 쥐고 있다. 이들은 방향을 말하지 않고 이상을 말하지 않는다. 데이터를 들이밀며 현실을 강조한다. 세상에 '팩트' 이기는 '주장'은 없다.

그래서 애용하는 방책이 '이이제이'다. 관료 출신을 발탁해 코드를 맞춘 다음에 이들에게 관료 제압의 소임을 맡긴다. 일종의 맞불작전이다.

이명박 당선자는 이 고전적 방책을 거부했다. CEO 시절, 그리고 서울시장 시절 굳어진 관료들에 대한 불신감 때문이라고 한다.

경위를 이해하고 취지를 공감하지만 그렇다고 결과까지 신뢰할 수는 없다. 이론에 능통한 '학자 수석'이 '팩트'를 앞세우는 관료의 저항을 돌파하기 어렵다는 건 경험칙이다. 그렇다고 이명박 당선자가 대소사에 일일이 개입할 것이라고 기대하지도 않는다. 그건 사실상 불가능하고 바람직하지도 않다.

더 큰 문제는 정치다. 초선 의원 두 명이 이명박 당선자의 정무적 판단을 도울 것이라고 기대하기는 어렵다.

사례가 있다. 정무 수석을 맡게 된 박재완 의원이 주도한 게 정부조직 개편이다. 교육과학문화 수석에 내정된 이주호 의원이 성안한 게 영어공교육 강화 방안이다.

두 사안 모두 극심한 정치적 반발을 야기하고 있다. 하나는 '광(廣)폭'이어서 협상대에 올려졌고, 또 하나는 '광(光)폭'이어서 제동이 걸렸다. 정책을 입안할 때 정무적으로 숙고했다면 야기하지 않아도 됐을 반발을 자초한 것이다.

정치인 출신 수석의 첫 작품이 이러니 기대할 수가 없다. 그럼 누가 할까? 정무적 판단 역시 이명박 당선자가 독점하는 걸까?

이 또한 가능하지도 않고 바람직하지도 않다. '1인 지성'이 '집단 지성'보다 우월하다는 근거가 없다. 이 뿐만이 아니다. 이명박 당선자 스스로 얘기했듯이 그는 '여의도식 정치'에 익숙하지 않다. 국회의원을 지낸 전력은 있지만 당 지도부가 돼 정치적 협상과 조율을 진두지휘한 경험은 일천하다.

익숙하지도 않고 경험이 많지도 않다면 의존하지 않을 수 없다. '여의도식 정치'에 익숙한 그 누군가에게 정무적 도움을 요청하지 않을 수 없다.

바로 이게 문제다. 이명박 당선자가 여의도의 그 누군가에게 정무적 도움을 요청하는 순간 그건 '사선'이 된다. 그리고 이 '사선'에 놓이는 정치인은 이른바 실세 또는 소통령이 된다. 과거의 악폐였던 측근 정치가 재연되는 것이다.

정무 수석이 이들의 의견과 조언을 수렴하는데 무슨 '사선'이냐는 반문이 나올 법 하지만 가당한 얘기가 아니다. 정무 수석의 행동반경은 정치권의 '공선'이다. '공선' 위에서 '해결사'가 아니라 '전령사'로 움직인다.

정무 수석이 있고 정무 장관이 있던 과거 정권에서 측근 정치가 성했던 경험도 있다.

두고 볼 일이다. '의기충천'이 '파죽지세'를 연출할지 '과유불급'을 낳을지를….

Posted by '토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