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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퍼하지 말자. 울지도 말자. 절망감에 몸을 던지지도 말자. 미디어법 날치기는 끝이 아니다. 끝이 될 수도 없고, 되어서도 안 된다.

지구상의 모든 존재는 자기의 흔적을 남긴다. 태어날 때든 스러질 때는 어떤 식으로든 자기의 흔적을 남긴다. 미디어법도 마찬가지다.

미디어법은 폭력의 엄호를 받으며 태어났다. 야당 의원들이 골절상을 입고, 목이 졸리고, 머리를 얻어맞고, 구둣발에 짓밟히고, 멱살이 잡히는 와중에 태어났다. 미디어법은 희극판을 벌이면서 태어났다. 1차투표를 마감한 결과 의결정족수에 미달되자 재투표를 벌인 끝에 태어났다. 

그렇게 태어나면서 밀어내버렸다. 미련을, 여지를 남김없이 쓸어버렸다. ‘민주주의 위기’라는 표현 속에 담겨있던 재생에 대한 미련을, ‘민주주의 후퇴’라는 평가 속에 남겨놨던 개선의 여지를 송두리째 없애버렸다. 민주주의는 더 이상 ‘위기’가 아니라고, 민주주의는 끝끝내 ‘좌초’하고 말았다고 선언해버렸다.

그렇게 태어나면서 가둬버렸다. 소수 정당·약체 정당의 한계 속에서도 발버둥치던 야당의 존재 이유를 앗아가 버렸다. 그들로 하여금 18대 국회는 더 이상 존재 의미가 없어져버렸다고, 금배지를 내놓겠다고 자조하게 만들어버렸다.


미디어법은 이런 것이다. 미네르바가 구속되면서, 서울광장이 봉쇄되면서 이미 예고됐던 표현의 자유와 알권리 침해가 결절점에 이르렀음을 알리는 매개일 뿐이다. 민주주의가 좌초해버렸음을 알리는 신호탄일 뿐이다.

시작과 끝은 일부에 의해 가려지지 않는다. 한나라당 소속 국회 부의장이 의사봉을 세 번 내려친다고 해서 끝이 선포되는 것이 아니다. 백 수십 명의 한나라당 의원들이 표결에 참여했다고 해서 대의민주주의의 원리가 살아있는 것도 아니다.

국민이 결정하는 것이다. 미디어법의 폭력적 탄생과 더불어 좌초해버린 민주주의에 심폐소생술을 취할지, 아니면 존엄사를 시행할지를 결정하는 건 오로지 국민의 몫이다. 표현의 자유를 위해 더 크게 소리칠 것인지, 아니면 일상에 침몰돼 묵언의 나날을 보낼지를 결정하는 것 또한 국민의 자유다.

늦지 않다. 미디어법 날치기가 끝인지, 아니면 더 큰 환생을 알리는 서막인지를 가르는 작업은 국민의 결정 뒤로 미뤄도 늦지 않다. 국민이 ‘묵언의 일상’을 선택한다면 미디어법 날치기를 슬퍼할 가치가 없고, 국민이 더 크게 소리친다면 미디어법 날치기를 끝이라고 체념할 이유가 없다.

시급한 일은 치환이다. ‘국민’을 ‘자신’으로 치환하는 일이다. 전 국민의 결정이 내려질 때까지 관전하는 것이 아니라, 나의 태도부터 결정하는 일이다.

▲사진=국회 본회의장 의장석을 에워싼 한나라당 의원들 ⓒ프레시안


Posted by '토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