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마이뉴스
궁금하다. 왜 이리 서두르는 건가?
국정 초반에 기세를 잡기 위해서일까? 그럴 수도 있다. 정권 출범 6개월의 성과가 집권 5년 농사를 좌우한다는 말도 있으니까….
경기 부양 차원이란 해석도 있다. 이명박 당선자는 재임기간 연평균 7% 성장을 장담했지만 전망은 어둡다. 권오규 경제부총리는 올해 경제성장률 4.5% 달성도 버겁다고 말했다. 세계경제 환경도 좋지 않다. 그래서 대운하 건설을 통해 경기를 부양하려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어느 것 하나 흘려들을 수 없는 분석이지만 허전한 감도 지울 수 없다 단지 그것뿐일까?
귀에서 맴맴 도는 말이 있다. 장석효 팀장이 했다는 '동시 착공' 주장이다. 경부대운하를 먼저 착공하는 게 아니라 호남과 충청 운하를 동시에 착공하겠다고 했다.
'단계적 착공'에서 '동시 착공'으로 입장을 선회한 이유가 뭘까? 쇠뿔도 단김에 빼려고 그랬을까?
타당성이 없다. 장석효 팀장의 말에 따르면 경부 운하는 민자로, 호남·충청 운하는 국가 재정으로 건설한다. 이러려면 국회 동의를 받아야 한다. 예산 규모가 조 단위에 이르는 점을 감안하면 예산을 전용해서 풀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국회 동의를 받는 과정이 순탄할 것이라고 내다보는 사람은 거의 없다. 다른 당은 거론할 필요조차 없다. 같은 한나라당 내에서도 비판 여론이 크다. 당내 경선과정에서 박근혜 전 대표나 다른 후보들이 뭐라고 말했는지 회상하면 금방 알 수 있다.
'조기 착공'도 그렇다. 이명박 당선자 측은 한반도 대운하 건설을 무리 없이 추진하도록 특별법 제정을 추진하겠다고 했다. 이러려면 역시 국회를 거쳐야 한다. 하지만 18대 국회가 출범하기 전까지 한나라당은 과반을 채울 수 없다. 더구나 민자를 유치하려면 절차를 밟아야 한다. 공모하고 선정하는 데만 몇 개월 내지 1년은 걸린다.
아무리 착공을 서두른다 해도 빨라야 내년에나 첫삽을 뜰 수 있다. 그럴 것이라면 18대 국회가 구성된 후 여당의 안정적 지원을 받으며 처리해도 될 것을 왜 이리 논란을 자초하는 걸까?
합리적이지가 않다. 현실적이지도 않다. 그런데도 밀어붙이려 한다. 정말 속내가 궁금하다.
다른 데서 이유를 찾으면 얼개가 잡힌다. 정책 요인이 아니라 정치 요인이다.
이렇게 물어보자. 대운하를 총선 이슈로 삼으면 어떻게 될까? 전략지의 민심이 어떻게 움직일까?
이 물음에 호남·충청 운하 '동시 착공' 계획을 맞세우면 가설이 하나 나온다. 해당 지역 민심을 움직일 수 있다. 대선 결과에서 확인됐듯이 충청지역은 한나라당이 확실히 입지를 다지지 못한 곳이다. 오히려 이회창 씨의 지지세가 만만치 않고 통합신당의 지지세도 남아있는 곳이다. 이곳을 충청 운하 공약으로 공략하면 어떤 결과가 나올까?
호남 지역에서 지역구 의원을 배출하면 아주 획기적인 일이 된다. 의석 수 몇 개가 늘어나는 게 중요한 게 아니다. 단 한 석이라도 의원을 배출하면 그 상징성이 커진다. 이명박 당선자는 지역의 울타리를 뛰어넘는 '전국구 대통령'이라는 이미지를 얻을 수 있다.
여지는 있다. 대선에서 10%에 육박하는 득표율을 기록했다. 잘 공략하면 꼭 못 이룰 꿈이 아니다. 이미 새만금 개발을 역점사업과제로 선정해 놓은 터다. 이것과 호남 운하를 양날개 삼아 호남을 감싸고 들어갈 수 있다.
이렇게 총선에서 소기의 성과를 내기만 한다면 일사천리가 된다. 호남과 충청지역에서 한나라당이 선전한다면 그만큼 다른 정당의 세는 위축되고 18대 국회 구성 분포도 달라진다. 뿐만 아니라 대운하 프로젝트는 총선에서 국민 심판이 끝난, 검증된 공약으로 간주된다. 그냥 밀어붙이면 되는 것이다.
물론 이런 분석은 아직 가설에 지나지 않는다. 대운하 구상에 대해 동의하지 않는 국민 여론이 많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나온 터다. 하지만 다른 뉴스도 있다. <경향신문>이 보도했다. 경부운하가 지나가는 주요 지역의 토지 매입자 가운데 외지인이 크게 늘고 있다고 했다.
이것이 뭘 뜻하는가? 개발이익을 노리고 있다는 얘기다. 개발 기대심리가 일부 투기꾼에서 해당 지역 전체로 확산되면 어떻게 될까? 물어볼 필요가 없다.
다른 건 몰라도 이건 확실하다. 한반도 대운하의 '조기·동시 공론화'는 기정사실이 되고 있다. 그리고 그것이 총선과 맞닿을 가능성도 다분하다.
이렇게 보면 관전 포인트는 두 개가 된다. 한나라당은 대운하 '조기·동시 착공'을 총선 공약으로 삼을 것인가? 공천 시기를 놓고 이명박 당선자와 줄다리기를 벌이고 있는 박근혜 전 대표는 대운하 '조기·동시 착공'에까지 브레이크를 걸어 갈등전선을 전방위로 확대할 것인가?
'이슈분석' 카테고리의 다른 글
| 박근혜가 어떤 자격이 있냐고? (105) | 2008/01/03 |
|---|---|
| '대운하 조기·동시 착공'은 총선용? (17) | 2008/01/02 |
| '인도적 상호주의'? 소가 웃을 형용모순 (9) | 2008/01/02 |
| 해를 보내며 묻는 질문 "아직도 신분사회인가?" (38) | 2007/12/31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