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서울신문>에 두 사람이 등장했습니다. 김포외고에 합격했다가 목동 종로엠학원에 다녔다는 이유로 합격 취소 통보를 받은 박모 군과 그 어머니입니다. <서울신문 기사 보기>
토로했더군요. 지난 3년 동안 코피를 20번은 흘리고, ‘무한도전’ 같은 인기 프로그램 한 번 안 보면서 공부를 했다고, 그래도 다음달 20일에 치러지는 재시험을 보지 않겠다고 했습니다. 미리 빼낸 문제를 보고 합격한 ‘나쁜 아이’라고 친구들이 비아냥거리는 게 싫어서, 재시험을 보면 범법행위를 인정하는 꼴이기 때문에 응시하지 않겠다고 했습니다.
이 학생은 미리 빼돌린 시험문제를 나눠준 버스에 타지 않았습니다. 시험 날 어머니가 직접 승용차로 시험장까지 데려다줬다고 합니다.
박모 군의 말이 긴 여운으로 남습니다.
“외교관이 되겠다는 꿈도 필요 없다. 법대에 가서 10년이 걸리더라도 내 힘으로 이 사건을 꼭 파헤치겠다.”
꿈과 상상이 뛰놀아야 할 가슴에 원망과 결기가 쌓이고 있습니다. 이제 겨우 중3인 어린 학생의 가슴에….
#2
이제 ‘군’이라는 호칭을 쓸 수 없겠네요. 벌써 3년차 대학생이 됐으니까요.
학내 종교자유를 외치다가 퇴학 당한 강의석 씨가 지난달 5일 소송에서 이겼습니다. 모교인 서울 대광고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소송 1심에서 승소판결을 받았습니다. 정확히 말하면 원고 일부 승소판결입니다. 서울시교육청을 상대로 한 청구는 기각됐으니까요.
뜻밖이었습니다. 일부이나마 소송에서 이긴 강의석 씨 입에서 예상치 못한 말이 튀어나왔습니다.
“사법시험 공부를 했지만 최근 들어 법조인 길을 포기하려고 마음먹었다.”
현실을 바로 잡겠다고 법대에 진학한 강의석 씨였습니다. 그런 그가 법조인의 길을 포기하겠노라고 선언했습니다.
“신앙의 자유라는 법학 교과서에 나와 있는 당연한 판결을 얻는 데도 2년이라는 시간을 끄는 모습을 보니 사법부에 대한 회의가 들지 않을 수 없었다”는 게 이유였습니다.
강의석 씨의 말엔 결기조차 담겨 있지 않습니다. 사법부의 판결 결과보다 판결 과정에 지친 흔적도 묻어납니다.차라리 체념이라고 하는 게 더 맞는 풀이일지 모릅니다.
두렵습니다. 법조인의 꿈을 키우고 있는 중3 박모 군이 강의석 씨의 나이가 되어 어떤 결정을 내릴까요?
'오버'일지도 모릅니다. 박모 군은 박모 군이고 강의석 씨는 강의석 씨일 뿐입니다. 두 학생의 경험을 같은 양푼에 넣고 비빌 이유는 없습니다. 과하다 싶은 느낌을 주는 강의석 씨의 결정을 인정하는 면이 있는지도 모릅니다.
그런데도 사서 걱정을 하는 이유가 있습니다. 박모 군이 울먹이며 말했습니다.
“어른들 세계에서 벌어진 일로 왜 내가 피해를 봐야 하나.”
어른들 세계에선 지금도 허다한 일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경기지역 외고 교감 일부가 출제문제가 봉인된 서류봉투를 맘대로 뜯어보고, 그것도 모자라 뜯긴 봉투를 그대로 놔둔 채 점심을 먹으러 가도 외고 합격 취소 처분과 같은 단호한 처분을 내리지 않습니다.
대법원장이 화이트칼라 범죄를 단호히 징벌하라고 말했지만 일선 판사는 정몽구 현대차 회장과 김승연 한화 회장을 '신속하게' 집행유예로 풀어줍니다.
어른들 세계는 정답과 정도가 없이 흐느적거리는데 어린 학생들에겐 규율과 원칙을 강요합니다.
박모 군과 강의석 씨는 '고유명사'가 아니라 '일반명사'일지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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