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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뻔한 얘기인 줄 알지만 안할 수가 없습니다. 너무 어이가 없기 때문입니다.

고위 공직자 재산공개가 있을 때마다 그럽니다. 농사를 지으려고 논밭을 샀다고 합니다. 전원생활을 즐기려고 임야를 매입했다고 합니다. 땅을 너무 사랑했다고 한 사람도 있었습니다.

이런 사람들에게 꼭 묻고 싶습니다

"너희가 농촌을 알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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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촌을 사랑한다는 고위 공직자들이 이런 농심을 알까? ⓒ오마이뉴스

2.

피를 뽑고 김을 매어 본 사람은 압니다. 그것이 얼마나 뼈골 빠지는 일인지 압니다. 뙤약볕 아래서 쪼그려 앉고 허리 굽혀 일하는 게 얼마나 고된 노동인지 모를 리 없습니다.

주말농장이라고요? 주말마다 아이들 손잡고 나가 손바닥만한 땅을 일구는 것조차 쉬운 일이 아닙니다. 그런데도 수천수만 평방미터를 사들입니다. 주말농장용 농지와 임야가 각각 1천 평방미터와 2천 평방미터로 제한돼 있는데도 아랑곳하지 않고 수천수만 평방미터를 사들입니다.

농가에서 하룻밤만이라도 기거해 본 사람이라면 압니다. 들끓는 벌레에 밤잠 설쳐본 적이 있는 사람이라면 모르지 않습니다. 전원의 목가적 풍경과는 거리가 먼, 오히려 전투에 가까운 생활을 해야 한다는 것을 잘 압니다.

참을 수 있습니다. 벌레 따위는 참을 수 있습니다. 더 큰 문제는 돈입니다. 임야엔 기반시설이 없습니다. 도시가스가 들어오지 않습니다. 그래서 기름보일러를 이용하고 심야 전기를 사용합니다. 웬만한 전원주택 하나를 건사하는 데 들어가는 연료비가 한 달에 수십만원을 헤아립니다.

3.

부모 잘 만나 곱게 자란 사람이, 손에 물 한 방울 안 묻혔을 것 같은 사람이, 평생 펜대 굴리던 사람이 농사를 짓는다는 게 상상이 가지 않습니다. 일이십 평방미터도 아니고 수천수만 평방미터의 논밭을 경작한다는 게 가능해 보이지 않습니다.

도회지 아파트의 쾌적한 환경에 길들여진 사람이 벌레와 전투를 하고 등유를 사 나르는 모습을 상상하기 힘듭니다. 경운기도 아니고 최고급 승용차를 몰고 비포장 도로를 털털 거리며 달리는 모습이 눈에 들어오지 않습니다.

그래도 이건 눈에 선합니다. 땅을 사랑해 논밭을 샀고, 목가적 풍경이 좋아 전원주택을 지으려 했다는 사람들의 언사를 농민들이 어떻게 받아들일지는 눈에 선합니다. 고울 리 없습니다.

4.

귀농을 한 친구가 있습니다. 대리석으로 치장한 전원주택이 아니라 허름한 농가에 짐을 푼 친구입니다.

이 친구가 그러더군요. 정착하기까지 동네 주민들의 눈길을 이겨내는 게 가장 힘들었다고 하더군요. 태어나서 처음 보는 외지인이 난데없이 찾아와 농사를 짓겠다고 설쳐대는 모습을 보면서 농민들이 호기심 반 냉소 반으로 쳐다보더랍니다. 그래서 이를 악물고 버텼다고 하더군요. 짐을 싸들고 다시 서울로 올라가고 싶은 마음이 모락거릴 때마다 이를 앙다물고 삽을 들었다고 하더군요.

5.

현실이 이렇습니다. 농민과 한 데 섞여 농사를 지으려는 사람조차도 경원시 하는 게 농심입니다. 마을 단위로 형성된 생활 공동체가 깨질까 염려하기 때문입니다.

그런 농촌 한 귀퉁이에 그림같은 전원주택을 지어 유유자적하는 모습을 상상해 보세요. 농심이 어떻게 바라볼까요?

아, 이 질문은 잘못 됐네요. 그림같은  전원주택은 고사하고 판자집조차 지은 적이 없으니까요. 이렇게 묻는 게 맞을 겁니다. 그런 농촌 한 귀퉁이의 땅을 전원주택용으로, 또는 주말농장용으로 사들인 다음에 잡초가 무성해지도록 방치하는 모습을 농심이 어떻게 받아들일까요?

이렇게 묻는 것 자체가 쓸데없는 짓이겠죠?

6.

왜 뻔한 거짓말을 하느냐고, 사실은 투기용으로 논밭과 임야를 사들인 것 아니냐고 묻지는 않겠습니다. "그렇다"라고 시인할 사람이 있을 것 같지 않거든요.

이렇게 말하렵니다. 땅을 사랑하고 농촌을 그리워한다는 언사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일테니 그에 맞게 정책을 펴달라고 요구하렵니다. 전원이 아니라 전투장으로 변한 농촌을 한번이라도 진지하게 둘러보라고 말하렵니다. 소값이 폭락하고 AI가 창궐하는 농촌을 가슴 아프게 바라보라고 권하렵니다. 전국의 땅값이 들썩거리는 통에 논 한 마지기 마련하기가 힘든 현실을 타개할 수 있는 대책을 내놓으라고 요구하렵니다.

대답이 돌아올 것이라고 크게 기대하진 않지만 그래도 말하렵니다. 이게 농촌의 현실이기 때문입니다. 농촌을 사랑한다는 고위 공직자가 반드시 해결해야 하는 암울한 현실이기 때문입니다.

Posted by '토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